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6 / 0156 ----------------------------------------------
제2권 황금해골단
날이 어두워지자 하벨은 병사들을 이동시키기에 무리라 판단해 일단 오늘밤은 로이테 마을에서 보내기로 했다.
포로들은 임시로 마련된 곳에다 집어넣었다.
한편, 영주성으로 이동한 헤이즌 자작과 일행들은 서둘러 하녀와 노예들에게 명령해 보물과 돈이 될 만한 재산을 전부 끌어 모아 짐수레에 실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에 횃불을 밝히면서까지 서둘러 영주성을 벗어나 이동했는데 5대의 마차와 70대의 짐수레였다.
그들이 가는 곳은 헤이즌 자작의 장인이 있는 스위티 영지였다.
‘으드득… 두고 보자, 하벨 백작!’
짹짹!
맑고 청아한 새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하벨의 막사 근처에 있는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두 마리의 새는 서로 부리를 부딪치면서 다정스러운 모습을 보이더니 크게 한번 울고는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하벨은 세수하고는 아침을 먹고 나서 백부장들을 소집했다.
전투에서 승리해서인지 백부장들의 얼굴은 밝았다.
하벨은 그들의 얼굴을 한번 둘러보았다.
“헤이즌 자작의 포이던 영지는 이제 더 이상 병사가 없으니 우리의 앞길을 막지 못한다. 사실상 우리가 영지전에서 승리한 것이다.”
“감축 드립니다, 영주님.”
“고맙다. 허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내가 파악하기로는 포이던 영지는 72개의 마을에 4만여 명의 영지민과 노예, 유민까지 합하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6~7만 명 정도는 될 것이다.”
“이곳을 점령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지금 우리의 3천5백 명의 병사로는 힘들다. 그래서 어젯밤에 스탈 경에게 일러 지원병으로 1만을 보내라 했으니 오후까지는 올 것이다.”
“그렇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영주님.”
“우선 12개조로 병력을 나눌 것이다. 250명씩 조를 짜 백부장 한 명을 책임자로 지정해줄 것이다. 12개조로 로이테 마을과 가까운 베라와 페피, 오델리아 마을부터 12곳의 마을을 점령할 수 있으니 일단 오늘은 그렇게 한다. 오후에 지원병이 도착하면 너희들이 장악하고 있는 마을에 3백 명씩 보내줄 것이다.”
“병사들이 없는 포이던 영지의 마을이니 250명의 병사라면 큰 걱정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 일단 너희들은 잠시 후에 각 마을로 떠나 장악하고 있으면 된다. 3백 명의 지원병이 오면 지원병 2백 명과 전투경험이 있는 병사 1백 명을 주둔시키고 다른 마을을 점령하러 떠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며칠 후에는 포이던 영지를 완전하게 점령할 수 있다. 질문 있나?”
“…….”
“없으면 이제부터 책임질 백부장을 지정한다.”
하벨이 책임자로 지정한 백부장들은 250명의 병사를 대동하고 지정받은 마을로 떠났다.
오후가 되자 스탈 경이 1만의 병사를 데리고 왔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영주님.”
“고맙다, 스탈 경. 일단 마을을 점령하러 간 병사들에게 지원병을 보내주어야 하니까 3백 명을 1개조로 부대를 만들어 12개의 마을로 보내게.”
“알겠습니다. 파비앙, 3백 명씩 부대를 조성해 쪽지에 적힌 12개 마을로 보내게. 어서 서둘러.”
“예, 알겠습니다.”
“영주님, 이제 포이던 영지까지 점령하셨는데 이곳을 관리하시려면 더욱 힘드실 겁니다.”
“나도 알고 있어. 일단 이곳에서도 먼저 인구조사를 실시하고 신병을 모집하면서 각 마을에 있는 영지민들을 서로 섞어서 정착하도록 만들 예정이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습니까?”
“이번 기회에 이곳에 있는 유민들은 스너비 영지로 이주시킬 것이고, 한편으로는 노예들을 천일염전이나 각종 공사현장에 투입할 것이야.”
“저, 정말 대단하십니다.”
“앞으로 할 일이 엄청날 거야. 또한 영지가 더 발전하는 것이니 좋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이웃영지나 귀족들의 견제도 심해지겠지.”
