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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63화 (6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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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다크 실버문

10개월 후 왕위 쟁탈전이 일어나게 되면 귀족파와 중도파에서 하벨의 스너비 영지를 고립시키기 위해 일체의 상업을 막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돈이 있어도 식량이나 기타 물품을 마음대로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하벨은 제국과 각 왕국에서 밀을 비롯한 식량이 되는 것은 닥치는 대로 매입해두었다.

또한 앞으로 유일한 통로는 바다이기에 갤리선을 보유한 영지나 왕국이 운행 중인 배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위해 하벨이 직접 마법진을 이용해 비밀리에 이동해 거래했다.

이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기에 하벨은 델리안을 이용했다.

델리안의 아공간은 하나의 왕국처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인데, 그 안에 최근 생산된 병장기를 비롯해 포탄과 화포, 군량까지 대량으로 매입해서 비축했다.

갤리선까지 델리안 속에 보관해둔 하벨이었다.

그 누구보다도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낸 하벨은 빈센트 집사에게 결혼식 준비를 하라 일렀다. 그리고 왕궁을 비롯해 귀족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국왕의 축하 친선을 브린츠 왕자가 직접 가져왔으며, 귀족파와 중도파 귀족들도 대거 참석해 스너비 영지로 들어왔다.

그리고 드디어 올리비에와의 결혼식 날이 되었다.

영주성의 대연회홀에는 수많은 귀족들이 모였으며, 스너비 영지민들도 영주성 밖에 모여들었는데 수만 명이었다.

아이보리색 예복을 입은 하벨과 웨딩드레스를 입은 올리비에는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하벨 백작님과 올리비에 님은 결혼의 증표로 반지를 교환하셔야 합니다. 하벨 백작님부터 해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하벨이 올리비에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웠고, 이어 올리비에가 하벨의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워주었다.

“신랑 하벨 백작님은 신부 올리비에 님께 키스해주십시오.”

하벨과 올리비에는 사랑이 가득 담긴 키스를 나누었다.

짝짝짝짝!

축하객으로 참석한 귀족들이 박수로 두 사람을 축복했다.

“이제 두 분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행복한 앞날을 위해 행진해주십시오.”

빰빠라빰밤!

엄숙하면서도 밝은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객들의 축복 속에 하벨과 올리비에는 행진을 했다.

짝짝짝짝!

신랑신부가 축하객 옆으로 걸어오자 더욱 크게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비린 왕국에서 가장 부유한 하벨 백작의 스너비 영지라서 그런지 모든 것들이 수도 크라운보다 더 발달되어 있었다.

결혼식에 참석한 귀족들은 스너비 영지를 둘러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리고 각종 물건이 전시, 판매되는 쇼핑장소인 플로렌스에서 도자기를 비롯해 고무신, 천일염 등 인기가 높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는 돌아갔다.

귀족파인 헤스페 공작과 수하 귀족들은 말로만 들었던 스너비 영지를 방문하고는 큰 충격에 빠졌다.

‘정말 이곳이 스너비 영지인가?’

헤스페 공작은 스너비 영지에 놓인 넓은 도로에 수천 대의 마차와 짐수레가 바쁘게 이동하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귀족파에서도 상위귀족인 드리슨 백작도 충격을 받아 중얼거렸다.

“공작각하, 정말 이곳이 스너비 영지가 맞습니까? 저는 제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래, 믿어지지 않지만 수도 크라운보다도 더 잘 정비되어 있어.”

“그렇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도로변에도 각종 상점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또한 상점 뒤편으로는 창고를 비롯해 영지민들이 사는 집들이 잘 지어져 있습니다.”

“이 정도로 정비가 잘되어 있는 곳은 대륙에는 없어.”

“저도 스너비 영지로 들어와서 각 마을에도 들러보았는데 그곳들도 너무나 잘 정비되어 있었으며, 굶주림에 허덕이는 영지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까지 잘 먹다 보니 살이 포동포동 올라 있고, 마을회관에 마련되어 있는 공동목욕탕이라는 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목욕을 하고 있답니다.”

드리슨 백작은 스너비 영지에서 아주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는 자랑을 늘어놓았고, 그걸 들은 헤스페 공작도 정말이냐는 듯 드리슨 백작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으음… 정말 하벨 백작은 무서운 사람이군. 이 모든 것들이 불과 몇 년 만에 이룩한 것이니 말이야.”

“하벨 백작의 능력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흐흐흐… 조금만 더 기다리면 우리 세상이 올 것이야. 그때 하벨 백작을 회유해보고, 안 되면 제거하는 거지.”

“너무나 능력이 두려운 자입니다. 회유보다도 제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은 좀 더 두고 본 후 결정하도록 하지. 생각해보게. 그만 끌어들일 수 있다면 대륙의 부를 모두 가질 수 있어.”

헤스페 공작의 얼굴은 음흉한 표정이 되었다.

“저, 정말 그렇겠군요. 놀랍기만 합니다.”

“하벨 백작의 결혼식이 끝나면 우리들은 되돌아가야만 하니 그동안에 최대한으로 사람을 풀어 조사하라 이르게.”

“예, 그렇게 해두겠습니다.”

또한 귀족파처럼 중도파의 포에니 공작과 귀족들도 결혼식 며칠 전에 스너비 영지로 들어와서 둘러보고는 경악했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영지가 발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상업지역에 마련되어 있는 목욕탕이라는 곳을 방문하고는 놀라워했다.

목욕탕은 자신들의 성보다도 더 큰 규모였으며, 실내 인테리어도 값비싼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탕도 수십 개였다.

