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 Luck-64화 (6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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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다크 실버문

“그러네. 파에이슨 국왕과 파비스 왕세자를 제거하게.”

“쉽지 않을 텐데요.”

“알고 있네. 그래서 독살로 처리할 생각이네.”

“국왕이나 왕세자만 독살하려면 가능하지만 두 사람을 동시에 독살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잘 알고 있지. 그래서 확실한 것을 쓸 생각이야.”

“어떤 것입니까?”

“루비듐을 쓸 생각이네.”

루비듐이라는 말에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거라면 가능하지만 시간이 조금 걸릴 겁니다.”

“6개월이면 충분하지. 안 그런가?”

“그 정도라면 흔적 없이 조용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루비듐’은 독성을 가진 액체로, 요리에 소량을 섞으면 은으로도 감지가 안 된다. 다만 워낙 소량을 사용하기에 독살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단점이었다.

하지만 매일 지속적으로 음식에 섞어 먹이면 상대를 아무런 흔적도 없이 자연사한 것처럼 독살시킬 수 있다.

게다가 루비듐은 해독마법으로도 해독이 안 되는 치명적이며 중독성이 강한 독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국왕과 왕세자만 독살하는 것입니까?”

“국왕과 왕세자를 독살시켜야만 도이란 2왕자를 지원하고 있는 귀족파의 수장인 헤스페 공작과 베다 후작의 국왕파가 지지하는 브린츠 왕자간의 왕위 쟁탈전이 일어나게 돼. 그럼 아비린 왕국은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 되지.”

422위는 이해가 안 간다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귀족파는 국왕파에 비해서 세력이 약한 편이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지만, 세력이 약한 귀족파는 중도파와 연합하게 될 거야.”

“그럼 두 세력의 힘이 비슷해지겠군요.”

“그래, 우리 황금해골단의 요원들이 이미 이들 각 파에 두세 명씩, 모두 7명 정도가 침투해 있네. 두 세력이 대결하게 되면 30명 정도로 늘릴 수 있어. 그런 후 점차적으로 정적들을 제거하면 아비린 왕국은 우리 황금해골단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되지.”

그는 음흉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럼 우리 황금해골단이 언제쯤 아비린 왕국을 장악할 수 있겠습니까?”

“계획대로만 된다면 3, 4년이면 되지 않을까?”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왕궁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자들을 몇 포섭해서 루비듐을 요리에 섞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일만 잘 처리하면 자네와 난 적어도 같은 단계에서 30위 정도는 순위가 급상승하게 될 거라고 확답을 받았네.”

그 말에 422위는 기쁜 듯한 표정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믿겠네. 자네와 내가 서로 호흡이 잘 맞아야 할 거야. 수시로 상황을 나에게 연락해주게.”

“주방에서 일하는 자들부터 포섭한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자네는 왕궁의 주방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자이니 이번 일을 맡은 거야. 알겠나?”

“어찌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믿어주십시오. 완벽하게 처리하겠습니다.”

“흐흐흐… 자네와 나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어.”

“정말 그렇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습니다.”

밀실의 음모는 이렇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아무도 이걸 눈치 채지 못했다.

수도 크라운에 있는 다크 어쌔신 길드는 큰 의뢰를 맡아 20명의 특급 어쌔신과 50명의 1급 어쌔신, 2백 명의 2급 어쌔신을 대동하고 스너비 영지로 향했다.

스너비 영지까지는 쉽게 들어갔지만 곳곳에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고 천일염이나 기타 중요한 사업체가 있는 곳에는 확실하게 검문소를 설치해 관리하고 있기에 들키지 않고 침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하벨 백작의 영주성은 상상 이상으로 침입이 어려웠다.

영주성에서 사방으로 5킬로미터 앞에는 동서남북 네 곳에 대규모의 부대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1백 미터 거리마다 각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곳이 바로 제1차 방어선이라 명명된 곳이다.

각 검문소에는 1백 명씩 병사들이 상주하면서 철통같은 검문을 하고 있다. 이곳을 지나간다고 해도 안으로 약 3킬로미터 정도 들어가면 다시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다.

길이 아닌 곳에는 곳곳에 알람마법이 설치되어 있고, 길가에는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어 허락된 자와 신분패를 가진 자가 아니고선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검문하는 병사들에겐 뇌물이나 그 어떤 것도 통하지 않았다.

이곳까지가 제2차 방어선이었다.

이것만 해도 영주에 대한 경호가 아주 삼엄한 편이라 할 수 있는데 영주성에서 5백 미터 안은 더욱 침투가 어려웠다.

예전에는 없었던 외성이라는 것이 생긴 것이다.

영주성에서 3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높이 10미터의 성벽이 세워져 있었으며, 전방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성에서 2백 미터 안에 있는 나무와 풀을 모두 제거해버렸다.

이 외성에는 곳곳에 감시탑이 있으며, 화포라는 것도 설치되어 있다. 또한 외성에는 두 개의 기사단 4백 명과 영지병 2천 명이 주둔하여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수준까지 경계가 높아져 있었다.

이곳까지가 제3차 방어선이다.

다크 어쌔신 길드의 부길드장인 카이던은 처음에 밤을 틈타 1급 어쌔신 5명과 2급 어쌔신 30명을 선발대로 보냈다.

그러나 대부분은 제2차 방어선에서 당했고, 1급 어쌔신 5명과 2급 어쌔신 9명만 겨우 제2차 방어선을 통과해 제3차 방어선에까지 도착했지만 그곳까지가 한계였다.

그들은 모두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 날 각 방어선에 마련되어 있는 소각장에서 화장되었다.

