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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38화 (38/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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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으음… 역시 스탈 경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주게.”

“예, 영주님.”

“자, 이제 우리도 저 병사들처럼 같이 식사해 까?”

“자유배식 때문에 병사들의 체력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인기도 좋습니다.”

“하하하… 그럴 거야. 일단은 배가 든든해야 훈련도 잘 받을 수 있지.”

천장과 사방이 은색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밀실.

밀실의 평수는 약 50평 정도로 보이는데 벽면에는 조명등이 빛을 내뿜고 있었다.

천장은 돔 형태이며 거대한 십자가가 새겨져 있는 게 이채로웠다.

또한 가운데에는 원탁이 놓여 있었는데 역시 십자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화려한 9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원탁회의 하는 곳인 모양이었다.

그그긍.

대리석 벽면의 문이 위로 올라가면서 그 속에서 한 사람씩 걸어 나왔는데 모두 7명이었다.

7인은 모두 중세의 수도승들이나 입었다던 검은색 로브를 입고 후드까지 머리에 쓰고 있어서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 7인은 특이하게도 목에 은색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그 십자가의 가운데 부분에는 이니셜이 하나씩 새겨져 있었다.

그들 중 목의 십자가에 A라 표기된 자가 말문을 먼저 열었다.

“흐흐흐… 이번에도 톡톡하게 재미를 보았소.”

“큭큭… 그렇습니다. A님께서 정보를 주셨기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어요. 그리고 러셀 왕국에서 설치는 그들도 당분간은 조용하겠군요.”

“A님과 K님께서는 러셀 왕국에서 재미를 보셨지만 저는 실패했습니다.”

“아,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실패라니?”

“브린츠 3왕자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뜻하지 않게 불청객이 나타나서 그만…….”

“불청객?”

“어디 자세하게 말씀해보세요, H님.”

“그게 어찌 된 일이냐 하면…….”

H라 불린 자는 브린츠 왕자를 잡으러 갔을 때의 일을 설명했다.

“이렇게 된 것입니다.”

“으음… 그런 일이?”

“그렇습니다. 이번이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3왕자를 세뇌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입니다.”

“으음… 죽일 놈이 우리의 계획을 방해해?”

“H님은 그놈을 그냥 두셨단 말입니까?”

“맞습니다. 그놈을 죽여야지요.”

“그… 그게 쉽게 볼 놈들이 아니었습니다. 콜리니아 대륙의 귀족이었습니다.”

“콜리니아 대륙이라니… 어떻게 대해양을 건넜지?”

“그게 의문스러웠지만 어쨌든 그자는 대한 왕국의 백작이었는데 이번에 브린츠 3왕자를 구해주면서 국왕으로부터 백작의 작위를 하사 받아, 아비린 왕국의 정식 귀족이 되었어요.”

“H님, 그자의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클로버 폰 하벨이라고 하더군요.”

“으음… 수상한 자이니 관심을 가져야겠어요.”

“그렇습니다. 그자에 대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M과 S님이 보이지 않는군요.”

“이렇게 모두 모였으니 말씀 드리겠습니다. M은 죽었고 S님은 지금 M을 죽인 자를 추적 중이십니다.”

“뭐요? M이 죽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그 물건을 찾아 드래곤의 레어로 간 사람이 어떻게?”

“그 물건이 레어에서 사라져 추격하다가 물건을 가진 자가 상단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추격해 상단을 공격했는데 그자에게 도리어 당했다 합니다.”

“이, 이이… 어떻게 M이 당할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기다니.”

“느낌이 좋지 않은데요?”

“허허… 잘 나가던 우리가 점점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진 느낌입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그들 7인은 한참 후에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왔던 문으로 사라졌다.

스너비 천일염전.

거대한 두 개의 저수지와 증발지, 결정지에서 인부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하벨은 우선 그곳들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잠시 상황을 주시했다.

“조르단 행정관, 염전의 경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정규 병사 3백 명이 항시 대기하며 주위를 순찰하고 있기에 외부인의 출입 자체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좋아, 지금과 같이 경계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돼. 알겠나?”

“예, 그 점을 저도 중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생산된 천일염을 그냥 창고에 보관하고 있지만 조만간 이것을 상단에 판매하게 되면 막대한 부를 이룰 수 있게 되는데 그럼 자연적으로 이웃 영지나 다른 영지에서 첩자들이 파견될 거야. 그래서 내가 지금부터라도 병사를 동원해 이곳을 지키고 있는 거야.”

“예, 영주님. 잘 알고 있습니다.”

“후후후… 조르단 행정관, 천일염의 판매로 부를 이루게 되면 우리 스너비 영지는 고속 성장을 하게 될 것이야.”

“예, 저도 처음에는 영주님의 의도를 잘 몰랐지만 이제는 천일염이 어떤 것인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곳의 일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그런 정신이라면 믿을 수 있겠어. 지금 병사훈련소에서는 신규병사들이 땀을 흘리면서 훈련을 받고 있는데 조만간 병력 충원이 이루어질 거야.”

“아… 그렇습니까, 영주님?”

“그러니까 조르단 행정관이 조금만 더 수고해줘.”

“알겠습니다, 영주님.”

“스너비 2차 천일염전의 공사 진척은 어떤가?”

“그곳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이곳에서 공사를 해보았던 경험자들이라 큰 사고 없이 계획대로 공사가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네. 그럼 염전 창고로 가지.”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영주님.”

