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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한편, 크라운 왕국의 북부 국경사령부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북부 도시 엘르(Elle) 외곽에는 10만의 대병력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중장기병과 기사단을 비롯해 보병 7만에 지원병 3만으로 10만이었다.
아비린 왕국에서 천일염으로 취득한 막대한 부는 아비린 왕국의 대대적인 군비 확충으로 쓰였다.
거기에다가 무역을 통해 각 왕국은 아비린 왕국에서 천일염과 각종 물품을 구입하고 자국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팔았지만 귀족들의 사치가 도를 넘으면서 무역적자가 이어졌다.
귀족들의 사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기에 그냥 넘어간다고 해도 문제는 아비린 왕국의 군비 확충에 있었다.
병력이 늘어나면서 많은 무기도 늘어났으며 군량 보급까지 좋아져 병사들의 사기가 높아졌다.
또한 병사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면서 강병이 되어갔고 첩자들의 보고를 받은 이웃 왕국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더 이상 지켜보다가는 경제가 파탄되고, 침공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에 크라운 왕국에서는 아비린 왕국을 먼저 침공하기로 내부적인 방침을 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강폭이 23미터인 웨버 강.
웨버 강은 크라운 왕국과 아비린 왕국간의 사실상 국경이다.
웨버 강변은 평소 조용했지만, 지금은 수많은 병사들이 각종 무기를 들고 도열해 있었다.
목재로 만든 임시 교각을 강에다 펼쳐 도하(渡河)하려는 것이었다.
“허허, 저 크라운 왕국군 놈들이 나 아나류 후작을 너무 우습게보는군. 여기가 어디인데 감히 도하를 하려고 해.”
아나류는 계속된 음주로 인해 눈이 충혈되고 얼굴이 술에 찌든 모습이었지만 노련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갈색 전마를 탄 그의 곁에는 부관 다린과 호위병들이 깃발을 치켜들고 있었으며, 그 깃발엔 독수리가 날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문양이 바로 아비린 왕국의 상징이었다.
“다린 부관, 잠시 후면 크라운 놈들이 강을 건너올 것이네. 우리 쪽 상황은 어떤가?”
“궁병들이 대기해 있으니 언제든 공격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생각했던 것보다 크라운 놈들의 규모가 대단해 걱정이군.”
“궁병들이 있기에 강을 건너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하하… 다린 부관, 크라운 놈들에게 우리의 기상을 확실히 보여줘야겠어.”
뿌우우!
고동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크라운 왕국군 측에서 중장기병들이 먼저 교각으로 달려 나갔다.
“크라운 놈들이 강을 건너오고 있다. 화살을 쏘아라.”
수천 발의 화살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도하하고 있는 크라운왕국 중장기병들에게 떨어졌지만, 크라운 왕국군은 풀 플레이트 메일을 착용하고 말에게까지 금속 마갑을 착용시켰기에 화살은 모두 튕겨졌다.
두두두두.
중장기병들의 말발굽 소리가 굉음이 되어 점점 다가오자 강변에 도열해 있던 아비린 왕국군 보병들은 겁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겁먹지 마라. 계속 화살을 쏘아라.”
“투석기는 뭐 하는가? 적들에게 맛을 보여주어라. 어서.”
투아아앙!
수십 발의 투석기에서 발사된 묵직한 돌이 허공으로 튕겨 강에 떨어졌지만 일부는 달려오는 중장기병들의 앞 교각 상판에 적중했다.
출렁!
“어엇, 아아악!”
이히히힝!
교각 상판이 흔들거리면서 중장기병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강에 빠졌다.
중장기병들은 장비가 너무 무거워 그대로 강바닥에 가라앉으면서 질식해 숨졌다.
어떤 중장기병은 날아오는 돌에 머리가 박살나 옆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죽거나 강에 빠진 중장기병들은 극히 일부였고 대부분 도하에 성공하면서 전방에 도열해 있는 보병을 공격했다.
“물러서지 마라. 물러… 크아악.”
일선 백부장은 중장기병이 던진 투창에 목을 꿰뚫리면서 쓰러졌다.
중장기병들의 난입으로 보병 선두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콰지직, 퍼퍼퍽!
