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 Luck-50화 (5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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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화이트 도자기는 지금 완성품이 적지만 마지막 공정만 좀 더 신경 쓰면 불량품이 확연하게 줄어들 거야. 그렇게 되면 판매가 시작되겠지.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영주님.”

“그럼 자네들은 시간적인 여유가 많을 거야. 그럼 자네들은 내가 준 책을 완벽하게 익혀 새로운 블루 도자기를 만드는 실험을 하도록 해. 아마 시간이 상당히 필요할 거야.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완벽하게 만들기는 그리 쉬운 게 아니거든.”

“그렇습니다. 화이트 도자기를 만들면서 느꼈습니다.”

“그렇지. 블루 도자기만 제대로 만들 수 있으면 도자기 기술에 있어서는 독보적으로 높은 경지가 된 거야. 그때부터는 새로운 유약을 만드는 실험에 착수해 각자의 기술을 키우도록.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유약의 재료에는 철가루를 넣어 만들 수도 있어.”

“아… 그런 방법도 있었다니 잘 믿기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후후후… 세월이 흘러 자네들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게 되면 나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그때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생길거야.”

“영주님, 도자기라는 것이 알면 알수록 어렵기만 합니다.”

“하하하… 그만큼 정성을 쏟으니 명품이 되는 거야.”

“그, 그건 그렇습니다. 영주님, 화이트 도자기 완성품을 볼 때마다 이게 과연 내가 만들었는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저번에 내가 다녀가면서 느낀 건데 도자기의 모양이 너무 단조로워.”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영주님께서 방법을 좀 가르쳐주십시오.”

“그래서 내가 준 책의 뒷면을 보면 각종 도자기의 모양과 무늬도 있을 거야. 참고하도록 해.”

“가, 감사합니다, 영주님.”

“다음 달에 내가 올 때에는 화이트 도자기 완성품이 절반은 되어야 해. 알겠나?”

“명심하겠습니다.”

“써니 경과 제자들은 오늘부터 감독만 하고 내가 준 책을 읽으며 블루 도자기 실험에 착수해서 다음 달에 내가왔을 때 블루 도자기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영주님.”

‘후후후… 산화코발트를 안료로 사용해 문양을 그리면 청화백자를 만들 수 있지.’

아비린 왕국의 영빈관.

제국이나 왕국, 공국에서 귀빈이 오면 묵는 곳으로 1층은 주로 공국이나 왕국의 귀빈들이, 2층은 제국의 사신이나 귀빈이 묵는 곳이었다.

보통은 사신들이나 귀빈이 서로 겹치게 되는 것은 아주 드물었지만 최근에는 대륙에 있는 각 공국이나 왕국, 심지어 킬라스 제국뿐만 아니라 대륙의 동부 제국인 술탄 제국에서까지 사신이 방문하여 유래가 없을 정도로 영빈관의 룸이 모두 채워졌다.

그래서인지 보통 때 같으면 2층의 중앙 룸을 배정 받을 텐데 그 중앙 룸에 대륙의 동부 강국인 드라이온 왕국 사신이 묵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킬라스 제국의 랄프 후작은 2층의 우측 복도에 있는 룸을 배정 받았다.

1백 평 정도 되는 넓은 룸에 등불이 하나만 켜 있다 보니 시야가 희미할 정도로 실내가 어두웠다.

“그래. 내가 명했던 것은 알아보았나?”

“알아보았습니다만 불가능했던 것도 있습니다, 랄프 후작님.”

“그래? 어쌔신 기술을 상급까지 익힌 다크 자네의 능력으로도 불가능했다고 하니 듣고 싶군.”

“스너비 영지에 침투해 술집이나 여관에서 입수한 정보 수집으로도 하벨 백작이라는 자가 정말 대단한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렇게 느꼈다. 천일염전은 알아보았나?”

“정보를 수집하고 천일염전을 알아보려고 밤에 침투하려고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삼엄했습니다.”

“도대체 어땠기에 자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자세하게 말해보게.”

“검문소가 3백 미터마다 하나씩 설치되어 있었으며, 검문소에는 천 명이 넘는 병사들이 있었습니다.”

