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 Luck-49화 (49/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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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킬라스 제국의 사신 랄프 후작으로부터 명을 받은 첩자들은 즉시 스너비 영지로 침투했다.

첩자들은 모두 20명으로 정보 수집이 용이한 술집이나 여관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사소한 것이라도 전부 기록했다.

이런 정보 수집을 그들은 5일간이나 했다.

6일째 밤이 되자 그들은 천일염전을 알아보려고 그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경악했다.

수천 명의 병사들이 주둔하면서 검문소에 감시탑까지 설치하여 주변을 철저하게 감시하면서 출입자를 통제했는데 검문소 앞 백 미터 정도는 아예 풀이나 나무를 전부 베어버리고 모래까지 깔아두었기에 어두운 밤에 어쌔신이라고 해도 침투가 어려웠다.

“뭐야, 이거? 너무 경계가 삼엄하잖아? 도대체 천일염전이 어떻게 만들어졌기에 저리 감시가 삼엄한 거지?”

“바다에서 건지는 황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으음… 하긴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대단한 것은 인정해야겠어.”

“검문소가 있으니 돌아가 보는 건 어떻습니까?”

“여긴 은폐물이 전혀 없어서 도저히 침투할 수 없으니 그렇게 하자.”

그들은 밤새 먼 거리를 이동했지만 침투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믿을 수 없게도 검문소가 3백 미터마다 설치되어 있었고, 양쪽 검문소까지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50명씩 병사들이 무장하고 서로 마주보면서 순찰을 돌고 있었던 것이다.

“으… 벌써 검문소가 10개 넘게 확인되었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끝에서 끝까지 설치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도대체 검문소가 몇 개란 말인가?”

“약 3백 미터 정도마다 검문소가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30곳은 넘게 설치된 모양입니다.”

“으음…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군.”

“저도 이런 곳은 정말이지 처음 봅니다.”

“도대체 저렇게 철통같이 지키려면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필요하겠나?”

“모르긴 몰라도 만 명은 넘지 않겠습니까?”

“이곳까지 오기 전에 자네도 보았겠지만 5천 명 정도가 모여서 훈련받는 곳 알지?”

“예, 그곳이 스너비 영지에 있는 신병훈련소 두 곳 중 한 곳 이었습니다.”

“그래, 병사 5천 명을 보유하려면 왕국의 자작령은 되어야 가능해. 우리 킬라스 제국이라고 해도 최소 남작령이거나 자작령이야.”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런데 말이야. 신병을 모집해 훈련하는 곳이 5천 명이야. 그럼 병사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다는 거지?”

“낮에 술집에서 듣기로는 스너비 영지뿐만 아니라 포이던 영지에도 이런 신병훈련소가 두 곳이 있어 모두 네 곳이나 있다 하던데요?”

“단순하게 훈련받은 신병훈련소만 네 곳이니 2만 명에, 정규 군사훈련을 받은 보병이 내가 듣기로도 3만이라 했어. 그럼 그것만 해도 5만이야.”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기병도 만 명은 된다 했으니 6만에 영주의 호위병이라 할 수 있는 클로버 기사단 2백 명에 정원이 3백 명인 각종 기사단이 열 개이니까 3천2백 명이며, 거기에다가 알려지지 않은 병사들까지 포함하면 7만은 될 것 같습니다.”

“허허… 말이 안 나오는군. 7만의 병사를 보유할 정도라면 왕국에서는 공작령 수준이고 우리 킬라스 제국에서는 후작령은 되어야 겨우 가능할까?”

“가능이야 하겠지만 그 정도의 병사를 보유하려면 엄청난 군비가 들어갈 것이니 쉽지 않을 것입니다.”

“랄프 후작님도 사병이 4만 정도입니다.”

“약소국인 아비린 왕국의 백작령이 7만이라니 말이 안 나오는군.”

“그게 다 천일염이라는 것으로 막대한 부를 거머쥐게 되니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래. 하벨 백작이라는 자는 알면 알수록 대단한 자야. 스너비와 포이던 영지에 있는 영지민 수가 현재 약 35만 정도 된다 했으니, 병사가 7만이면 5분의 1이 병사라는 소리야.”

“예, 그리고 스너비 영지의 플로렌스에 하루에 방문하는 상단의 인원만 해도 수만이라 합니다.”

“그래, 나도 들었어. 두 영지에는 각종 공사가 수십 개나 동시다발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인부만 해도 20만은 될 거라더군.”

