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 Luck-76화 (76/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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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다크 실버문

“그렇사옵니다, 폐하. 어찌해야 하옵니까?”

“으음…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군. 즉시 선발대로 2만의 병력을 파병할 테니 자네는 병사들이 먹을 군량을 충분하게 준비해둬.”

“예, 폐하.”

“일단 선발대를 파병하고 나서 추가적으로 대대적인 병력을 끌어 모아서 이동시키는 데 한 달 정도는 걸릴 테고, 병사들에게 충분하게 휴식을 취한 후 공격준비를 끝마쳐야 할 테니 한 달 반이나 두 달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겠어.”

“잘 알겠사옵니다, 폐하. 저는 그동안 첩자들을 다그쳐 좀 더 제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사옵니다.”

“스너비 놈들은 말이야. 날이 가면 갈수록 강성해지는 놈들이니 초반에 확실하게 잡아 놓아야 우리가 안심이 돼.”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놈들이 혹시라도 기습공격을 할지 모르니까 대비를 잘해야 할 거야.”

“폐하, 염려 마시옵소서.”

“선발대와 본진이 도착할 때까지는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돼.”

“명심하겠사옵니다, 폐하.”

스스슷.

수정구에서 포에니 국왕의 모습이 사라지고서야 니코 자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니코 자작의 곁으로 마스터 켄트미안이 다가왔다.

“한바탕 피바람이 불겠군요.”

“통신을 들어서 알겠지만 스너비 놈들의 저력이 두렵소.”

“하지만 우리가 선제공격을 한다면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어쩌면 놈들도 우리를 주시하고 있을 텐데 기습이 어디 쉽겠소?”

“선발대와 본진이 도착하면 우리 마법사들이 먼저 제논에 침투해 선방을 해보겠습니다.”

“오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훨씬 유리하겠지요.”

“자작님께서 우리 마법사들에게 지원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 정도야 못해 드리겠습니까?”

“하하하… 마스터 켄트미안, 정말 고맙소이다.”

니코 자작은 10명의 4서클 마법사들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으며, 특히 마법사들의 마스터 켄트미안은 6서클에 올라 있는 마법사이기에 이번 전투에서 그의 활약이 어떠할지가 눈에 선했다.

‘흐흐흐… 마스터 켄트미안이 파이어 볼 한방만 날려도 제논 놈들은 깜짝 놀랄 거야.’

한편, 제논은 외성 밖에서 매일같이 사단과 기병대 별로 군사훈련을 혹독하게 하고 있었으며, 또한 땅을 파서 참호도 곳곳에 파두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중요 거점마다 목책을 세우고, 기병들이 돌격해 오지 못하도록 구덩이도 파고, 쇠로 주조한 끝이 뾰족한 암기들도 만들어서는 곳곳에 뿌렸다.

이렇게 하면 기병들의 말발굽에 암기가 찔려 말의 속도가 떨어진다.

그렇게 제논성은 완벽하게 방어시설을 갖추었으며, 전쟁에 필요한 군량과 무기까지 모든 것이 준비가 되어 전쟁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벨은 제논의 외성과 내성을 직접 살펴보면서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다녔다.

“첼리쉬 시장.”

“예, 국왕폐하.”

“가까운 시일에 적들이 쳐들어 올 텐데 모든 준비가 나름대로는 완벽하게 끝났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있어.”

“말씀만 해주십시오. 즉시 시정하겠사옵니다.”

“전투가 일어나면 적들의 첩자나 잠입한 놈들이 제일 먼저 노리는 곳이 무기고와 군량창고인데, 어떤 조치를 해두었나?”

“각 무기고와 군량창고에는 1백 명의 무장한 병력이 항시 주둔해서 철통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흡하다는 거야.”

“…….”

“대부분 무기고와 군량창고는 목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불에 아주 취약해. 그걸 보완하기 위해서는 일단 무장한 군사를 배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1백 명으로는 부족하니까 5백 명으로 늘려 주위를 경계하도록 해. 또한 그밖에도 불이 붙지 않도록 철판을 창고 외벽과 천장에도 설치해야 하고, 겉에도 진흙을 발라 불이 붙지 않도록 해야 해.”

그러자 시장은 감탄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아… 기발한 계책이시옵니다.”

“또한 무기고나 군량창고 옆에는 거대한 수조와 모래를 담아놓을 통을 준비해둬. 그럼 안전할 거야."

