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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45화 (4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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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화르르르!

4천3백 명이나 되는 엄청난 시신을 한곳에 모았더니 작은 언덕 높이였는데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자 활활 타올랐다.

“투벨 경, 월리슨 마을을 지키기 위해 3백 명을 남기고, 또한 시신을 화장하고 뒷정리하는 데 필요한 인원으로 1백 명의 보병을 남겨두도록. 그리고 우리는 로이테 마을로 진군한다.”

“알겠습니다. 아모스 백부장은 이곳에 남아 월리슨 마을을 지키도록 하고, 보병들은 시신을 화장하고 뒷정리를 잘하도록.”

“알겠습니다, 투벨 님.”

“그럼 투벨 경, 우리는 서둘러 로이테 마을로 진군하지.”

“예. 로이테 마을로 진군한다. 북을 울려라.”

둥둥둥둥.

진군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열을 맞춘 병사들이 로이테 마을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스너비 영지병들의 피해는 적었기에 일부 병사를 남겨두고서도 3천6백 명이나 되었다.

한편, 전투에서 패하면서 도망친 헤이즌 자작의 병사들은 전부 1천2백 명 정도였다.

로이테 마을 입구까지 도망친 병사들은 서둘러 전열을 정비했다.

“알렉스 부관, 병사들의 수습은 끝났는가?”

“예, 영주님. 기병 1백 명에 나머지 1천1백 명은 보병입니다.”

“으음, 중장기병이 전멸하다니.”

“오합지졸이라 여겼던 스너비 영지병이 어떻게 그런 놀라운 전술을 펼칠 수 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됩니다.”

“커즈가 너무 쉽게 당했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그렇습니다. 생각해보니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우리가 너무 자만에 빠졌던 거였어.”

“스너비 영지병은 1천2백 명 정도 될 줄 알았는데 이번 전투에서 보니 5천 명은 되어 보였습니다.”

“첩자를 보냈는데 어떻게 그런 것 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가?”

“지금 생각해보니 철저하게 병사를 숨긴 것 같습니다.”

“으음,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첩자에게 발각되지 않았겠어.”

“스너비 영지병들이 곧 추격해올 것인데 어떻게 합니까?”

“우리보다 두세 배는 될 것인데 큰일이군.”

“헤스페 공작님께 도움을 요청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스너비 영지병들은 곧 들이닥칠 터인데 언제 공작각하께 요청해 병사를 받는단 말인가?”

“일단 마법통신구로 요청해 하벨 백작과 협상하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 어차피 영지전에서 패했는데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협상을 하려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 당장 통신을 넣어보게.”

쿵쿵쿵, 저벅저벅.

지축을 울리면서 흙먼지를 동반하면서 스너비 영지병들이 나타났다.

“스너비 영지병들이 나타났다.”

“어디, 어디?”

“으아… 너무 많아. 어쩌지?”

로이테 마을 입구에 있던 헤이즌 자작 병사들은 겁을 집어먹었다.

몇 시간 전 처참할 정도로 전투에서 패한 병사들이기에 스너비 영지병들이 자신들보다 무력이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로이테 마을에는 성도 없고, 변변하게 방어할 것이 없어 임시방편으로 세운 목책이 유일한 방어책이었다.

그러니 병사들의 불안감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영주님, 스너비 영지병들이 나타났습니다.”

“알렉스 부관, 헤스페 공작각하께 통신한 것은 어찌 되었나?”

“통신은 성공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었습니다. 곧 연락이 올 것입니다.”

“어쩌다가 우리가 스너비 영지병을 이렇게 두려워하게 되었지?”

3백 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스너비 영지병들이 멈추자 기병이 목책 앞까지 다가왔다.

“항복하라. 그럼 자비로우신 하벨 영주님께서 너희들의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다.”

“…….”

“너희들은 상대가 안 된다. 우린 너희들보다 3배가 넘는 병력이다. 항복하라!”

“우린 항복하지 않을 것이니 썩 물러가라.”

“다 죽고 싶은 것이냐? 항복하라. 그것만이 너희들이 살길이다.”

“…….”

헤이즌 자작 병사들은 동요했다.

어차피 자신들은 누가 영지를 다스리나 상관없고, 자신의 목숨이 중요했다.

“10분간 시간을 주겠다. 항복하고 싶은 자들은 좌측으로 물러나 무기를 버려라.”

“…….”

“살고 싶으면 명심해라. 10분이다.”

소식을 전한 기병은 즉시 되돌아갔다.

“으아… 난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십여 명의 병사들이 살기 위해 좌측으로 뛰어가자 그들의 등을 향해 궁병들이 화살을 쏘았다. 뛰어간 자들은 모두 등에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커억!”

“아아악!”

털썩.

“항복하는 놈은 저렇게 모두 죽일 것이다.”

눈앞에서 병사가 화살을 맞고 쓰러지자 겁에 질린 병사들은 몸을 떨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항복하면 화살을 맞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다가는 곧 스너비 영지병들이 쳐들어와 죽일 것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처한 병사들은 죽을 맛이었다.

약속했던 10분이 지나도 항복하는 병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하벨도 그런 헤이즌 자작 병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약속했던 시간이 지났다. 기병들을 출격시켜라.”

“기병들은 적을 쓸어버려라. 공격!”

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터지면서 5백 명의 용맹스러운 스너비 영지 기병들이 달려 나갔다.

“기병들이다. 화살을 쏘아라.”