“뭐라? 그 정도였어?”

“그렇습니다. 양쪽 검문소까지는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고 50명씩 병사들이 무장하고 서로 마주보면서 순찰을 돌고 있었습니다.”

“허허… 이거야 원.”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검문소 앞 백 미터 정도는 아예 풀이나 나무를 전부 베어버리고 모래까지 깔아두었기에 어두운 밤이었지만 어쌔신이라고 해도 침투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뭐야. 그 정도라면 왕성보다도 경비가 삼엄한 것이 아닌가?”

“또한 침입자가 있으면 즉시 울리는 알람마법이 새겨진 마법 아티팩트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허허… 말이 안 나올 정도군. 도대체 천일염전이 어떻게 만들어졌기에 그리 감시가 삼엄한 거지?”

“제가 생각하기로는 바다에서 황금을 건져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으음… 하긴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그럴 거야. 정보 수집한 것은?”

“여기 세밀하게 적었으니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알았네. 자넨 그만 나가서 숙소에서 쉬면서 대기하고 있게.”

“예, 랄프 후작님.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다크라는 자가 문을 닫고 복도를 가로질러 사신단의 관계자들이 묵고 있는 룸으로 사라질 때 랄프 후작이 나직하게 말했다.

“네로닉, 거기 있나?”

“예, 랄프 후작님.”

스스슷… 스스.

벽속에서 그림자 같은 것이 튀어 나오더니 형체를 갖추면서 접시에 잉크가 번지듯 그렇게 순식간에 로브를 입은 자로 변신했다.

그는 랄프 후작과 5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자네는 다크의 말을 모두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하벨 백작이라는 자의 능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으음… 인정하긴 싫지만 그자는 대단한 정도 이상이야.”

“제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명을 내려주십시오.”

“아비린 왕국에 나의 세력을 심어야겠어.”

“그러려면 자금과 인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알아. 일단 다크와 부하들을 붙여주고 이번에 날 따라왔던 자들 중에서 10명을 더 지원해줄 테니 거점을 만들어두도록.”

“거점은 어디에 만들까요?”

“수도 크라운과 하벨 백작의 영지인 플로렌스라는 곳에도 거점을 만들어둬.”

“다크가 알아온 정보보다 고급정보를 수집해볼까요?”

“그래. 내가 제국으로 돌아가서 필요한 인원을 선별해 보내줄 때까지는 정체가 발각되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그러려면 상점을 하나 인수해 장사를 하는 게 가장 안전할 것 같습니다만…….”

“흐흐… 역시 자네는 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내가 더 신뢰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말이야.”

“감사합니다, 랄프 후작님.”

“수도 크라운과 플로렌스에 작은 상점을 하나씩 인수해 장사를 하려면 2천 골드 정도면 되겠나?”

“그 정도 자금이면 두 곳에 상점을 열고 장사하는 덴 충분할 것 같습니다.”

터억!

“마법주머니 속에 2천 골드가 들어 있으니 가지고 있어. 내일 아침에 필요한 인원을 선별해둘 테니 데리고 가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스스스슷.

네로닉이라는 자는 바닥으로 스며들듯이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흐흐흐… 네로닉 정도의 능력이라면 안심해도 되지.’

마스트가 3개 달린 상업용 대형 갤리선 10척이 파도를 가르면서 빠르게 스너비 영지의 해안으로 들어왔다.

얼마 후 선착장에는 10척의 갤리선이 닻을 내리고 화물을 내리기 시작했다.

소를 비롯해 돼지와 닭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두 척의 배에서는 2백 마리의 말이 내렸다.

10척의 상업용 대형 갤리선은 파블링 공국의 케락이라는 항구도시에서 출항하여 이번에 스너비 영지와 무역을 하게 되고 처음 선적된 물량인데 이 배들의 소유주는 딕케이 영지의 츄이 자작이었다.

그동안 상업용 대형 갤리선을 20척이나 보유하고서도 일거리가 적어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배를 처분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처했었는데 올리비에가 하벨을 찾아와 어려움을 말해주어 적극적으로 돕게 된 것이다.

