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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62화 (6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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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다크 실버문

이틀 후 올리비에의 생일 연회가 이웃에 있는 귀족들까지 초대되어 성대하게 치러졌다.

연회 홀에서는 연신 춤곡이 연주되었고, 올리비에와 하벨은 춤을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름다운 올리비에와 늠름한 하벨은 무척 잘 어울렸다.

두 사람이 춤을 추는 것을 바라보던 츄이 자작과 부인인 비비아는 흐뭇한 얼굴을 했다.

늦은 밤이 되자 연회에 참석했던 귀족들은 모두 돌아갔고, 와인 몇 잔을 마신 올리비에는 어지러워 하녀의 도움을 받아 잠시 룸에서 쉬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들었다.

그사이 하벨은 츄이 자작과 자작부인인 비비아에게 올리비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고, 쉽게 결혼 승낙을 받았다. 그런 것도 모르고 있는 올리비에는 단잠에 빠져 있었다.

새벽이 되어 올리비에가 눈을 떴을 때는 주위가 어두웠다.

“아… 내가 깜빡 잠이 들었나봐.”

정신을 차린 올리비에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때 갑자기 허공에 화살 모양의 마법등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주위가 환해지더니 신비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이… 이건?”

무엇인가에 홀린 듯 올리비에는 마법등을 따라 문을 열고 룸에서 걸어 나왔다. 올리비에가 지나간 자리의 마법등은 소멸되었지만, 전방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원으로 이어졌다.

올리비에가 정원에 이르자 하트 모양의 마법등이 수십 개나 밝혀졌고, 그 하트 안에는 하벨이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아… 백작님, 정말 멋져요!”

“하하, 올리비에, 어서 와요.”

올리비에가 다가오자 하벨은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는 꽃다발을 내밀었다.

“올리비에, 나와 결혼해주겠소?”

“저, 저에게 청혼하시는 거예요?”

“그래요. 올리비에, 나의 프러포즈를 받아주시오.”

“백작님, 물론이죠.”

“고맙소, 올리비에.”

하벨은 감격한 표정의 올리비에에게 키스를 했다.

그러자 수십 발의 마법 불꽃이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아… 백작님! 굉장히 멋있어요!”

“사랑하오, 올리비에.”

“저도 백작님을 사랑해요.”

두 사람은 다시 마음을 담은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하벨의 스너비 영지와 츄이 자작의 딕케이 영지 사이에는 슬라이크 남작의 코리 영지가 있었다.

스너비 영지와 비교하면 5분의 1 정도 크기의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영지민 수는 총 2만8천 명 정도에 6백 명의 기병과 2천 명의 보병을 보유하고 있는 작은 영지였다.

일부 해안과 평지, 야산으로 이루어진 코리 영지는 길쭉한 모양이며, 광산도 하나 보유하지 못했기에 간신히 자급자족을 하는 가난한 영지다.

그래도 하벨이 부임하기 전의 스너비 영지보다는 나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코리 영지의 영주인 슬라이크 남작은 하벨에게서 재정적인 도움과 식량을 지원 받았으며, 각종 공사에도 코리 영지민을 모집해주었기 때문에 비공식적으로는 스너비 영지에 귀속된 영지라 할 수 있는 상태였다.

하벨은 그런 코리 영지의 영주인 슬라이크 남작을 츄이 자작의 딕케이 영지로 비밀리에 불러들였다.

그리하여 츄이 자작의 집무실에 하벨과 츄이 자작, 슬라이크 남작이 모였다.

“슬라이크 남작, 여기 계신 츄이 자작님은 두 달 후면 나의 장인이 되실 분이시오.”

“아… 그렇습니까? 츄이 자작님, 정말 잘되었습니다.”

“허허… 고맙소, 슬라이크 남작.”

“그래서 말입니다만, 앞으로 코리 영지와 딕케이 영지를 비롯해 스너비 영지 세 곳이 힘을 뭉쳐야 할 것 같습니다.”

“츄이 자작님과 하벨 백작님께서 장인과 사위가 되신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으니 저는 찬성입니다.”

“고맙소이다, 슬라이크 남작. 그래서 말인데 스너비 영지와 코리 영지, 딕케이 영지를 잇는 도로를 건설하려고 합니다.”

