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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47화 (47/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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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일단 유입된 유민들은 임시로 마련된 장소에서 7일간 교육을 받고는 원하는 마을을 선택한 뒤 마을 촌장의 간단한 면접을 보고 허락이 떨어지면 그 마을에서 정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유민들이 일단 마을에 정착하면 3달간 먹고 살 수 있을 식량을 지원받았으며 곳곳에 공사현장이 있다 보니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

“영주님, 조르단 행정관이 오셨습니다.”

“그래? 빈센트 집사도 같이 들어오도록.”

“영주님, 다녀왔습니다.”

“수고했소. 블리스(Bliss) 마을은 어떻던가?”

“영주님께서 8개월 전에 명하신 베베차 나무와 에벨차 나무를 시범적으로 심었던 것이 첫 수확을 했는데 품질이 아주 좋았습니다. 여기 가져왔으니 한번 보시고 맛평가도 해주십시오.”

“호오… 품질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군.”

화로에 동주전자를 올려놓자 잠시 후 물이 끓어올랐고 베베차와 에벨차를 각각 두 개의 잔에다 띄워 찻물을 우려내었다.

“으음… 역시 향도 좋고 그 청아한 맛도 일품이군. 자네들도 어서 들어보게.”

“정말 좋은 품질입니다.”

“하하하… 이 정도면 플로렌스에 있는 상점에서 판매해도 되겠어. 안 그런가?”

“그렇습니다, 영주님. 모르긴 몰라도 상단에서 인기 좀 끌겠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럴 것 같아. 조르단 행정관은… 블리스 마을 차밭 옆에 야산이 있지?”

“예, 영주님.”

“그곳에 2차로 베베차와 에벨차 나무를 심도록. 앞으로도 매년 계속 차밭을 늘릴 거야. 먼 훗날에는 그곳은 베베와 에벨차 밭으로 유명해질 거야. 빈센트 집사,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찌 되었나?”

“포이던 영지 남쪽 경계 마을인 구피(Goofy) 마을 끝에서 영주님께서 말씀하셨던 야생 데코라나무가 자생하고 있었습니다.”

“좋았어. 스너비 영지의 남쪽 끝에 있는 클로에(Chloe) 마을과 비슷한 기후이니까 마을의 특화작물로 삼아서 심도록 하고, 구피 마을에도 역시 데코라나무를 심도록.”

“영주님, 그런데 데코라나무를 왜 심는 것입니까? 크게 쓰임새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후후후… 빈센트 집사는 그게 궁금했던 모양이군. 나중에 알려줄 테니 데코라나무를 최대한 많이 심어둬. 두 마을에서 밀을 재배하고 있는 면적을 모두 이것으로 대체해서 심도록 하게.”

“그럼 엄청난 면적일 텐데요?”

“알고 있네. 이유는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내가 명한 대로 시행하게.”

“예, 영주님.”

“두 사람은 일이 밀렸을 테니 그만 나가보게.”

“예,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영주님.”

하벨은 조르단 행정관과 빈센트 집사가 집무실을 나가는 것을 바라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후후후… 운이 좋았어. 그걸 발견하다니. 이곳에서는 데코라나무라고 하지만 내가 살던 지구에서는 그걸 라텍스, 다른 말로는 천연고무나무라고 하지.’

그렇다. 신발은 아직 가죽으로 만든 것이 전부라 앞으로 데코라 나무에서 나오는 우윳빛 즙액인 천연고무를 모아서 고무신을 만들어 판매한다면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자 마음이 벌써부터 들떠 올랐다.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술이라도 한잔 해야겠어. 헬리아, 밖에 있느냐?”

“예, 영주님. 부르셨습니까?”

“술 한잔 하고 싶은데 좋은 술 있어?”

“레드 헤바와 화이트 헤바가 얼마 전에 들어왔는데 가져올까요?”

“처음 들어보는 술인데 가져와봐.”

