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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워낙 대단한 기술이 되다 보니 말이죠.”
“제가 알기로는 제국에 수레 2천 대 분량을 교역하셨는데, 앞으로는 5천 대 분량은 되어야 한다고 황제폐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만… 가능하겠지요?”
“지금 같으면 힘들지만 앞으로는 제국에 우선적으로 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랄프 후작님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왕자님, 이건 제 개인적인 부탁인데 제국으로 돌아갈 때 천일염을 좀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귀족들이 하도 성화를 해서 말이죠.”
“안 그래도 제국의 황제폐하께 공물로 가져갈 물품에 수레 5백 대분의 천일염을 준비했는데, 랄프 후작님께 드리는 것으로 5백 대를 더 준비해두었으니 그렇게 아시면 됩니다.”
“오오…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시니 고맙습니다, 왕자님.”
“아, 아닙니다. 제국에서 저희 아비린 왕국을 많이 생각해주시는데 이건 약소한 겁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흐흐흐… 이번 사신행에 내가 잘 왔어. 특명대로 교역량도 확답을 받았고 따로 천일염 5백 대를 받았으니 말이야. 앞으로는 아비린 왕국에 대해서 관심을 더 가져야겠구먼.’
‘으… 랄프 후작 이놈, 어디 두고 보자. 지금은 우리 아비린 왕국이 힘이 약해 당하고 있지만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어. 천일염을 판매해 올린 부로 군대를 양성하고 있으니 몇 년만 지나면 당하기만 하지 않겠다.’
“랄프 후작님, 계시는 동안에 편안하게 쉬었다 가십시오.”
“고맙습니다, 브린츠 왕자님.”
브린츠 왕자와의 면담을 마친 랄프 후작은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은잔에 술을 한 잔 부어 들고는 창밖을 내려다보면서 나직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알아보았느냐?”
“예, 천일염은 왕국의 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스너비 영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합니다.”
룸에는 랄프 후작 혼자였는데 기이하게 목소리만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아마도 어쌔신의 은신술이나 마법을 펼쳐 몸을 숨기고 있는 모양이다.
“흐음… 그리고?”
“스너비 영지는 1년 전만 하더라도 왕국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라 알려져 있었는데 그곳에 하벨 백작이라는 자가 영주를 맡으면서 급성장했다 합니다.”
“하벨 백작?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데?”
“그러실 겁니다. 1년 전쯤에 브린츠 왕자를 위기에서 구해주면서 작위를 받은 자인데, 대해양 너머에 있다 알려진 콜리니아 대륙의 대한 왕국이라는 곳에서 백작이었다 합니다.”
“콜리니아 대륙인이었으니 내가 모를 밖에…….”
“어쨌든 그가 영지를 국왕으로부터 하사 받아 천일염을 개발해 급성장하게 되자 이웃영지인 헤이즌 자작의 포이던 영지에서 위기감을 느꼈는지 영지전을 먼저 걸어 도발했지만 대패를 한 후 영지까지 빼앗겼답니다. 그래서 지금은 하벨 백작이 두 영지를 소유하게 되었다 합니다.”
“흐음… 그자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니 보통 대단한 자가 아니야.”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일단 자네는 그 하벨이라는 자에 대해 최대한 알아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다른 것은 없나?”
“최근 국왕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베다 후작 쪽에서 철광석과 군마를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철광석과 군마를?”
“그렇습니다. 대륙의 동부 왕국인 베른 왕국에서는 철광석을, 페파스 공국에서는 군마를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다 합니다.”
“으음… 천일염으로 막대한 부를 거머쥔 후 병사를 늘리려는 모양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철광석과 군마는 병사를 늘리려면 꼭 필요한 것이니 말입니다.”
“내가 직접 아비린 왕국에 온 것은 잘한 일이었군. 다른 정보는 없나?”
“아직 확인이 되진 않았지만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게 뭔가?”
“스너비 영지에서 또 다른 것을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또 다른 것?”
“아직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들리는 소문에는 천일염 못지않은 물품이라 합니다.”
“으음… 베다 후작을 조사하면서 감시하는 수하들이 몇 명이지?”
“현재 20명이 배치되었습니다.”