“영주님께서는 그것까지도 대비하고 계신 것 같은데 아닙니까?”
“하하하… 스탈 경은 눈치가 빨라서 좋아. 맞아. 그래서 말이야, 스탈 경은 병사훈련소가 들어설 만한 장소를 찾아봐.”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며칠 내로 인부를 동원해 병사훈련소를 설립하여 신병을 훈련시켜야 앞으로 닥쳐올 위험에 대비할 수 있어.”
10일 후.
하벨의 스너비 영지병은 포이던 영지의 72개 마을을 전부 장악했으며, 포이던에 있는 영주성을 비롯해 영지의 경계지점까지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었다.
인구조사 결과도 나왔는데 농노를 포함한 영지민이 42193명이며, 노예가 9242명, 유민이 13242명으로 총 64677명이었다.
이 숫자는 영지전에 참여한 병사는 제외한 것이다.
“갈리 행정원, 그럼 포이던 영지와 스너비 영지를 포함하면 약 16만 명 정도 된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영주님.”
“노예와 유민을 선별해 포이던 영지의 길을 보수하는 공사에 투입하도록. 또한 그들에게 노임을 지불하면서 의무적으로 3년간 공사현장에서 일하면 노예나 유민은 평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게.”
“그럼 서로 하려고 할 것입니다, 영주님.”
“그게 내가 바라던 일이야. 일단 몇 달간은 자신들이 속해 있던 마을 근처 공사현장에서 일을 시키고 나서 현장을 바꿔주도록 해.”
“가시적인 것을 보여주라는 말씀이시군요.”
“역시 나의 의도를 이해했군. 당장 그렇게 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스탈 경, 병사훈련소는 어찌 되었나?”
“운동장을 포함해 숙소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약 40퍼센트의 공사 진척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병모집은?”
“일차적으로 72개 마을에 포고문을 붙여 대대적으로 병사를 모집한다고는 했지만 서로 눈치를 보느라 생각보다는 적습니다.”
“얼마나 모집되었지?”
“2천5백 명 정도 됩니다.”
“그 정도면 아직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병사훈련소에서 훈련을 시켜도 되지 않나?”
“그 정도 인원을 수용할 숙소는 만들어져 있기에 당장 내일이라도 가능합니다.”
“그럼 모집한 신병을 교육시켜.”
“알겠습니다, 영주님.”
“주변 영지나 귀족파에서 눈치를 보고 있을 때가 우리에겐 기회야. 서둘러서 도로와 병사를 준비해둬야 앞으로 용이할 거야.”
“그렇습니다. 필요한 것을 신속하게 만들어둬야만 안심입니다.”
“알았으면 즉시 시행하도록.”
예전엔 제대로 일할 곳이 없었던 스너비 영지민들은 영주의 대대적인 공사를 발주하면서 식량까지 지원해주니 요즈음은 한 푼이라도 더 벌어들이려고 바쁘게 움직였다.
스너비 영지의 보통 4인 가정을 예로 들면 이렇다.
예전에는 농사를 짓는 게 전부였지만 지금은 가장인 남자는 공사현장에 나가고 부인은 집안일과 부업을, 아이들은 학교라는 곳에 나가서 교육을 받는다.
부모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식량도 충분하게 살 수 있기에 예전에 하루에 겨우 한 번 먹는 게 고작이었다면 지금은 하루에 세 끼를 다 먹을 수 있다.
그것도 배가 부르도록 먹을 수 있다.
생선과 육류도 이삼 일에 한 번 정도 충분하게 먹을 수 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살이 통통하게 올라오면서 피부에서 광택이 났다.
혈색도 아주 좋다.
너무나 살기가 좋아져 천국이 따로 없었기에 하벨 영주에 대한 그들의 충성심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다.
또한 예전에는 각종 오물로 마을 주변이 지저분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마을을 정기적으로 행정원이 체크하도록 했기에 마을 촌장이 책임지고 마을을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영주가 지원해주는 돈으로 인부를 투입해 취로사업을 실시하니 깨끗해질 수밖에 없다.
마을에 필요한 우물도 예전에는 하나이던 것이 지금은 4개를 더 파서 5개로 늘어났다.
마을 안의 취로사업은 노인이나 부인들이 돈을 받고 하기 때문에 모두들 열심이다.
