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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다크 실버문
채채챙, 퍼억… 콰지직.
“크아아악!”
기병들을 향해 보병들이 최선을 다해 공격을 했지만 역시나 보병들이 기병들을 이기기는 무리였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15분도 안 되어서 포에니의 보병들이 전멸해버렸다.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건 온통 포에니 왕국의 보병들이었다.
“으으… 이놈들, 죽여 버리겠어! 남작님, 중장기병들을 내보내야 합니다!”
“으음… 내가 너무 신중했구나. 부관의 말이 맞다. 즉시 중장기병들은 출병하라.”
“중장기병들은 즉시 나와 대형을 이루어라. 서둘러라!”
중장기병들은 앞에 차례대로 대형을 이루느라 부산했고, 곧 열을 맞춘 대형이 이루어졌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드디어 돌격명령의 고동소리가 울렸다.
뿌우우… 뿌우!
보병들이 당한 모습을 본 중장기병들은 분노에 치를 떨면서 이번에야 말로 적기병들에게 포에니 왕국의 중장기병의 무서움을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결심하며 달려 나갔다.
두두두두!
기병들보다 훨씬 무거운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하고, 말들까지 금속 갑옷을 입혔기에 그 돌파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이들이 중장기병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일제히 앞으로 달려 나가자 그 중압감은 엄청났다.
“하하하! 적들이 우리의 작전에 걸려들었다. 신호를 보내라!”
“예, 알겠습니다. 깃발병은 즉시 신호를 보내라. 어서!”
“옛, 알겠습니다!”
스너비 왕국군 측의 깃발병은 양손에 붉은색과 흰색의 깃발을 들고 있었는데 그가 특이한 동작으로 깃발을 흔들어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기병들의 백 미터 정도 뒤쪽에서 천지가 들썩거리는 듯한 엄청난 포성이 시간차 공격으로 터졌다.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포탄이 적들의 진영과 앞에서 달려 나오던 중장기병들에게 떨어져 폭발했다.
콰콰콰쾅!
“으악!”
“커억!”
“살려줘…….”
이히힝!
털썩.
여기저기에서 흙덩이가 튀어오르고 말울음 소리와 팔이나 다리가 날아간 병사들의 참혹한 고통 가운데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소리가 뒤섞였다. 화약 냄새와 연기가 자욱했다.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에 스너비 왕국군도 놀랐지만 더욱 충격을 받은 건 역시나 포에니 왕국군들이었다.
선두에 서 있던 병사들은 벌어진 입에서 침이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
스너비 왕국군은 대포를 보이지 않게 위장해놓고 명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드디어 공격명령이 떨어져 대포의 위력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쏴라, 쏴!”
파파파파팡!
또다시 대포의 포신이 불을 내뿜었다. 굉음을 터뜨리면서 적들에게 포탄이 날아가자 공포에 질린 포에니군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으아… 또 날아온다. 피해라!”
그러나 포탄이 피할 틈도 없이 여기저기에서 터지면서 또다시 지옥을 만들어냈다. 상상조차 못한 잔혹한 공격에 부대장들과 조장들은 수하 병사들을 통제할 수조차 없었다.
“이때다! 공격하라, 공격!”
“와아아아!”
스너비의 중장기병들과 기병들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포에니 왕국군은 멍한 상태에서 갑자기 공격해오는 것을 보고는 겁을 집어먹었다.
또한 대포의 공격이 계속 날아오는 것에 기세가 꺾여 도저히 승산이 없다 판단한 선봉대장인 오벨리 남작이 중얼거렸다.
“이… 이거였어. 스너비 놈들이 이걸 노렸던 거였어.”
“남작님, 이대로는 안 됩니다. 병사들에게 후퇴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어서요!”
“크으… 후퇴하라, 후퇴!”
뿌우우우!
후퇴명령을 뜻하는 고동소리가 전장에 길게 울려 퍼지자 이제는 살았다는 얼굴이 된 포에니 왕국군은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수가 무려 2만이나 되는 병력이었다.
