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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적들이 공격해온다. 궁병들과 크로스 보우병들은 준비해라.”
“크로스 보우병들은 대기하고, 궁병들은 화살을 쏘아라.”
솨아아아!
화살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진군해 오고 있는 포이던 영지병에게 떨어졌다.
방패병들은 머리 위로 방패를 치켜들면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으며 뒤에서 진군하던 보병들도 재빨리 방패 속으로 몸을 숨겼다.
“크악!”
“아아악!”
여기저기에서 화살을 맞은 보병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고 일부는 몸을 방패 속으로 숨겼으나 겉으로 드러난 종아리나 다리에 화살을 맞는 자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병들은 방패 속으로 피했기에 피해는 그리 크지는 않았다.
“이때다. 크로스 보우병들은 공격하라. 공격!”
방패병들이 대부분 방패를 머리 위로 들어 위에서 떨어지는 화살을 막고 있을 때 석궁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적들은 우수수 쓰러졌다.
“이, 이런, 제기랄.”
“진군하라! 진군해!”
지휘관들의 공격명령에 방패병과 보병들이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지만 언덕 위에 있던 스너비 영지병들은 백부장의 명령을 받고 침착하게 화살과 석궁으로 적들을 유린했다.
“으으… 이러다가 다 죽겠다. 우리도 화살을 쏘아라!”
“화살을 쏘아라. 어서!”
솨아아아!
팽팽하게 당겨진 화살에서 쏘아진 화살은 언덕 위에 있는 스너비 영지병들에게 날아왔지만 백부장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즉시 명령을 내렸다.
“화살이 날아온다. 방패로 막아라.”
참호 속에 들어가 있던 궁병들은 즉시 몸을 가릴 정도로 큰 사각방패를 들어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다.
마치 뚜껑으로 덮은 듯했다.
절반이 넘는 화살은 사거리에 미치지 못하고 그냥 땅으로 떨어졌다.
일부 화살은 참호 속에 들어가 있는 궁병에게 날아왔지만 방패에 막혀 무위로 끝났다.
“하하하… 적들의 화살 사거리에 못 미친다. 안심하게 궁병들과 크로스 보우병들은 적들을 쏘아 죽여라. 다 죽여라!”
5백 명이 넘는 방패병과 보병이 무참하게 쓰러지자 화가 치민 커즈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
“중장기병들을 투입해라. 어서.”
“커즈 님, 흥분할 일이 아닙니다. 경사진 곳이라 중장기병들은 그리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아무것도 안 된다. 즉시 중장기병들은 공격하라. 다 짓밟아버려라.”
“이러시면 안 되는데…….”
두두두두.
중장기병 3백 명이 앞으로 치고 달려 나와 질주해 왔지만 평지보다는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후후후… 드디어 전력의 핵심이라는 중장기병들이 나섰구나. 스탈 경, 스피어병들은 출동 준비하라 이르게.”
“스피어병들은 준비하라.”
길 중앙에 목책이 놓여 있어서 중장기병들은 길 양쪽으로 나누어 돌격해 왔다. 그러나 중장기병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함정에 빠졌다.
“으악, 함정이다.”
“피해라. 함정이야, 함정.”
선두에서 달리던 중장기병들이 먼저 구덩이에 빠지면서 무너졌지만 급하게 방향을 바꿀 수는 없었기에 무시하고 그대로 뛰어넘어 달려왔지만 두 번째 구덩이와 세 번째 구덩이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이런 구덩이가 또 있었어?”
“아, 안 돼. 아아악!”
50여 기의 중장기병들은 동료들이 내지르는 비명에도 불구하고 함정을 어렵게 건넜지만 그들의 앞에는 끝이 뾰족한 금속 암기가 땅에 수천 개나 떨어져 있었다.
그것들은 말에게는 치명적인 무기였다.
이히히힝!
“이, 이게 뭐야?”
“조심해라. 땅에 암기가 깔려 있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장기병들은 허무하게 말이 쓰러지자 어쩔 수 없이 함께 쓰러졌다.
별다른 힘 들이지 않고 중장기병들은 스스로 함정 속으로 뛰어들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때다. 스피어병들은 구덩이에 빠진 중장기병들을 찔러 죽여라. 어서.”
“찔러 죽여라! 다 죽여라!”
“와아아아!”
스피어병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달려와 구덩이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중장기병들의 머리를 내리치거나 아님 목부분을 창으로 찔러 죽였다.
워낙 무게가 많이 나가는 중장기병들이라 이미 함정에 빠지면서 부상을 크게 입었지만 이렇게 스피어병들을 만나면서 허무하게 찔려 죽기 시작했다.
“으아악, 살려줘!”
“크아악!”
“저, 저… 저러다가 다 죽겠다.”
“기병들과 보병들은 무얼 하는가? 어서 저들을 지원해라.”
명령에 의해 기병들과 보병들이 달려 나왔지만 그때는 이미 중장기병들은 대부분 함정과 암기에 쓰러져 스피어병들이 찌른 창에 전멸한 후였다.
“스피어병들은 그만 하고 돌아와라.”
“적들이 공격해오고 있어. 서둘러.”
“궁병들과 크로스 보우병들은 어서 공격하라, 공격!”
솨아아아!
수백발의 화살이 적들에게 떨어지자 제대로 진군하지도 못하면서 우왕좌왕하다가 화살에 맞고 우수수 쓰러졌다.
“으악!”
“크아아악!”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가 터지자 지휘관들과 커즈, 대기해 있던 병사들은 당황했다.
제대로 공격다운 공격도 못해보고 희생자만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파이어 볼(Fire ball).”
화염이 표면에 이글거리는 커다란 불공이 하벨의 손바닥 위에 생성되어 적들에게 날아갔다.