“그럼 10명만 계속 조사 및 감시를 하고, 나머지는 스너비 영지에 침투시켜 조사하라.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알겠습니다.”
“그만 나가서 일 봐.”
“예,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으음… 하벨 백작이라… 좀 더 조사할 필요가 충분한 자야.’
스너비 영주성의 소회의실.
창을 등지고 하벨이 앉아 있었으며, 그의 앞에는 붉은 천이 깔려 있는 긴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의 우측에는 조르단 행정관을 비롯해 빈센트 집사, 행정원들이 앉아 있었으며, 좌측에는 스너비 천일염전 수호단장인 스탈, 그 옆에는 스너비 경비대장 잉스, 포이던 영지의 경비대장 베룬, 제1신병훈련소장 리처드, 제2신병훈련소장 렉스, 플로렌스 경비대장 리오 등 하벨의 손발이 되는 영지 간부들은 전부 모여 있었다.
“으음… 자네들의 보고는 잘 들었네. 내가 목표한 것보다 훨씬 잘들 해주었어. 천일염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에 지금의 생산량으로는 감당이 안 돼. 그래서 말이야… 이번에 5차 천일염전을 개발하려고 한다.”
“영주님, 그럼 이번에도 제가 책임자입니까?”
“그럼 예전처럼 조르단 행정관이 염전의 공사를 맡고 스탈 경은 천일염전에 첩자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경계를 강화해야 할 거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영주님. 이번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천일염전 한 곳에 4천의 병사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니까 4곳이면 모두 1만6천 명의 병사들이군. 제1신병훈련소장인 리처드 경이 이번에도 훈련을 마친 병사 4천 명을 지원해주도록.”
“4천 명 정도는 충분하게 지원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주님.”
“좋아, 그럼 천일염전 건은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다음은 블리스 마을의 차밭 건인데 빈센트 집사가 말해보게.”
“예, 영주님. 플로렌스에 있는 상점에서 베베차와 에벨차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서인지 올해 수확했던 양이 전부 매도되었습니다.”
“내가 처음에 차밭을 만들 때 뭐라 하던가? 틀림없이 큰 인기를 얻을 거라 하지 않던가.”
“돈이 될 만한 물품을 꿰뚫어 보시는 눈은 이번에도 어김없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너무 놀라울 따름입니다. 존경합니다. 영주님.”
“빈센트 집사, 전에 내가 말했던 대로 블리스 마을에 추가로 차밭을 넓히도록.”
“안 그래도 인부들을 동원해 차밭 옆에 있는 황무지를 개간 중입니다.”
“좋아, 그건 그렇고 구피 마을과 클로에 마을에 심은 데코라나무 건은 어찌 되었나?”
“두 마을에 심은 데코라나무는 기후가 맞아서인지 아주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 인근의 땅에 데코라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아모스 행정원, 데코라나무에서 채취한 우윳빛 즙액을 가지고 내가 말한 대로 만들어보았나?”
“스너비 신발공장에서 수백 번 실험하여 겨우 성공했습니다, 영주님.”
“하하하… 잘했어. 가져왔나?”
“예, 영주님. 여기 있습니다.”
상자 속에서 물건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빨강, 노랑, 파랑, 녹색, 보라, 검정, 흰색, 분홍 이렇게 여덟 가지 색으로 꽃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영주님, 이게 무엇입니까?”
“가죽신과 모양이 비슷해 보입니다.”
“빈센트 집사가 잘 보았다. 이건 고무신이라 한다.”
“고무신? 그럼 가죽신과 같이 발에 신는 것 말입니까?”
“그렇다. 아모스 행정원이 고무신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예, 영주님. 지금 보고 계신 것이 고무신이라는 것입니다. 데코라나무의 즙액을 채취해 가공해 만든 것이지요.”
“색깔과 무늬가 각각 8가지군.”
“그렇습니다, 영주님. 하지만 꽃무늬와 색깔은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칠하고 그려 넣을 수 있습니다. 시범적으로 가져온 것이니 만큼 두 가지나 세 가지 이상 색을 섞을 수도 있으며, 무늬도 여러 가지를 준비해두었기에 그런 것은 힘들지 않습니다. 지금 크기별로 금형도 준비되었기에 찍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하하하… 좋았어. 그런데 말이야 가죽신의 시세는 얼마 정도이며, 고무신의 원가는 얼마인가?”
