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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두두두두.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일단의 무리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은빛이 번뜩이는 풀 플레이트 메일을 착용한 그들의 가슴 부분에는 커다란 녹색의 네잎 클로버가 새겨 있었다. 이들은 클로버 기사단이었다.
클로버 기사단은 스너비 영지의 영주인 하벨의 호위기사단으로 기사단장을 포함해 정원이 201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클로버 기사단 전원이 지금 출동 중이며 그중 101명이 앞장서서 달리고 있었고, 그 뒤에는 8마리의 백말이 끄는 화려한 귀족마차가 한 대 뒤따르고 있었다.
마차의 모서리에는 깃발이 매달려 있었는데 그 깃발에는 흰 바탕에 녹색으로 된 네잎 클로버가 새겨져 있었다.
이 독특한 문장은 영주인 하벨 백작의 것이었다.
마차에 깃발이 꽂혀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영주가 타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8두 마차에는 마부가 2명이나 앉아 있었으며 그중 한 마부가 말고삐를 잡고 있었다.
영주의 마차 뒤에도 클로버 기사단 1벡 명이 뒤따라 호위하면서 달리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 후 선착장에 도착하자 클로버 기사단장인 루팽이 마차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영주님,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도착했어? 알았다.”
마차의 문이 열리면서 하벨이 내렸다.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던 하벨은 루팽이 안내하는 배로 걸어갔다.
선착장에는 수십 척의 배가 정박해 있었는데 그중 무인도를 왕복하는 배는 모두 세 척이었다.
이미 영주가 온다는 소식이 전달되었는지 선장을 비롯해 선원들이 갑판에 도열해 있었다.
“루팽, 내가 승선할 배가 가운데 있는 갤리선인가?”
“예, 그렇습니다. 영주님께서 승선하실 배는 60명의 승조원을 포함 270명까지 승선할 수 있는 대형 갤리선이며, 나머지 양쪽에 정박해 있는 갤리선도 150명이나 승선할 수 있는 중급의 갤리선입니다.”
“그럼 클로버 기사단이 함께 승선해도 충분하겠군.”
“그렇습니다, 영주님.”
“두 척의 중급 갤리선에도 병사들이 승선해 있나?”
“예, 보병이 각각 1백 명씩 승선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도록 조치해두었습니다.”
“알았다. 얼마 전에 영주성에 적이 쳐들어온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루팽.”
“그것 때문에 항시 경호문제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좋아, 그럼 배에 승선하지.”
“예, 영주님. 클로버 기사단은 즉시 배에 승선하라.”
하벨과 클로버 기사단이 가운데 있는 대형 갤리선에 승선하자 배는 곧 출항했고, 양측에는 중급의 갤리선이 호위하면서 무인도를 향해 나아갔다.
무인도에 접안시설이 되어 있는 곳에 중급의 갤리선 한 척이 먼저 도착해 보병들이 배에서 내려 주위에 포진했다.
그때에서야 하벨이 승선해 있는 대형 갤리선이 도착했다. 클로버 기사단 1백 명이 먼저 내렸으며, 하벨은 뒤에 내렸다.
나머지 중급의 갤리선 한 척은 주위에 대기해 있었다.
이것만 보아도 최근 하벨이 신변안전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조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주님, 어서 오십시오.”
“하하하… 라이크 마법사와 셀크 행정원이 기다리고 있었군. 그동안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영주님. 셀크 행정원, 어서 앞장서게.”
“아참… 영주님,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셀크 행정원이 앞장서자 그 뒤를 라이크 마법사와 하벨이 뒤따라 걸어갔다.
콰콰쾅!
천둥치는 듯한 요란한 폭음이 터지면서 흙먼지와 흰 연기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영주님, 정말 대단히 위력적인 무기입니다.”
“하하하… 그럴 거야.”
“이 무기를 활용하면 일반보병이라고 해도 마치 마법사와 같겠습니다.”
“루팽이 잘 보았군, 맞아.”
“영주님, 앞으로 이 흑색화약으로 어떤 무기를 만드실 겁니까?”
“후후… 기대해보라고. 잘만 이용하면 각종 신무기를 많이 개발할 수 있을 거야.”
“저희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두 사람이 그동안 무척 고생했어.”
“아, 아니옵니다. 영주님.”
“그럼 실험내역이 적힌 책을 가져오도록.”
