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9 / 0156 ----------------------------------------------
제3권 다크 실버문
늦은 밤.
달빛이 구름에 가려져 어두웠다.
스으…스스스.
마스터 켄트미안과 열 명의 마법사들은 갈색 로브를 입고 플라이 마법으로 소리 없이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제논성을 기습공격하기 위해 서였다.
선두에서 날아가던 마스터 켄트미안이 허공에서 멈추면서 왼손을 들어 올리자 마법사들이 멈추었다.
“제논성이 코앞이니 모두 투명화 마법을 펼쳐라. 인비저빌리티(Invisibility).”
“예, 마스터.”
스스스슷.
곧 모두들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자… 각자 맡은 곳으로 침투해서 마음껏 공격한 후에 돌아와라. 가랏.”
허공으로 마법사들이 침투하고 있어도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들은 마법사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제논 외성으로 침투한 마법사들 중 하나인 핸슨이 주위를 살피던 중 적당한 곳을 발견했다.
“흐흐… 주거지역이군. 이곳을 화염계 마법으로 태워버리면 적당하겠어.”
그는 양팔을 옆으로 벌리면서 천천히 머리 위로 끌어올리면서 마법을 영창했다.
퍼억!
“끄으으… 이게?”
하지만 순간 강렬한 통증이 가슴에 작렬했고,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면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미스릴로 주조된 은빛이 번뜩이는 스피어가 핸슨의 가슴을 뚫고 등 뒤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그는 단발마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스스슷.
그러자 핸슨의 3미터 앞에 하벨이 나타났다.
“후후후… 모습을 감추고 침투하면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
스윽.
하벨의 손짓에 핸슨의 가슴에 박혀 있던 스피어가 스르르 빠져나와 손으로 되돌아왔다.
“소멸의 빛(Destroy light).”
번쩍.
하벨의 두 눈에서 보라색의 빛이 뻗어 나오더니 핸슨의 시신에 명중되었다.
푸스스스.
시신이 순간 먼지같이 흩어져 소멸되어버렸다.
“후후후… 얼마 전에 8서클에 오르면서 우연히 영감이 떠올라 개발한 마법인데 이럴 때 쓰면 아주 유용하군.”
스스스슷.
하벨은 또 다른 목표물을 찾아서 사라졌다.
마스터 켄트미안은 제논성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성벽을 살펴보았다.
“음… 성벽에 대방어마법진이 새겨져 있구나. 나의 능력으로도 저 성벽을 무너뜨리지는 못하겠군. 누가 설치했을까? 이 정도의 대방어마법진을 설치하려면 7서클의 대마법사는 되어야 가능한데 말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그는 허공으로 떠올라 외성 안을 내려다보았다.
“뭐지? 이 불길한 느낌은…….”
마스터 켄트미안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그의 곁으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플라이든이냐?”
“예, 스승님.”
“갔던 일은 어찌 되었느냐.”
“제가 간 쪽은 중무장한 병사들이 대거 순찰을 돌고 있었기에 공격할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되돌아온 겁니다, 스승님.”
“그럼 제자들이 돌아오면 같이 돌아가자꾸나. 그런데 소란이 일어난 곳이 한 곳도 보이지 않는구나.”
“스승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시각. 마법사 케니코프는 플라이 마법으로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다가 적당한 곳을 찾아내었다. 바로 병사들의 숙소였다.
“흐흐… 제법 큰 건물이니 저것을 불태워야겠어. 흐읍… 파이어…….”
츄우웅… 퍼억!
마법영창을 끝마치고 내뻗으려는데 갑자기 가슴이 화끈거린다. 그는 고개를 숙여 확인했다. 자신의 등에서 가슴으로 튀어나온 것은 은빛으로 번뜩이는 스피어였다.
“끄으으… 이, 이게 어떻게?”
어떤 소리도, 어떤 기운도 느끼지 못했는데 자신의 가슴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을 확인하자 황당해하는 한편, 극심한 고통에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땅으로 추락했다.
퍼억!
두개골이 박살나면서 피와 뇌수가 흘러나와 땅을 물들였다.
스으… 휘리리릭.
스피어가 그의 가슴에서 빠져나와 빙글빙글 회전했다. 그리고 허공에서 불쑥 손이 나타나 스피어를 붙잡았다.
스스슷.
하벨의 신형이 완전하게 모습을 보였다.
그의 눈에서 기이한 빛의 안광이 뻗어 나와 케니코프에 명중되자 시신이 순간 소멸되었다.
“9명을 제거했으니 이제 2명만 남은 건가?”
그는 적 마법사들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날아갔다.
한편, 마스터 켄트미안과 제자 플라이든은 아무리 기다려도 소란이 일어나지 않아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소란이 일어난 곳이 한 곳도 없습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스승님.”
“허엇, 에어 실드.”
쩌쩌쩡!
순간 마스터 켄트미안이 갑자기 무엇인가 느끼고는 압축된 공기의 방패를 형성했지만 스피어 쪽이 더 빠르고 강했다.
또한 마스터 켄트미안은 제 얼굴을 노리고 들어온 스피어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스피어가 그의 턱을 스치고 날아갔다.
순간적인 위기를 넘긴 그는 분노했다.
“콘 오브 아이스(Cone of ice).”
슈슈슈슉!
그는 원뿔 모양의 얼음조각 20개를 생성시켜 흩뿌렸다.
“블링크(Blink).”
스으… 츠츠츠.
순간적인 회피로 공격을 피한 하벨이 모습을 드러내자 두 마법사도 투명화 마법을 해제했다. 오랫동안 더블 캐스팅으로 유지하고 있기에는 마나의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허공에 이십대 중반 정도의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 남자가 나타나자 마스터 켄트미안의 눈이 번뜩였다.
