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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다음 날.
기사 스탈은 하벨의 명으로 이미 훈련을 마친 5천의 병사를 선별해 월리슨 마을 입구 언덕에 야전사령부를 설치하기 위해 이동을 시작했다.
포이던 영지의 로이테 마을에서 오는 길은 반드시 월리슨 마을로 이어졌기에 병사들이 있는 야전사령부를 거쳐야만 스너비 영지로 들어갈 수 있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이전까지는 별다른 필요가 없었기에 방치되어 있었지만 영주의 명으로 이렇게 5천의 병사를 이곳에 주둔시키고 보니 아주 중요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 스탈이었다.
‘으음… 영주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구나. 어떻게 이런 곳을 파악하고 계셨던 걸까?’
생각에 빠져 있는 스탈의 귀에 고함치는 일선 백부장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둘러라. 동작 봐라!”
“야, 거기 농땡이 칠 거야?”
“아, 아닙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늘 중으로 주변을 정리해야 막사를 설치할 수 있어. 서둘러야 돼.”
일선 백부장들이 고함치면서 병사들을 독려하자 작업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투벨이 이끄는 보급병들과 밀을 가득 실은 짐수레도 월리슨 마을에 도착했다.
또한 보급 창고를 짓기 위해 목수와 인부들이 대거 투입되어 보급창고가 신속하게 신설되었다.
야전사령부 앞에는 목책이 세워지고 1백 미터 전방에는 기병들이 넘을 수 없도록 길 양쪽에 깊이 3미터에 넓이가 5미터나 되는 구덩이를 석 삼 자(三)형태로 파고는 위에 풀을 덮어 위장해두었다.
이렇게 구덩이를 여섯 개나 파두자 포이던 영지의 기병들이라고 할지라도 쉽게 그것을 넘어서 돌격해 오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또한 구덩이 뒤에는 참호를 파고 궁병을 백 명씩 모두 2백 명 배치해 달려오는 기병들이나 보병들에게 화살을 날릴 수 있도록 조치해두었다.
특이한 것은 보병 중에는 영주의 명으로 실전 배치된 석궁을 가진 석궁병들이 5백 명이나 된 것이다.
백 명씩 횡대로 5열로 배치된 석궁병은 과녁을 세워두고 연습할 때에도 아주 위력적이었기에 기사들과 백부장들로부터 기대를 많이 받게 되었다.
하벨이 야전사령부에 들러서 병사들의 배치상황과 방어준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스탈 경, 병사들의 배치상황과 방어준비가 생각한 대로 잘되었군.”
“척후병을 로이테 마을 밖에다 비밀리에 배치해 염탐을 하고 있으며 3백 미터 거리를 두고 말을 가진 척후병들을 5명씩, 모두 2백 명이나 곳곳에 배치해두었기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투벨 경, 군량과 무기보급은 어떻게 되었지?”
“월리슨 마을회관에 군량과 무기를 보관 중이며 마을 옆 풀밭에도 목조창고를 만들어 군량과 무기를 충분하게 준비해두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병사들의 사기가 중요하니 충분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영주님.”
“포이던 영지병들이 조만간 기습해올 수도 있으니 항상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며 대기만 하게 하면 병사들의 긴장이 풀리게 되니까 돌아가면서 체력훈련을 실시하도록.”
“저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백부장들에게 지시해놓았습니다.”
“좋아, 스탈 경과 투벨 경을 보니 이곳을 두 사람에게 맡겨도 되겠어. 잘해줄 거라 믿고 가겠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주님.”
“베룬 경, 천일염전으로 갈 것이니 그리 알게.”
“예, 영주님. 천일염전으로 가실 것이니 서둘러라!”
하벨이 말에 올라 이동하자 기사 베룬과 기병 2백 명은 주위를 경계하면서 이동을 시작했고 스탈과 투벨은 멀어지는 하벨을 바라보았다.
얼마 후 천일염전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도착한 하벨 일행은 평소 1천 명의 병사가 배치되어 경계근무를 하고 있는 막사로 향했다.