슬라이크 남작은 하벨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혹스러운지 츄이 자작을 쳐다보았다.

“백작님, 거리가 상당할 것이고 막대한 비용도 들 텐데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도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제가 부담하기로 하죠. 두 분께서는 신속한 도로 건설을 위해 인부를 모집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하벨 백작님, 그 정도라면 언제든 가능합니다.”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거리가 부족해 일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영지민들이 많거든요.”

하벨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슬라이크 남작은 일시에 고민거리가 해결되었기에 뿌듯한 모습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당장 도로 건설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기본적인 설계도는 준비된 상황이거든요.”

“아… 언제 그런 것까지 준비하셨습니까?”

“여, 역시 백작님께서는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두 분께 한 가지 더 부탁할 게 있습니다.”

“무엇이든 말씀해보십시오.”

“코리 영지와 딕케이 영지에 있는 노예들이나 유민들을 제가 뽑아가도 되겠습니까?”

“노예와 유민들을요?”

“15세부터 30세까지 남자는 10골드를, 그밖에 남자는 7골드, 여성은 5골드를 쳐드리겠습니다. 또한 노예나 유민들의 일가족도 가능합니다.”

“아… 그런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데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어차피 코리 영지와 딕케이 영지에서는 건장한 노예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유민들은 말썽을 일으키니까 서로 좋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건 백작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안 그래도 식량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영지민에게 나누어 줄 식량도 모자라 눈치가 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그럼 두 영지에서 최대한 많은 노예와 유민을 뽑아 며칠 내로 스너비 영지로 보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당장 보내드리겠습니다.”

세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회의를 끝마치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그날 저녁 슬라이크 남작은 자신의 코리 영지로 되돌아갔다.

돌아가면서 그는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유민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또한 막대한 수익도 올릴 수 있으니 잘된 일이었다.

그날 밤, 하벨의 룸으로 빈센트 집사가 들어왔다.

“빈센트 집사가 어쩐 일인가?”

“영주님,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습니다.”

“뭐지? 말해보게.”

“다름이 아니라… 딕케이 영지와 코리 영지, 스너비 영지를 잇는 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큰 이익도 없는 일을 왜 하신 겁니까?”

“후후후… 빈센트 집사,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스너비 영지는 모든 비용을 지불하지만 딕케이 영지와 코리 영지는 인력만 동원해주면서도 일한 대가를 받으니 말이야. 그러니 모든 면에서 이익만 생기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에게도 이익이 생긴다. 딕케이 영지와 코리 영지에는 아직 개발할 것이 많거든.”

그제야 납득한 듯하던 빈센트가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두 영지에서 노예와 유민은 왜 모집하는 것입니까? 두 영지가 아니라도 노예와 유민은 얼마든지 모집이 가능한데 말입니다.”

“후후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스탈 경과 잉스 경에게 이미 다른 영지에서도 노예들과 유민들을 최대한 많이 모집해두도록 일렀다.”

“영주님께서 그러실 줄은 알았습니다. 그런데 왜 노예와 유민들을 그렇게 많이 모집하시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야. 이건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빈센트 집사에게는 말해줄 테니 잘 듣게나. 내 생각에 10개월 후쯤 왕국에 큰일이 생길 것 같아.”

“큰일이라니요?”

빈센트 집사의 눈이 커지면서 무척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멍한 얼굴로 하벨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하벨의 설명이 이어졌다.

“아직 누군지는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세력의 음모로 국왕폐하께서 독살되신다.”

“도, 독살이라니요!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래, 물론 국왕폐하께서 독살되시면서 파비스 왕세자님도 함께 돌아가실 거야.”

그 말에 빈센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으음… 그럼 큰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도이란 2왕자님과 브린츠 3왕자님 간의 왕위 쟁탈전이 벌어지게 되지.”

“그럼 백작님께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빈센트 집사, 내가 만일 국왕폐하와 파비스 왕세자님이 어떤 세력의 음모로 독살되신다고 말하면 누가 그 말을 믿을까?”

“그, 그건… 그렇겠군요.”

“이미 일어난 일도 아니고 앞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말을 누가 믿겠어. 미친놈 취급 안 하면 다행이지.”

