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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78화 (78/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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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다크 실버문

콰콰콰쾅!

“크악, 살려줘!”

“내 팔… 아아악!”

폭발력에 휘말린 병사들은 몸이 떠올라 내팽개쳐졌고, 팔이나 다리가 떨어져 나간 병사들도 있었다.

“겁먹지 마라. 돌격하라, 돌격!”

“와아아아!”

조장들과 백부장들이 독려하자 보병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더욱 속도를 높여 달려왔다.

“발사하라! 발사!”

파파파팡!

대포가 시간차 공격으로 계속 불을 내뿜었고, 적들도 그만큼 포탄에 죽어 나갔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밀물이 밀려오듯 적들은 엄청나게 몰려왔다.

아직 적들은 3백 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기에 사정권에 든 즉시 궁병들이 서로 화살을 날릴 것이다.

“전속력으로 달려라!”

“적들이 눈앞에 있다! 뛰어라!”

“와아아아!”

이번에는 선봉군단에서 단단히 병사들에게 사기를 높였는지 크게 동요하지 않고 돌격해 오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

둥둥… 둥둥둥.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몰려오고 있는 적들의 약 80미터 정도 앞의 땅속에서 석궁과 보우에서 발사된 화살이 수백 발이나 날아왔다.

“적들이다. 조심해… 커억.”

“땅속에 스너비 놈들이 숨어 있다. 아악!”

달려오던 보병들이 화살에 맞아 우수수 쓰러졌다.

참호를 파고 그 속에 들어간 후 위를 흙으로 잘 덮어 위장한 복병은 너무나 뜻밖의 기습공격이었다. 적 보병들의 피해가 엄청났지만 워낙 많아서 표시가 잘 나지 않을 정도였다.

“땅속에 놈들이 숨어 있다! 모두 죽여라!”

“다 죽여라!”

흥분한 적들이 30미터 앞에까지 도달하자 기습이 성공하고, 노출이 된 스너비 보병들은 신속하게 기어나와 대방패를 서로 붙이면서 화살촉 대형을 이루었다.

방패병의 뒤에는 창을 든 보병과 석궁병이나 보우병들이 있었으며, 검을 든 병사가 이들의 조장으로 5인 1조였다.

콰쾅, 채채챙!

달려온 적들의 선두 보병들이 검으로 내려쳤지만 튼튼한 대방패가 가로막고 있어서 공격이 용이하지 못했다.

푸푸푹.

“크악!”

“아아악!”

방패 사이로 창날이 튀어나와 적들을 찔러 쓰러뜨렸다. 게다가 밀집된 대형이라 쉽게 뚫리지 않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대형안에 있던 병사들이 수류탄을 꺼내들고는 던졌다.

콰콰콰쾅!

수류탄이 터지면서 적들이 수십 명씩 쓰러졌다.

“스너비 놈들이 이상한 것을 던진다! 조심해!”

조장들의 경고성에도 불구하고 쓰러지는 자들이 속출했다.

화살촉 대형이 천천히 뒤로 물러서고 있었으며, 스너비 왕국군이 진군을 한 상황이기에 그들은 곧 합해졌다.

월등하게 병력수가 많은 적 선봉군단이었지만 막강한 신무기로 무장한 스너비 왕국군의 기세는 두려울 정도였다.

또한 보병 개개인의 훈련도 스너비 측이 우수했다.

선봉군단이 승기를 잡지 못하자 드디어 마법사들이 나섰다.

“파이어 볼.”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버스트.”

슈아아앙, 화르르르!

“으아악!”

“크악!”

“크으… 불 좀 꺼줘… 아악!”

적 선봉군단 측에 있던 마법사 3명이 방패병들의 엄호를 받으면서 마음껏 공격마법을 퍼붓기 시작했다.

화염계 마법에 맞은 병사는 몸에 불이 붙어서 타죽기 때문에 가장 병사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마법이었고, 효과가 있었다.

“후퇴하라, 후퇴!”

둥둥둥둥둥.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스너비 왕국군이 뒷걸음질 치면서 후퇴했다. 조금 더 시간을 끌다가는 포위가 되어 전멸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후퇴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던 대포도 포탄이 바닥나 철수를 시작했다.

“하하… 군단장님, 스너비 놈들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음… 대단한 놈들이었어.”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오늘 전투에서는 승리했습니다.”

“함정이 있을지 모른다. 후퇴하는 놈들을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하게 해라.”

“더 이상 추격하지 마라!”

뿌우우우!

부관은 고동을 불어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하게 했다.

스너비측은 2천2백 명 정도의 피해를 입었고, 적들은 9천 명이나 큰 피해를 입었지만 전투에는 일단 승리한 셈이었다.

“서둘러 전열을 정비하라.”

“전열을 정비하라. 곧 진군할 것이다. 서둘러라.”

“서둘러라! 서둘러!”

조장들과 백부장들의 독려로 서둘러 전열을 정비한 선봉군단은 다시 진군을 시작했다.

얼마 후 포에니군은 제논성이 보이는 곳까지 진군했는데 약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군단장님, 드디어 제논성이 보입니다.”

“그렇구나. 오벨리 남작은 실패했지만 난 이곳까지 왔다.”

“그렇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다. 즉시 본진에 이 소식을 전하라.”

“예, 군단장님.”

얼마 후 니코 자작의 본진이 선봉군단과 조우했다.