얼마 후 시녀 헬리아는 술통 두 개와 과일, 은잔 두 개를 들고 와 내려놓았다.

쪼르르.

하벨은 레드 헤바와 화이트 헤바를 잔에 부어 향을 음미하고 마셔보았다.

“으음… 맛과 향이 와인과 비슷하네? 포도와 비슷한 과일이 있는 모양이야. 그것을 헤바라고 부르는 모양이군.”

와인은 유리잔에서 마셔야 되는데 유리가 보석이나 마찬가지이다 보니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유리는 드워프들이 만드는 제품이라 가격이 고가였다.

“후후후… 와인을 보니까 증류주인 꼬냑이 생각나네? 그러고 보니까 도자기도 없는 것 같아. 이번에 도자기도 생산해봐? 아… 아냐. 너무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하는 것은 좋지 않아. 지금 벌려놓은 것들만 해도 엄청난데 좀 더 시일을 보고 하는 게 좋겠어.”

이렇게 하벨은 오늘 혼자서 와인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영주성을 호위하고 있는 호위대장인 루팽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영주님, 루팽입니다.”

“무슨 일이지? 들어오게.”

“영주님, 이웃 코리 영지 너머에 있는 츄이 자작의 영지인 딕케이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딕케이 영지라면 혹시 츄이 자작의 영애인 올리비에 양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영주님.”

“루팽, 어서 올리비에 양을 이곳으로 뫼시게.”

“알겠습니다, 영주님.”

문이 열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올리비에가 방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이에요, 하벨 백작님.”

“하하하… 어서오세요, 올리비에 양.”

“그때 헤어진 지 벌써 1년밖에 안 되었는데 스너비 영지는 몰라볼 정도로 발전했네요?”

“그건 올리비에 양의 미모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호호호… 그거 칭찬이시죠? 감사합니다. 그런데 대낮부터 술을 드시네요?”

“하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헤이즌 자작과의 영지전에서 승리하셨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그 소식이 딕케이까지 퍼졌습니까?”

“호호호… 온 왕국이 다 아는 사실인데 그걸 딕케이라고 모르겠어요? 정말 대단하세요, 백작님.”

“처음에는 갑자기 헤이즌 자작이 영지전을 한다고 통보해 오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건 백작님께서 개발하신 천일염이 탐나서 덤빈 것 아니겠어요.”

“아무리 낙후되었던 스너비 영지라고는 하지만 백작령인데 감히 자작 따위가 먼저 영지전을 통보하고 덤비니 당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영지전에서 승리해 헤이즌 자작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렀으니 이제 섣불리 덤비는 영지는 없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그게 그런 겁니까?”

“오늘 제가 백작님을 찾아온 것은 한 가지 부탁의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예요.”

“부탁이라니… 올리비에 양, 그게 뭡니까?”

“백작님, 부탁은 다른 게 아니라…….”

하벨은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올리비에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한동안 대화는 계속되었다.

“잘 들었어요, 올리비에 양. 이렇게 먼 곳까지 왔는데 며칠 쉬었다 가세요.”

“그래도 되나요, 백작님?”

“그럼요. 얼마든지 있어도 됩니다.”

“그럼 며칠 쉬었다가 갈게요.”

두 사람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을 통해 서로에게 끌리는 것을 느꼈다. 젊은 청춘남녀의 끓어오르는 피를 참지 못한 그들은 서로를 자연스럽게 껴안고 입술을 겹쳤다.

마음을 담은 뜨거운 키스였다.

킬라스 제국에서 아비린 왕국으로 사신이 당도했다.

3년마다 사신이 다녀갔지만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또다시 사신이 온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15일전에는 레셀 왕국에서, 열흘 전에는 파블링 공국에서 각각 친선 대사단이 대거 당도해 왕궁의 별관에서 묵었다는 것이다.