예전에는 아무렇게나 버리던 오물도 지금은 지정된 장소에 버린다.
또한 마을 인근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풀을 베어 와 오물과 섞어 충분하게 썩힌 뒤에는 밀밭에 뿌려 양분으로 활용한다.
이것만 해도 생활이 엄청나게 변했는데 더욱 획기적인 것이 하나 있었다.
마을 회관 옆에 마을 공동 목욕탕을 만든 것이다.
남탕과 여탕을 만들어 이용했는데 돌을 깔아 넓은 탕을 만들어 따뜻한 물을 담아두었기에 더러워진 몸을 씻기에 좋았다.
특히 그곳에 비치된 비누라는 물건은 향기도 좋고 때가 잘 벗겨지는 물건이었다.
예전에는 1년에 한 번도 목욕을 하지 않았던 영지민들도 많았지만, 무료이면서 의무적으로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목욕을 해야 한다는 영주령이 내려져 어쩔 수 없이 몸을 씻게 되었다.
몸이 청결한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매일같이 목욕하는 영지민도 있었다.
기믈레헤임 상업지역에도 스너비 목욕탕이 들어섰는데 이곳에서는 1코인의 요금을 받았다.
상단이 오면 술집이나 여관에서 묵으면서 이곳을 이용하도록 만들었다.
술집이나 여관에 있던 목욕하는 장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상단의 사람들은 모두 스너비 목욕탕을 이용하게 되었으며 비누라는 새로운 물품도 알게 되었다.
향기도 좋고 때도 잘 벗겨지는 물건이었기에 사람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주변 상점에서 비누를 판매하고 있었으므로 돌아갈 때 한 세트씩 구입해 갔다.
10개월 후.
쿠르르, 다각다각.
노면이 고르고 잘 닦인 대로에 짐수레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월리슨 마을에서 조금 벗어난 곳은 풀밭으로 그냥 버려져 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토지에 대한 대대적인 정지작업이 이루어져 상점단지가 만들어졌다.
하벨은 이곳을 번영한다는 뜻을 가진 플로렌스(Florence)라 명명했다. 플로렌스의 서쪽은 월리슨 마을이었으며 동쪽에는 5천 명의 영지병이 주둔하는 곳도 신설되었다.
지금은 5천의 병사로 플로렌스를 방어하겠지만 점차적으로 그 수를 늘린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래서인지 병사훈련소까지 마련되어 신병을 훈련시키고 있다.
포이던 영지민들도 처음에는 스너비 영지에 귀속되면서 눈치를 보다가 헤이즌 자작이 다스릴 때보다 너무나 살기 좋아졌기에 이제는 하벨에 대한 칭송이 자자했다.
포이던 영지를 점령한 지 3개월이 지나면서 포이던 영지에 있던 농노를 포함한 영지민과 노예, 유민들을 대대적으로 스너비 영지로 이주시켰다.
또한 스너비 영지에 살고 있던 영지민에게는 지원금을 지원하면서 포이던 영지로 갈 영지민을 모집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청했고 순조롭게 모든 것이 잘 이루어졌다.
지금은 두 영지의 영지민들 모두 잘살고 있다.
쿠르르르.
먼지를 일으키면서 이동 중인 짐수레 행렬은 3천 대였는데, 밀이 가득 실려 있었으며, 엄청난 규모였다. 짐수레 행렬은 플로렌스의 체이스 상점 뒤쪽에 있는 창고로 들어갔다.
체이스 상점은 베다 후작이 보유하고 있는 상단의 직영점으로 수도 크라운에 본점이 있으며 스너비 영지에 신설된 것은 7개월 전이다.
천일염으로 막대한 부를 단기간에 이룩한 하벨은 그 자금력으로 스너비 영지와 포이던 영지에 대대적인 사업을 착수했기에 두 영지가 사실상 거대한 공사판이나 마찬가지였다.
영지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다 보니 이웃 영지에서부터 왕국 전역에서 떠돌던 유민들이 소문을 듣고 대거 유입되었는데 그 숫자가 무려 20만이 넘었다.
두 영지민들보다 많은 그들을 하벨은 전부 받아주었다.
넓은 영지에 비해서 인구가 적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