“으음… 듣고 보니 영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만 그것과 유민 모집이 연관이 있습니까?”

“10개월 후면 왕국이 어지러워지는데 내 영지는 내가 지켜야 되지 않겠나.”

그제야 그는 모든 것이 이해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렇군요.”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도이란 2왕자님은 귀족파에서 지원하고 있어.”

“그렇습니다. 2황비님이신 베이에스 님은 귀족파의 수장인 헤스페 공작님의 따님이시지요.”

“비록 브린츠 왕자님이 국왕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는 하나 그때에는 귀족파와 중도파가 서로 연합할 거야. 그렇게 되면 세력과 힘에서 브린츠 왕자님이 밀려.”

“…….”

“어떻게 보면 왕위 쟁탈전이지만 귀족파의 헤스페 공작과 중도파의 포에니 공작은 국왕파의 베다 후작보다도 나를 더 경계하고 있어. 그러니 도이란 2왕자가 국왕에 오르게 되면 우리를 어떻게든 제거하려고 할 거야.”

“으음… 듣고 보니 정말 그렇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빈센트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니 브린츠 왕자가 국왕에 오르도록 힘을 써야 하는 것이지.”

“그래서 백작님께서 유민들을 대거 모집하시는 거군요.”

“그래, 스너비 영지의 병사는 어느새 12만 명이 되었어. 하지만 공식적으로 스너비 영지는 기병 8천에 보병 2만으로 2만8천의 병력을 가진 것으로 되어 있지. 비밀리에 양성한 병력을 영지 곳곳에 출입금지 구역을 만들어서 감추어두었기에 영지병이 12만 명이라는 것은 아직 국왕파도 모르고 있지.”

하벨의 미소를 본 빈센트 집사가 감격한 듯 중얼거렸다.

“아… 백작님께서는 정말 무서운 분이십니다.”

“지금 영지병이 12만이지만 10개월 후까지는 20만을 만들어두어야만 안심이 되는 거야. 최대한 신속하게 유민들과 노예들을 사들여서라도 병사로 양성해둬야 해.”

“20만으로 귀족파와 중도파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내가 예상하기로 귀족파와 중도파의 병력을 다 끌어 모으면 30만 정도가 될 거야. 하지만 훈련도 받지 못한 오합지졸이 20만이고, 10만 정도만 제대로 훈련을 받은 병사들이지.”

“저희가 20만의 대병을 보유하고 있으면 걱정 없겠군요.”

“물론 전쟁은 해봐야 알겠지만 병력 숫자에서도 우리가 밀리지는 않아. 특히 비밀리에 준비 중인 신무기도 최대한으로 생산해둬야만 하겠지.”

“이번 딕케이 영지에서 몬스터 토벌에 동원된 수류탄만 하더라도 아주 위력적이었는데 만약 포탄과 화포까지 동원된다면 정규군 30만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빈센트 집사가 잘 보았네. 언제 어디서든 준비가 되어 있는 자는 질 이유가 없지.”

빈센트 집사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심에 고개를 숙였다.

“제가 영주님을 뫼시게 된 것은 크나큰 영광입니다.”

“후후후… 스너비 영지로 돌아가면 빈센트 집사도 할 일이 많을 거야.”

“이미 각오하고 있는 일입니다, 영주님.”

하벨은 며칠간 더 딕케이 영지에 머물면서 올리비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스너비 영지로 돌아왔다.

정상궤도에 오른 천일염을 비롯해 고무신, 특화작물, 도자기 사업에 이르기까지 각종 사업도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었기에 하벨의 신경은 온통 올리비에와의 결혼으로 쏠려 있었다.

결혼식 날짜가 한 달 뒤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하벨은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마법수련과 검술수련을 하고자 매일 영주성의 지하에 마련한 개인연무장에서 훈련을 했다.

또한 군량과 영지민에게 먹일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각 상단을 동원해 최대한 많은 양의 밀을 비롯해 농산물을 가져오도록 조치하면서 대규모의 창고도 새로 수백 채나 신축했다.

천일염을 비롯해 고무를 가지고 만든 고무신이나 기타 사업과 최근에는 도자기 사업에 이르기까지 각종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있어 건설 사업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것에도 지장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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