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3 / 0156 ----------------------------------------------
제2권 황금해골단
옆에서 듣고 있던 왕비도 귀가 솔깃해서 물어보았다.
“왕자야, 그게 무슨 소리인지 자세하게 말해보려무나.”
“제가 스너비 영지로 향할 때 밀을 실은 마차 3백 대를 가져간 것을 아실 겁니다.”
“그랬지. 제법 돈이 들어갔겠구나.”
“정확하게 짐수레 3백 대까지 450골드가 들어갔습니다만 백작이 선물한 것을 가져와 퍼거슨 상점에 넘겼는데 얼마인지 아십니까, 폐하?”
“글쎄. 얼마 되겠느냐?”
“놀라지 마십시오, 폐하. 짐수레는 가져왔습니다만 그것까지 쳐도 무려 29550골드라는 돈이 저의 수중에 들어왔습니다.”
“뭐라? 29550골드라고!”
“그렇습니다, 폐하. 이번에 하벨 백작이 스너비 영지에서 천일염이라는 것을 개발했는데 그게 막대한 이윤을 거둘 수 있는 물품이었습니다.”
“천일염? 그게 무엇인지 자세하게 말해보거라.”
“폐하, 하벨 백작이 개발한 것은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광산에서 캐내는 것을 암염이라고 한다면 천일염은 바다에서 생산하는 소금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다에서? 그게 가능한 것이냐?”
“저도 불가능하다 알고 있었는데 그걸 하벨 백작이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바닷가에 거대한 염전을 만들었으며 바닷물을 끌어들여 그것이 증발하면 천일염이 된다고 했습니다. 직접 제가 폐하께 천일염을 보여드리려고 가지고 왔습니다. 보십시오.”
브린츠 왕자는 은 접시 두 개에 암염과 천일염을 각각 담아 내밀었다.
천일염과 암염을 국왕과 왕비는 유심히 살펴보았다.
“암염보다는 천일염이라는 것이 훨씬 크구나.”
“그렇습니다, 폐하. 천일염은 이렇게 굵지만 맷돌에 갈면 암염처럼 고운 가루가 됩니다. 단지 그렇게 하려면 인부를 고용해야 하니 수공비가 조금 더 들어갑니다만 그 정도는 그리 무리가 안 됩니다. 일단 조금 찍어서 맛을 보십시오.”
“그럴까?”
“으음… 폐하, 천일염이 암염보다 훨씬 짠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느껴지는구려.”
“맞습니다, 폐하. 그렇기 때문에 요리를 할 때 암염보다 훨씬 적게 넣어도 됩니다.”
“그건 그렇겠구나.”
“무엇보다도 천일염이 좋은 것은 광산에서 캐는 암염은 언젠가 바닥이 나지만 천일염은 바닷물을 가지고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써도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매력적입니까, 폐하?”
“허허허… 정말 듣고 보니 엄청나구나.”
“생각해보십시오. 시중에 암염가격이 1킬로그램에 10실버이며, 이것을 편의상 20킬로그램이라 가정한다면 암염은 한 자루에 2골드이지만 천일염은 고작 30실버입니다. 그것을 이번에 제가 마차 3백 대분을 가져와 한 자루에 1골드에 처분했더니 무려 3만 골드를 벌어들였습니다.”
“으음… 그런 엄청난 일이?”
“그렇습니다, 폐하. 이것은 가히 혁명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천일염을 대륙 곳곳에 판매한다 생각해보십시오. 그 부가 얼마나 될지 말입니다. 아직 하벨 백작이 폐하와 왕실에 충성하고 있을 때 친분을 더 다져놓아야 합니다.”
“폐하, 왕자의 말이 맞아요. 천일염을 판매하고 벌어들인 돈으로 군대를 양성하면 그만큼 폐하의 충성스러운 군대가 늘어나는 것이고, 나아가 왕실이 귀족들의 눈치를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그렇구려, 왕비.”
“하지만 폐하, 그러기에 앞서서 두 가지 조건을 하벨 백작이 제시했사옵니다.”
“조건? 어떤 것인지 말해보거라.”