“국왕이라고 해도 그 정도 공사는 무리입니다. 게다가 하벨 백작의 두 영지에는 하루에 노예나 유민들이 수천 명씩 들어온다 합니다.”

“나도 들었어. 지금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스너비 영지나 포이던 영지에서 정착하고 싶어 하는데 영주인 하벨 백작이 그들의 신원을 조사해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모두 받아들인다고 하더라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아비린 왕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같아.”

“내가 제국민만 아니었다면 이곳에서 살고 싶어 했을 겁니다.”

“나도 이곳에 들어온 지 겨우 6일밖에 안 되었지만 살고 싶어지더라고.”

“조금 더 있으면 날이 밝아올 텐데 그만 숙소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천일염전의 침투는 불가능해 보이니까 술집이나 여관에서 좀 더 정보 수집을 해서 돌아가자고.”

“알겠습니다. 모두 숙소로 돌아갈 것이니 들키지 않도록 조심들 해라.”

“내가 앞장설 테니 너희들은 나의 뒤를 조심해서 따라와라.”

사사삭, 사삭.

엎드려서 조심스럽게 안전한 곳까지 이동한 그들은 숨겨 놓았던 말에 올라 숙소로 향해 말을 몰았다.

데이지 마을은 스너비 영지의 북쪽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마을의 남쪽만 평지이고 삼면은 2백여 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다.

봉우리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은 카시아(Kassia) 산으로 해발 972미터나 된다.

몬스터도 자주 출몰하는 곳인데 오크가 대부분이며, 오우거나 트롤도 간혹 나타난다.

1년 전에 보고를 받던 하벨은 데이지 마을의 안전을 위해서 1천2백 명의 영지민을 이주시켰다.

그 후 그곳에 돌 성을 쌓도록 명했고, 지금은 높이 30미터에 성벽의 두께만도 5미터나 되기에 힘이 좋은 오우거라고 해도 부수지는 못할 정도로 성벽은 튼튼했다.

또한 신병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친 병사 2천 명이 주둔하고 있다.

그런데 5개월 전부터는 3천 명의 병사가 더 증원됐다. 5천 명의 주둔군은 주변에 있는 나무를 벌목하고 몬스터도 토벌하고 있다.

2달 전에는 토기를 만드는 기술자와 그 가족 780여 명이 하벨 영주의 명으로 이주해 와서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들고 부수고 한다.

다가닥다가닥.

“성문을 열어라. 영주님께서 납시셨다.”

“영주님께서요? 알겠습니다. 어서 성문을 열어라. 어서.”

쿠르르릉.

철 고리에서 금속음이 일어나면서 거대한 철 성문이 위로 올라갔다.

하벨이 타고 있는 마차와 2백 명으로 이루어진 클로버 기사단이 안으로 들어왔다.

거대한 작업실에는 한창 토기 기술자들이 무엇인가 작업 중 이었으며, 하벨은 그들의 작업을 살펴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토기 기술자들이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도자기를 만드는 제작과정이었다.

예전 같으면 토기 기술자 혼자서 모든 작업을 했지만 지금은 분업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있었다.

도자기를 만드는 흙을 여러 번 반죽하여 원통형으로 말아서 가죽 주머니에 싸서 운반하여 한쪽에 잘 보관하는 자는 입문자이며, 그 옆에 원통형 흙을 가지고 물레를 이용하여 작품의 기본적 모양을 만드는 자는 최소 6개월의 경력을 가진 자였다.

또한 만들어진 모양에 밑 부분의 흙을 깎아주고 매끄럽게 다듬는 자들은 좀 더 숙련된 자들로 1년에서 2년 정도는 된 이들이었다.

다음으로 조각. 기본 모양이 만들어진 것을 완전히 마르기 전에 조각칼을 이용하여 표면에 양각과 음각 작업을 하는 자는 4년의 경력자였다.

초벌구이가 끝나고 전문적으로 겉 그림을 그리는 자는 5년의 경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겉 그림이 완성된 도자기의 표면에 유약을 발라주는 것도 이들이다.

유약은 도자기의 표면을 매끄럽고 윤이 나게 해준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런 것은 아무도 해보지 않았는데 하벨이 알려준 것이다.

최종 두벌로 이제 섭씨 1천3백 도까지 온도를 올려주며 10시간 정도 불을 때주면 도자기의 완성품이 나오게 되는데, 이 작업은 5년의 경력자들만 모아서 하벨이 전수해준 방법이다.

