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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66화 (66/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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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다크 실버문

중도파의 수장인 포에니 공작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으음… 명분에서는 2왕자인 도이란이 앞서는군. 아무래도 3왕자인 브린츠 왕자는 명분과 세력에서도 확연하게 아직은 밀리는구나.’

국왕파와 귀족파는 중도파의 포에니 공작을 쳐다보았다.

중도파가 어디에 붙는가에 따라 왕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였기에 물밑 접촉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아직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그 즈음 비밀리에 헤스페 공작은 중도파의 수장인 포에니 공작과의 만남을 가졌다.

“헤스페 공작, 날 왜 만나자는 것이오?”

“흠… 포에니 공작,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도이란 2왕자님을 국왕으로 추대하는 데 힘을 좀 빌려주시오.”

“글쎄요. 어디를 밀어주어야 할지…….”

“도이란 2왕자님이 명분이나 순위에서도 위이니 당연히 왕위에 올라야 하오.”

“그건 그렇지만 국왕폐하와 왕세자께서 한꺼번에 돌아가신 상황이기에 선뜻 판단할 수 없구려.”

“음… 그럼 공왕이 되는 것은 어떻소?”

“공왕?”

“그렇소이다. 도이란 2왕자님을 왕위에 오르게 해주면 포에니 공작령을 공왕령으로 만들어주겠소. 또한 국왕파를 밀어내고 그 귀족들의 영지 절반도 함께 주면 어떻소?”

“으음… 공왕이라… 정말 매력적인 제안이구려. 좋소이다. 중도파는 오늘부터 귀족파를 돕겠소.”

“하하하… 고맙소, 포에니 공작. 아니, 이제는 포에니 공왕이구려.”

두 사람은 손을 내밀어 악수하고는 헤어졌다.

마차를 타고 저택으로 돌아오던 포에니 공작은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으음… 내가 공왕이 된단 말이지? 허허허… 정말  멋진 제안이야.”

스너비 영지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상인들의 움직임이 아주 활발해져 있었다. 동시에 각종 무기와 군량이 각 창고 안에 가득 채워졌다.

영주인 하벨 백작이 공고를 내려 평소보다 두 배나 비싼 가격으로 계산해주었기에 상인들은 좋은 기회라면서 난리였다.

그러다보니 스너비 영지로 다른 물품을 싣고 오던 상단에서도 각종 무기와 군량들을 짐수레에 가득 싣고 들어왔다.

또한 스너비 영지의 군부대와 신병훈련소에서는 연일 혹독한 지옥훈련에 계속되고 있었다.

하벨은 스너비 영지와 영지전에서 획득한 포이던 영지까지 돌아보면서 병사들의 배치상태를 점검하고 적들의 침입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폈다.

클로버 기사단이 호위하는 가운데 하벨의 마차가 포이던 영지에서 스너비 영지 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마차 안에는 하벨을 비롯해 조르단 행정관과 빈센트 집사가 타고 있었다.

“조르단 행정관, 병사들의 무기와 군량은 충분하게 확보하고 있는가?”

“예, 영주님. 병사들이 1년을 먹을 수 있는 군량과 무기가 확보되어 있습니다.”

“그럼 영지민들이 먹을 식량은 얼마나 되나?”

“지금 확보한 양만으로도 2년은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얼마 후면 왕국에 큰일이 생길 테니 최대한으로 병사들이 먹을 군량과 영지민들의 식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명심하겠습니다, 영주님.”

“빈센트 집사, 신무기인 대포와 포탄, 수류탄의 제조 상태는 어떠한가?”

“스너비 군수공장에서 최대한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럼 1군단과 2군단의 부대들 중에서 특히 다른 영지와의 경계 마을에 주둔 중인 부대에 제일 먼저 대포와 포탄, 수류탄을 지급해 배치를 시키도록.”

“예, 영주님!”

“내일부터 스너비와 포이던 영지에 비상사태를 돌입한다. 적들이 우리 영지를 공격해온다는 가정을 하고 그에 맞게 대처를 해야 할 거야.”

“저희들이 잘 알아서 실수 없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비린 왕국의 왕궁에서는 국왕과 왕세자의 장례도 치러지기도 전에 귀족파와 중도파가 연합해 국왕파를 공격했다.

