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 Luck-44화 (4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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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수고했네, 스탈 경, 적들이 두 곳으로 나누어 공격해 오려고 하는데 이곳은 내가 맡을 테니 스탈 경은 1천 명을 데리고 저쪽으로 이동해 포진하게.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올라오는 적들에게 크로스 보우병들로 하여금 열 발씩 공격을 퍼붓게 하고 준비해두었던 기름통을 던져 불을 지르게.”

“그럼 산불이 크게 일어날 텐데요?”

“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해야만 영지병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적들을 물리칠 수 있네.”

“으음… 알겠습니다. 영주님.”

“명심하게. 크로스 보우의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공격하고 반드시 열 발씩 쏘고는 기름통을 던져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잘 알겠습니다.”

“좋아, 스탈 경은 즉시 병사들을 이끌고 가도록 하게. 투벨 경은 곧 적들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니 참호 속에 있는 병사들을 전부 언덕 위로 후퇴시키도록.”

“알겠습니다, 영주님. 참호 속에 있는 병사들은 후퇴하라!”

“후퇴 명령이 떨어졌다. 서둘러라!”

적들이 언덕 밑에 많았기에 참호 속에 있던 병사들은 겁을 먹었는데 후퇴 명령이 떨어지자 굳어 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펴지면서 재빠르게 모두 후퇴했다.

“영주님, 적들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알렉스 부관, 즉시 보병 1천 명에게 진군명령을 하달하라.”

“예, 영주님. 보병들은 공격하라. 공격!”

뿌우우우!

공격파도가 밀려오듯 그렇게 1천의 보병들이 언덕을 향해 달려왔다.

“적들이 몰려온다. 화살을 쏘아라!”

“크로스 보우병들도 공격하라!”

쏴아아아!

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날아간 화살비는 적들에게 재앙을 안겨주었다.

“화살이 날아온다. 방패로 막아라!”

“방패 속으로 피해라!”

“크윽!”

“아아악!”

보우에서 발사된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졌기에 방패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막을 수 있었지만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은 거의 사선으로 날아가 박혔기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러다가는 다 죽겠다. 자세를 낮추어라.”

“방패병들은 모여서 화살을 막아라.”

일선 지휘관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던 병사들은 당황하면서 화살에 맞았으며 원거리 공격에 절반이 넘는 보병들이 쓰러졌다.

“영주님, 지형적인 불리함으로 공격이 쉽지 않습니다.”

“으음… 이러다가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 전면전이다. 중장기병을 앞세우고 그 뒤를 기병들이 따른다. 마지막으로 보병들을 동원해 총공격을 퍼부어야겠으니 공격신호를 올려라.”

“총공격이다. 중장기병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기병들이, 마지막은 보병들이 공격한다. 공격!”

“와아아아!”

병사들의 함성이 터지면서 중장기병들이 먼저 치고 나왔으며 그 뒤를 기병들이, 마지막은 보병들이 일제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무려 2천 명이나 되는 병사들의 총공격이었다.

옆으로 돌아서 공격 중인 병사들은 경사진 곳의 절반 정도를 올라가고 있었다.

“흐흐흐… 저 병사들이 먼저 올라가 공격하기 시작하면 적들은 우왕좌왕할 것이고, 그 혼란한 틈을 타 우리도 언덕에 올라간다. 그럼 스너비 영지병들은 끝장이지.”

“공격하라, 공격!”

지휘관들의 독려로 빠르게 언덕으로 올라가고 있었지만 스너비 영지병들도 가만히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화살을 쏘아라!”

“크로스 보우병들도 일제히 공격하라!”

이히히힝!

기병들의 말이 화살에 맞아 비명을 지르면서 옆으로 쓰러졌고, 그 뒤를 뛰어오던 보병들도 일부가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하지만 중장기병들은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화살이 튕겨났다.

또한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돌아서 올라갔기에 시간이 좀 더 걸렸지만 대부분 쓰러지지 않고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기름통을 굴려라. 어서.”

“서둘러! 기름통을 굴려!”

“야! 거기 뭐 하는 거야? 동작 봐라! 다 죽고 싶은 거야?”

콰르르르.

술집에서 한쪽에 쌓아두었던 술통에다가 기름을 채워 넣어 사용하게 되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이걸 어디에 쓰는지 몰랐었는데 생각해보니 아주 적기였다.

2백여 개의 기름통이 일제히 언덕 밑으로 굴러오자 중장기병들과 기병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밟아 말발굽에 기름통이 부서졌다.

일부는 기름통을 밟고 넘어지기도 했다.

기름통을 굴릴 때 뚜껑을 벗기고 굴렸기에 언덕 밑으로 굴러가면서 기름이 콸콸 쏟아졌다.

이렇게 되자 진격해 오던 보병들이 기름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

적들이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 공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불화살을 쏘아라.”

화르르르!

“크악!”

“앗, 뜨거!”

언덕 밑이 온통 기름으로 불바다가 되었다.

옷에 불이 붙은 병사들도 있고, 중장기병이나 기병의 말은 본능적으로 불을 두려워하기에 비명을 지르면서 뒤돌아 달아났다.

“이, 이게 왜 이래?”

중장기병과 기병들은 말고삐를 잡고 당겼지만 말은 더 이상 통제가 되지 않았다.

언덕의 경사면이 온통 불바다가 되어 보병들도 더 이상 접근을 할 수 없었기에 후퇴했다.

한편 우측으로 돌아서 올라가던 병사들도 석궁공격을 받았다.

“어엇, 석궁이다. 모두 조심해!”

“아악, 내 눈!”

털썩.

