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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집사, 목수와 일꾼이 필요한데 부를 수 있나?”
“몇 명이나 필요하십니까?”
“음… 글쎄, 밀을 저장하는 창고보다는 커야 하는데.”
“창고를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내가 생각하는 규모의 창고는 말이야. 쉽게 말해서 밀 1만 자루를 저장할 수 있을 만한 규모인데… 목수와 인부가 얼마나 필요할까?”
“영주님, 그 정도라면 상당히 큰 규모의 창고입니다. 목수는 20명 정도가 필요할 것이고 인부도 1백 명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창고 하나를 짓는 데 120명 정도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럼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5, 6개월은 걸릴 겁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나?”
“인근 산이나 아님 목재소에서 나무를 가져와 지어야 하기에 그 정도는 필요합니다.”
“그럼 창고를 지을 만한 나무가 준비되어 있다면 얼마나 걸리겠나?”
“그래도 2, 3개월은 필요합니다.”
“그럼 목수나 인부들에게는 얼마를 지불해야 하지?”
“목수는 하루에 30코인, 인부는 10~15코인이면 될 것입니다.”
“그럼 밀 한 자루는 얼마지?”
“2실버 30코인 정도인데 현재는 밀이 조금 올라서 2실버 50코인 정도 합니다.”
“영지민들에게 한 달에 들어가는 생활비가 3실버 정도 아닌가?”
“그렇습니다, 영주님.”
“그럼 생활비가 거의 식량에 들어간다는 말이군?”
“뭐, 그렇게 보시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럼 오늘부터 3일 후까지 대대적으로 목수와 인부를 모집한다고 공고문을 써서 붙이게.”
“알겠습니다. 그럼 몇 명이나 모집하실 겁니까?”
“글쎄, 일단은 간단하게 신체검사를 해서 이상이 없는 자들은 무조건 데려오게. 만 명이 되었든 2만 명이 되었든 말일세. 기술이 있는 자나 목수는 하루에 60코인, 그냥 보통 인부는 30코인이네.”
“음… 그건 배나 많이 주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야 열심히들 일할 거 아닌가? 당장 그렇게 공고문을 붙여. 자네가 보관 중인 돈 말고도 내가 가진 돈이 있으니 그것으로 충당할 테니 걱정 말게.”
“그,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영주님.”
다음 날.
스너비 영지 96개 마을에 영주가 지시한 대로 공고문이 붙었고 그것을 본 영지민들은 너도 나도 영주성 앞에 마련되어 있는 신체 검사소에 구름같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일이 없어 집에 있는 자들이 대부분 이어서 이틀에 한 끼 먹기도 벅찬 살림이었는데 이렇게 돈 많은 영주가 사업을 시행하려고 인력을 모은다고 하니 너도 나도 일하려고 모인 것이었다.
특히 보통 인부가 하루에 30코인, 목수나 기술자는 60코인이니 일당도 두 배로 많은 데다가 하루에 빵과 수프, 과일이 포함된 식사를 두 끼 제공한다고 하니 금상첨화였다.
이러니 서로 하려고 몸싸움까지 일어나면서 난리였다.
어쨌든 이렇게 모집한 인부는 모두 2만 명이나 되었고 그중 5천 명은 바다에서 가까운 곳에 목재창고 10동을 짓기 위해 배치되었다. 워낙 많은 인력이 투입되다보니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완공될 것 같았다.
또한 나머지 1만5천 명은 천일염전을 만드는 곳에 투입되었다.
스너비 영지에 들어서는 천일염전은 이 대륙에서 여태껏 한 번도 개발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태양열이나 바람의 힘 등 천연 에너지를 이용하여 소금을 얻는 지반을 말한다.
식염은 염전에서 얻어진 농축염수를 증발장치를 이용해 더욱 농축시켜 결정을 석출(析出)해내는 것을 말한다.
천연 에너지를 이용해 소금을 석출해내는 염전인 것이다.
하벨은 천일염전으로 적당한 장소인 바다 근처에 저수지와 증발지, 결정지의 3지(三池)를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 순으로 단계적으로 배치해, 저수지에 담은 바닷물을 증발지로 보내고 이곳에서 농축된 바닷물을 다시 결정지로 보내어 소금을 석출하려는 것이다.