클라이스 백작의 수도방위군 4만과 한창 훈련 중이던 신병 3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헤스페 공작과 포에니 공작은 수도방위사령관인 클라이스 백작에게 병력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경고했다. 그들이 수도방위군이 움직이면 반역이라고 말했기에 클라이스 백작은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고, 신병들에게도 두 공작의 경고성 서신이 보내졌기에 어쩔 수 없이 대기해야만 했다.

그렇게 국왕파는 너무나 어이없게 허물어졌다.

브린츠 3왕자는 수하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몸을 피할 수 있었으며, 즉시 베다 후작의 저택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두 시간 후 그곳에도 무장한 병사들이 밀어닥쳤다.

국왕의 장인이며 국왕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베다 후작의 저택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비명이 터져 나왔다.

베다 후작의 저택을 지키는 사병들도 5백 명이나 되었지만 지금 공격하고 있는 무장한 병사들은 만 명이 넘었다.

“후작각하, 놈들의 병력이 너무 많습니다!”

“막을 수 있는 데까지 막아야 한다! 막아라!”

“베다 후작이 저기에 있다! 잡아라!”

베다 후작을 잡는 병사에게는 1천 골드의 포상금을 준다고 선포했기에 병사들의 눈에는 탐욕이 넘쳤다.

“왕자님, 몸을 피하셔야겠습니다.”

“아, 어디로 가야 할까요?”

“스너비 영지의 하벨 백작에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손을 쓸 수조차 없는 병력 차이였기에 베다 후작과 브린츠 3왕자는 불타는 저택을 뒤로하고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두두두두!

완만하게 경사가 진 구릉을 화려한 귀족마차 한 대와 무장한 기사 80여 명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다급한 그들의 움직임에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귀족의 행차 같았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낭패한 모습이 역력했다.

마차 곳곳에는 화살 자국이 나 있고, 말도 흙먼지에 찌들어 있었다.

말에 타고 있는 기사들도 형색이 초라했다. 입고 있는 플레이트 아머도 그 광택을 잃은 지 오래였다. 지난 열흘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오직 한 곳을 향해서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브린츠 왕자 일행으로, 왕궁에서 도망쳐 스너비 영지로 향하는 중이었다.

슈슈슈슝!

1백 발이 넘는 많은 화살이 빠르게 달리고 있는 마차와 기사들에게 날아왔다.

기습적인 화살공격에 기사 5명이 목이나 머리에 화살을 맞고는 말에서 떨어졌다.

“적들의 기습이다! 조심해라!”

처처처척.

오는 길에 이미 몇 번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인가 그 대처도 아주 신속했다. 기사들은 안장 한쪽에 걸어 놓았던 금속투구를 쓰고, 둥근 원형 손방패를 착용해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다.

티티티팅!

덕분에 더 이상 쓰러지는 기사는 없었다.

마차도 금속을 덧대어 만들었기에 대부분의 화살은 튕겨 나갔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는 몇 발의 화살이 박히기도 했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말을 공격해라!”

“마차를 놓치면 안 된다! 막아라! 어서!”

검은 옷에 복면까지 한 무장한 괴한들이 검을 꺼내 들고 마차와 기사단을 향해 달려왔다. 녹색 구릉이 온통 검은 물결로 뒤덮일 정도로 많은 숫자였다.

브린츠 왕자의 경호를 맡고 있는 라이온기사단의 단장 울베르토의 얼굴이 적들의 숫자에 절망으로 물들었다.

“아… 여기에서 끝나는 건가.”

“단장님, 시간이 없습니다! 포위망을 뚫어야 합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그래,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지. 목숨을 바칠 각오라면 포위망도 뚫을 수 있을 거야.”

“포위망을 뚫어라!”

채채챙!

검술실력이 상당한 라이온 기사들이지만 상대 10여 명이 한 명에게 달려드니 한 손이 열 손을 당할 수는 없었다.

흑의인들이 더 많이 쓰러졌지만 기사들도 하나 둘씩 칼에 베였고, 좀처럼 포위망은 뚫리지 않았다. 그리고 약 20여 분의 접전으로 인해 라이온 기사들이 대부분 칼에 맞아 말에서 떨어졌다.