“첫째, 스너비 영지와 수도 크라운까지의 도로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이것을 시급하게 정비해 짐수레가 원활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 했으며, 두 번째는 앞으로 천일염을 운반하게 되면 막대한 이윤을 보는 물건이라 도적들이 달려들 수도 있으니 군대를 일정한 거리마다 배치해 약탈을 막아달라고 했사옵니다.”
“으음… 그 정도야 당연한 조건이구나. 당장 그렇게 해야겠어.”
“하지만 폐하, 군대와 도로정비는 귀족들의 거센 반발이 있을 것 같사옵니다.”
“으음… 하긴 편파적으로 하벨 백작을 너무 위한다 하겠어.”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폐하께서 모든 비용을 댄다고 하시면 귀족들도 반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맞아, 그건 그렇겠구나.”
“처음에는 폐하의 주머니에서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가겠지만 그 자금은 금방 회수가 될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만 문제는 군대입니다.”
“그것은 걱정 말거라. 장인인 베다 후작의 사병 2만을 동원하면 그까짓 도적무리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다면야 두 가지 문제는 일시에 해결이 된 것 같습니다, 폐하. 다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벨 백작도 천일염전을 운영하려면 자금이 들어가기에 천일염을 제가 그냥 가져오지는 못하고 대금을 지불하고 가져와야 합니다.”
“그걸 미처 생각 못했구나. 당장 자금을 지원해주마.”
“감사합니다, 폐하. 한 번만 천일염을 싣고 와 판매해도 자금은 바로 회수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부터는 막대한 이익이 보장될 사업입니다.”
“하하하…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되는구나, 왕자야.”
왕은 기분 좋게 크게 웃었고, 왕비도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폐하, 이런 일은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면 할수록 이익이니 당장 저녁에 아버지를 불러들여서 긴급회의를 하는 게 어떻겠어요?”
“아, 그렇지, 왕비. 좋은 의견이구려. 당장 그렇게 해야겠어요. 브린츠야, 너도 있거라.”
“예, 폐하. 내일 당장 짐수레를 최대한 확보해둬야겠습니다.”
“맞아. 천일염을 스너비 영지에서 싣고 와야 그게 돈이 된다는 것을 잊고 있었구나. 내일 당장 그렇게 처리하거라.”
“예, 폐하. 하벨 백작은 저의 은인일 뿐만 아니라 왕실의 은인입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렇구나. 하늘이 우리 왕실을 보살펴주시는구나.”
“폐하, 이제 안정적이고 든든한 자금을 확보하게 되었으니 그토록 염원하시던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게 되었어요.”
“그렇구려, 왕비.”
국왕의 긴급호출로 왕궁으로 달려온 베다 후작은 불안한 얼굴이었다.
‘으음… 폐하께 무슨 일이 생겼나? 이렇게 늦은 시각에 부르시다니…….’
“폐하, 베다 후작이옵니다.”
“오, 어서 오시오, 장인.”
“아버님, 어서 오세요.”
“외할아버님, 어서 오십시오.”
“폐하, 왕비마마, 브린츠 3왕자님께서도 계셨군요?”
“어서 앉으세요.”
“무슨 일이 생겼사옵니까? 저를 늦은 시각에 다 찾으시다니요?”
“그럼요. 생기다마다요.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폐하?”
“하하하… 브린츠야, 네가 자세하게 설명 드리거라.”
“예, 폐하. 그럼 제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브린츠 왕자는 신이 나서 천일염에 대해 설명했다.
“이것을 봐주십시오. 이것이 천일염입니다.”
“오오… 정말 이것이 가능한 일이옵니까? 먼저 맛을 보겠습니다. 으음… 정말 암염보다 더 짠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제는 믿을 수 있겠습니까?”
“천일염이 저의 눈앞에 있고 맛도 보았는데 어찌 믿지 않겠습니까? 폐하, 이제 걱정은 끝난 것 같습니다.”