“아아악!”
“크악! 내 팔!”
중장기병들의 무서운 돌파력에 보병들은 그대로 말에 깔리면서 짓밟혔고, 보병대열은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다시 크게 울리자 기병들과 보병들이 교각을 건너오기 시작했다.
“막아라. 막아야 한다.”
“강을 건너게 해서는 안 된다. 어서 화살을 쏘아라.”
목이 터져라 일선 백부장들이 병사들의 분전을 촉구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채채챙, 파팍!
“커억!”
“크아악!”
양측의 병사들이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지만 도하한 크라운 왕국군의 사기가 더 높았으며, 병사들의 수에서도 압도적이었기에 전세는 점점 아비린 왕국군이 밀리는 형국으로 변했다.
크라운 왕국군은 20만이 넘는 대군인데 비해 아비린 왕국군은 겨우 3만이다.
처음부터 상대가 될 수 없는 병력수였던 것이다.
“아나류 후작각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본진을 뒤로 물려야겠습니다.”
“으으음… 이대로 물러선다면 국왕폐하를 어떻게 본단 말인가.”
“하지만 상황을 돌이키기엔 늦었습니다. 크라운 놈들이 단단히 준비하고 시작한 전쟁입니다. 전멸하기 전에 후퇴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크으… 중앙정치에서 물러나더니 이번에는 크라운 놈들에게까지 이런 치욕을 당할 줄이야. 어쩔 수 없지. 병사들에게 후퇴명령을 하달해라.”
“예, 후작각하. 후퇴명령이 내렸으니 즉시 후퇴 나팔을 불어라.”
뿌우우우.
후퇴 나팔이 전장에 울려 퍼지자 한창 싸우던 아비린 왕국군이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비린 놈들이 도망치고 있다. 추격하라.”
“한 놈이라도 더 죽여야 된다.”
“와아아아!”
크라운 왕국군의 함성이 크게 터지면서 밀물이 밀려오듯 추격하기 시작했고, 아비린 왕국군은 반대로 도망치기 급급했다.
콰앙!
흥분한 아비린 왕국의 스왈브리 폰 파에이슨 국왕은 테이블을 내리쳤다.
테이블의 양쪽에 앉아 있는 귀족들은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 이이… 말들 해보시오. 크라운 놈들이 국경을 넘어 남부 3개 영지를 점령하고 계속 북상 중이라는데 이렇게 계속 당하고만 있어서야 되겠소?”
“황공하옵니다, 폐하. 크라운 놈들이 너무 급작스럽게 도발해온 것이라서.”
“그렇습니다. 미처 준비가 안 된 저희로서는 대처가 미흡했지만 병사를 끌어 모으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곧 대대적인 반격을 가할 것이옵니다.”
“그렇습니다, 폐하.”
“듣기로는 크라운 놈들이 무려 20만 대군이라고 하는데 대처방안은 무엇이오?”
“남부 고코리 영지에서 파이스 백작의 4만과 쇼왈츠 자작의 3만이 적들을 막고 있으며, 고코리 영지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그라슈 영지에 10만의 대병이 전열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적들보다는 병력수가 적은데 막을 수 있겠소?”
“폐하, 신 헤스페 아뢰옵니다.”
“오… 헤스페 공작. 그래, 말씀해보시구려.”
“제가 보유하고 있는 사병 6만을 데리고 전장으로 달려갈 테니 윤허해주십시오.”
“이, 이런… 헤스페 공작이 늙은 몸을 이끌고 전장으로 직접 달려가겠다고 하는데 여기에 앉아 있는 귀족들은 부끄럽지도 않은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폐하, 신 드리온 백작이 아뢰옵니다. 신도 사병 3만을 데리고 전장으로 달려가겠사오니 윤허해주십시오.”
“신도 가겠사옵니다, 폐하.”
“저를 보내주시옵소서, 폐하.”
국왕의 추궁하는 듯한 눈빛에 귀족들은 찔끔하면서 너도나도 전장으로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국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크라운 놈들을 막을 총사령관으로 헤스페 공작을 임명할 테니 경은 최선을 다해 적들을 막아주구려.”
“예, 폐하. 저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임무를 완수하겠사옵니다.”