“예, 당장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외성 안의 주거지와 상업지역에도 5백 명으로 이루어진 무장한 기병 5천을 10개조로 나누어 순찰하면서 수상한 자들이 있는지 살펴봐.”

“예, 국왕폐하.”

“내성에도 기병들이나 보병들로 이루어진 조를 만들어 순찰을 강화하도록 해서 첩자들이 함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거야.”

“정말 철저하시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제논에서 살고 있는 20만의 시민들에게도 무기를 지급해 예비병으로서 대기시키도록.”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사옵니까?”

“무슨 소리. 병사들이 전투에서 밀리게 되면 즉시 투입해야 할 예비병들인데 당연히 동원해야지. 오늘부터 제논은 전시체제로 들어갈 테니 그리 알게.”

“알겠사옵니다, 국왕폐하.”

하벨의 명을 실행하기 위해 첼리쉬 시장은 직접 움직였다.

인력을 최대한으로 동원하여 무기고와 군량창고에 철판을 보강하고 겉에는 진흙을 발랐다. 또한 수조와 모래를 담은 통을 창고 옆에다가 설치했다.

병력도 5백 명씩 배치해 철통같이 경계했으며, 무장한 기병들을 동원하여 순찰을 돌도록 만들었다.

급격하게 상황이 변하면서 모든 것들이 빠르게 이루어지자 제논에 파견된 첩자들은 당황했다.

제논성 밖으로는 이제 일체 나갈 수가 없게 된 데다가 마력자기장을 설치했기에 마법통신도 일체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국왕이 직접 외성의 벽에다가 대방어마법진을 설치했기에 6클래스 공격마법까지는 방어가 가능했다.

대륙에 9명만 있다는 7서클 대마법사나 대륙에 3곳만 있다는 마법사의 탑주인 8서클의 마스터 대마법사들이 아니고선 성벽을 마법의 물리력으로 무너뜨리기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시간은 흘러 니코 자작령에는 이미 선발대 2만과 본진 5만이 도착했으며, 중장기병 3천 명에 기병 9천. 보병 2만3천 명으로 총병력 3만5천 명이나 되는 국경수비대까지 가세했다.

이 모든 병력을 종합하면 10만이 넘는 대병인데, 그것도 부족했는지 이번 전쟁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 니코 자작은 두 달 전부터 영지민들을 5만 명이나 강제징집하여 기본적인 군사훈련을 시켰기에 15만이 넘는 대병이 되었다.

또한 보급품을 운반시키는 일에 필요한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서 노인들을 동원해 짐수레를 몰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부녀자들까지 병사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에 동원했다.

이런 일련의 일들만 보아도 이번 전쟁에 니코 자작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었다.

“으음… 전쟁이 임박한 가운데 어떻게 된 일인지 첩자들로부터 열흘이 지나도록 보고가 들어오지 않는군.”

니코 자작이 말을 타고 직접 병영을 순시하면서 중얼거리자 옆에서 따라 움직이던 참모 코파쵸가 한마디 하고 나섰다.

“영주님, 내일이면 대병이 움직이는데 첩자들로부터 보고가 없으면 어떻습니까?”

“크흠… 하긴 열흘 동안에 무슨 큰일이야 있겠어.”

“흐흐… 이번 전쟁으로 영주님께서는 국왕폐하로부터 더욱 큰 신임을 받으시겠습니다.”

“그게 나만 좋자고 하는 일인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만 하게 되면 국왕폐하로부터 큰 신임을 받겠지만 난 그보다는 말이야. 제논을 나의 영지로 편입한다는 게 더욱 마음에 들어.”

“아… 그렇군요. 저도 6개월 전에 상단을 이끌고 제논에 한번 들어가 보았는데 한창 공사 중인데도 불구하고 왕국의 수도와 비교해도 결코 못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지금은 더욱 발전되어 있을 겁니다.”

“그래, 비록 전쟁 때문에 일부가 파괴되겠지만 그 정도는 금방 복구할 수 있어.”

“저기 병사들의 용맹한 모습을 보십시오. 이번 전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으핫핫핫… 그래. 적들은 겨우 5만 정도이지만 우리는 그 3배인 15만이야. 무조건 승리할 수밖에 없어. 안 그래?”

“그렇습니다, 영주님.”

