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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58화 (58/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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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투웅!

어두운 새벽이라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부대별로 집결하던 병사들은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모를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하벨은 적 수십 명을 석궁으로 제거하더니 마법주머니 속에서 꺼내 든 포탄에 불을 붙이고는 집어 던졌다.

여기저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포탄이 날아와 폭발하자 희생자가 급속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하벨의 마법주머니 속에는 포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류탄도 있었다. 수류탄은 많이 있었기에 안전핀을 뽑아서 집어 던졌다.

근처에 있는 병사들을 완전히 초토화시켜버린 하벨은 블링크(Blink) 마법으로 그곳에서 사라지더니 병사들이 모여 있는 곳에 다시 나타났다.

“홀드 퍼슨(Hold person).”

갑자기 마법에 걸려 몸이 고정되어버린 병사들은 눈을 크게 뜨고 두려움에 떨었다.

그들의 손에다가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을 쥐어준 것 때문에 그런 것이다.

“으아아… 살려줘!”

쾅!

수류탄을 손에 쥐고 있던 병사는 온몸이 산산조각 났다. 그 광경은 주위에 있던 병사들까지 공포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비릿한 피비린내가 진동했지만 하벨은 또다시 마법을 캐스팅했다.

“후후후… 어디 맛 좀 봐라. 매직 미사일!”

슈아아앙!

20여 발의 매직 미사일이 유도탄처럼 병사들에게 날아가 가슴에 적중해 폭발을 일으켰다.

후두둑.

피와 살점이 주변으로 흩어지자 그것을 본 병사들은 학질이 걸린 사람처럼 부들부들 공포에 젖어 떨었다.

하벨은 투명술 마법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병사들이 느끼는 공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하벨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마법을 마구 난사하고 가지고 갔던 포탄과 수류탄을 집어던져 킬라스 제국의 남부함대 진영을 괴롭히고는 사라졌다.

하벨이 적의 진영에 있었던 시간은 비록 30여 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전투에서 한번 패한 바 있어 사기가 많이 떨어진 병사들은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자신들을 유린하는 적 때문에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병력이 많다고는 하지만 언제 어디에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최악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둠이 물러가고 날이 밝아왔다.

새벽에 호되게 당한 킬라스 제국의 남부함대 병사들은 이를 악물고 진영을 갖추었지만 자신들과 비슷하게 늘어난 스너비 영지병들을 보고는 절망했다.

불과 지난밤에만 하더라도 1만 명 정도이던 스너비 영지 병사들이 어느새 3만 명으로 늘어나 있는 것이었다.

킬라스 제국의 남부함대 병사들이 주춤거릴 때 스너비 영지병들의 선공이 시작되었다.

선공은 투석기에 실은 포탄으로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져 폭발했다.

화살 같으면 방패로 막겠지만 포탄은 방패도 소용없었다.

일단 포탄이 폭발하게 되면 병사들이 우수수 쓰러졌기 때문이다.

너무 일방적인 공격이었기에 병사들은 싸울 용기가 없었다.

지휘부에서도 공격명령을 내리려고 했으나 무작위로 날아드는 포탄으로 인해 백인대장들이나 천인대장들까지도 쓰러져 나갔다.

심각할 정도로 얼굴이 굳어 있는 오스틴 군단장 곁으로 부관이 다가와 말했다.

“군단장님,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져 이대로는 승리하지 못합니다. 즉시 후퇴하셔야 합니다.”

“크음…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되었지?”

“스너비 영지를 너무 손쉽게 생각했던 게 패인 같습니다.”

“크으… 이런 치욕을 당할 줄이야.”

“군단장님, 망설이는 중에도 병사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알았다. 후퇴신호를 울려라.”

“옛, 사령관님. 후퇴하라, 후퇴!”

뿌우우우!

후퇴하라는 나팔 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자 천인대장들과 백인대장들은 병사들에게 후퇴하라 외쳤다. 병사들의 얼굴에는 ‘이제는 살았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그들은 즉시 배에 올라타서 배를 출항시켰다.

해안까지 추격해온 스너비 영지병들은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지만 궁병들은 불화살을, 석궁병들은 도망치고 있는 적들의 등에 화살을 퍼부어 조금이라도 더 희생자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배에 불이 붙자 병사들은 불을 끄느라 더욱 혼란스럽게 움직였다. 그들에게는 정조준한 화살을 먹여주었다.