니코 자작은 제논성을 직접 보기 위해 참모인 코파쵸 남작과 천호장군과 만호대장군들을 데리고 제논성이 보이는 곳으로 나왔다.

“음… 저 성이 제논성인가.”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척 보기에도 성벽이 튼튼해 보이는군.”

“대대적인 인력을 동원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 정도의 성을 축조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들었겠어.”

“하벨 국왕의 능력이 얼마만큼 대단한지 저 제논성을 보면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비록 적의 국왕이지만 그 능력만큼은 인정해줘야겠군. 대단해.”

“제논성을 보고 계셨습니까?”

니코 자작의 등 뒤에서 말소리가 들리자 그가 고개를 돌렸다. 마스터 켄트미안과 열 명의 마법사들이 다가와 있었다.

“아… 어서 오시오, 마스터 켄트미안.”

“성이 무척 견고하게 보입니다.”

“이번 공격에는 마스터 켄트미안께서도 나서주셔야겠소.”

“알겠습니다. 당연히 이번에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20도 정도의 경사가 진 오르막의 제논성이라 보병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마스터 켄트미안의 질문에 코파쵸 참모가 대답했다.

“그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방패병들을 대거 이용하고, 마법사들의 집중적인 공격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그것만으로 되겠습니까?”

“30미터 높이의 타워도 10기를 동원할 겁니다.”

“아… 궁병과 보병들을 가득 승차할 수 있다는 그 타워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타위 한 기당 5백 명이 승차할 수 있으니 모두 5천입니다.”

“그 무게가 엄청날 텐데 그걸 어떻게 이동하려고 합니까?”

“타워 한 기당 거인족인 켄달족 60명과 빅카우 30마리를 동원하면 가능합니다.”

“켄달족이라면 일반보병 열 명의 힘과 맞먹는다는 그 거인족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또한 빅카우는 보통의 소보다 몸집이 다섯 배나 큰 놈들이니 만치 그 힘도 상상 이상으로 셉니다.”

“그 정도의 준비라면 해볼 만하군요. 사령관님, 공격은 언제쯤 시작할 겁니까?”

“일단 지친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고, 식사를 한 후에 늦은 밤을 틈타 제논성을 공격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들도 식사부터 하겠습니다.”

“나와 장군들도 식사를 해야 하니 같이 합시다.”

“그래도 될까요?”

“당연히 되지요. 갑시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하하하… 그까짓 걸 가지고 신세라니요. 자, 어서 갑시다.”

포에니 왕국군은 서둘러 군막을 설치하고 식사를 준비하느라 연기가 곳곳에서 피어올랐다. 제논성의 성루에 올라 포에니 왕국군을 내려다보던 하벨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후후… 놈들이 식사준비를 하는군. 든든하게 먹고 휴식을 취한 뒤 밤에 공격하겠다는 작전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국왕폐하.”

첼리쉬 시장이 하벨 옆에 서서 대답하자 하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의 의도대로 움직여서는 안 되겠지? 놈들에게 대포의 뜨거운 맛을 보여줘라.”

“놈들이 방심하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을 테니 볼 만하겠습니다.”

깃발을 든 병사가 신호를 보내자 대기하고 있던 포병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파파파파팡!

기다리고 있던 대포가 일제히 불을 내뿜었다.

갑자기 일어난 굉음에 니코 자작과 장군들은 깜짝 놀라며 제논성을 바라보았다. 순간 허공에 긴 포물선을 그리면서 포탄이 날아와 떨어졌다.

콰콰콰콰쾅!

“크악,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으아악!”

“내 팔… 아아악!”

식사준비를 하느라 방심하고 있었던 포에니 왕국군에게 포탄이라는 날벼락이 떨어졌고, 포탄이 폭발한 곳은 아비지옥이 되어 버렸다.

“허억, 저게 그건가?”

“그…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허억, 저것이 이곳으로 날아옵니다! 피하십시오!”

“이… 이런, 늦었어!”

포탄이 니코 자작 쪽으로도 날아오자 모두들 깜짝 놀라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때 마스터 켄트미안의 외침이 터졌다.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파지지직, 콰쾅!

포탄이 체인 라이트닝에 맞아 허공에서 폭발했다. 하지만 파편이 날아왔고, 그는 또다시 마법을 영창했다.

“에어 실드(Air shield).”

티티팅, 후두두둑.

압축된 공기의 거대한 방패가 형성되어 그 파편을 모두 막아내었다.

“일단 자리를 피해야겠습니다.”

“고… 고맙소이다, 마스터 켄트미안.”

“자, 서둘러야 합니다. 가시죠.”

“내 병사들이 저렇게 죽어 나가다니… 코파쵸, 후퇴명령을 내려라.”

“예, 사령관님. 후퇴의 고동소리를 불어라!”

뿌우우우…우우.

후퇴의 고동소리가 울리기 전부터 병사들은 포탄을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3백 문이나 되는 대포가 시간차 공격으로 집중포격을 실시했기에 포에니 왕국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대략 2만 명이 넘었으며, 그들은 정신없이 후퇴했다.

제논성의 스너비 왕국군은 단 한 명의 피해 없이 이렇게 막대한 전공을 올릴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대포라는 막강한 무기의 덕분이었다.

“와아아아!”

“적들이 도망친다, 도망쳐.”

“도망치는 저 꼴 좀 봐라.”

대포에 아주 혼이 난 니코 자작과 병사들은 멀리 후퇴한 뒤에 다시 군막을 설치한다고 난리였다.

니코 자작은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공포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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