“예, 영주님.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하벨은 두 사람이 기록해두었던 흑색화약의 실험내역서를 살펴보고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이제까지 실험한 흑색화약은 앞으로 무척 중요한 기밀사항이니 내가 실험내역서를 보관하겠네. 또한 흑색화약에 관계된 모든 서류를 가져오도록.”
“예, 영주님.”
라이크 마법사와 셀크 행정원은 즉시 흑색화약에 관계된 모든 서류를 가져왔고, 그것을 살펴본 하벨은 중요한 서류는 따로 분류했으며 나머지는 즉시 불태워버렸다.
“이제 두 사람과 나만 흑색화약에 관계된 것을 알고 아무도 모르니 앞으로도 두 사람은 기밀을 발설하면 안 되네. 알겠는가?”
“여부가 있겠습니까, 영주님.”
“그럼 이제 두 사람은 앞으로 이 무인도를 떠나 영지에 마련된 군수공장으로 가야겠어.”
“그럼 이제 무인도를 떠나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오늘 주변을 정리해서 떠날 거야.”
“가, 감사합니다, 영주님.”
“루팽, 앞으로는 이것을 응용한 무기를 우리 영지병들이 가지게 될 거야. 그럼 얼마나 막강한 영지병이 되겠는가.”
“그럼 지금보다 수 배는 더 강한 영지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후후후… 일단 흑색화약의 실험이 성공했으니 이것을 가지고 무기를 생산해 앞일에 대비해야 해. 루팽, 자네가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을 거야.”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영주님을 뫼시겠습니다.”
“자, 이만하면 충분하게 실험이 된 것 같으니까 셀크 행정원은 인부를 동원해 즉시 이곳을 정리하도록.”
“예, 영주님. 인부들은 나를 따라와라.”
셀크 행정원의 말에 인부들은 그의 뒤를 따라 이동해 뒷정리를 시작했다.
아비린 왕국의 남부 그라슈 영지 외곽.
크라운 왕국군의 20만 대군이 아비린 왕국의 남부 영지 4곳을 쉽게 점령했지만 더 이상 북상하지는 못하게 되었다.
아비린 왕국에서 긴급하게 끌어 모은 병사들 때문이었다.
남부 고코리 영지라는 곳에서 파이스 백작의 4만과 쇼왈츠 자작이 이끄는 3만이 20만의 크라운 왕국군을 맞아 싸웠지만 결국 전투에서 패하면서 영지가 점령당했고, 고코리 영지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그라슈 영지에서 전열을 정비한 아비린 왕국군 10만과 조우하게 되어 서로 소모전만 하고 있었다.
또한 클라이스 백작의 선봉군 6만이 그라슈 영지에 도착해 지원하자 서로의 세력은 비슷해졌다.
서로 비슷한 세력이라고 해도 크라운 왕국군이 무력에서 조금 앞서기에 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있었지만 며칠 후에 도착한 총사령관 헤스페 공작이 이끄는 14만의 대병력이 뭉치자 크라운 왕국군들도 더 이상 북상은 힘들게 되었다.
“군단장님.”
크라운 왕국군 사령부 막사 안으로 보초병이 헐레벌떡 뛰어들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작전회의를 하던 군단장 게르슨과 천인장들은 일제히 보초병을 노려보았다.
“무슨 일이냐?”
날카로운 부관의 질문에 보초병은 부동자세를 취하면서 고했다.
“크림슨 2왕자님께서 오셨습니다.”
“뭐라?”
게르슨의 눈이 커졌다.
부관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천인장들도 깜짝 놀랐다.
막사 안으로 크림슨 2왕자가 들어섰다.
크림슨 2왕자의 외모는 뛰어났다.
키가 훤칠하고 근육질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머리카락도 금발이었다.
어느 곳 하나 뛰어나 보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또한 그는 왕족이면서도 소드 마스터에 올랐기에 게르슨 군단장과 천인장들이 받는 중압감은 엄청났다.
크림슨 2왕자의 기세에 짓눌려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
약간의 침묵 끝에 크림슨 2왕자가 입을 열었다.
“게르슨 군단장, 오랜만입니다.”
“그렇습니다, 크림슨 2왕자님.”
“이곳으로 오면서 들었는데 아비린 왕국군 측에서 대대적인 병력충원이 있었다지요?”
“예, 사실입니다. 그것 때문에 저희 병사들이 진군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 방법은 있습니까?”