“파이어 볼(Fire ball).”

활활활!

파이어 볼이 배의 갑판이나 마스트에 떨어져 폭발하면서 불이 크게 타올랐으며, 근처에 있던 병사들도 그 폭발력에 쓰러졌다.

공격을 받은 배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침몰했다.

해안을 벗어난 킬라스 제국의 남부함대는 침울했다.

5백 척의 갤리선에 7만5천의 대병으로 쳐들어왔으나, 하루 만에 전쟁에서 패하면서 68척의 갤리선이 불타면서 침몰하고 432척만이 살아남았다.

그러나 병사는 겨우 2만7천 명 정도만 살아남았기에 비참할 정도의 대참패였던 것이다.

도망치는 킬라스 제국의 남부함대를 바라보던 스너비 영지의 병사들은 승리의 함성을 지르고, 곧이어 죽은 동료들과 제국군의 시신을 분류했다.

5만 명 가까이 죽은 제국군의 시신을 수거해보았더니 그들이 입고 있던 옷이나 신발, 무기와 개인소지품이 상당했다.

“부관은 시신에서 수거한 물품들을 필요한 곳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특히 무기는 대장간으로 보내 우리 영지병들이 사용할 수 있게 개조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영주님.”

“그리고 죽은 영지병들의 가족들도 불러서 시신을 인수해 가도록 조치해.”

“알겠습니다, 영주님.”

“아참, 죽은 병사들의 가족들이 올 때 짐수레를 꼭 가져오도록 조치하고, 내가 내리는 1백 골드의 위로금도 차질 없이 지급하도록.”

“영주님, 1백 골드는 너무 많은 게 아닙니까?”

“영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병사들이다. 1백 골드가 뭐가 많아? 차질 없이 지급해.”

“예,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영주님.”

몇 시간 후 통지를 받은 죽은 병사들의 가족들은 슬픔에 잠시 눈물을 보였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는 죽은 병사를 인수하면서 하벨 영주가 내리는 1백 골드를 수령해 갔다.

비록 죽은 병사의 가족들은 슬펐지만, 자신의 아들 혹은 동생이 용감하게 싸우다가 전사했다는 생각에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영주의 위로금 1백 골드를 수령한 전사한 병사의 가족들은 최소 10년간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

그러했기에 병사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가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가족 중에 병사가 있는 집은 그만큼 어깨에 힘이 들어갔고, 혹시라도 병사가 전쟁에서 죽으면 가족들에게 위로금이 하사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병사들에게도 비록 죽은 병사들보다는 적지만 승리금이라는 명목으로 각각 30골드씩 하사가 되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스너비 영지에서는 병사가 최고로 인기 있는 직업이 되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병사가 기피직업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하벨이 얼마나 영지민들에게 병사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무려 5만이나 되는 적의 시신을 화장하기 위하여 구덩이를 크게 만들고 그곳에다가 시체를 차곡차곡 잘 쌓은 뒤 기름을 붓고는 불을 붙였다.

비록 적이지만 시신을 그냥 방치하기에는 여러모로 보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나마 죽은 시신을 한곳에 모아 화장하는 것이다.

화르르르, 활화활!

불은 기름으로 인해 잘도 타올랐고, 몇 날 며칠을 그렇게 타오르고서야 끝났다.

스너비 영지가 기습 공격해온 킬라스 제국의 남부함대를 물리치면서 이 전쟁은 스너비 영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아비린 왕국의 왕궁.

스왈브리 폰 파에이슨 국왕과 3왕자인 스왈브리 폰 브린츠를 비롯하여 국왕의 장인이며 국왕파의 귀족 수뇌인 베다 후작, 고위 귀족들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으며, 실내의 공기도 급격하게 냉각되어 있었다.

심각한 일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국왕은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고는 말문을 열었다.

“베다 후작, 스너비 영지를 노리고 공격한 자들의 정체는 알아보았소?”

“예, 폐하. 킬라스 제국의 남부함대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요?”

“갤리선 5백 척에 7만5천의 대병을 이끌고 쳐들어왔는데 하벨 백작이 그들을 물리쳤다 하옵니다.”