“너는 누구냐?”
“곧 죽을 놈들이 그건 알아서 뭐 하게? 블레이즈.”
휘리리릭!
하벨은 회전하는 칼날을 두 개나 생성하여 적들에게 날렸다.
수정구가 박힌 마법 지팡이를 꺼내든 마스터 켄트미안은 즉시 마법을 영창했다.
“호오? 블레이즈 마법을 시전하는군. 그럼 나는 이것이다. 받아라, 콜드 빔(Cold beam)!”
슈슈슈슝.
그는 조그마한 냉기 덩어리를 빠른 속도로 쏘아 보냈다.
티티티팅.
회전하는 칼날에 냉기 덩어리가 격중되자 대부분 튕겨져 버렸으며, 일부는 칼날에 서리가 끼이기도 했지만 회전하는 칼날의 속도는 줄지 않았다.
“이번에도 소멸되지 않는지 보자. 포이즌 스프레이(Poison spray).”
치이이이익!
독기가 있는 액체가 생성되어 사방에 흩뿌려졌다.
회전하는 칼날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소멸하자 하벨은 또 다른 마법을 시전했다.
“파이어 버스트.”
콰콰콰쾅!
강력한 불꽃의 구가 폭발하면서 주위에 타격을 주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독기를 머금은 액체도 소멸되어버렸다.
“크으으!”
“으음… 정말 대단한 마법을 사용하는군.”
하벨의 파이어 버스트에 마스터 켄트미안도 꽤 충격을 받았고 제자인 플라이든은 내상이 심한 듯 입에서 피를 뿜었다.
“이놈… 이것을 한번 받아봐라. 거스트 오브 윈드(Gust of wind).”
슈아아아앙!
돌풍이 일어나 하벨에게로 날아왔지만 하벨은 피식 웃고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돌풍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디스펠 매직(Dispel magic).”
파스스스.
디스펠 매직은 무효화 마법이다. 돌풍이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물론 하벨의 마법 능력보다 떨어지는 6서클의 마스터 켄트미안의 마법이라서 무효화가 된 것이다. 만약 하벨보다 켄트미안의 마법 능력이 높았다면 무효화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허억, 마법이 무효화가 되었어. 이… 이건 말도 안 돼. 누구냐, 너는!”
“그건 알 필요 없고 충분하게 놀았으니 이제 그만 끝내자. 파워 워드 매직(Power word magic).”
츠으…츠츠츠츳.
눈에 보이지 않느 엄청난 기운이 공간을 순식간에 채웠다.
이것은 하벨이 8서클에 오르면서 문득 떠올라 개발한 마법으로, 이걸 쓰면 시전자의 눈이 미치는 곳의 모든 거리와 공간을 장악하는 독특한 마법이다.
그의 마법에 사방 3백 미터 정도는 그대로였지만, 그 밖의 공간은 온통 암흑이 되었다.
“으음… 이게 무슨 마법이지?”
“마스터, 압력이 엄청나 숨 쉬기가 힘듭니다.”
“후후후… 너희들은 이제 끝장이다.”
“흥, 무슨 소리! 내가 순순히 당할 것 같으냐? 체인 라이트닝.”
파지지… 푸스스스.
마스터 켄트미안이 전격계 마법을 시전했지만 그것은 미쳐 뻗어나가지도 못한 채 소멸되어버렸다.
“이…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마스터의 마법이 소멸되어버리다니…….”
“하하하하… 당연한 현상이다. 이제 나의 의지가 미치는 곳까지의 공간은 나를 제외한 자들이 시전하는 마법은 모두 디스펠 매직 마법으로 소멸되어 버리거든. 자… 이제는 내가 공격할 차례인가? 잘 가거라. 파워 워드 킬(Power word kill).”
“크아아악!”
“커억!”
울컥.
유효 거리 내에 있는 생명체를 모두 죽여 버리는 무시무시한 마법이 펼쳐지자, 마스터 켄트미안과 플라이든의 입에서 분수 같은 피가 내뿜어지면서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또한 두 눈과 귀에서까지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는 걸로 보아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회생불능으로 보였다.
두 사람은 이미 기절해 절명하기 직전이었기에 온몸에 오한이 걸린 듯 마구 떨어대었다.
“뒤처리까지 깨끗하게 해주마. 헬 파이어.”
화르르르!
지옥의 불길이 활활 타올라 두 사람 의 몸을 순식간에 태워버린 후에 소멸되었다.
“침투한 마법사들을 모두 죽였으니 이제는 내가 너희들에게 두려운 밤을 보여줄 것이다.”
슈아아아앙.
그는 밤하늘을 가로 질러 니코 자작의 본진으로 날아갔다.
평원의 곳곳에는 군막이 수천 개나 설치되어 있었으며, 스피어나 소드를 든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러나 하벨은 어두운 밤하늘 높은 곳에 떠 있었기에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후후후…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스윽.
하벨이 로브 속에서 검은 가죽으로 된 자루를 하나 꺼내 입구를 열자 머리통만 한 크기의 포탄이 스르르 빠져나와 허공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꺼낸 자루는 마법 자루로, 그 속에서 포탄이 백 개가 넘도록 계속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포탄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는 바둑판의 줄처럼 자리를 잡았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1백 개나 되는 포탄이 자리를 잡자 그것들의 5미터 위에 다시 겹치지 않고 어긋나게 떨어질 수 있도록 거리를 두고 포탄이 자리를 잡는 식으로 모두 10층으로 포탄을 잘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