허공을 가로지른 불공이 적들에게 날아가자 적들은 놀라면서 흩어졌다.
마법에 무지한 자들도 한번쯤 마법사의 무서운 공격인 화염계 불공에 대한 소문을 들었기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알려져 있었다.
“마법사다. 피해!”
“으아… 피해라!”
콰쾅!
불공이 터지면서 불꽃이 주위에 있던 병사들을 덮쳤고, 옷에 불이 붙거나 파편을 맞은 병사들은 화상을 입으면서 쓰러졌다.
십여 명의 병사들이 죽고 30여 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시각적인 효과가 컸기에 커즈가 이끌고 있는 포이던 영지의 선봉군 사기는 급격하게 추락했다.
“커즈님, 이대로 병사들을 공격하기엔 무리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선 전열을 정비한 다음에 공격하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 병사들이 제대로 된 공격 한번 못해보고 얼마나 죽었는데! 안 돼!”
“이대로 공격하게 되면 피해만 늘어나게 됩니다.”
“무슨 소리, 이대로는 물러날 수 없어.”
“적들은 언덕 위에서 공격하고 있습니다.”
“으아아! 부관, 병사들을 뒤로 물려 전열을 다시 정비하라.”
“알겠습니다, 커즈 님. 후퇴하라, 후퇴.”
후퇴하는 적들을 쳐다본 스너비 영지병들은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커즈의 선봉군은 5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다시 모여 전열을 정비했다.
한편, 헤이즌 자작의 본군은 천천히 진군하고 있었다.
“하하하… 지금쯤이면 커즈가 이끌고 있는 선봉군이 월리슨 마을을 공격하고 있겠지?”
“그럴 것입니다, 영주님.”
“커즈가 그동안 쌓였던 분노를 이번에는 확실히 풀겠어. 아니 그런가?”
“그렇습니다. 커즈 님을 선봉군으로 하신 것은 아주 잘하신 일 같습니다.”
“하지만 말이야. 놈이 침착하지 못하기에 조금 걱정도 돼.”
“그렇지만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하긴 부관이 옆에서 커즈를 잘 조언할 테지.”
“영주님, 저기 전령이 오고 있습니다.”
“하하… 그렇군. 커즈의 승전 소식이 오는 모양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빠르게 달려온 전령은 말에서 내려 헤이즌 자작의 앞에 엎드렸다.
“영주님, 선봉군의 전령입니다.”
“그래, 수고가 많다. 월리슨 마을에서 첫 전투가 있었느냐?”
“첫 전투는 맞습니다만 월리슨 마을에 진입하지는 못했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냐?”
“월리슨 마을 앞에 있는 언덕에 스너비 영지병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흐음… 생각했던 것보다 신속하게 병사를 배치한 모양이군. 계속 말해보거라.”
“예, 보병을 먼저 투입해 상대했지만 적들은 언덕 위에서 화살과 석궁을 쏘아서 접근이 용이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중장기병들을 투입했습니다.”
“흐음… 적들이 위쪽에서 화살을 쏘았다면 보병들이 제법 희생되었겠어. 평지가 아니지만 역시 적들을 쓸어버리기엔 중장기병들을 투입하는 게 좋은 방법이야.”
“중장기병들이 돌격했지만 적들이 파놓은 구덩이에 대부분 빠져버렸습니다. 일부가 구덩이를 넘는 데 성공했지만 땅에 깔려 있는 암기에 말이 쓰러져버렸습니다. 그새 적들의 스피어병들이 달려와 중장기병들을 찔러 죽였습니다.”
“뭐라? 그, 그런 일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병들과 보병들이 다시 투입되었지만 한번 꺾인 병사들의 사기는 회복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병사들을 뒤로 물려 잠시 대치상태입니다.”
“으으… 이런 일이? 그럼 우리 병사들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느냐?”
“정확하게 확인되진 않았지만 절반이 넘는 병사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알렉스 부관, 본군의 행군속도를 높여야겠다.”
“예, 영주님. 행군속도를 올려라.”
뿌우우!
진군신호가 울려 퍼지자 천천히 이동하고 있던 본군의 행군속도가 높아졌다.
브린츠 왕자는 스너비 영지에서 싣고 온 천일염을 수도 크라운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퍼거슨 상점으로 가져갔다.
그곳에서 퍼거슨 상단주와 직접 거래하여 천일염을 암염의 절반가격으로 넘겼다.
왕자는 3만 골드를 일시불로 받아 챙기고는 왕궁으로 들어갔다.
국왕은 소연회실에서 왕비와 저녁식사 중이었다.
시종장이 문을 열고 들어와 국왕의 귀에 속삭였다.
“폐하, 브린츠 왕자님께서 뵙기를 청하옵니다.”
“스너비 영지로 갔는데 벌써 돌아왔어?”
“폐하, 브린츠 왕자가 벌써 돌아왔어요?”
“그렇다는구려, 왕비. 들어오라 하게.”
“예, 폐하.”
브린츠 왕자가 연회실로 들어왔다.
“폐하, 제가 식사를 방해한 건 아닙니까?”
“브린츠, 어서 오거라. 너도 식사 전이면 같이 먹으려느냐?”
“예, 폐하. 시종장, 내 것도 부탁해.”
“즉시 대령하겠습니다, 왕자님.”
“그래, 스너비 영지를 가보니 어떠하더냐? 네가 가지고 갔던 마차 3백 대의 밀은 아주 유용했을 것 같구나.”
“그렇습니다, 폐하. 낙후된 그곳까지 간 것은 사실 정착한 하벨 백작에게 생명의 은혜를 입은 것을 조금이라도 갚아주고자 간 것입니다만 뜻밖에도 백작으로부터 폐하와 왕실의 힘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받았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