“흐음… 다행이군. 문제는 헤스페 공작이 이끌고 간 대병과 크라운 왕국군들 간의 전쟁인데… 어찌 되고 있다 합니까?”

“크라운 왕국에 소드 마스터라 알려진 크림슨 2왕자가 얼마 전부터 전쟁에 참여해 진두지휘를 하고 있어서, 그전까지는 밀고 밀리는 상황이었습니다만 현재는 양쪽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장기전으로 갈 것 같습니다.”

“으음… 끝없는 소모전이 될 것 같은데… 큰일이군.”

“문제는 드라이온 왕국이 율린 평야를 노리고 기습해 왔다는 것입니다.”

“왕국의 남부는 크라운 왕국이 도발하고 있고, 동부에는 드라이온 왕국이 공격해온 상황이니 이거 큰일인데… 좋은 의견들 있으면 말해보라.”

“폐하, 드라이온 왕국이 쳐들어올지도 모르니 대비를 해야 한다는 하벨 백작의 말을 들을 것을 그랬습니다.”

“크흠흠… 맞아. 그때 그 말을 듣고 대비를 했다면 오늘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황이니 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폐하.”

“나도 그건 알고 있어. 방법이 있으면 말들 해보시구려.”

“라비나 영지의 마시엘 자작의 보고로는 드라이온 왕국군이 아벨리스 영지와 아스터 영지를 공격해 이미 점령한 상태이며, 벨스란 영지와 에델린 영지도 하루를 더 버티지 못할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라비나 영지만은 드라이온 왕국군에게 점령당하지 않았다 합니다. 이럴 때 신속하게 지원병을 보내 적들이 율린 평야를 넘어오는 것만은 막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건 그렇군. 그런데 지원병은 있나?”

“중도파의 콜슨 백작령에 8천의 보병과 기병 3천을 동원하고, 역시 중도파의 킥스 자작령에도 5천의 보병과 2천의 기병을 급파하는 게 좋겠습니다, 폐하.”

“두 곳 다 중도파의 귀족들인데 중도파의 수장인 포에니 공작이 이번 일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겠소?”

“물론 그렇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는 일 같사옵니다.”

“폐하, 제가 한번 포에니 공작을 만나 설득해보겠습니다.”

“브린츠 왕자가 말이냐?”

“그렇습니다, 폐하. 이번에 두 곳의 영지병을 급파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면 공작도 반대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스터 영지의 펜리모 남작과 벨스란 영지의 프루코 자작은 중도파의 귀족들이니 말입니다.”

“흠… 그렇겠어. 포에니 공작은 어찌 되었든지 간에 얼마간의 지원병을 보내려고 할 것인데 브린츠 왕자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부탁한다면 그도 반대하지는 못하겠지. 좋은 생각이다. 당장 그렇게 하거라.”

“예, 폐하. 그럼 제가 지금 당장 나가서 포에니 공작을 만나보겠습니다.”

“폐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베다 후작, 말씀해보시구려.”

“지금 왕국은 무엇보다도 내실을 다져야 할 때이옵니다. 그런 중요한 상황에 남부에는 크라운 왕국군이, 동부에는 드라이온 왕국군이 쳐들어왔습니다. 남부와 동부에 빼앗긴 땅은 지금으로선 되찾기가 불가능합니다.”

“그, 그것이 무슨 소리요, 베다 후작?”

“폐하께서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지금 우리 아비린 왕국 전역은 각종 공사로 날로 번창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스너비 영지의 발전을 보면서 착공한 공사들이옵니다. 이런 때에 두 왕국과의 지속 전쟁은 너무나 많은 손해를 봅니다. 이제 겨우 중도파와 귀족파를 누른 상황이옵니다.”

“으음… 그럼 베다 후작의 뜻은 무엇이오?”

“물론 남부와 동부에서 병사들의 피해를 많이 본 것은 사실이지만 중도파와 귀족파의 병사들이 가장 많습니다. 그러니 사실 국왕파의 귀족들이나 병사들의 피해는 적은 편입니다. 그냥 남부와 동부의 빼앗긴 땅을 잠시만 보류해두신다 생각하시고 이쯤에서 종전협상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뭐요, 종전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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