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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다른 곳보다 두 배나 많이 지급하고 있기에 대우는 최상입니다.”
“루팽, 최소 2년간은 작업자들을 철저하게 감독해야 하네.”
“예, 영주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하… 역시 루팽은 체구만큼이나 믿음직스럽다니까.”
“감사합니다, 영주님.”
작업 테이블 위에서 완성된 무기는 성인 주먹만 한 크기의 둥근 것에 막대처럼 손잡이가 있었으며 심지가 튀어나와 있는 모양으로 마치 독일군 수류탄 같았다. 그러나 사실 그것보다는 좀 더 구식이었다. 심지에 불을 붙이는 구조라 연상하면 정확하게 이해된 것이다.
수류탄은 수류탄인데 현대의 수류탄이 아닌 심지에 불을 붙이는 수류탄이었다.
하벨이 수류탄을 하나 손에 들고 살펴보자 라이크 마법사, 아니 이제 공장장이 된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영주님께서 보내주신 설계도를 참고하여 만든 것입니다. 실험해 보았더니 아주 우수했습니다.”
“이 수류탄의 실험은 어디에서 이루어지고 있나?”
“이곳에서는 실험하기가 용이하지 않습니다. 동굴 밖의 골짜기로 들어가면 외부인의 출입이 없는 곳이 있으므로 그곳에서 정기적으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루팽, 아직 흑색화약은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되고 있으니 외부에 노출이 되어선 안 돼.”
“알고 있습니다, 영주님. 그래서 실험할 때에는 병사들을 넓게 배치하여 외부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너비 영지로 외부인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첩자들도 무엇인가를 캐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돼.”
“수류탄의 실험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충분하며, 다만 포탄은 가끔씩 실험하고 있는데 파편을 철저하게 수거하고 있기에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포탄의 실험은 성공적인가?”
“예, 현재까지는 불발 없이 모두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럼 더 이상 동굴 밖에서 실험하는 것은 중지하도록. 첩자에게 혹시라도 노출되면 안 되니 말이야.”
“예, 오늘부터라도 당장 실험을 중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수류탄의 운반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 용기로 운반하고 있습니다.”
하벨은 루팽이 내민 수류탄 운반용기를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류탄의 충격방지를 위해서 만든 이 운반용기는 대단히 만족스러워. 잘했어.”
“감사합니다, 영주님.”
완성된 수류탄은 운반하기 용기하도록 나무상자 속에 담았는데 서로 부딪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고무로 된 홈판이 상자 속에 끼워 있었다.
그 고무 홈에 수류탄의 밑 부분을 절반가량 끼우는 것이기에 상자를 운반해도 서로 부딪힐 염려는 없었다.
“홈이 많은데 몇 개나 넣을 수 있나?”
“나무 한 상자 속에는 수류탄을 100개 넣을 수 있습니다.”
“라이크 공장장, 어디 할 만한가?”
“예, 영주님. 저는 이곳에 부임한 걸 대단히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되었어. 셀크는 어떤가?”
“예, 저도 부공장장 직을 맡고 있는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라이크 마법사는 얼마 전부터 이곳 스너비 군수공장의 공장장으로 부임하게 되었으며, 셀크 행정원도 부공장장의 직위를 받았다.
라이크 공장장은 흑색화약의 재료인 초산, 칼륨, 유황, 목탄 성분을 배합하는 임무를 맡아 아무도 볼 수 없도록 밀폐된 곳에서 배합했고, 또한 셀크 행정원은 작업인부들이 완성한 무기를 나무상자 속에 담은 것을 직접 확인하여 수량을 파악했다.
“셀크 부공장장, 하루에 수류탄을 얼마나 생산하고 있나?”
“처음 며칠간은 작업인부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생산량이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제는 분업화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하루에 60상자씩 생산되고 있습니다.”
“60상자라면 6천 개라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영주님.”
“좋아, 그 정도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많군. 앞으로는 수류탄의 하루 생산량을 끌어 올리는 것보다는 불량품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독하는 게 필요해. 알겠나?”
“예, 저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에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좋았어. 그럼 이제 포탄을 볼 차례인가?”
“영주님, 이것이 이번에 생산하고 있는 포탄입니다.”
“크기는 이 정도면 적당하지만 무게는 어디 보자.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리 무겁지 않군.”
“그렇습니다만 폭발력은 엄청납니다.”
“하긴 수류탄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
“직접적인 비교는 해보지 않았지만 수류탄 30개를 한꺼번에 터뜨리는 것과 위력이 비슷해 보였습니다.”
“오, 그런가? 포탄의 위력이 그 정도라니 만족스럽겠어.”
“투석기에 놓고 발사해보았더니 대단히 좋았습니다. 이 포탄으로 성을 공략한다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맞아. 또한 중장기병들이 돌격해 올 때에도 이 포탄을 날리면 볼 만할 거야. 안 그런가?”
“상상만 해도 두렵습니다.”
“하하하… 라이크 공장장의 말이 맞아. 적들에게는 아주 공포적인 무기지.”
포탄은 수류탄보다 10배 이상 크며, 마치 볼링공에다가 심지를 꽂은 듯한 모양이었다.
하벨이 포탄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자 라이크 공장장이 설명했다.