“그것이 고민인데 아직 뚜렷한 방법이 없습니다.”
“아비린 왕국군은 얼마나 됩니까?”
“척후병들의 보고로는 적들이 약 34만이라 하니 우리는 고작 17만 정도로 절반의 병력입니다.”
“두 배나 많은 적들이라 어렵다?”
“처음에는 기습작전을 펼쳤기에 비교적 손쉽게 아비린 왕국 남부 영지 4곳을 점령했지만, 적들도 즉각적으로 병사를 대대적으로 끌어 모아 대비를 하게 된 상황이기에 지금으로서는 뚜렷한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으음… 내일 전투에는 내가 출전할 테니 그렇게 아세요.”
크림슨 2왕자는 그 말을 끝으로 매정하게 등을 돌려 막사를 나가버렸다.
스너비 군수공장.
흑색화약을 주재료로 만드는 무기를 생산하는 스너비 군수공장은 하벨의 영주성에서 8백 미터 정도 떨어진 야산에 위치해 있었다.
신설된 지는 겨우 한 달 정도 되었으며 인공적으로 광산처럼 동굴을 파서 만들었다.
동굴의 입구에는 무장한 영지 보병 1백 명이 경비를 서고, 그 앞에는 2천의 부대가 주둔하게 되었으며, 목책과 병사들의 막사가 설치되어 있었다.
부대의 최고 지휘관은 루팽이었다.
그는 영주 하벨의 호위와 함께 이곳의 책임자도 역임하게 된 것이다.
루팽이 군수공장을 책임지게 되자 이 군수공장의 보안은 완벽해졌다.
다각다각.
영주의 화려한 마차와 클로버 기사단이 주위를 호위하면서 천천히 다가와 멈추었다.
주변에는 무장한 병사들이 곳곳에 보초를 서고 있었기에 접근하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마차에서 내린 하벨은 호위를 맡은 클로버 기사단과 함께 철문 앞으로 걸어갔다.
스너비 군수공장인 동굴의 입구에는 가로 5미터 높이 10미터, 두께 1미터나 되는 거대한 철문을 만들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무장한 병사들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영주님 행차시다. 어서 문을 열어라.”
“예, 알겠습니다.”
그그긍.
마찰음을 일으키면서 거대한 철문이 올라갔다.
“영주님,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고개를 끄덕인 하벨은 안으로 성큼 들어섰고 그 뒤를 클로버 기사단이 뒤따라 들어왔다.
저벅저벅.
동굴 안에서 수십 명의 사람이 일제히 발걸음을 옮기자 제법 큰 소리가 났다.
“루팽, 설계도대로 잘 만들어진 것 같구나.”
“그렇습니다. 동굴 안에는 20미터 간격으로 무려 두 개나 더 철문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 세 개의 철문이 있습니다. 안전에는 최상이라 생각합니다.”
“철문에도 실드마법을 새겨 두었나?”
“그렇습니다. 영주님.”
“흐음… 이 정도는 되어야 안심이 되거든.”
“동굴의 깊이는 약 50미터 정도로 깊지는 않지만 거대한 공동을 만들어 2천 명이 작업할 수 있을 정도로 넓습니다.”
“내가 지시했던 것보다 더 넓게 만들었군. 좋아, 아주 잘했어. 이 정도 규모라면 앞으로도 충분하게 무기를 생산할 수 있겠어.”
“저의 생각도 그러했기에 이곳을 만들 때 좀 더 넓게 만들도록 요구했던 겁니다.”
하벨은 작업장을 둘러보았다.
긴 목제 테이블 위에는 각종 물건들이 놓여 있었으며, 잘 분업화된 작업자들은 서로 마주보고 의자에 앉아 한창 작업 중이었다.
“이런 작업 테이블 한 개에는 작업자가 얼마나 되나?”
“작업 테이블 한 개는 2백 명이며, 총 10개의 테이블이 있으니 작업자가 2천 명입니다.”
“모두 신분이 확실한 자들이겠지?”
“철저하게 확인한 자들만 모집했기에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작업자들은 퇴근하면 마을로 돌아가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모두 동굴 속에 마련된 숙소에서 합숙하면서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가 샐 염려는 없습니다.”
“역시 루팽이구만. 잘했어!”
“2주에 한 번씩 동굴 앞에 마련되어 있는 곳에서 병사 두 명의 감독 하에 면회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작업자의 처우는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