카이던은 마법수정구를 1급 어쌔신의 리더에게 지급해 모든 사항을 살펴보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이후 3일 정도 쉬면서 충분하게 사정을 파악한 그들은 다시 어쌔신을 보내었지만 역시 모두 죽고 단 한 명의 특급 어쌔신만 겨우 외성을 넘었다.

외성 안쪽에는 오직 영주성만이 있는데 영주성의 성벽 위에도 잘 훈련된 병사들이 지키고 있으며, 감시탑도 네 개나 세워져 감시병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정말 위험하고 무서운 곳이라는 것을 감지한 특급 어쌔신 포이잔은 긴장해 흘린 땀으로 온몸이 젖었다.

‘아… 이런 무서운 곳이 있을 줄이야.’

외성에서 영주성까지 길 가장자리에는 10미터마다 가로등이 설치되어 대낮같이 조명이 밝혀져 있었다.

‘길에는 알람마법이 설치되어 있을 것 같으니 어두운 곳으로 침투해야겠군.’

포이잔은 땅바닥에 엎드려 조심스럽게 기어서 영주성으로 다가갔지만 이내 그의 운도 다하고 말았다.

하벨은 지뢰처럼 길에서 벗어난 곳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20센티미터 정도 되는 알람마법이 걸린 말뚝을 박아두었다.

이 마법말뚝은 기존의 알람마법 물품보다 좀 더 정밀해 땅의 미세한 진동도 감지하도록 만들어진 마법물품이었다.

이런 것은 아직 없었던 물건이라 아무리 특급 어쌔신인 포이잔이라고 해도 방비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영주성에 있는 병사들도 벌써부터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좀 더 가까이 접근하도록 놓아둔 것이었다.

영주성에서 30미터 정도까지 포이잔이 접근하자 성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던 병사들이 그의 반경 20미터를 겨냥해 일제히 석궁 30발을 발사했다.

“허억, 이… 이런!”

아무리 몸이 날쌘 특급 어쌔신이라고 해도 이렇게 공격해오면 막을 길이 없다.

“커억!”

세 발의 석궁을 맞은 포이잔은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침입자가 석궁 화살에 맞았다! 잡아라!”

경비 책임을 맡고 있는 켈슨 천인대장이 외치자 경비병들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포이잔이 위기를 모면하려 몸을 뒤척이자 성벽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석궁병이 다시 화살을 날려 허벅지를 맞혔다.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그그그긍.

쇠붙이의 마찰음이 터지면서 성문이 서서히 내려갔다.

무장한 경비병 1백 명이 한꺼번에 뛰어가 포이잔을 포위했고, 로빈 백부장이 롱소드를 꺼내더니 그대로 포이잔의 목을 잘라버렸다.

“커억… 이게!”

보통은 침입자를 잡아서 감옥에 가둔 후 심문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스너비 영지의 병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버린 것이다.

이것도 몇 달 전부터 하벨의 지시로 이루어진 조치다.

그 누구라도 영주성으로 허락 없이 접근하면 현장에서 목을 베어버리라는 특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로빈 백부장이 바로 포이잔의 목을 베어버린 것이다.

“잔당이 더 있을지 모른다. 즉시 주변을 정찰해라!”

“옛, 알겠습니다.”

10명씩 7개조가 주변으로 흩어져 정찰을 시작했고, 나머지는 포이잔의 몸을 뒤져 소지품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암기와 단검 두 자루, 롱소드 한 자루와 마법수정구 한 개가 있었습니다.”

“즉시 신호를 보내 마법사를 불러라.”

“알겠습니다.”

명을 받은 병사가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새소리를 냈다.

그러자 영주성 안에서 3서클 유저의 마법사인 드리슨이 신호를 알아차리고 달려 나왔다.

그는 포이잔의 소지품을 세심하게 살펴보고는 말했다.

“암기와 단검에는 독이 묻어 있고, 롱소드는 보통의 것과 같습니다. 마법수정구는 이곳을 살필 수 있는 정찰 마법이 걸려 있는 물건입니다.”

“으음… 내가 보기에는 이자는 어쌔신 같은데 드리슨 마법사님이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저도 그렇게 보입니다. 그것도 1급이나 특급 정도인 것 같습니다.”

“으음… 하긴 그 정도 능력이 되어야 이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겠지요. 최근 이런 놈들이 부쩍 늘었으니 경계에 만전을 기해야겠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어쌔신이 침투한 소식이 하벨에게 보고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하벨이 켈슨 천인대장에게 일렀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런 일이 더욱 많아질 테니 각별히 경계근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영주님.”

“제3차 방어선인 외성부터 영주성까지는 한 단계 더 높은 경계근무를 명하겠다. 외성에 있는 병력을 두 배로 늘리고, 또한 영주성 안에 있는 경비병도 두 배로 늘리도록.”

“즉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영주님.”

“그만 나가봐.”

그날 오후, 바로 경계 병력이 증강되었다.

꽝!

화가 머리까지 치민 다크 어쌔신 길드의 부길드장 카이던은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고, 어쌔신들은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있는 곳은 ‘봄의 향기’라는 평범한 여관의 방이었다.

“특급 어쌔신이라는 놈이 이렇게 어이없이 당해?”

“포이잔은 침착하고 조심성이 많은 특급 어쌔신입니다. 그런 포이잔이 변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당했다는 것은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으으… 도대체 영주성 인근은 왜 그렇게 경계근무가 까다로운 거야?”

카이던은 버럭 화를 냈다.

“어찌 보면 왕성보다도 더 치밀한 것 같습니다. 작은 틈도 보이지 않습니다.”

“영주성의 출입자를 죽이고 변장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출입패가 없으면 검문소에서 들여보내주지 않습니다. 더구나 출입패가 있다고 해도 그 사람 본인이 아닌 사람은 들여보내주지 않습니다.”

“아파서 하루만 대신 왔다고 해도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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