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 / 0156 ----------------------------------------------
제2권 황금해골단
슈슈슉, 퍼퍼퍽!
“취익!”
“케에엑!”
“마, 마법사다, 취에에엑.”
하벨이 날린 매직 미사일 공격에 오크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한창 밀어붙이던 오크들은 갑자기 날아온 마법 공격에 당황했다.
하벨이 또다시 매직 미사일이 생성해 날리자 움찔거리면서 겁을 집어먹었다.
“취익… 마법사다. 달아나라, 취익.”
오크 대장의 말에 한창 싸우고 있던 오크들이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더니 사방으로 달아났다.
마치 쥐가 천적인 고양이를 만나 달아나는 듯한 상황이었다.
슈슈슝, 퍼퍼퍽!
어둠 속으로 달아나는 오크를 향해 하벨은 석궁을 쏘아 20여 마리를 더 죽였지만 숲의 나무들에 가로막혀 전멸시키지는 못했다.
“스탈 경, 즉시 영지병들의 피해를 조사하고 죽은 자들을 한곳으로 모으시오.”
“알겠습니다, 영주님.”
스탈이 하벨에게 인사하고 사라지자 허겁지겁 마차로 뛰어오는 자가 있었다.
그는 화이트 베어 경기병들의 대장을 맡고 있는 기사 헨리였는데, 입고 있던 체인 갑옷에는 온통 오크의 피로 흥건했고 아직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백작님, 저희 아가씨는 괜찮습니까?”
“아, 헨리 경이구려. 내가 마차를 지키고 있었기에 올리비에 양은 괜찮을 겁니다.”
“헨리 경, 백작님의 말씀이 맞아요. 나는 안전하니까 어서 병사들의 피해 상황을 확인해보세요.”
“예, 아가씨.”
기사 헨리도 즉시 수하들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뛰어갔다.
오크의 기습 공격으로 화이트 베어 경기병은 90명 중 37명이 죽고 2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하벨의 영지병들도 23명이 죽고 14명이 부상을 입었다.
오크도 68마리가 죽고 24마리가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는데 화이트 베어 경기병들과 하벨의 영지병들이 부상을 입은 오크를 베어버렸다.
이로써 오크들도 130마리에서 대부분 죽고 38마리만 겨우 도망쳤다.
하벨의 영지병들과 화이트 베어 경기병들에게 죽은 오크는 채 10마리도 안 되었고 대부분은 하벨의 석궁과 매직 미사일에 쓰러진 것이다.
주위가 온통 피 냄새로 비릿했기에 또 다른 몬스터가 공격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즉시 설치했던 천막을 거두고 죽은 병사들을 짐마차에 실은 뒤 야영지를 떠났다.
어두운 밤에 이동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조심스럽게 2킬로미터 정도를 이동한 하벨과 일행은 다시 야영하게 되었지만, 마차를 한곳으로 모으고 모닥불을 피웠을 뿐 천막은 설치하지 않았다.
다시 날이 밝아오자 마차는 이동을 시작했고 그렇게 3일이 지나도록 몬스터의 공격은 없었다.
“백작님, 이제 헤어져야겠어요.”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다음에 스너비 영지를 한번 방문해주시면 맛있는 요리로 대접하지요.”
“호호… 알겠어요. 꼭 한번 들르겠어요, 백작님. 그럼 이만…….”
올리비에가 탄 마차와 짐마차 5대는 세 갈래의 갈림길에서 좌측 길로 멀어졌고 잠시 그것을 바라보던 하벨은 고개를 돌렸다.
“스탈 경, 우리도 갑시다.”
“알겠습니다, 백작님. 출발할 것이니 서둘러라.”
부상을 입은 영지병들은 말을 타고 이동할 수 없었기에 짐마차를 타고 있었다.
경미한 부상을 입었던 나머지 사람들은 말을 타고 가운데 길을 두고 우측 길로 이동했는데 그 길은 로이테 마을로 가는 길이었다.
로이테 마을은 스너비 영지의 이웃 영지인 헤이즌 자작의 포이던 영지 마을로 영지 경계에서 조금 들어가 있는 마을이다.