하벨과 조르단 행정관과 행정원들이 앞장서고 그 뒤를 병사들이 뒤따랐다.

염전 창고 10개 동에서 천일염이 생산되어 저장된 창고로 향했다.

아직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창고는 5분의 1밖에 차지 않았다.

그래도 하벨은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나름대로 만족해했다.

“천일염은 내가 말한 대로 20킬로그램짜리 자루를 만들어 담도록 했군.”

“그렇습니다, 영주님. 그렇게 하고 보니 인부들이 운반하기도 쉽다고 좋아합니다.”

“그럴 거야. 자네도 알다시피 암염이 좀 비싼가? 하지만 천일염은 암염의 가격의 5분의 1에 판매할 생각인데 자네는 어떤가?”

“그, 그건 너무 저렴한 것 아닙니까, 영주님? 암염이 1킬로그램에 10실버인데 그럼 천일염은 2실버입니다.”

“맞아. 지금은 이 가격이지만 세월이 지나면 가격을 내릴 생각이야.”

“꼭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하하하… 한번 생각해보게. 비록 가격이 저렴하지만 이것은 대륙 전체로 팔려 나갈 것이네.”

“어, 엄청난 물량이겠군요?”

“그렇지. 저렴하지만 대량으로 팔면 되는 거야.”

“영주님께서 왜 스너비 2차 천일염전을 건설하라 했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천일염전은 계속 증설할 계획이야. 바닷물은 얼마든지 있으니 우린 그것을 가지고 부를 거머쥐면 되는 거네. 어때? 멋지지 않나?”

“천일염이 스너비 영지의 특산물이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다른 것들도 있는지 살펴봐야겠어.”

기믈레헤임(Gimlleheimr) 상업지역.

스너비 영지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곳이다.

왕국에서 가장 낙후된 영지에 속하지만 이곳만큼은 그래도 제법 상단이 몰려온다.

말린 생선과, 몬스터를 사냥하고 얻은 가죽이나 부산물, 기타 작물도 조금씩이지만 팔고 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골의 5일장을 연상시키는 곳이다.

스너비 영지로 상단과 함께 들어온 투벨은 다른 영지들보다 심하다 할 정도로 헐벗고 낙후된 것을 보고는 한숨이 나왔다.

하벨이 왜 스너비 영지로 가라 했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런데 기믈레헤임 상업지역으로 들어와서는 깜짝 놀랐다.

몇 년 전에 상단을 따라 이곳에 들어왔을 때에는 정말이지 너무 형편없을 정도로 썰렁하며 구입할 만한 물건도 없었는데 지금은 어느 도시를 능가할 정도로 활력이 넘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이게 정녕 기믈레헤임이 맞단 말인가?”

“미, 믿을 수 없어. 고작 석 달 만인데 너무 달라졌어.”

이것은 비단 투벨뿐만 아니라 다른 상단들도 마찬가지로 느끼는 놀라움이었다.

예전 같으면 비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땅은 질퍽거리고 진흙탕을 연상시키는 불결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길 양쪽에 신축된 목조 건물이 잘 들어서 있으며 땅에도 고르게 다듬는 정지작업(整地作業)을 한 후에 다시 자갈과 모래를 깔아 땅이 질퍽거리지도 않았다.

또한 수십 개의 상점은 물건을 진열하여 손님을 받고 있었는데 옷을 파는 양장점과 농기구가 주류이며 검과 창도 만들어서 팔고 있는 대장간, 곡물상을 비롯하여 생선을 취급하는 상점까지 보였다.

요한 상단 상단주의 둘째 아들인 요한 드 랑비는 올해 28세로 14살 때부터 상단주인 아버지 요한 드 페이튼 남작을 따라 상단의 일을 배우며 상행을 다닌, 경험이 많은 상인이다.

5살 연상의 형인 요한 드 프리든과는 상단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했으나 첩의 자식이라는 것 때문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독립을 선언하고 2년째 랑비 상단을 운영해오고 있다.

그러나 요한 상단은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상단이기 때문에 왕국 곳곳에서 정규적으로 거래하는 곳이 많아서 신규 영세 상단이 치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랑비 상단이 취급하는 물품은 대부분 요한 상단에서도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상단을 유지하는 것에도 벅찬 실정이었다.

그나마 요한 상단이 상행하지 않는 이런 낙후된 스너비 영지에서라도 어느 정도 고정된 실적을 올릴 수 있었기에 랑비 상단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런데 석 달 전과는 너무 확연하게 달라진 기믈레헤임 상업지역을 둘러보던 랑비의 눈에 유독 띄는 상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천일염 상점이었다.

“이게 뭡니까?”

가판대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쳐다보면서 물어보는 랑비에게 상점점원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것은 천일염이라는 것입니다, 손님.”

“천일염?”

“아… 이게 뭔지 모르시는구나. 이것은 말이죠, 소금의 한 종류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땅에서 캐는 것은 암염이고 바다에서 생산하는 것을 천일염이라 합니다.”

“이게 그럼 소금이라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이게 최근 가장 잘 팔리는 것이죠. 암염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더 짜기 때문에 요리할 때 조금만 넣어도 됩니다. 맛을 조금 보시죠.”

“그럴까요?”

호기심에 랑비는 천일염을 손가락으로 조금 찍어 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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