“장인, 귀족파가 눈치 채기 전에 서둘러 사안을 매듭짓고 단기간에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으니 장인께서는 신병을 최대한 은밀하게 모아주세요. 또한 자금이 없어 못했던 병사들의 무구와 갑옷도 확보하시구요. 아시겠습니까?”
“앞으로 자금 걱정이 없어지게 되었는데 무언들 걱정이겠습니까, 폐하.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좋아요. 이제부터 시작이니 당분간은 비밀을 엄수하며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폐하.”
회의를 마치고 저택으로 향하던 베다 후작은 마차 속에서 이것이 꿈인가 하는 생각에 젖어 들었다.
‘으허허허… 정말 하벨 백작은 대단한 인물이었어. 만약 그자가 귀족파나 중도파에 포섭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으휴… 생각만 해도 섬뜩하구나.’
암염광산 하나만 있어도 막대한 부를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수요는 많은 데 비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기에 상인들은 웃돈을 줘서라도 암염을 확보하려고 치열하게 신경전을 펼쳤다.
그러나 천일염은 암염광산보다 수십 배나 많이 생산할 수 있기에 판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더구나 암염의 절반 가격이니 상인들에게는 얼마나 매력적이겠는가?
스너비 영지에서 수도 크라운까지만 가져오면 천일염이 순식간에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크윽!”
“아아악!”
“후퇴하라, 후퇴!”
본군이 도착하기 전에 전열을 정비해 공격했던 커즈의 선봉군은 언덕 위에서 화살과 크로스 보우로 집중 공격하는 스너비 영지병들에게 희생자만 내주고 후퇴하고 있었다.
본군을 이끌고 온 헤이즌 자작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
“당장 커즈 놈을 데려와라.”
“예, 영주님. 너희들은 어서 가서 커즈 님을 모셔 오거라. 어서.”
두 명의 병사와 백부장이 서둘러 선봉군 진영으로 달려갔으며, 잠시 후 헤이즌 자작의 앞으로 커즈가 달려와 엎드렸다.
“커즈 이놈, 어떻게 공격했기에 선봉군이 이것뿐이냐?”
“죄송합니다, 아버님.”
“에잉, 못난 놈. 꼴도 보기 싫으니 근신하고 있거라.”
커즈는 풀이 죽어 자리를 떠났고 헤이즌 자작은 부관에게 물었다.
“알렉스 부관, 선봉군이 얼마나 남았더냐?”
“중장기병 3백은 전멸했고, 기병 5백 중에 전사 430명으로 70명이 남았으며, 보병 2천2백 명 중에서 1천7백여 명이 죽거나 중상입니다.”
“그럼 기병 70명에 보병 5백만 남았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영주님.”
“허허… 이거야, 3천의 선봉군 중에서 겨우 570명이 남았다니… 이게 말이 되나?”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그럼 스너비 영지병들은 얼마나 피해를 입었다 하던가?”
“들리는 말로는 3백 명 정도 피해를 입었을 거라 합니다.”
“허허… 적은 겨우 3백 명 죽이고, 우린 2천5백 명이 죽었어?”
“영주님, 저도 이렇게 처참하게 패한 것은 처음 봅니다.”
“으음… 역시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게 적들에게는 아주 유리해진 모양이야.”
“제가 보기에도 적들은 아주 좋은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본진으로도 쉽게 승기를 잡긴 힘들겠는데 어쩌면 좋지?”
“무작정 돌격만 하다가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언덕을 우회해서 공격해봄이 어떻겠습니까?”
“그것도 좋은 방법 같은데… 좋아, 우선 본진을 나누어 언덕의 우측으로 보내면서 남은 병사들로는 정면을 노리는 작전으로 하는 게 좋겠어.”
“적의 화살과 크로스 보우 공격이 위협적이니 방패병을 앞세우면서 우리도 화살공격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아, 우선 그렇게 해봐.”
언덕 밑에서 헤이즌 자작의 본군이 둘로 나뉘는 것을 바라보던 하벨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났다.
‘후후후… 병사를 두 곳으로 나누어 공격하겠다? 어림없지. 너희들은 이 언덕에 오르지도 못하고 패할 것이다.’
“영주님, 투석기가 준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