또한 뜨거운 김을 뿜는 찜질방이라는 곳과 늘씬한 미녀들이 해주는 마사지부터 때를 벗기는 때밀이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없었다.

왕궁에도 이런 시설과 서비스는 아직 없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귀족들의 만족도는 최고였으며, 돈을 물 쓰듯 펑펑 썼다.

원래 귀족들이라는 사람들은 사치하는 데 익숙한 자들이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것에 돈을 아낄 그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플로렌스라는 지역에 들어가서는 또 한 번 놀랐다.

원래도 도시마다 상점이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한 지역에 대규모의 상점들이 들어서 있어,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수천 개의 물품이 판매 되고 있는 곳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이 다른 곳에서 구입할 때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기에 귀족들은 가지고 온 돈을 전부 소비해버렸다.

급격하게 발전된 스너비 영지를 본 귀족파와 중도파의 대응은 각각 달랐다.

귀족파의 수장인 헤스페 공작은 하벨 백작을 어떻게 해서든지 포섭해보려고 생각했지만, 그와는 반대로 중도파의 수장인 포에니 공작은 하벨 백작의 공포에 가까운 능력을 보고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수도 크라운의 저택으로 돌아가서는 어쌔신 길드에 의뢰해 암살자를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비린 왕국의 수도 크라운에 있는 중도파 귀족인 어르손 자작의 저택. 한밤중인데도 조명등이 밝혀져 있었다.

서재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한 사람은 어르손 자작 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검은 옷에 복면까지 쓴 다크 어쌔신 길드의 부길드장이었다.

“부길드장, 이번에 큰 의뢰를 좀 맡아줘야겠어.”

“말씀만 하십시오. 이번에는 누구입니까?”

“자네도 소문은 들었을 거야. 스너비 영지의 하벨 백작.”

“허억, 저… 정말 하벨 백작입니까?”

생각지도 못한 말에 부길드장은 깜짝 놀랐다.

“그래, 최근 아비린 왕국에서 가장 단기간에 부를 이룩한 인물이지.”

“하벨 백작은 검술뿐만 아니라 마법도 익힌 마법사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나도 들었네. 그러니까 쉽지 않을 거야.”

“그 정도의 고위 귀족을 암살하려면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요원을 대거 투입해야 할 겁니다.”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하고, 의뢰비는 얼마면 되겠나?”

부길드장은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으음… 5천 골드는 주셔야겠습니다.”

“뭐? 5천 골드라고?”

“그렇습니다. 하벨 백작을 암살하기도 힘들지만 일을 처리한 후 스너비 영지를 벗어나는 게 더 힘듭니다.”

“그래도 그건 너무 많은 금액이 아닌가.”

“길드 내 3분의 1의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니 그 정도 의뢰비를 받기 전에는 이번 일을 맡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부길드장이 말하자 어르손 자작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알겠네. 일단 베스트 상단에서 통용되고 있는 천 골드짜리 어음 2장을 줄 테니 확인해보게. 암살이 성공하면 나머지 3천 골드를 주지.”

어르손 자작이 내려놓은 주머니 속에는 천 골드짜리 어음이 2장 들어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마탑에서 보증하는,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천 골드짜리 어음이군요. 의뢰비를 받았으니 당장 준비해서 내일 저녁에 출발하겠습니다.”

“좋아, 기간은 얼마나 걸리겠나?”

“스너비 영지에 침투하는 데 적어도 일주일, 작전을 완수하기까지는 2주 정도는 걸리지만 인물이 인물이니 만큼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한 달 정도 넉넉하게 시간을 주십시오.”

“알겠네. 난 암살이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만 기다리겠네. 그러니 확실하게 처리해주게나.”

“그건 염려 마십시오. 자작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 다크 어쌔신 길드에 의뢰하신 이상 하벨 백작은 죽은 목숨입니다.”

부길드장은 자신감에 찬 얼굴로 말했다.

“흐흐흐…좋아. 왕국의 어쌔신 길드 중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는 다크 어쌔신 길드이니 내가 믿고 맡기는 것 아닌가.”

“감사합니다, 자작님. 이번 의뢰도 성공해 보답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부길드장은 서재 창문을 열고 뛰어 내리더니 곧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 열린 창 너머로 들어오는 밤공기를 쐬던 어르손 자작은 이내 서재 창문을 닫고는 중얼거렸다.

“흐흐흐… 다크 어쌔신 길드에 의뢰했으니 하벨 백작도 끝장이겠지? 포에니 공작각하께서 부탁하신 것을 처리했으니 이젠 마음이 놓이겠어.”

창문 하나 없이 사방이 돌로 되어 있는 밀실.

석등 하나가 밀실을 밝히고 있었다.

밀실 안에는 두 사람이 모여 있었는데 두 사람 다 검은 로브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에 신분패가 놓여 있었다.

두 개의 신분패는 조금 달랐다.

좌측에 놓인 신분패는 미스릴로 주조되어 녹색 해골의 이마에 세 자루의 칼이 가로로 새겨져 있는 독특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고, 해골 아래에는 422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좌측에 있는 자는 황금해골단(Gold skull group)의 정식회원으로, 세 번째 계급인 마스터 나이츠(Master knights)의 500명 정원 중 422위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우측에 앉아 있는 자의 신분패는 황금색 해골문장에 해골의 이마에 황금색의 네 자루 칼이 세로로 새겨져 있는 독특한 문장이었다. 그의 것에는 97이란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황금해골 기사단(Gold skull knights)의 네 번째 계급으로, 100명의 정원 중에서 97위라는 표식이었다.

“422위, 자네가 중요한 일을 처리해줘야겠어.”

“단장님의 명령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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