세 갈래길 중에서 가운데 길로 5킬로미터 정도 들어가면 바로 스너비 영지의 첫 마을인 월리슨 마을에 도착할 수 있지만 3년 전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가 심하게 훼손되었기에 마차의 통행이 원활하지 못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영주가 임명되지 않아 도로를 정비하지 못했기에 지금은 그 길로 다니지를 않고 대부분은 로이테 마을을 경유해서 스너비 영지로 향한다.
그 영향 때문인지 로이테 마을은 스너비 영지에서 건너온 상인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서 돌아가기에 상업이 급격하게 발전해서 예전보다 약 3배 정도나 발전할 만큼 급성장했다.
포이던 영지는 헤이즌 자작이 영주로 있으며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영지를 다스리고 있는데, 헤이즌 자작의 할아버지의 작위는 자작이었지만 아버지가 영지를 물려받으면서 남작으로 작위가 내려갔다.
그러나 20년 전부터 헤이즌이 영주직을 맡으면서 철광산과 암염광산이 개발되어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되면서 귀족파의 수장인 헤스페 공작에게 뇌물을 먹이고는 작위를 자작으로 끌어올렸다.
포이던 영지는 스너비 영지의 절반 정도의 규모였지만 철광석과 암염광산을 가지고 있었기에 왕국의 서부 영지 중에서 상위권에 들어갈 정도의 부유했으며, 헤이즌 자작은 귀족파의 귀족이었다.
로이테 마을로 들어선 하벨은 시골의 어느 장터를 보는 듯했다.
길 양쪽에는 각종 물건이 진열된 상점들이 있으며 제법 활기차 보였다.
말을 타고 내려다보던 하벨이 옆에 있는 기사 스탈에게 말했다.
“스탈 경, 로이테 마을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활기차게 보이는데, 왜 그런가?”
“그건 로이테 마을은 스너비 영지뿐만 아니라 츄이 자작의 영지인 딕케이의 상단에서도 물건을 구입해 가는 곳이기 때문에 이렇게 활기찬 것입니다.”
“그렇군.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도 구입해야 할 물건이 있나?”
“필요한 식량과 기타 물건들은 수도 크라운에서 대부분 구입했기에 특별히 구입할 것은 없습니다, 백작님.”
“그런가? 그럼 오늘은 여기에서 묵고 내일 아침 떠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영주님.”
상점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벗어나자 여행자들이나 용병, 상단이 묵을 수 있는 곳이 나왔는데, 스탈의 안내로 ‘바람의 향기’라는 곳으로 향했다.
바람의 향기 앞에는 금발의 귀여운 소년 2명이 입구에 서 있다가 하벨과 영지병들이 다가오자 앞으로 뛰어왔다.
말에서 내린 하벨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자 기사 스탈 곁으로 소년이 다가와 말고삐를 잡아주었다.
“기사님, 어서 오십시요.”
“말에게 먹이를 충분하게 먹이고 부상자가 있으니까 쉴 수 있게 룸으로 안내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기사님.”
“기사 잉스와 베룬은 부상자와 병사들을 쉴 수 있도록 관리해주게.”
“알겠습니다, 스탈 님.”
바람의 향기 안에는 20여 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식사를 하는 자도 있었고 술을 마시는 자도 보였다.
하벨의 등장으로 제법 소란스러웠던 실내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들도 귀족인 하벨을 알아본 것이다.
하벨은 실내를 한번 스윽 둘러보고는 빈 테이블에 앉았다.
뒤에 들어온 스탈이 하벨에게 다가와 테이블 옆에 섰다.
“스탈 경,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여기에 앉지.”
“아, 아닙니다, 영주님. 그런데 여기는 평민들이 식사하는 곳이라 룸으로 가시면 편안하게 식사를 하실 수 있으니 룸으로 가시지요.”
“괜찮아. 그냥 여기에서 식사하고 룸으로 갈 거야.”
“아, 알겠습니다, 영주님.”
“서 있지 말고 앉아. 내가 불편해서 그래.”
“그… 그럼 앉겠습니다, 영주님.”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주인이 다가와 물어보자 하벨은 스탈을 쳐다보았다.