아비린 왕국의 고위 귀족들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한 가지 이유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바로 스너비 영지의 하벨 백작이 개발에 성공한 천일염 때문이었다.

누가 생각해보더라도 천일염은 매력적이었다.

바닷물에서 황금을 끌어 모으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니 눈독을 들이고 이렇게 긴급하게 사신이 당도한 것이다.

이것뿐이라면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대륙의 동부 제국인 술탄 제국과 베른 왕국, 드라이온 왕국, 페파스 공국에서도 친선대사를 보낸다고 통보해 왔다.

그들도 며칠 후면 아비린 왕국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것이 아비린 왕국의 고위 귀족들에게 심각한 고민거리를 안겨주게 된 것이다.

킬라스 제국의 사신으로 온 랄프 후작은 국왕을 뵙고 가져온 선물을 전하면서 형식적인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대화의 주된 내용은 제국과 왕국 간에 앞으로도 더욱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잘해보자는 것이었다.

서로 속마음을 밝히지 않았지만 오래 정치를 한 사람들이라 얼굴과 눈빛만으로도 눈치를 챌 수 있었다.

그는 영빈관을 나와 마련된 거처로 되돌아오면서 브린츠 왕자와 면담을 요청했다.

“어서 오십시오, 랄프 후작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브린츠 왕자님.”

“제국의 일로 바쁘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번에 또 사신으로 오신 것입니까?”

“황제폐하께서 특명을 내리셨으니 제가 어쩔 수 있나요. 하하.”

“그런데 어찌 절 보자고 하신 것인지?”

“내가 듣기로는 브린츠 왕자님께서 최근 재미를 많이 보고 계시다는 소문이 있던데 말입니다. 하하.”

“크흠… 큰 재미는 아니고 조금 맛만 본 것이죠.”

“그럴 리가요. 제국에서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나의 근황이 어떻게 제국에까지 그렇게 크게 관심거리가 되었죠?”

“하하하… 왕자님, 좋은 것이 있으면 서로 나누고 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글쎄요. 그게 말이죠.”

“왕자님, 저는 제국귀족입니다. 공물을 매년 바치고 계시는 그 제국 말입니다. 잘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그걸 제가 모를 리 있나요? 저는 다만 물건은 한정되어 있는데 하도 여러 왕국에서 최대한 많은 양을 요청하다보니 곤란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대륙의 동부 제국인 술탄 제국과 베른 왕국, 드라이온 왕국, 페파스 공국에서도 친선대사를 보낸다고 통보해 오겠습니까?”

“술탄 제국에서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아마 며칠 내로 당도하지 싶습니다.”

“으음… 왕자님, 저는 황제폐하의 특명을 받고 왔습니다.”

“특명을 말입니까?”

“뭐, 보통은 국왕전하께 알려 드리는 것이지만 브린츠 왕자님께서도 아셔야 하는 것이기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 술탄 제국이 레셀 왕국과 파블링 공국보다 천일염의 교역량이 적습니다. 그러다보니 황제폐하께서는 화가 많이 나셨습니다. 제국의 체면이 있는데 어떻게 왕국이나 공국보다도 교역량이 적은지 그 해명을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원산지에서 천일염을 구입해 판매를 하다 보니 물량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상단에서 천일염을 보면 무조건 많이 가져가길 원하는 상황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뒤에 온 상단이 가져가는 물량은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정 그러하시다면, 앞으로는 제국에 배려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럼 되겠습니까?”

“하하하… 역시 브린츠 왕자님은 시원해서 좋습니다. 사실 황제폐하의 특명도 앞으로 제국에 천일염 교역량을 대폭 늘려달라는 것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바다에서 소금을 만드는지 말입니다. 한번 구경해도 되겠습니까?”

“하하… 제가 원산지에 가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경비가 삼엄하고 기술유출을 우려하고 있어서 천일염전이라는 곳은 한 번도 구경해보질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흐음… 그 정도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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