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9 / 0156 ----------------------------------------------
제2권 황금해골단
“으… 너무 짜군요.”
“그렇습니다, 손님. 진열대에 있는 것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천일염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굵은 천일염과 밀가루처럼 생긴 가루 천일염이지요. 그리고 옆에 있는 것은 여태껏 우리가 먹어왔던 암염입니다.”
“천일염의 가격은 어떻게 됩니까?”
“천일염은 두 가지라 가격이 다른데 굵은 것은 1킬로그램에 2실버이고 가루 천일염은 2실버 20코인입니다. 암염은 잘 아시겠지만, 10실버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천일염이라는 것이 소매인 것 같은데 도매는 얼마입니까?”
“저는 여기에서 일한 지 이제 3일째라 도매 시세는 잘 모르니 주인아저씨를 모시고 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러지요.”
랑비가 점원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가게 안에서 나온 사람이 랑비를 보고 알은체를 했다.
“아니, 랑비 님 아니십니까?”
“누, 누구? 아… 머피 씨 아닙니까? 오랜만이군요.”
“랑비 님, 벌써 2년이 넘었군요?”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허허… 보시는 바와 같이 이번에 천일염 상점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 상점이?”
“예, 제가 주인입니다.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셔서 차라도 한잔 하시면서 대화를 나눌까요?”
“아, 그럼요.”
테이블에 차를 놓고 두 사람은 대화를 시작했다.
“머피 씨, 사업이 망해서 끼니도 이어가기 힘들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자세하게 말씀해보세요.”
“랑비 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3년 전에 산적들에게 상단의 물건을 모두 빼앗기면서 망한 후로는 정말이지 비참했는데 그때 랑비 님의 도움으로 겨우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었습니다. 늘 저의 은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아닙니다.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어쨌든 절망적인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형님께서 이곳 스너비 영지에서 행정관으로 계셨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데… 6개월 전에 저에게 이곳으로 와서 같이 살자고 제안하셔서 여기에 살게 되었습니다.”
“아, 어쩐지. 스너비에서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그래서 여기서 머피 씨를 보게 되었군요.”
“예,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영주님이 새로 부임하셨고 형님의 도움으로 이렇게 천일염 상점까지 내게 되었습니다만… 랑비 상단도 운영하시기 힘드시죠?”
“예, 그렇습니다. 스너비 영지에서 정규적으로 거래를 하는 것으로 겨우겨우 랑비 상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걱정 마십시오. 랑비 상단이 단기간에 높이 올라설 방법이 있습니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말씀드리죠. 천일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천일염을 말입니까? 얼마 없어 보이던데.”
“그건 진열된 것이라 그렇고 창고 안에는 많이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에는 제가 랑비 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제가 천일염을 랑비 님께 도매로 넘길 테니 다른 영지에 판매를 한번 해보십시오. 틀림없이 단기간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드릴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틀림없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암염보다 더 짜기에 조금만 넣어도 되며 가격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렴합니다. 거기에다가 변질의 우려가 없지만 다만 암염처럼 물에는 녹기에 물만 조심하면 됩니다.”
“그, 그건 그렇겠군요.”
“천일염은 원래 굵은 것뿐이었지만 상점 안에서 직원을 동원해 맷돌에 천일염을 갈아 가루 천일염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굵은 천일염보다는 20코인 정도 더 비싸지만 쓰일 데가 많아서 잘 팔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천일염이라는 것이 원래는 두 가지가 아니란 말입니까?”
“아닙니다. 원래는 굵은 것뿐입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가루로 만들어 팔면 더 이익일 것 같아 그렇게 해보았는데 영지민의 반응이 좋아서 계속 이렇게 가루 천일염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입니다.”
“으음… 그럼 저에게 얼마에 천일염을 넘겨주실 겁니까?”
“그러기 전에 아셔야 하는 게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원래 천일염은 새로 부임하신 영주님께서 개발하신 것으로 이 천일염으로 막대한 부를 이룩하실 겁니다만, 아직은 천일염의 대부분을 창고에 저장하고 계십니다. 조만간 상단을 통해 외부 판매를 하실 것입니다.”