수백 발의 화살이 날아왔기에 대비를 하고 있던 병사들이라고 해도 전부 막을 수는 없어 수십 명이 쓰러졌다.

엎드려 있던 병사들은 더 이상 화살이 날아오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때 또다시 화살이 날아왔다.

“이…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일어나 진격하라.”

“언덕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

일선 지휘관들의 말에 힘을 얻은 병사들은 일어나 진군하기 시작했고 스너비 영지의 크로스 보우병들은 다시 석궁을 쏘았다.

“적들이 달려온다. 석궁을 쏘아 적들을 저지하라.”

화살에 맞아 쓰러지면서도 병사들은 계속 진군했기에 하벨이 명한 대로 불화살을 발사했다.

“어엇, 불화살이다.”

“저… 저런 미친놈들!”

활활활!

순식간에 거세게 불이 타오르면서 나무에까지 번졌다.

“크윽!”

“아아악!”

거세게 타오르는 불 때문에 병사들이 주춤거렸고, 스너비 영지병들은 기름통을 굴렸다.

콰쾅, 화르르!

“이대로는 안 됩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무슨 소리, 언덕이 바로 앞인데! 돌격해, 어서.”

“예, 백부장님. 공격하라, 공격!”

불길과 연기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돌격 명령에 헤이즌 자작의 본군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무조건 적진으로 달려갔다.

“석궁을 쏴라.”

퓨퓨퓨퓨.

“아아악!”

무조건 달려오던 병사들이 화살을 맞고 짚단이 쓰러지듯 우수수 쓰러졌지만 계속된 돌격명령에 뒤에 있던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밀고 들어왔다.

스너비 영지의 크로스 보우병들과 불과 50미터 정도 거리가 되었을 때 갑자기 언덕에 있는 스너비 영지 본진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둥둥둥둥.

“스너비 영지병들이여, 드디어 명령이 떨어졌다. 공격하라!”

“보병들아, 돌격이다, 돌격!”

“와아아아!”

그동안 방어에만 치중하면서 활이나 석궁을 발사하면 버티던 스너비 영지병 측에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돌격명령이 떨어졌기에 창과 검을 손에 쥔 보병들이 밀물처럼 적진을 향해 달려 나갔다.

헤이즌 자작의 병사들은 이미 언덕을 향해 달려오느라 힘이 빠진 상태인 데 비해, 스너비 영지병들은 언덕 위에서 대기해 있다가 돌격 명령이 떨어짐으로 인해서 거세게 언덕 아래를 향해 빠르게 달려 나간 것이기에 병사들의 사기는 극과 극이었다.

채채챙, 파팍!

“크아악, 내… 내 팔!”

혹독하게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았던 스너비 영지병들은 충분하게 식사를 한 상태에서 대기해 있었기에 지친 병사들이 없었으며, 또한 헤이즌 자작의 병사들보다 수도 많으니 지금으로선 도저히 상대가 아니었다.

싸우다가 쓰러지는 병사들 중에는 스너비 영지병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헤이즌 자작의 병사들이었다.

“영주님, 이대로는 전멸하겠습니다. 후퇴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으아아… 이럴 리가 없어. 이건 꿈이야… 꿈!”

“이미 진 전쟁입니다. 속히 후퇴해야 합니다.”

“후… 후퇴명령을 울려라.”

뿌우우우!

후퇴명령이 길게 울려 퍼지자 헤이즌 자작의 병사들은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고 스너비 영지병들은 그들의 뒤를 쫓으면서 칼을 내리쳤다.

“크악, 사… 살려줘!”

궁병과 크로스 보우병들도 달아나는 병사들의 등을 공격해 수백 명을 쓰러지게 만들었다.

헤이즌 자작의 병사들은 뒤에서 스너비 영지병들이 쫓아왔기에 전열을 정비하지도 못했다.

이건 병사들이라 할 수도 없을 정도였으며 마치 피난민들이 폭격을 피해 무조건 도망치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 정도로 다급했기에 병사들은 무조건 로이테 마을을 향해 도망쳤다.

“더 이상 적들을 쫓지 마라.”

“보병들은 전열을 정비하라. 서둘러.”

스너비 영지병들은 훈련을 제대로 받아서인지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했고 전쟁터에 쓰러져 있는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워낙 시신이 많아서 세 시간이나 걸려서야 겨우 양측 병사들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한쪽에는 죽은 헤이즌 자작의 포이던 영지병들이 잘 모여 있었는데 모두 벌거벗은 모습이었다.

죽은 병사가 가지고 있던 무기나 소지품을 비롯해 옷가지까지 전부 수거했기 때문이다.

그런 시신을 잠시 바라보던 하벨은 옆에 서 있는 스탈에게 말했다.

“스탈 경, 병사들의 시신은 짐수레에 잘 실었는가?”

“예, 영주님. 명하신 대로 소지품을 잘 챙겨 가족들에게 넘겨줄 것입니다.”

“죽은 병사의 가족에게는 슬픈 일이지만 내가 내리는 위로금 10골드를 지급해 위로해주도록. 알겠나?”

“10골드라면 죽은 병사의 가족들도 수년간 식량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거금이기에 영주님께 감사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지. 스탈 경은 즉시 병사 3백 명을 데리고 죽은 병사들을 가족들에게 인계하며 위로해주도록.”

“알겠습니다, 영주님. 그럼.”

스탈이 병사들을 데리고 떠나자 하벨은 투벨에게 명했다.

“투벨 경은 포이던 영지병들에게서 수거한 물품을 어떻게 했나?”

“일단은 월리슨 마을에 보관해두었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 죽은 포이던 영지병들을 화장시켜라.”

“예, 영주님. 시신에 불을 붙여라.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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