“가죽신은 가죽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가장 싼 하급 소가죽신을 보면 130코인에서 150코인 정도 하며, 상급 소가죽신은 180코인에서 230코인까지 하기도 합니다. 또한 오크 가죽신은 등급에 따라 300코인에서 450코인 정도 합니다.”
“크흠… 그럼 그것보다 비싼 것도 있나?”
“예, 하급 오우거 가죽신은 10실버이며, 상급이나 최상급은 1골드까지 하는 것도 있습니다. 또한 아주 귀하지만 와이번 가죽으로 만든 신은 2골드에서 5골드짜리도 있습니다.”
“상당히 비싸네? 그럼 영지민들은 보통 하급 소가죽신을 사서 신는 건가?”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보통은 그냥 맨발로 걸어 다닙니다. 여유가 있는 자들이나 용병들이 하급 소가죽신을 많이 신고 다닙니다.”
“맨발로 다닌다? 그것만 보아도 영지민들이 얼마나 생활고에 시달렸는지 알겠구나.”
“스너비와 포이던 영지는 노예나 유민들이 아니면 대부분은 하급 소가죽신을 신고 다닐 정도로 생활이 나아졌습니다.”
“알겠네. 그럼 고무신의 원가에 대해서 말해보게.”
“예, 영주님. 우선 고무신 한 켤레를 보면 색만 입혀 찍어 내면 10코인 정도 들어가지만 거기에다가 무늬를 그리면 수공비가 들어가니 25코인 정도 됩니다.”
“스너비 신발공장에 필요한 인원이 얼마일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까지는 실험단계였기에 20명이었습니다만 고무신을 생산하려면 기본 업무에 필요한 인원이 30명 정도 되며, 고무신에 무늬를 그려 넣으려면 최소 40명은 더 필요하니까 모두해서 60명은 있어야 합니다, 영주님.”
“이런, 이런… 아모스 행정원, 겨우 그렇게 생각한 것인가? 빈센트 집사는 몇 명으로 생각하나?”
“저, 저의 생각으로는 10배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쯔쯔쯔… 우리의 두 영지뿐만 아니라 아비린 왕국, 나아가 대륙의 제국이나 왕국까지 전부 판매를 해야 하는데 그걸로 되겠어? 일단 6천 명으로 시작하고 상황을 보면서 계속 인원을 늘려야 해. 알겠나?”
“그, 그렇게까지 많은 인원을 생각하고 계신 것이었습니까?”
“그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원료인 데코라나무의 즙액이 충분하게 공급되어야 해. 빈센트 집사는 아모스 행정원을 데리고 구피 마을과 클로에 마을에 가서 남아 있는 땅에다가 데코라나무를 심도록 해.”
“알겠습니다. 내일 그곳으로 인부를 데려가겠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안 돼. 지금 밀농사를 하고 있는 땅에도 수확이 끝나는 대로 보상을 해주어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고, 그 땅에 전부 데코라나무를 심어. 또한 주변 마을을 둘러보고 적당한 곳이 보이면 무조건 땅을 확보해 보상해주고 그곳에 데코라 나무를 심도록 해.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영주님.”
“내년부터는 왕국 전역에 고무신을 보급할 것이지만 지금은 원료가 부족하니 스너비와 포이던에만 판매하도록 해.”
“영주님, 그럼 고무신을 얼마에 판매하는 게 좋겠습니까?”
“고무신은 이윤을 많이 남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까 50코인에 판매해. 그래도 배나 남기는 장사거든.”
“영주님, 고무신을 그렇게 저렴하게 판매하면 내놓기 무섭게 팔리겠는데요?”
“하하하… 너무 잘 팔려도 문제군. 그리고 고무신을 팔 때 어떤 색과 무늬가 인기 있는지 꼭 파악해둬. 나중에 대량으로 만들 때 참고하게.”
“명심하겠습니다, 영주님.”
“좋아, 오늘 회의는 이만하지. 난 데이지(Daisy) 마을에 들러봐야 하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