“그럼 아직은 외부 판매를 안 하고 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랑비 님께 판매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랑비 님의 은혜를 받았던 저이기에 특별히 이번에는 짐마차 두 대 분량의 천일염을 제가 무상으로 드리겠습니다.”
“천일염 두 대 분량이라면 상당한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만 예전의 은혜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도와드려야지요.”
“그렇게까지 하셔도 되겠습니까?”
“랑비 님, 이번에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천일염 20킬로그램 한 자루의 도매가는 36실버입니다.”
“그렇다면 1킬로그램으로 하면 1실버 80코인이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게 도매가격입니다. 제가 1실버 70코인에 원산지에서 구입하니까 말입니다.”
“그럼 머피 씨는 천일염 한 자루를 판매하면 6실버의 이익을 보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랑비 님, 짐마차 한 대에는 천일염 20킬로그램 자루가 1백 자루 들어가니까 마차 두 대면 2백 자루에 4천 킬로그램입니다. 68골드의 천일염을 제가 무상으로 드릴 테니 이번에 가져가셔서 판매를 해보십시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천일염 20킬로그램 한 자루를 1골드에 판매하셔도 암염의 절반 가격 수준이기에 무리 없이 모두 처분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머피 씨.”
“랑비 님, 하지만 다음에 오실 때에는 도매가인 1실버 80코인에 판매할 것이니 그리 아십시오.”
“그럼요. 이번에 천일염을 가져가서 판매해보겠습니다.”
“랑비 님의 상단 본점이 있는 도시 헤이야에서 우선 판매를 해보십시오. 틀림없이 순식간에 다 팔릴 것입니다.”
“저의 느낌에도 그럴 것 같습니다.”
“일단 어느 정도는 소매도 하셔야 할 테니 직원을 동원해 가루 천일염도 한번 해보십시오.”
“그럼요. 안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한 달 후부터 영주님께서 천일염을 상단에 판매하실 것 같으니까 그전에 랑비 님께서 내일 당장 도시 헤이야로 가셔서 천일염을 팔고 다시 스너비 영지로 오십시오. 다른 상단에서 천일염의 정보를 입수하고 몰려오기 전에 몇 번 더 판매해 기반을 확실하게 잡으셔야 합니다.”
“아, 정말 듣고 보니 그렇군요.”
“지금이 랑비 상단이 일어서기 좋은 기회입니다. 서두르십시오.”
“머피 씨,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랑비 님. 그때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셨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날 오후 랑비는 가지고 온 물건들을 전부 처분하고 머피의 천일염 상점에서 천일염을 짐마차에 가득 싣고는 다음 날 출발하기 위해 일꾼들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투벨은 기믈레헤임 상업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하벨이 준 쪽지를 떠올리면서 스너비 영지의 어느 마을에서 정착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무장한 병사 열 명이 다가와 투벨을 영주성으로 데려갔다.
“이유가 뭡니까?”
“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영주님께서 급히 투벨 님을 모셔오라 하셨거든요.”
“영주님 같이 높으신 분이 저를 어떻게 아시고?”
“그건 저도 의문이지만, 명령이시니 저희로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가겠습니다.”
‘아, 하벨도 만나지 못했는데 영주가 어떻게 나를 알고 왜 찾는 것일까?’
영주의 방 앞에서 한 병사가 문에 노크를 했다.
똑똑!
“영주님, 투벨 님을 모셔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병사가 문을 열어주자 투벨이 영주 집무실에 들어섰고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영주를 발견했다.
“영주님, 저를 찾으셨습니까?”
“반갑다, 투벨.”
“누, 누구신지?”
“하하하… 누구긴. 나야, 나. 하벨.”
“뭐? 하벨이라고? 어디?”
하벨은 창가에서 뒤돌아섰다. 하벨의 얼굴을 잠시 살펴보던 투벨은 환한 얼굴이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 껴안았다.
“오랜만이다, 하벨.”
“그동안 고생했다, 투벨.”