“도자기라는 것은 한마디로 흙이란 매체에 열을 가하여 새로운 생명체로 만드는 고귀한 작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도자기는 크게 두 분류로 나누어져 있다. 공예와 예술이 그것이다. 도자기 공예의 목적은 실용성이지만, 도자기 예술의 목적은 단적으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결국 도자기의 실용미와 흙으로 표현하는 자아의 표현의식으로 구분된다.”

이렇게 토기 기술자에게 하벨이 도자기의 이론이라며 설명해준 것이다.

“써니 경, 가마 속에 들어 있는 도자기는 언제 꺼내는가?”

“하루가 지났으니 이제 가마 속에서 도자기를 꺼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가? 내가 시간 맞추어 왔군.”

예전에는 토기 만드는 사람은 천대받았지만 하벨은 그들을 중용했다.

5년 이상의 경력자이며 기술자인 그들에게는 준 기사급 대우를 해주었으며, 나이도 가장 많고 기술도 최고인 써니라는 자는 기사급 대우를 해주었다.

또한 영주로부터 경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5백 개의 도자기가 들어 있는 가마가 열 개나 되었으며, 그 속에서 꺼낸 도자기를 하벨이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가마 하나에서 꺼낸 5백 개의 도자기 중 오른쪽에 놓인 도자기는 10개 정도였으며, 나머지는 왼쪽에 놓여졌다.

이렇게 10개의 가마 속에서 꺼내진 도자기 중에서 오른쪽에 놓인 것은 122개였으며, 나머지는 모두 왼쪽에 놓여졌다.

“써니 경, 122개만 완성품이고 나머지는 불량품이니 모두 당장 깨버리도록.”

“으음… 알겠습니다. 불량품들을 모두 깨버려라.”

“써니 경, 도자기 작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공정이야. 가마 속에 도자기를 넣고 불을 때줄 때 불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조금만 방심해도 지금과 같이 대부분 불량품이 되는 거야. 무엇보다도 마지막 공정에 심열을 기울여야 하는 거야.”

“영주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마지막 공정에서 잠깐 방심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써니 경이 직접 마지막 공정을 감독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영주님. 토기만 만들다가 영주님께서 가르쳐주신 방법대로 도자기를 만들어 직접 확인하니 너무 도자기가 눈부시고 아름답습니다.”

“써니 경, 앞으로 이 도자기들이 대륙 곳곳으로 팔려 나간다 생각해보게. 이 얼마나 영광된 일인가 말이야.”

“생각만 해도 감격스럽고 이게 과연 내가 만들었나 아직도 잘 믿어지지 않습니다.”

“비록 불량품이 많았지만 제대로 된 완성품도 제법 나왔어. 앞으로가 중요해.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고 제자가 아니면 함부로 핵심기술은 알려주지 말아야 하네. 알겠는가?”

“예, 영주님. 명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네들은 내가 준 도자기 기술이 적혀 있는 책을 가업으로 후세에게 전해줘야 하네.”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영주님.”

“도자기 밑부분에 다른 곳에서 도용하지 못하도록 클로버 무늬를 새기라고 명한 것을 잘 따라주었군. 또한 이것은 세월이 지나도 대륙의 사람들이 이 도자기가 어디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해줄 거야.”

“처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도자기가 마지막 공정에서도 깨어지지 않았을 때부터는 만들 때 영주님께서 명하신대로 그렇게 클로버 무늬를 새겨 넣고 있습니다.”

“잘했어, 써니 경. 오늘은 말이야. 새로운 도자기 유약 기술을 전수해줄 테니 자네와 직전 제자들만 날 따라오게.”

“예, 영주님.”

써니의 직전제자는 5명으로 10년 전부터 써니에게서 토기를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은 자들인데 이곳에서는 써니 다음으로 가장 기술이 뛰어났다.

“이 책은 써니 경이 보관하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써니 경과 제자들이 지금 만들고 있는 화이트 도자기는 그 나름대로 멋이 있지. 그러나 지금 전해준 책을 보면 알겠지만 특수한 유약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게 되면 블루색이 나와. 생각해보게. 화이트 도자기에 무늬가 블루색이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저, 정말 그런 게 가능한 겁니까, 영주님?”

“내가 준 책을 보면 재료가 무엇이며 얼마만큼 섞어야 되는지 모두 기록되어 있으니 읽어보면 알게 된다. 써니 경과 제자들은 앞으로 화이트 도자기는 밑에 있는 자들에게 감독하여 만들도록 하고 자네들은 더 이상 화이트 도자기 작업은 하지 말고 마지막 공정에만 신경 쓰도록 해. 알겠나?”

“예,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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