“이 포탄은 나무상자에 5개 넣을 수 있으며 하루에 20상자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루팽, 라이크 공장장, 셀크 부공장장이 앞으로도 노력해줘. 내가 생각하기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크라운 왕국군이 우리 스너비 영지로 쳐들어올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비록 크라운 왕국군이 남부 고코리 영지까지 쳐들어 왔다고는 하지만 이곳까지 거리가 얼마인데 진격해 오겠습니까?”
“글쎄, 과연 그럴까?”
루팽과 라이크, 셀크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지만 확신하고 있다는 듯한 얼굴을 보이는 하벨의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피어났다.
크라운 왕국의 1군단장인 게르슨은 지휘봉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전군, 진격하라.”
“진격하라. 이번에는 반드시 아비린 놈들을 무찔러야 한다.”
부관이 군단장의 명령에 복창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뿌우우우!
나팔수들은 진군 나팔을 세게 불었다.
크라운의 깃발이 나부꼈으며, 병사들은 입술을 굳게 다물면서 발걸음을 맞추었다.
‘크림슨 2왕자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이 생각만으로도 병사들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잊었으며, 아비린 왕국군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위풍당당하게 진군하는 병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게르슨 군단장의 눈가엔 잔 경련이 파르르 일어났다.
‘역시 크림슨 2왕자님은 위대하시다. 저분께서 전쟁터에 나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든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지 않은가. 이번 전투는 우리가 이겼다. 아비린 놈들에게서 받은 두 번의 치욕도 꼭 되갚아 주리라.’
게르슨은 말고삐를 질끈 움켜쥐고는 병사들을 굽어보았다.
와아아아!
채채챙, 파팍!
아비린 왕국군과 크라운 왕국군이 서로 충돌하면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중장기병들은 나를 따르라.”
“크림슨 2왕자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왕자님을 따르라.”
부관이 크림슨 2왕자의 명령에 복창하며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뒤를 따라 달렸다.
두두두두.
풀 플레이트 메일을 착용한 중장기병 3천이 크림슨 2왕자의 뒤를 따라 아비린 왕국의 보병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마구 짓밟으면서 돌격하자 순식간에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막아라. 더 이상 이곳이 뚫려서는 안 된다.”
쇼왈츠 자작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보병 대열은 허무하게 무너져버렸다.
크림슨 2왕자의 롱소드에서 녹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무려 3미터나 뻗어 나와 파도를 휘젓는 노처럼 보병들의 대열을 무너뜨렸다.
보병들의 눈으로는 미처 따라잡지도 못할 정도의 속도로 휘젓는 롱소드라 근처로 다가가기도 전에 다들 몸이 두 동강 나버려 쓰러졌다.
“크악!”
낙엽처럼 우수수 아비린 왕국 보병들이 쓰러졌다.
또한 3천이나 되는 중장기병들이 파도처럼 밀어 붙이면서 짓밟아버리자 그들의 앞을 막을만한 것은 더 이상 없었다.
“마법사, 마법사들은 무얼 하는가?”
“공격해, 공격하란 말이야.”
“파이어볼.”
“윈드 카터.”
불덩어리와 바람의 칼날이 크림슨 2왕자 앞으로 날아왔지만 그의 롱소드에서 뻗어 나온 녹색의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자 모두 튕겨 근처에 있는 보병들에게 떨어져 피해만 늘어났다.
기세 싸움에서 밀리게 된 아비린 왕국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이 전투에서 크게 패했다.
은색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밀실.
9개의 의자에 8명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모두 검은색 로브를 입고 있었으며, 후드까지 쓰고 있었다.
이들은 무척 비밀스러운 집단인 은십자가 클럽이었다.
은십자가 클럽은 공식적으로 서열이 없었지만 서로 다른 왕국이나 제국에 속해있기 때문에 은연중에 서열이 정해져 있었다.
A라는 자가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말했다.
“이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S님부터 말씀해주십시오.”
“예, A님 그럼 제가 먼저 보고 올리겠습니다. 이번에 저는 M(마드라실)이 의문의 적에게 죽은 사건을 조사했습니다. 킬파브 상단이라는 곳이 용의선상에 올라 그들을 추격해보았더니 뜻밖에도 상단에서 고용한 용병 중에 두 명의 범인이 있었습니다. 다만 운이 없었던 건지 한 명은 이미 그들과 헤어진 상태였으며 나머지 한 명이 도시 헤이야로 이동 중인 것을 확인하고는 기습공격했는데 어찌 알았는지 그자는 이미 도주하려고 말을 준비해두었더군요.”
“허허… 그런 일이?”
“야산으로 도망친 그놈을 추격했지만 하늘로 날아간 것인지 아님 땅속으로 스며든 것인지 도무지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허허허… 도무지 믿기질 않는군요. 어떻게 S님의 추격을 피해 도망칠 수 있는지?”
“돌아오면서도 그게 저도 의문스러웠습니다만 도저히 그 의문을 풀 수는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나머지 한 명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 그게 그자도 종적이 묘연했습니다만 의심이 가는 자는 있습니다.”
“그게 누구입니까?”
“하벨 백작이라는 자입니다.”
“하벨 백작이라면…….”
“아비린 왕국의 스너비 영지를 하사 받은 귀족입니다.”
“아… 콜리니아 대륙에서 건너왔다는 그자인 것 같습니다.”
“그럼 최근 가장 떠오르고 있다는 그자인 모양입니다.”
“그럼 S님께서는 그 하벨이라는 자를 조사해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