“그런데 어떻게 스너비 영지의 영주가 되었지?”
“하하… 투벨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귀족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어. 미안하다.”
“그, 그랬구나. 아니… 이젠 영주님이라고 해야 하나?”
“너와 둘이 있을 땐 하벨이라고 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있을 땐 영주님이라고 해야겠지.”
“어쩐지 낙후되었던 스너비 영지가 발전했다 싶었는데, 네 덕분이구나.”
“후후후… 그래. 하지만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했어. 조만간 스너비 영지는 살기 좋은 곳이 될 거야.”
“하벨, 너라면 그럴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날 왜 이곳으로 오라했어?”
“투벨, 이제 스너비 영지에서 사는 게 어때?”
“내가 이곳에서?”
“그래. 어차피 도시 헤이야에 있어보았자 별수 있어? 여기에서 새롭게 시작해봐. 가정도 이루면서. 어때?”
“내가 이곳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일단은 병사들의 훈련감독을 맡아줘.”
“내가?”
“그래, 나는 백작이니까 너에게 기사의 작위를 내릴 수 있어. 내일부터 넌 스너비 드 투벨 기사로서 병사들의 훈련대장을 하면 돼.”
“내, 내가 정말 준귀족이 되는 거야?”
“그래, 비록 국왕이 내려주는 작위보다는 못해도 영주인 내가 내리는 기사 작위도 그런대로 해볼 만할 거야.”
“고,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하벨… 아니, 하벨 백작님.”
“빈센트 집사.”
“예, 영주님. 찾으셨습니까?”
“그래. 여기에 있는 사람은 오늘부터 나의 기사가 된 스너비 드 투벨이야. 인사해.”
“처음 뵙겠습니다, 기사님. 빈센트 집사라 합니다.”
“아, 예. 스너비 드 투벨이라 합니다.”
“빈센트 집사, 투벨 기사는 앞으로 영주성에서 기거하게 될 거야. 방은 깨끗하고 전망 좋은 곳으로 지정해주고 하녀장인 셀리나에게 말해줘.”
“예, 알겠습니다. 영주님.”
“투벨 기사, 저녁 식사 때 보자.”
“예, 영주님.”
투벨은 하벨 영주에게 인사하고는 빈센트 집사를 따라 집무실을 나갔다.
잠시 투벨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하벨은 다시 책상에 앉아서 밀린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리면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2백 명의 무장한 기사단이 선두에서 달리고 있었으며 뒤쪽에는 화려한 귀족마차 3대가 뒤따르고 있었다.
또한 짐수레 3백 대가 길게 이어졌으며 3백 명의 기병들이 옆과 뒤쪽에서 호위하며 뒤따르고 있었다.
“왕자님, 곧 스너비 영지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런가? 아무튼 경계를 늦추지 말게.”
“알겠습니다, 왕자님.”
이들은 3왕자인 브린츠를 호위하고 이동해온 자들로 선두에는 레드 폭스 기사단 2벡 명이 달리고 있었으며 짐수레 옆과 뒤쪽에서 달리는 자들은 기병 3백 명이었다.
잡부와 시녀까지 대동하고 온 브린츠 왕자였기에 전부 합하면 1천 명이나 되었다.
“하벨 백작을 못 본 지도 어느덧 6개월이 지났구나. 그동안은 검술연습을 하느라 정신없었는데 이렇게 먼저 편지를 보낼 줄이야.”
하벨은 3왕자인 브린츠에게 얼마 전 편지를 보내어 스너비 영지를 한번 방문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올 때 짐수레 3백 대에 밀을 가득 실어서 와달라는 부탁도 했다.
국왕에서 허락을 받은 브린츠 왕자는 신변의 안전을 위해 레드 폭스 기사단 2백 명과 기병 3백 명을 대동하고 이렇게 하벨이 요청한 대로 짐수레에 밀을 가득 싣고는 스너비 영지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워낙 대규모의 인원이 이동하기 때문인지 별다른 사고 없이 스너비 영지에 들어선 그들은 얼마 후 영주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