천일염전의 경계근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리처드 경으로 믿을 만한 자였다.
“리처드 경, 렉스 경은 언제 이곳에 오나?”
“연락해놓았으니 도착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영주님.”
“영주님, 찾으셨습니까? 렉스입니다.”
“오… 렉스 경, 어서 들어오게나.”
기사 렉스가 막사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내가 이렇게 리처드 경과 렉스 경을 한곳으로 부른 것은 다른 게 아니라 헤이즌 자작이 있는 포이던 영지와의 영지전이 얼마 후에 일어날 것 같아서라네.”
“정말 영지전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영주님?”
“그렇다네. 조만간 일어날 것으로 보네. 렉스 경, 그래서 말인데 신병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신병 중에서 4천을 선별해 리처드 경이 맡고 있는 천일염전의 경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게.”
“4천이나 말입니까?”
“그렇다네. 그래야 리처드 경이 5천의 병력으로 천일염전을 지키면서 훈련도 시킬 수 있어.”
“아, 알겠습니다.”
“리처드 경은 5천의 병력으로 이곳을 잘 지켜야 할 거야.”
“지금도 충분한데 5천으로 증원되면 얼마든지 가능하고도 남습니다, 영주님.”
“이곳에 있는 병력은 스너비 영지 2군이며 1군은 월리슨 마을에 나가 있는 병력이야. 알겠나?”
“예. 믿고 맡겨주십시오, 영주님.”
“좋아, 마지막으로 이곳에 목수와 인부를 동원해 창고를 짓고 군량을 충분하게 준비해 더욱 경계를 강화하도록.”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렉스 경은 나와 같이 스너비 병사훈련소로 가야 하니 일어나게.”
“예, 영주님.”
‘후후… 헤이즌 자작이 공격해오려면 아직도 2주일은 더 있어야 한다. 그동안 충분하게 대비가 가능하겠어.’
막사를 나온 하벨과 기사 렉스는 말을 타고 이동해 스너비 병사훈련소로 향했다.
“헉헉… 헉헉.”
운동장을 뛰는 신병들은 10열종대로 줄을 맞추면서 달리고 있었다.
숨이 턱에까지 찬 것으로 보아 몇 바퀴를 돌았나 보다.
기사 잉스 경과 리오 경, 렉스 경이 맡고 있는 병사훈련소에서는 이번에 대대적으로 모집한 신병들이 구슬땀을 흘리면서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아직도 훈련을 받고 있는 신병이 3천 명 정도 되었지만 이번에 신병모집은 신체적으로 하자가 없는 자라면 거의 대부분 모집했기에 2만 명이나 되었다.
그만큼 병사의 대우가 좋고 인기가 높기에 가능한 인원이었다.
이번에 입대한 2만 명은 위급하면 2주 훈련을 받고서라도 출동할 수 있으며 전투를 하게 되더라도 어느 정도는 힘이 될 수 있는 젊은 병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신병들은 체력훈련과 검술, 활쏘기와 석궁을 주로 연습하기에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향상되고 있었다.
“이번 신병들의 훈련성과는 어떤가? 잉스 경이 말해보게.”
“2만 명이나 되는 많은 신병들을 한꺼번에 받다보니 혼란스러웠지만 이제는 제가 1만, 리오가 1만, 렉스가 훈련시키고 있는 기존의 신병 7천해서 모두 2만7천의 신병을 나누어서 훈련시키고 있기에 안정이 되었습니다, 영주님.”
“리처드 경이 경계근무를 맡고 있는 천일염전에 렉스 경이 훈련시키고 있는 신병들 중 4천을 지원해주기로 했으니 그렇게 알고 있게.”
“4천이나 말입니까?”
“그래. 그럼 3천의 신병과 이번에 모집한 2만의 병사는 앞으로 스너비 영지의 힘이 될 것이니 자네들이 제대로 훈련시켜야 할 거야. 알겠나?”
“잘 알고 있습니다, 영주님.”