천연 에너지를 이용해 소금을 석출하기 때문에 생산가가 낮은 것이 이 염전의 가장 큰 이점이었다.
“후후후… 천일염전을 만들려면 우선 저수지와 증발지, 결정지를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대량의 인력이 필요하지. 어차피 영지에는 일이 없어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려 있어.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천일염전도 만들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당장에 나타날 것이야. 일단 기반 시설이 확충되어 천일염이 만들어지면 부과적인 효과도 엄청나게 늘어나겠지.”
조르단 행정관이 천일염전의 총책임자가 되었다. 기존에 해오던 업무도 있었기에 그 혼자서 총책임을 맡는 것은 너무 힘들었지만 행정원을 뽑아도 좋다는 영주의 말에 긴급하게 행정원을 수도에서 열 명이나 뽑아와 한시름 놓게 되었다.
하벨은 보통의 경우 천일염전을 만드는 데 필요한 2천 명의 7배가 넘는 대량의 인부를 투입해 천일염전을 한 달 이내에 완공하려고 했다.
뚝딱뚝딱. 파팍!
천일염전 공사현장에 나온 하벨은 인부들의 일하는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모두들 최고의 대우를 해주니 알아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으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렇습니다, 영주님. 누군들 그러지 않겠습니까? 모처럼의 대규모 공사이기에 일하는 인부들도 상당히 만족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조르단 행정관이 인부들에게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좀 더 신경 써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영주님.”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는데 며칠이나 남았지?”
“이런 작업속도라면 늦어도 5일이면 완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았네. 정말 수고했어. 이 공사가 끝나면 저 숙달된 인부들을 내가 말한 두 번째 장소에서 새로 일을 시키게. 대우는 지금과 같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영주님, 지금 하고 있는 공사를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렇게 저수지를 만들어 어디에 쓰실 것입니까?”
“후후후… 궁금할 테지만 조금만 더 참게나. 아주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니 말이야. 그건 그렇고 내가 지시한 인력은 어떻게 되었나?”
“예, 안 그래도 영주님께서 지시하신 3백 명의 인력이 대기해 있습니다.”
“좋아, 저 공사가 끝나면 저곳에서 일하게 될 인력들이니 이탈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할 거야.”
“예, 대우가 최고이니 이탈자는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앞으로 보안을 철저하게 해야 하니까 5백 명의 병사를 배치할 것이고, 또한 그 병사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킬 것이니 그리 알게.”
“예, 영주님.”
조르단 행정관이 예상한 대로 천일염전 공사는 5일 후에 완공되었다.
염전 창고는 벌써 완공되어 있었으므로, 염전에서 일하던 인부들은 스너비 2차 천일염전 장소에서 10동의 염전 창고를 짓고 있었다.
염전 공사에 투입되었던 1만 5천 명의 인부들도 2차 천일염전 공사현장으로 이동해 공사를 시작했다.
스너비 천일염전이 완공되자 하벨은 염전에서 일할 3백 명의 인력을 투입해 일을 시켰다.
며칠 전부터 어떤 일을 하는지 대략적이나마 배운 그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염전 일에 임할 수 있었다.
염전 일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먼저 바다 근처에 있는 저수지에 바닷물을 저장한 뒤에 다시 증발지로 보내고 그것을 다시 결정지로 보내 천일염을 생산하는 방식인데 모든 공정이 하벨이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시간이 지나면 천일염이 생산되어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었다.
한 달 만에 2만 명이나 되는 인부를 동원하다보니 2천5백 골드라는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
그런 상황인데도 하벨은 계속 추가로 공사를 시작하고 있으니 조르단 행정관과 집사 빈센트의 걱정은 높아져만 갔다.
특히나 4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밀 한 자루의 가격은 2실버 50코인이나 했는데 그걸 2만 명이나 되는 인부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을 때에는 너무 놀랐다.
밀이 무려 2만 자루에 금액도 4백 골드였기 때문이다.
조르단 행정관과 집사 빈센트는 그 많은 밀이 어디서 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하벨이 델리안 속에서 간단하게 밀 자루를 꺼내는 것을 보게 되자 미처 몰랐던 영주의 능력에 놀랐다.