전쟁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승리감에 젖은 두 사람이었다.

새벽이 지나 어둠이 물러가고 해가 떠올랐다.

전쟁의 날이 밝은 것이다.

뿌우우… 뿌우!

고동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편제를 이룬 포에니 왕국 선봉부대 2만의 진군이 시작되었다.

깃대를 움켜쥔 기병들과 부대별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가운데 열을 맞춘 병사들의 진군은 그 모습만으로도 사기가 충만했다.

병사들이 평지를 5백 미터 정도 진군하자 실질적인 왕국경계가 되는 깊이 5, 60센티미터의 실개천이 나왔다.

그것을 지나 포에니 왕국군이 국경을 넘어서자 자갈과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이 시작되었다.

제논성까지는 2킬로미터 정도를 더 가야 하며, 전방 1킬로미터 앞에는 스너비 왕국군의 선봉부대 중 1열에는 중장기병 5백 명이 2열에는 기병 1천 명까지 해서 모두 1천5백 명이 도열해 있었다.

포에니 왕국군의 선봉을 맡은 자는 오벨리 남작이었다.

그는 스너비 왕국군을 쳐다보고는 중얼거렸다.

“하하하… 저 정도로 우리를 막을 수 있을까?”

“남작님, 적들은 2천 명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우리 중장기병 3천 명을 동원해서 단번에 박살내 버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수하의 제의에 그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음… 놈들도 우리의 병력이 얼마나 된다는 것 정도는 알 텐데도 저렇게 동원하는 걸로 보아서는 우리가 모르는 작전이 있을지 모른다. 조심하는 게 좋아.”

“여긴 평지인데 놈들이 무슨 작전을 펼치겠습니까?”

“아니야, 느낌이 좋지 않아. 일단 보병 1천을 내보내라.”

“예? 보병들로는 적 기병들의 제물만 될 뿐입니다.”

“나도 알아. 하지만 생각해봐. 우리가 적들을 보면 자네의 말처럼 중장기병을 투입한다는 걸 놈들도 예상할 텐데 그걸 대비하지 않았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

“음… 듣고 보니 정말 이상하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보병을 보내 상황을 살펴본 뒤에 작전을 펼치겠다는 거야.”

“예, 남작님. 보병 중 1천 명을 먼저 내보내라!”

뿌우우!

고동소리가 울려 퍼지자 스피어에 대방패를 든 보병과 롱소드나 바스타드 소드를 손에 쥔 보병들이 앞으로 나와서는 열을 맞추면서 진군을 시작했다.

“와아아아!”

보병들은 당당하게 진군했으며, 그것을 바라보던 스너비 왕국군 측의 선봉대장의 부관인 유릭스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선봉대장인 네루슨을 쳐다보았다.

“으음… 대장님, 놈들이 우리의 작전을 눈치챈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군. 쳇… 어쩔 수 없지. 일단은 기병들을 동원해 적 보병들을 죽인 후 되돌아올 수밖에 없겠군. 일단 제2기병대를 먼저 앞에 세워라.”

“예, 알겠습니다. 제2기병대는 앞으로 나서라! 어서!”

둥둥둥…둥둥.

전장에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제2기병대 5백 기가 앞으로 튀어 나오더니 달릴 준비를 했다.

적의 보병들이 6백 미터 정도까지 접근했지만 스너비 왕국군 측에서는 움직임이 없었다.

그리고 5백 미터를 넘어 350미터 정도까지 적보병들이 접근하자 드디어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둥둥둥둥!

경쾌한 북소리가 울리자 공격명령만 기다리고 있던 기병들이 고삐를 잡아 당겼고, 말들은 땅을 박차고 힘차게 튀어 나갔다.

두두두두!

말발굽이 힘차게 땅을 찍으면서 달리자 지축이 흔들거렸으며, 흙덩이가 튀어 올라 사방으로 흩어지며 흙먼지도 자욱하게 일어났다.

적의 보병들이 열을 맞추면서 진격해 왔지만 정작 스너비 왕국의 기병들이 힘차게 달려 나오자 순간 주춤 거리면서 겁을 집어 먹었다. 하지만 곧 부대장들의 독려에 용기를 내었다.

“적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돌격하라! 돌격!”

“와아아아!”

힘찬 함성을 지르면서 열을 맞추면서 진격하던 보병들이 일시에 모두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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