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 Luck-59화 (59/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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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그렇습니다, 폐하. 그것만이 하루라도 빨리 전쟁의 후유증을 복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대로 몇 년만 더 지나면 언제든 그들에게 복수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천일염과 각종 신 물건을 판매하고 거두어들인 막대한 자금이 있지 않습니까? 군사를 대대적으로 모집해 훈련을 시킨다면 복수는 몇 년 지나지 않아서 하실 수 있습니다.”

“으음… 하긴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지금은 내실을 다질 때가 맞소. 몇 년만 병사들을 훈련시키면 빼앗긴 땅을 되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지.”

“그렇습니다. 하벨 백작의 말대로 일단 각종 공사를 속히 완성시키는 게 좋습니다. 특히 도로부터 넓히면 각종 물류가 자연적으로 발달하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좋소. 그럼 일단은 율린 평야에 지원병을 보내면서 남부와 동부에 종전협상을 하도록 합시다. 그들도 점령한 땅을 인정한다면 그리 불만은 없을 겁니다.”

“폐하,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것 황공하옵니다.”

브린츠 왕자는 중도파의 수장인 포에니 공작을 만나 설득했다.

포에니 공작도 어차피 지원병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브린츠 왕자가 그 많은 모든 비용을 지원해준다고 하니 크게 반기며 중도파의 콜슨 백작과 킥스 자작에게 명해 1만8천의 병사를 급파하도록 했다.

1만8천의 병사가 율린 평야 외곽에 자리를 잡자 드라이온 왕국군에서도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왕국군은 아직 18만 정도의 대병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비린 왕국의 지원병이 주둔하고 있는 곳은 대병이 신속하게 넘기에 무리가 있는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곳이어서 무리하게 전투를 하게 되면 그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드라이온 왕국군들도 율린 평야는 기습공격으로 비교적 쉽게 점령했지만 이번에 지원병이 주둔하고 있는 곳은 대비를 충분하게 하고 있었기에 앞으로의 전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드라이온 왕국군의 목적은 율린 평야였다. 이미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더욱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양쪽 진영은 대치만 하고 있었다.

그런 때에 아비린 왕궁에서 종전을 권고하는 협상단이 찾아왔다.

이것은 비단 동부뿐만 아니라 남부에도 급파되었다.

크라운 왕국군과 드라이온 왕국군은, 그들로서는 그리 손해가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아비린 왕궁 협상단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미 점령한 땅은 인정하며, 이미 들어간 전쟁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아비린 왕국에게는 조금 억울한 일이었지만, 종전 협상은 크라운 왕국, 드라이온 왕국과 힘겹게 벌였던 전쟁을 끝낼 수 있게 해주었다.

스너비 영지는 기습 공격해온 킬라스 제국의 남부함대를 쉽게 물리치고는 예전과 같은 활기찬 생활로 되돌아갔다.

하벨은 이번 전쟁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병사들도 많아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수류탄과 포탄의 위력으로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한 것이 대포였다.

투석기로는 여간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무실에 앉아서 고민하던 하벨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주물로 화포의 포신을 만들면 편리하겠어. 운반할 때 두 개의 마차바퀴를 달아 말이 끌고 이동하면 신속할 테지. 배치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어. 그래, 당장 개발해야겠다.”

하벨은 즉시 집무실을 나섰다.

그리고는 2서클 마법사 6명과 대장간 일을 보던 기술자 14명을 포함, 모두 20명으로 연구원을 특별편성하고 직접 지시를 내리며 화포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기초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하벨이라 연구는 비교적 쉽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10여 회의 실험을 통해 대포 개발이 드디어 성공하게 되었다.

화포연구에 착수한 지 두 달 만의 일이다.

포신에서 포탄이 발사되는 것은 성공했으니 이번에는 이동할 수 있는 화포 수레 제작이 관건이었다.

하벨은 머릿속의 설계도대로 목수에게 화포수레를 설명하여 제작하도록 했다.

화포 수레는 두개의 큰 바퀴가 달려 있어 어떻게 보면 짐수레와 비슷하게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화포 수레는 금세 준비가 되었다. 하벨은 그 위에 포신을 올려서 발포해보았다.

거치대도 만들어 원하는 각도를 조정해서 발포하면 포탄의 사정거리가 달리 나왔다.

그것을 화포발사 시험을 하면서 세세하게 기록했다.

“영주님, 드디어 성공입니다.”

“후후… 잘했어. 이제야 화포가 완성되었어. 이것만 충분하게 준비한다면 그 어떤 적들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걱정 없다.”

“그렇습니다, 영주님.”

“화포의 제작과 화포에서 발사하게 될 포탄제조에는 클리스 마법사를 총책임자로 임명할 테니 자네가 맡아서 잘 해보도록.”