“좋아, 조만간 포이던 영지병과 영지전이 일어나겠지만 그리 걱정할 필요 없네. 우리가 보유한 병력이 더 많고 사기도 더 높으니까 말이야.”
“최선을 다해서 신병들을 잘 훈련시키겠습니다.”
“자네들만 믿겠네.”
하벨은 기사와 신병들과 같이 식사를 한 후 말에 올랐다.
‘신병들을 꾸준하게 모집해 훈련시킨 뒤 영지를 방어하도록 하면 어느 누가 공격해 와도 걱정 없어. 앞으로는 포이던 영지뿐만 아니라 다른 영지에서도 도발할 것이 분명하니 미리미리 병사를 준비해야 돼.’
모든 것이 의도한 대로 준비가 끝이 나자 하벨은 한시름 놓고 영주성으로 향했다.
헤이즌 자작의 포이던 영지병은 선봉군과 본군으로 나뉘어서 진군을 시작했는데 선봉군의 사령관은 영주의 둘째 아들인 커즈가 맡았다.
하벨 백작과는 사소한 원한을 가지고 있는 그이기에 자진해서 선봉을 맡았다.
중장기병 3백 명과 기병 5백 명, 보병 2천2백 명으로 모두 3천의 선봉병력으로 로이테 마을을 출발했다.
본군은 헤이즌 자작이 직접 이끌고 이동했는데 로이테 마을에 집결하여 한창 전열을 정비 중이었다.
본군은 중장기병 6백 명, 기병 1천5백 명, 보병 2천9백 명으로 5천 명이었다.
헤이즌 자작이 선전포고한 편지가 전령을 통해 하루 전에 하벨에게 전달되었고 하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후 모든 책임은 헤이즌 자작에게 있다는 답장을 전령에게 전달했다.
“흐흐흐… 선전포고도 했으니 이제 공격만이 남았다. 커즈가 이끌고 간 선봉 병력 3천만 해도 충분한데 나의 본진 5천도 있으니 확실하게 짓밟아버리겠어.”
커즈가 이끌고 진군하고 있는 선봉군 3천은 싸우기도 전에 승리라도 한 것처럼 사기가 넘쳤다.
월리슨 마을 언덕 위에 있는 야전사령부에서는 이른 아침에 영주인 하벨이 도착해 직접 병사들에게 비상을 걸어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대기하면서 헤이즌 자작의 선봉군이 쳐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영주님, 척후병들의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스탈 경, 적의 선봉군 소식인가?”
“그렇습니다. 척후병의 보고로는 적은 3천 명 정도 되며, 중장기병 3백 명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기병 5백 명이 따르고 있고, 뒤에는 보병 2천2백 명이라 합니다.”
“예측했던 대로군. 적이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병사들에게 지금 식사를 제공하도록.”
“적이 쳐들어오는데 식사를 하는 것이…….”
“적들이 도착하면 우린 바로 선제공격을 할 것이야. 배가 충분하게 불러야 잘 싸울 수 있어. 당장 시행하게.”
“아, 알겠습니다, 영주님.”
병사들이 식사를 거의 끝냈을 때 전방에서 다급하게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척후병들이 모두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곧이어 커즈가 이끄는 선봉부대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들은 2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다가와 멈추었다.
스너비 영지병이 언덕 위를 선점하고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본 커즈는 당황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커즈 옆에 서 있는 부관이 한마디 하고 나섰다.
“생각보다 힘든 전투가 될 것 같습니다.”
“언제 저렇게 준비하고 있었던 거지?”
“경사진 곳이라 중장기병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흥, 저까짓 오합지졸들은 무섭지 않다. 보병을 앞세워 공격해라.”
“알겠습니다. 방패병을 선두에 세우고 그 뒤를 보병이 뒤따른다면 충분할 겁니다.”
“맞아. 제법 배치가 잘되었지만 수는 얼마 되지 않을 거야. 분명해.”
뿌우우!
공격신호가 터지자 방패병이 먼저 앞으로 나서고 그 뒤에 보병들이 열을 맞추어 진군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