중장기병들과 기병들이 순식간에 몰려와 겁에 질린 포에니 왕국군을 마음껏 유린했고, 적들은 병력의 절반이 넘는 수를 잃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채 실개천을 넘어 도망쳤다.
“와아아아!”
“우와… 이겼다. 우리가 이겼어!”
“우하하! 적들이 도망치는 꼴을 봐라.”
여기저기에서 승리의 함성을 터졌고, 스너비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렇게 첫날의 전투는 스너비 왕국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2만의 선봉부대가 당당하게 진격한 지 불과 한나절 만에 대패하여 낭패한 모습으로 되돌아온 오벨리 남작을 본 니코 자작은 불같이 화를 냈다.
양쪽에 앉아 있던 10여 명의 지휘관들도 침통한 표정들이다.
손으로 테이블을 내리친 본진의 사령관인 니코 자작은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느라 기를 쓰다가 곧 잠잠해졌다.
“오벨리 남작, 어떻게 이런 결과가 있을 수 있나? 말해봐.”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죄송하다는 소리나 듣자는 게 아냐,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었나를 알고 싶을 뿐이다.”
“상세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오벨리 남작은 니코 자작과 지휘관들에게 전투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설명은 직접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그저 허황된 이야기일 뿐이었다.
니코 자작의 참모인 코파쵸 남작이 한마디 하고 나섰다.
“마법사도 아닌데 그런 엄청난 위력을 보인단 말이오.”
“그렇소이다. 아마 스너비 왕국에서 개발한 신무기라 생각하는데 앞으로의 전투가 걱정입니다.”
“으음… 굉음을 내면서 엄청난 위력을 보이는 무기라…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 무기를 파괴해야만 승산이 있다는 소린데… 마스터 켄트미안에게 부탁해야겠군.”
“좋은 의견이십니다. 그분과 마법사들이 나서준다면 전세는 우리에게 아주 유리할 겁니다.”
“사령관님, 이번에는 아예 총돌격을 해서 제논성까지 돌격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크흠… 하긴 우리의 병력이 월등하게 많은 상황인데 인해전술을 펼쳐보는 것도 좋겠군. 좋다, 그렇게 하세.”
뿌우우!
고동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병사들이 각자의 부대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병들은 각자의 부대로 신속하게 모여라. 서둘러라.”
부대장들의 독려로 병사들은 각자 무기를 들고 부대로 모여들었다.
“선봉군단의 보병들부터 진군을 시작하라.”
“진군하라!”
뿌우우… 뿌우.
고동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지면서 5만 선봉군단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선봉을 맡은 귀족은 케로스 남작이었다.
그는 사십대 중반으로 은색 머리카락에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날카롭게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도 성격이 과격하다 알려진 인물이다. 그에 반해 그의 부관인 안도스 준남작은 삼십대 초반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가졌다.
이들의 옆에는 흰 로브를 입은 마법사 3명이 말을 타고 있었다.
얼마 후 포에니 왕국군의 사체가 널브러진 격전지가 나왔다.
“군단장님, 주위에 온통 죽은 병사들의 시신이 가득합니다.”
“음… 시신을 수습해야겠는 데 얼마나 걸리겠나?”
“보병들을 동원한다면 30분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음… 이대로 방치한 모습을 병사들이 보면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즉시 수습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제7보병대는 앞으로 나와 시신을 한곳에 수습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제7보병대의 5천 명이 무기를 동료들에게 맡기고는 앞으로 튀어나와서는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수레를 가져와 실어라.”
“시간이 없다. 빨리 서둘러라.”
빈 짐수레까지 동원되어 시신을 싣고 치웠지만 1만이 넘는 시신이 흩어져 있었기에 한참이 걸렸다.
시간이 제법 지체가 되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안도스 준남작이 말문을 열었다.
“군단장님, 시간이 조금 지체 되었지만 곧 끝날 겁니다. 놈들이 우리를 보고는 겁을 집어먹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놈들이 겁을? 아냐, 또 무슨 짓을 벌이는지 모르니 조심해야 돼.”
