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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다크 실버문
“흥, 어딜.”
휘리리릭, 티티티팅.
그는 롱소드를 빠르게 휘돌려 날아오던 퀘럴 몇을 튕겨 버리고 상체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나머지 퀘럴도 전부 피했다.
그런 후 한손을 앞으로 쭈욱 내밀면서 공격했다.
투아앙!
굉음이 그의 손목에서 일어나면서 주먹만 한 빛의 덩어리가 석궁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허엇, 조심해!”
쾅!
빛의 덩어리가 폭발하면서 수십 개의 파편이 되어 석궁병에게 격중되었다.
“끄으으아악!”
그 사이 절반이 넘게 죽어 겨우 47명 정도만 살아남은 다크 실버문 대원들이었지만 헐리슨 남작의 사병과 석궁병을 맞아 선전했다.
특히 마법사 하이거와 다크 스타의 활약에 힘입은 바가 컸다.
마법물품인 아티팩트를 몇 개나 착용하고 있는 다크 스타는 눈으로 따라잡기 힘든 속도로 움직였는데, 그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블링크 마법이었다.
헐리슨 남작의 사병들과 석궁병들을 롱소드로 베면서 피해를 입히자 헐리슨 남작이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롱소드를 꺼내들고는 앞으로 나섰다.
“네놈들은 누구냐!”
“그건 알 필요 없다.”
채채챙!
검술실력이 상당한 헐리슨 남작은 롱소드를 휘두르면서 공격하자 다크 스타는 선수를 빼앗겨 방어에 급급하면서 뒤로 밀리게 되었지만 위급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크 실버문은 소리 없이 침투해 기습공격 하는 게 주특기였지만 상대가 이렇게 철저하게 대비를 한 상태에서는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스피어나 검을 든 병사들이라면 그나마 유리했겠지만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석궁병들에게는 아주 취약했다.
그때 석궁병의 조장인 쵸르카가 품속에서 꺼내든 신호탄의 줄을 잡아 당겼다.
피유우우우… 퍼펑!
순간 빨강과 파랑색의 연기가 뒤섞이면서 허공에 퍼졌다.
헐리슨 남작의 사병들과 석궁병들은 신호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다크 실버문의 대원들과 다크 스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하이거는 본능적으로 저것이 어떤 신호를 알리는 물품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는 다크 스타 곁으로 다가왔다.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었기에 더욱 상황이 좋지 않소. 후퇴합시다.”
“이 정도의 어려움으로 후퇴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요. 조금 전에 터뜨린 것이 마음에 걸리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생각하기엔 곧 기병들이나 기사단이 달려올 것 같소. 후퇴합시다.”
다크 스타는 잠시 망설였다.
한편, 신도시 옐로우 캐슬에 주둔중인 레드 폭스(Red fox)기사단은 이미 출동준비를 모두 끝마치고 대기해 있었다. 그리고 하늘에 신호탄이 터지자 즉시 헐리슨 남작의 저택으로 출병했다.
두두두두!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레드 폭스 기사단 3백 명이 전력으로 말을 몰았기에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힘찬 말발굽 소리가 일어나면서 땅이 요동쳤다.
“위급한 상황이다! 속도를 더 높여라!”
레드 폭스 기사단장인 에르하잘은 오전의 일을 떠올렸다.
올슨 시종장이 갑자기 찾아와 국왕폐하의 명이시라면서 출동준비를 끝마치고 대기하라 했다. 그리고 헐리슨 남작의 저택에서 오늘 중으로 괴한들이 습격해 올 것이니 하늘에서 신호탄이 터지면 즉시 출동하라 명했다.
국왕폐하의 명이라지만 그는 마치 무엇엔가 홀린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예언자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명을 내린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명령이니 따를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신호탄이 터진 것이다.
채채챙!
다크 실버문 대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 명을 상대로 서너 명씩 헐리슨 남작의 사병들이 공격해오자 도저히 당할 수가 없어서 하나씩 쓰러졌다.
하이거가 주문을 중얼거리면서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다가 앞으로 내뻗었다.
“파이어 애로우.”
화르르…슈슈슝!
불꽃의 화살 10발이 생성되어 엄청난 빠르기로 날아갔다.
퍼퍼퍽!
“크으윽, 아악!”
헐리슨 남작의 사병 열 명이 마법의 불꽃 화살에 맞아 쓰러졌고, 몸이 활활 타올랐다.
“마법사를 죽여야 한다! 석궁을 쏘아라!”
슈슈슈슝.
퀘럴 10여 발이 하이거에게로 날아갔다.
“헤이스트(Haste).”
스스스슷.
얼마나 빨리 움직였는지 잔상이 남았으며, 그 잔상에 퀘럴이 격중되어 그대로 통과해 담벼락에 박혀버렸다.
“파이어 버스트.”
화르르, 퍼퍼펑!
“아아악, 컥!”
강력한 불꽃의 구가 폭발하면서 주위에 타격을 주어 사병들과 석궁병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이어 다크 스타의 팔목에 착용한 아티팩트에서도 빛의 구가 생성되어 날아가 폭발했다.
콰쾅!
“크아악, 케에엑!”
위력적인 마법 공격에 사병들과 석궁병들의 피해도 늘어났다. 그러나 다크 실버문 대원들의 피해도 늘어 12명만 살아남은 데다 그나마 위태한 것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놈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석궁병들은 사병들을 도와라.”
슈슈슈슝!
“허엇, 조, 조심해!”
다크 실버문 대원들은 조금만 틈이 보이면 어김없이 위력적인 퀘럴이 날아왔기에 그것까지 신경 쓰면서 사병들의 공격을 막아야 했다.