“어서 화살을 쏴라, 쏴!”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는 기병들에게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허공에서 떨어졌지만 기병들은 둥근 손 방패를 들어 날아오는 화살을 막으면서 그대로 달렸다.

“방패병들은 기병들을 막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된다.”

백부장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달려오는 기병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기병들에게 철저하게 그들은 유린당했다.

콰지직.

“커억!”

“내… 내 팔, 크아악!”

순식간에 기병들로 인해 보병들이 말발굽에 짓밟히면서 쓰러졌고 보병들로는 기병을 사실상 막을 수 없었다.

“으아… 이렇게 죽기 싫어. 난 살고 싶어!”

항복하면 살려준다는 걸 알고 있는 병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엎드렸다.

기병들은 항복하려고 엎드린 병사들은 그대로 두었지만, 대항하는 병사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기병들의 한번 공격으로 사실상 헤이즌 자작 병사들은 끝장나 버렸다.

헤이즌 자작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 이렇게 허무하게 내가 패할 줄이야.”

번쩍!

갑자기 헤이즌 자작의 등 뒤로 빛이 번쩍이면서 로브를 입은 마법사 세 명이 나타났다.

“영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었습니다.”

“아… 제논 경이구려.”

“이곳은 위험하니 일단 피하셔야겠습니다.”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겠소?”

“이동 마법진을 그리면 가능합니다. 움베르토와 스티브는 시간 좀 끌어줘야겠구나.”

“예, 스승님. 화염이여, 일어나라. 파이어 볼트!”

“차가운 얼음의 무서움을 보여주소서. 아이스 스피어.”

움베르토라는 자가 양손을 앞으로 내뻗자 열 개의 불덩이가 날아가 기병에게 적중했고, 스티브가 날린 얼음의 창은 기병의 말 옆구리에 구멍을 내버렸다.

이히힝!

“크으윽!”

두 명의 마법사가 펼치는 공격마법은 역시 무서웠다.

막강하던 기병들은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등에 메어 놓았던 석궁을 꺼내 쏘았다.

“흥, 그런 공격에 당할 것 같으냐? 실드.”

티티팅!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은 보호막에 가로막혀 튕겨졌다.

고작 두 명의 마법사들이었지만 전쟁에 여러 번 참여해보았는지 조금도 망설임 없이 시기적절하게 공격마법을 잘 퍼부었다.

제논이라는 마법사는 제자 두 명이 시간을 끄는 사이 은 접시에 몇 가지의 가루를 넣고 그 위에 검은 액체를 부어 허공에 손가락을 휘저었다.

그랬더니 가루와 액체가 서로 섞였다.

그런 뒤에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자 액체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원을 그리기 시작했고 원이 완성되자 이번에는 원 안에 룬문자와 도형이 수십 개나 만들어졌다.

허공에 새겨진 문자와 도형들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떠 있었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장면이었다.

우우우웅.

공명음이 터지면서 허공에 만들어진 문자와 도형들이 황금빛을 내뿜더니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오며 점점 커졌다. 지름이 5미터 정도 되는 이동마법진이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영주님, 이동마법진이 완성되었습니다. 어서 오르십시오.”

“고, 고맙소이다, 제논 경. 커즈와 알렉스 부관도 어서 와라.”

헤이즈 자작을 비롯해 백부장과 지휘관들, 수하들 30명이 이동마법진에 올랐다.

“움베르토와 스티브도 오너라. 시간이 없다.”

“예, 스승님.”

마법사 움베르토와 스티브가 달려왔다.

퍼퍽!

“크윽!”

“아악!”

기병들이 발사한 석궁의 화살에 움베르토는 종아리를, 스티브는 오른쪽 어깨를 맞았다.

넘어진 그들이 다시 일어나 이동 마법진으로 다가올 때 또다시 화살이 날아왔다.

“실드.”

티티티팅!

마법사 제논이 펼친 실드 마법에 화살이 튕겨졌다.

다행히 두 명의 제자는 보호막으로 인해 화살을 맞지 않았다.

“한꺼번에 이동하기엔 위험해서 안 되겠다. 너희들 먼저 이동하거라.”

“그럼 스승님께서는요?”

“걱정 말거라. 난 뒤에 가겠다.”

“스승님, 조심하십시오.”

빛이 일어나면서 그들은 사라졌다.

혼자 남은 마법사 제논은 이동마법진 위에 섰다. 그때 그의 앞으로 화살이 날아왔다.

“흥, 겨우 화살 따위로 날 어찌할 수는 없다. 실드.”

쩌쩡!

“어엇, 실드가 깨어지다니, 누구냐? 실드… 실드!”

쐐에에엑, 파차창!

5서클 마법사가 펼친 실드 마법을 깨뜨리는 강력한 화살공격에 제논은 처음으로 당황했다.

이제껏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1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말을 타고 달려오던 하벨이 마법사 제논을 발견하고는 석궁을 쏜 것이었다.

그러니 보통의 석궁과는 확연하게 파괴력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크크크… 더 놀고 싶지만 바빠서 말이지. 화염이여, 일어나 힘을 보여주소서. 파이어 볼.”

표면이 불로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제논의 손짓을 따라 날아갔다. 그 즉시 제논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슈슈슝, 콰쾅!

날아오는 파이어 볼을 향해 하벨이 석궁을 발사했더니 서로 충돌하면서 폭발해버렸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스너비 영지병들은 무기를 버리고 항복한 병사들을 끈으로 묶고 주변을 정리했다.

또한 로이테 마을에 있는 사람들도 전부 포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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