“여긴 평지이기에 허튼짓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슨 소리, 오벨리 남작이 선봉군을 맡아 방심하다가 당했다 하지 않던가. 기병 3백을 척후대로 써야겠다. 즉시 출병시켜라.”
“알겠습니다. 제17기병대는 앞으로 나가라.”
“옛, 제17기병대는 나를 따르라!”
두두두두.
3백 기의 기병대가 앞으로 나와 달려갔다.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달려 나가자 지평선 끝에 도열해 있는 스너비 왕국군이 보였다. 그들은 이미 모든 편제를 이루고 있었는데 약 5천 명 정도 되었다.
“멈춰라. 워워.”
달리던 제17기병대가 대장의 명에 의해 속도를 줄이면서 멈추었다. 스너비 왕국군들과는 약 8백 미터 정도의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쿵쿵쿵쿵, 척척척척.
케로스 남작의 선봉군단 보병들이 일제히 박자를 맞추면서 발을 굴리자 엄청난 위압감이 흘러나왔다. 제17기병대가 있는 곳까지 도착한 선봉군단은 제자리에 멈추어 섰다.
“이제 곧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각 부대별로 전투대형으로 편제를 맞추어라.”
“편제를 맞춘다! 서둘러라!”
선봉군단의 보병들은 크게 1천 명 단위로 이루어졌는데, 옆으로 1백 명이 서고, 뒤로는 10열로 이루어진 형태였다.
맨 앞의 대열은 대방패병이 서고 그 뒤를 금속흉갑을 입고 창이나 칼을 든 중장갑 보병들이 섰다. 세 번째 열은 가죽갑옷을 입은 궁병들이 섰으며, 그 뒤에는 다시 방패병이 섰고, 다섯 번째 열이 전쟁경험이 있는 고참병들이 섰다.
여섯 번째 열부터 열 번째 열까지는 앞열의 반복으로 편제되어 있었다.
그런 1천 명 단위의 편제가 옆으로 다섯 개였고, 뒤로는 열 줄이었는데 주로 축면쪽에 기병들이나 중장기병들이 배치되었다.
직사각형 형태로 이루어진 부대가 50개나 되어 마치 바둑판처럼 넓은 평원에서 장관을 연출했다.
이런 5만의 선봉군단의 뒤쪽으로는 각종 보급부대 1만이 별도로 편성되어 대기해 있었다. 선봉군단과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본진 10만이 뒤를 받쳐주는 것이었다.
“진군의 고동을 울려라.”
“진군하라, 진군!”
뿌우우우우!
고동소리가 길게 전장에 울려 퍼지자 드디어 선봉군단의 맨 앞에 있던 부대가 진군을 시작했다.
스너비 왕국군의 선봉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네루슨이 맡았다. 부관도 유릭스였다.
선두의 열에는 대방패병이 서고, 그 뒤엔 가죽갑옷을 입고 칼이나 창을 든 보병들이 섰다. 그 뒤로 궁병들이 서고, 마지막 열이 전투경험이 풍부한 고참병들로 롱소드나 바스타드 소드를 쥐고 작은 둥근 손방패를 착용했다.
스너비 측은 적들의 편제와는 다르게 길게 횡대 대형으로 섰는데 양쪽측면에는 기병과 중장기병들이 배치되었다.
이들과 약 50미터 정도 뒤쪽으로는 대포가 배치되어 있었다.
포병과 조장을 비롯해 대장까지 포함해 320명이나 되었다. 대포 1문에 5명씩으로 5인 1조로 모두 50조로 강력한 화력을 보유했다.
또한 대포를 신속하게 설치하거나 이동시키기 위해 양쪽에 바퀴가 달려 있어서 말이 끌고 가기 쉽도록 되어 있었다.
“유릭스 부관, 대포를 발사하라.”
“대포를 발사하라!”
파파파파팡!
깃발신호가 떨어지자 기다리고 있던 대포가 불을 내뿜었다.
허공에 긴 포물선을 그리면서 포탄이 적 진영에 떨어져 굉음을 내면서 폭발했다.
============================ 작품 후기 ============================
*그동안 행운을 사랑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후 자정부터는 1일 1회 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