“이보게,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드니 그만 물러나는 게 어떤가.”
그 말에 다크스타가 이를 악물며 분한 듯 대답했다.
“이까짓 남작 저택 하나 처리하지 못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말발굽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는 것을 보니 곧 지원병들이 도착할 텐데도 계속 이러고 있을 건가?”
“으음… 저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도록 강력한 마법을 한 방 부탁합니다.”
“알았네. 그러지. 불의 폭풍이여, 나의 의지로 이루어 주소서. 파이어 스톰(Fire storm).”
휘이이이, 화르르륵!
순간 주변이 온통 불의 폭풍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으아… 위험하다. 저 마법사에게 석궁을 쏘아라!”
“허억, 파이어 스톰이다! 조심해.”
순식간에 밀어닥친 불의 폭풍으로 인해 석궁병 약 1백여 명이 치명적인 화상을 입으면서 쓰러졌다.
너무 위력적인 마법의 영향으로 다크 실버문 대원들을 공격하던 사병들도 일시적으로 주춤거렸다.
하이거의 강력한 파이어 스톰 마법에 다크 스타는 대단히 만족한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다가 도약해 헐리슨 남작을 향해 적극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채채챙, 파팍!
두 사람의 롱소드는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맞부딪쳤는데 양쪽 모두 대단한 검술 실력들이었다.
“습격자치고는 검술 실력이 대단하구나.”
“당신도 대단하군.”
“어디 이것도 한번 받아 보거라. 에잇!”
“흥, 그까짓 공격으로 내가 당할 것 같소?”
다크 스타와 헐리슨 남작이 서로 치열하게 롱소드를 휘둘러 싸우고 있을 때 정문에서 요란한 소리가 터졌다.
쾅, 우지끈!
정문이 무지막지한 힘에 버티지 못하고 부서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요란한 말발굽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두두두두.
저택의 정문이 있던 곳에서 말을 탄 레드 폭스 기사단 3백 명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모두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해서인지 중압감이 느껴졌다.
“놈들을 짓밟아 버려라!”
“너희들은 남작을 보호하라!”
살아남은 다크 실버문 대원들과 하이거, 다크 스타는 흠칫 놀랐다.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중무장한 기사단이 들어올 줄은 몰랐었다.
“하이거 님, 더 이상은 무리이니 후퇴해야겠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모두들 나에게로 모이게나.”
“하이거 님 곁으로 모여라. 어서.”
아직 살아 있던 다크 실버문 대원 7명과 다크 스타는 즉시 하이거의 곁으로 모였다.
그들은 서로 등을 붙이면서 뒤돌아 공격에 대비했고, 사병들과 레드 폭스 기사단은 넓게 포위망을 형성하면서 점점 접근했다.
“내가 실드로 막을 동안에 그걸 사용하게나. 실드, 실드, 실드.”
하이거가 연속적으로 방어막을 세 겹이나 형성하자 다크 스타는 즉시 품속에서 마법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어엇, 놈들이 도망치려고 한다! 막아라!”
“앗, 저건 마법 스크롤?”
슈슈슈슝, 티티티팅.
석궁에서 발사된 퀘럴이 방어막에 맞아 튕겨졌다.
번쩍!
빛이 순간 생성되어 사라지자 정체를 알 수없는 습격자들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이… 이런, 놓쳤어.”
“정말 용의주도한 놈들입니다.”
“와아아아!”
제논성의 병사들은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니코 자작의 본진이 전쟁에서 패해 후퇴했기 때문이었다.
하벨은 지휘관들에게 일러 신속하게 제논성을 정리하도록 지시했다.
창고와 집들 일부가 무너지고 불탄곳도 보인다. 곳곳에 투석기에서 쏘아졌던 돌덩이가 흩어져 있었으며, 발리스타에서 쏘아진 대형 화살도 수백 개나 집이나 창고의 벽에 박혀 있었다.
전쟁의 잔해가 곳곳에 남아 있어서 얼마나 전투가 치열했는지 간접적이나마 알 수 있었다.
신속하게 각 부대별로 병사들이 집합하면서 전열을 정비하는 한편 일부는 성 밖에 죽어있는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성문을 나섰다.
“야… 아군은 이쪽인데 어딜 가는 거야?”
“아, 예… 죄송합니다. 착각했습니다.”
“이런 정신상태 하고는. 어서 움직여. 이러다가는 날이 저물어도 끝이 나지 않겠다.”
“거기, 적들의 시신은 그쪽이 아니라 저쪽에다 모아야지.”
일선 백부장들과 천부장들은 각자의 수하들을 지휘하면서 전장을 정리했다. 워낙 많은 병사들이 죽어서인지 시신을 모아 화장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죽은 제논성의 병사들과 적 병사들에게서 쓸모가 있는 무기류나 방패, 갑옷과 소지품을 나누어 수레에 실었다.
“첼리쉬 시장, 저 죽은 군마들은 어떻게 처리할 건가?”
“적병사들의 시신을 화장할 때 같이 처리하려고 합니다.”
“그럼 너무 아까우니 군마를 성안에 있는 요리사들에게 맡겨 요리를 만들어 병사들에게 배급하도록 해.”
“예? 저 군마를 말이옵니까?”
“그냥 두면 썩어 없어질 텐데 그럴 바에야 그동안 전투를 하느라 제대로 먹지 못했던 병사들에게 배급해 먹이면 영양보충도 되고 좋잖아.”
“군마는 질기고 특유의 노린내가 많이 나 먹기 힘드옵니다.”
“무슨 소리. 요리사에게 맡겨 향신료를 잘 섞고 고기에 칼집을 잘 넣으면 질기지도 않고 노린내도 나지 않아.”
“그런 것이 가능하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