10척의 배에서 내린 화물은 상당한 양이었기에 이 한 번의 운송으로 츄이 자작은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으며, 또한 스너비 영지에서 생산되는 천일염과 우수한 품질의 베베차와 에벨차를 실었다.

육상운송을 하게 되면 3달 정도 걸리는 기간이 이 상업용 갤리선을 이용하면 6~7일 정도로 줄어든다.

식수와 식량을 보충한 배는 다시 파블링 공국으로 출항했다.

츄이 자작의 배에 실은 천일염과 베베차, 에벨차라면 모르긴 몰라도 파블링 공국에서 가져온 화물보다 수십 배나 남는 장사를 하게 될 것이다.

후에 전해진 말로는 츄이 자작이 한 번 왕복하면서 해상운송한 화물로 그동안의 적자를 모두 회복했다 한다.

그래서인지 츄이 자작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상업용 대형 갤리선 20척을 전부 이 해상운송에 투입했고, 몇 달 후 10척을 더 구입했다.

운송할 물량이 많아서 앞으로도 계속 갤리선이 늘어날 것으로, 그는 전망하고 있었다.

스너비 영지는 해상무역과 육상무역을 통해 천일염과 베베차, 에벨차를 팔고 식량과 가축을 비롯해 군마와 각종 철광석이나 물품을 들여와 영지민들의 삶의 질을 높였다.

이제 스너비 영지는 아비린 왕국에서 가장 낙후되었던 곳에서 불과 2년도 안 되어서 가장 번성한 영지가 되고 있었다.

아비린 왕국의 귀족들이라면 요즘 유행하는 게 상단을 신설하는 일이었다.

스너비 영지에 필요한 밀이나 말, 가축, 기타 각종 물품을 짐수레에 싣고 가져가 팔고, 그곳에서 천일염이나 베베차, 에벨차를 구입해서 수도 크라운까지 운송해 팔면 막대한 이익을 보장받았다.

일부 귀족들은 수도 크라운으로 가져가지 않고 직접 자신의 영지로 물건을 가져와 이웃 왕국 상단에 넘겨 더 많은 이윤을 올릴 수 있었다.

최근에는 고무신이라는 것이 스너비 영지에서 개발되었는데 가격도 싼 편인데다 실용성이 우수해서 없어서 못 팔 정도의 인기상품이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너도 나도 상단을 조직하고 하나라도 더 팔려고 눈을 크게 뜨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비린 왕국 전역이 상단을 운영하다 보니 곳곳에서 상단을 노리는 무리들이 생겨났는데 그것은 용병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었다.

각 상단의 상단주들은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물건을 운송 중이라 안전을 위해 많은 용병을 고용해 안전하게 운송을 했으며, 용병들에게 들어가는 비용 정도는 천일염을 팔고 남기는 이윤에 비교하자면 푼돈에 불과했다.

대륙에서 보면 아비린 왕국으로 상단이 몰려드는 형국이었으며, 또한 아비린 왕국에서 보면 스너비 영지로 상단이 몰려들었다.

상단주들은 이제 스너비 영지에만 갔다 오면 부자가 되는 건 시간 문제라 인식하게 되었다.

최근 아비린 왕국의 귀족들에게는 유행이 되고 있는 물건이 있었는데 그건 화이트 도자기라는 물건이었다.

이제까지는 없었던 물건으로 특유의 광택과 모양의 아름다움, 또한 그 실용성에 주목한 귀족의 여성들은 광적인 집착을 보이면서 상점에 물건이 진열되기 무섭게 비싼 값인데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팔려나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귀족가의 기사들은 죽을 맛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아예 상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화이트 도자기라는 것이 채 진열되기도 전에 사갔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늦게 와 하나라도 구입하지 못하면 귀족부인들의 눈치에 피가 마를 정도였다.

오죽하면 화이트 도자기를 사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기사의 능력이 좌우되겠는가?

귀족들의 파티에서 쓰이는 식기의 주류는 은 접시를 비롯해 금속식기에서 어느새 화이트 도자기로 바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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