“난 이곳이 처음이니 스탈 경이 시켜줘.”
“알겠습니다, 영주님. 스테이크와 알타리아 술 한 통, 후식으로는 과일과 코란테스 차로 주게. 그리고 룸에 있는 일행에게도 식사를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곧 해 올리겠습니다.”
곧 음식이 나왔고 하벨과 스탈은 맛있게 먹었다.
“제법 맛있군.”
“주위에서는 이곳의 스테이크 요리가 가장 맛있습니다, 영주님.”
“그런가? 자네도 술 한잔 할 텐가?”
“술 말입니까?”
“뭐 어떤가. 몬스터가 나오는 곳도 아니고 식사하면서 간단하게 마시는 건데.”
“그럼 한 잔만 주십시오.”
쪼르르.
술을 한 잔 건네자 스탈은 향을 먼저 맡고 술을 조금 마셨다.
“스탈 경, 어떤가. 괜찮은 술이지 않은가?”
“예, 영주님. 제대로 된 알타리아 술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보통은 알타리아 술에다가 물을 절반씩 섞어 희석시켜 가져오며 어떤 때에는 물과 원액을 2대 1로 희석시킬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술은 원액만 있는 제대로 된 알타리아 술입니다.”
“그런가?”
“그렇습니다. 몇 번이나 여기에 와봤지만 알타리아 원액은 처음 마셔봅니다, 영주님.”
“후후후… 그럼 뭔가? 주인이 내가 고위 귀족인 걸 알아보고는 가져왔다는 거 아닌가?”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허, 이거야 원…….”
벌컥.
갑자기 바람의 향기 문이 열리면서 체인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들어왔다.
모두 6명이었는데 그들이 양쪽으로 길을 만들자 금속 갑옷을 입은 귀족이 등장했다.
그는 좌측 뺨에 사선으로 5센티미터 정도 검상이 있었으며 쌍꺼풀이 없고 눈빛이 매서웠다.
그는 주위를 한번 스윽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하벨을 쳐다보고는 인상을 찡그리자 옆에 서 있는 기사가 눈치를 채고는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있는 하벨의 테이블로 걸어와 말했다.
“어디의 기사인지는 모르지만 자리 좀 비켜줘야겠다. 여기 자리는 영주님의 둘째 공자이신 에바리 드 헤이즌 커즈 님의 지정석이니 말이야.”
“이놈들, 무례하구나.”
“무례? 그건 네가 우리에게 하는 것 같은데?”
“하하하… 이거야 원…….”
“뭐냐? 지금 날 비웃는 거냐?”
쉬이이, 퍼억!
“커억.”
건방을 떨던 기사는 하벨이 내뻗은 일장을 가슴에 맞고는 뒤로 튕기듯 날아가 떨어졌고 곧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어엇, 이놈 봐라?”
커즈의 눈짓에 2명의 기사가 칼을 뽑아 들고는 공격해왔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빛 같은 2명의 기사를 보고 스탈은 긴장했지만 하벨은 전혀 상관없다는 눈빛이었다.
스르릉.
스탈의 롱소드가 검집에서 빠져 기사들과의 대결이 시작되었고 하벨은 자리에서 일어나 커즈를 가리키면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자격이 있는지 볼까?”
“뭐, 뭐라… 이놈이?”
커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자 옆에 서 있던 2명의 기사가 흥분하면서 롱소드를 꺼내 튀어나왔다.
슈아앙, 퍼퍽!
2명의 기사가 미처 롱소드를 휘두르기도 전에 하벨은 언제 꺼내 휘두른 것인지 소드 브레이커의 검면으로 두 기사의 뺨을 한 대씩 때렸다.
콰지직.
위력이 강했는지 옆 테이블을 부수고 쓰러졌는데 깨어나지 않았다.
“뭐, 뭐야, 이게?”
커즈가 당황하면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자 그를 수행하는 기사들 중 가장 강한 론테일러가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검술 실력이 상당하군. 넌 누구냐?”
하벨은 론테일러를 무시하듯 스탈이 2명의 기사와 싸우는 걸 쳐다보았다.
스탈의 검술실력은 기사보다 좋았지만 상대는 2명이라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