“가, 감사합니다, 영주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비밀리에 화포제작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스너비 영지의 모든 도로공사가 끝나 짐마차의 운행이 아주 자유로워졌으며, 영지민들도 각종 사업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벌어들인 돈으로 가족을 부양했다.

몇 년 전 같으면 일이 없고 희망이 없다보니 굶주림에 시달리는 살림이었지만 지금은 조금만 부지런하면 먹고사는 것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예전 같으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또한 얼마 전의 킬라스 제국 남부함대 침략 이후, 병사들이 영지를 지켜내는 것에 감동받은 영지민들이 자신의 가족과 영지를 지키기 위해 가족 중 한 사람을 병사로 보냈다.

그렇다보니 스너비 영지의 병사는 어느새 12만 명이라는 엄청난 수가 되어 있었다.

아비린 왕국의 그 어느 귀족이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병을 보유하지는 못했다.

하벨의 스너비 영지가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에는 영지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있었지만 천일염으로 부를 이룩하면서 추가적인 사업이 연속으로 성공한 것도 있다. 그리하여 오늘날 이렇게 부유한 영지가 단기간에 이룩된 것이다.

하벨의 공식적인 스너비 영지병은 기병 8천에 보병 2만으로 2만8천의 병력을 가진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10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영지 곳곳에 출입금지 구역을 만들어 감추어놓았기에 실제 병력은 12만 명이었다. 그것은 아직 국왕과 귀족들도 모르고 있는 일이었다.

화포는 우선 해안선에 배치했다. 그다음 영지의 중요 거점에 하나씩 배치가 되고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스너비 영지의 안전보장이 우선시되고 있기에 큰 이변만 없다면 1년이 지나기 전에 모든 화포의 배치가 끝나도록 할 예정에 있었다.

아비린 왕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지난 전쟁에서 남부와 동부에서 땅을 빼앗겨 치욕을 겪었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최우선으로 병사들을 모집하면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스너비 영지처럼 수도 크라운 외곽에 대대적인 군사훈련소를 설립하고 병사들을 조련시켰다.

국왕 일행은 직접 그곳에 방문하기로 했다.

훈련받는 병사들을 위무하기 위한 방문이었는데 국왕의 방문으로 인해 신병들의 사기가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보였다.

파에이슨 국왕과 3왕자인 브린츠를 비롯해 국왕의 장인이며 국왕파의 귀족 수뇌인 베다 후작과 고위 귀족 30여 명이 군사훈련소를 방문해 훈련받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을 직접 살펴보았다.

군사훈련소의 소장인 칼벤스 백작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폐하, 보시는 바와 같이 현재 이곳 군사훈련소에서 훈련받고 있는 병사는 모두 10만여 명으로 그 유례가 없을 만큼 대규모입니다. 중장기병 1만을 비롯해 기병 2만을 집중 훈련하고 있고 보병들도 7만 명이나 훈련하고 있습니다.”

칼벤스의 설명을 듣고 있던 파에이슨 국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질문했다.

“중장기병과 기병의 훈련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텐데 어찌하고 있나?”

“예, 물론 막대한 훈련비용도 들어가고 훈련 기간도 길지만 전투에서 그만큼의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이 중장기병들과 기병들입니다. 그래서 최우선적으로 훈련시키고 있으며, 보병들도 각 병과마다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보병의 훈련이 잘되어 있어야 그만큼 희생이 적을 텐데 복안이 있는가?”

“그렇습니다, 폐하. 그래서 궁병과 석궁병의 숫자를 이번에는 대폭 늘렸습니다. 또한 그들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고 있기에 조만간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들 또한 궁병을 충분하게 보유하고 있을 것인데 그들도 수많은 화살을 쏠 게 아닌가? 그걸 방어하기 위한 대책은 있나?”

“일단은 보병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패병의 숫자를 대폭 늘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건 신병의 숫자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잘했어. 앞으로도 병사모집은 계속 이루어질 테니 켈벤스 소장의 책임이 커.”

“예, 폐하.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특히 훈련받는 병사들을 잘 먹이면서 훈련시켜야 하네.”

“예, 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해 강병으로 조련해 놓겠습니다.”

“하하하… 지금은 10만으로 시작하지만 3년 이내에 50만의 강병을 우리 아비린 왕국이 보유하게 될 거야. 그럼 크라운 왕국과 드라이온 왕국에게 당한 치욕을 갚아줄 수 있겠지.”

“그렇습니다, 폐하. 그때까지만 참아주시옵소서.”

“하하하… 오늘 병사들의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든든해지는 게 이젠 걱정 없어요.”

“폐하, 저희들도 그렇게 느꼈사옵니다.”

그동안 크라운 왕국과 드라이온 왕국에게 당했던 치욕과 수모를 조만간 갚을 수 있겠다 생각한 국왕과 귀족들은 어서 그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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