마차 안에서 접전을 바라보던 브린츠 왕자와 베다 후작의 얼굴은 절망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콰아아아!

파공성을 일으키면서 빛의 화살 백여 개가 날아온 것이다.

퍼퍼퍼퍽!

기습적인 공격이라 미처 대비하지 못한 흑의인들은 낙엽이 떨어지듯 그렇게 우수수 쓰러졌다.

“아아악!”

“크악!”

“마, 마법사다! 조심해!”

한 흑의인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면서 크게 외쳤다.

“저기다. 저기에 마법사가 있다!”

구릉 위에 백마를 탄 자가 혼자 덩그러니 서 있었는데 그는 뒤이어 양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어 앞으로 내뻗었다.

콰아아아!

파공성과 함께 이글거리는 불꽃을 머금은 구가 하나 격전장으로 날아왔다. 지름이 2미터는 될 듯한 화염의 구였다.

콰앙!

화염의 구가 격전장에 떨어져 폭발하자 백여 명의 흑의인들이 10여 미터를 날아갔고, 폭발로 인해서 커다란 구덩이도 하나 생겨났다.

“이때다! 포위망을 뚫어라!”

“기사들은 마차를 호위해라!”

순간적인 혼란을 틈탄 단장 울베르토의 외침에 마부가 채찍으로 말 엉덩이를 세차게 때렸고, 깜짝 놀란 말들이 땅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아앗, 놈들이 도망친다! 막아라!”

“막아라! 어서!”

남은 30여 명의 라이언 기사들이 마차에 접근하는 흑의인들을 저지했지만 적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구릉 위에 백마를 타고 있던 자는 하벨이었다.

그가 한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가 앞으로 내뻗자 대지가 요동쳤다. 그러자 구릉 위로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병들이 나타나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땅을 박차고 힘차게 달리는 말굽소리에 지축이 다 흔들거렸다. 무장한 기병들이 순식간에 구릉을 완전히 뒤덮었다. 그렇게 모여든 기병들은 무려 5천 명이나 되었다.

그러자 이번엔 흑의인들이 포위가 되어버렸다.

콰쾅, 채채챙!

하벨의 스너비 영지 기병들이 흑의인들을 포위하고 치열하게 전투를 전개했다. 그리고 그 틈에 브린츠 왕자가 타고 있는 마차는 포위망을 벗어나 구릉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브린츠 왕자님!”

“이… 이 목소린 하벨 백작?”

밖을 내다본 베다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자 브린츠 왕자가 마차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벨 백작!”

“왕자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어떻게 알고 이렇게 많은 기병들을 데리고 온 거요?”

“왕자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정도는 예상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하벨 백작 덕분에 살았어요.”

“저 흑의인들의 정체를 아십니까?”

“짐작은 하고 있소.”

“영지의 기병들이 흑의인들을 물리칠 것이니 왕자님께서는 잠시 지켜보시죠.”

“그럴까요.”

흑의인들도 제법 잘 싸웠지만 잘 훈련된 스너비 영지기병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스너비 기병들에게는 한 가지 위력적인 무기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단창이라는 무기였다.

스너비의 영지기병들은 빠르게 달리면서 단창을 던져 흑의인들을 꼬치 꿰듯 단번에 죽였다.

흑의인들은 스너비 기병들에게 포위된 상태에서 단창에 맞아 무더기로 쓰러졌고, 전투는 그렇게 30분 만에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플레이트 아머에 온통 피가 묻어 있는 프란트 스너비 기병대장이 하벨에게 다가와 보고했다.

“영주님, 적들을 완전히 제압했습니다. 포로는 512명입니다.”

“프란트 기병대장, 수고했다. 즉시 전장을 수습하도록.”

“예, 영주님.”

프란트 기병대장이 전장을 수습하려고 저쪽으로 사라지자 굳은 표정을 한 브린츠 왕자가 말했다.

“하벨 백작의 말만 잘 들었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아쉽구려.”

“…….”

“백작, 이제 도이란 왕자님이 정권을 잡았으니 스너비 영지도 위험해질 건데 대비는 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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