그리고 하벨이 마법사라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고, 그제야 그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인부들은 일하고 약속한 대로 돈만 받아도 다행이라 여겼는데 거기에다가 밀 한 자루를 보너스로 더 주니 영주를 향한 충성심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하벨은 영지의 발전을 위해서는 건설 붐을 조성해야겠다는 생각에 추가적으로 인부를 모집해 영지 곳곳의 길을 고르며 파손된 길은 복구하는 등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
또한 대규모의 대장간도 만들어 대장장이도 모집해 농기구와 무기도 생산하도록 지시했다.
거기에다가 기사 스탈에게는 신규 병사를 1천 명이나 모집하도록 했으며 인부를 동원해 병사들의 훈련소와 숙소를 만들도록 조치했다.
이렇듯 스너비 영지는 온갖 공사가 진행되어 가장 빠르게 발전을 해갔다.
이렇듯 막대하게 들어가는 비용에 집사는 걱정했지만 영주는 전혀 걱정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으음… 영주님께 무슨 복안이 있는 걸까?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어. 이러다가는 곧 파산할 거야.’
스너비 병사훈련소.
영주성에서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바다와 인접한 땅에 한 달 전 신축되어 병사들이 훈련받고 있는 곳이다.
길게 지어진 목재건물이 수십 동으로 식당과 숙소를 비롯해 병기고도 있었으며 지금도 계속 신규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다.
“헉헉, 헉헉!”
10열종대로 열을 맞추면서 넓은 운동장을 병사들이 뛰고 있었다. 땀을 흘리면서 숨이 턱까지 찬 것을 보니 10바퀴 이상 달린 모양이었다.
“겨우 12바퀴로 이러나?”
“열을 맞춰라. 어이, 거기 똑바로 못해?”
“낙오자들은 오늘 추가 훈련을 시킨다. 낙오하지 마라.”
“빨리 뛰어. 어서.”
기사들과 선임병사들은 신규병사들의 훈련을 맡아 혹독하게 체력훈련부터 시켰다.
기사 스탈은 하벨의 명으로 신규 병사를 1천 명이나 모집해 그들에게 집중적인 체력훈련을 시켰다. 신병들은 체력이 따르지 못해 낙오하기도 했지만, 열흘이 지나자 금방 적응했다. 이제 그들은 열심히 땀을 흘리며 무리 없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예전에는 병사를 모집하면 기피했기에 각 마을마다 돌면서 강제 차출 형식으로 병사들을 모집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제는 병사들도 어엿한 인부들처럼 월급이라는 것을 받았는데 한 달에 10실버나 되었다.
3개월 과정의 병사훈련을 마치고 정규병사가 되면 훈련병보다 두 배나 높은 월급을 받게 된다.
또한 하루에 식사를 한 끼 지급하던 것이 바뀌어 하루에 세 끼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빵과 수프를 비롯해 육류와 과일까지 나오며 배부르게 얼마든지 더 먹어도 되는 자유 배식에다 오후에는 간식까지 나왔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소문이 나서 병사가 되고 싶어 하는 자들이 많아졌다.
하벨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2주에 한 번씩 신병모집을 했고 사람들은 그때마다 줄을 섰다.
이렇게 해서 모집한 신규병사가 이제는 어느덧 3천 명이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신병을 모집할 예정이기 때문에 2주마다 천 명씩 병사들이 늘어나게 되면 5개월 후에는 영지병이 1만 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하벨은 훈련소를 방문해 병사들의 훈련과정을 살펴보았다.
“스탈 경, 병사들이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쓰게.”
“예, 영주님. 처음에는 제법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인기가 좋아서인지 그런 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야지. 이들이 앞으로 영지를 수호할 자들인데 정신무장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니 특별히 더 신경 써야 할 거야.”
“예, 낮에는 이렇게 체력훈련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저녁에는 주로 정신교육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병사들은 무엇보다도 잘 먹이면서 대우가 좋아야 사기가 오르지만 항시 긴장을 늦추어선 안 돼.”
“예, 영주님.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육체적으로는 심하다 할 정도로 혹독하게 체력훈련을 시키기에 저녁을 먹은 후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앞으로 우리 스너비 영지가 발전하게 되면 이웃 영지에서 첩자들이 침투하고 또한 영지전을 벌이게 될지 모르니 거기에도 항상 대비해야 하네.”
“잘 알고 있습니다, 영주님. 그래서 최근에는 병사훈련소에 첩자들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정규 병사들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