다음 날.
수도 크라운 외곽에 대대적인 병사들이 모여들었으며, 클라이스 백작이 선봉군으로 6만을 이끌고 전장으로 출발했다.
며칠간 속속 병력이 모이더니 총사령관 헤스페 공작이 이끄는 14만의 본진 대병력이 진군을 시작했다.
이렇게 아비린 왕국은 크라운 왕국군이 도발한 전쟁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전쟁에 휩싸이게 되었다.
한편, 스너비 영지의 하벨은 어쌔신들이 침입한 이후 불안한 마음이 들어 예지력을 발휘해보았다.
하벨은 곧 얼마 후에 아비린 왕국이 전운에 휩싸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즉시 전쟁에 대비해 무기개발에 착수했다.
어떤 무기가 도움이 될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마침내 결심한 것이 바로 흑색화약으로 만든 폭약이었다.
흑색화약은 초산칼륨, 유황, 목탄 성분을 합해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하벨은 재료를 끌어 모아서 실험에 착수했다.
폭약은 화기에 매우 민감한 물건이라 취급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실험했다.
스너비 영지의 해안에서 4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3천 평 정도 되는 무인도가 두 개나 나란히 있었는데, 우측 무인도에서는 임시 목재 실험실을 만들어 실험재료를 비축했으며, 좌측 무인도에서는 폭약 실험을 했다.
흑색화약을 배합하는 특수 임무는 1년 전부터 스너비 영지로 들어와 살고 있는 3서클 유저 마법사인 라이크가 전담하게 되었다.
로브를 입은 마법사 라이크와 셀크 행정원, 1백 명의 실크란 기사단과 보병 3백 명이 무인도에 주둔하고 있었다.
무인도가 보이는 해안 선착장에는 보병 3천이 대기해 있었다.
콰쾅!
폭음이 터지면서 연기와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라이크 님, 오늘이 벌써 12일째인데 영주님께서 말씀하셨던 폭발력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직 40여 개나 남았으니 좀 더 지켜보세.”
“오늘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셀크 행정원, 걱정하지 말게.”
“라이크 님, 고작 3일 남았는데 걱정이 안 될 수가 있습니까.”
“허허… 이 정도면 거의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해. 단지 영주님께서 말씀하신 폭발력에는 미흡하지만 말일세.”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글쎄, 장담하기는 뭐하지만 가능할 것도 같아.”
“저는 꼭 성공하고 싶습니다.”
“허허…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아직 3일이나 남았으니 그때까지는 더 노력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보세.”
콰쾅!
“라이크 님, 이번 것은 그래도 오늘 실험 중에서는 가장 위력적인 것 같습니다.”
“허허… 나도 그렇게 보았네. 이제 3발 남았나?”
“예, 이것들 중에 한 발만 성공해도 좋겠는데.”
치이이.
속을 파낸 나무통 안에 흑색화약을 넣은 것을 한쪽 바닥에 잘 놓아두고는 심지에 불을 붙였다.
콰콰쾅!
흙먼지와 연기를 동반한 폭발이 있은 후 라이크 마법사와 셀크 행정원은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라이크 님, 이번 폭발은 제대로 된 폭발인 것 같습니다.”
“나도 들었네. 확인해보세.”
모래구덩이가 얼마만큼 파였는지 확인한 두 사람은 환희에 찬 얼굴로 서로 껴안았다.
“하하하… 라이크 님, 드디어 성공한 것 같습니다.”
“저, 정말 우리가 성공했어.”
“내일 다시 한 번 이 배합대로 실험해보면 정확한지 알 수 있겠어.”
“그렇습니다. 이미 제 생각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배합을 정확하게 기록하면서 실험한 것이기 때문이죠.”
“허허…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영주님께 보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일 한 번 더 확인해야만 하네.”
“그, 그거야, 하하… 그렇습니다.”
흑색화약은 생각했던 것 보다 폭음이 크며, 재료의 함량에 따라 폭발력이 크게 차이를 보였는데 수백 번을 실험해 드디어 오늘에서야 최고 폭발력을 내는 배합함량을 찾아내게 되었던 것이다.
다음 날 다시 실험해보았는데 역시 정확하게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