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 / 0156 ----------------------------------------------
제2권 황금해골단
“짐마차 3천 대 분의 대량 구매이시니 당연하게 할인해드리겠습니다. 총대금은 6천9백 골드이지만 밀 한 자루당 10코인씩 할인하면 3백 골드인데 추가로 1백 골드를 더 할인하면 총 4백 골드. 그러면 할인해서 6천5백 골드만 받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손님?”
“물론 그 정도 할인이면 만족스럽습니다만, 문제는 배달이 아니라 내가 직접 이것을 가져갈 테니 배달비는 빼주셔야 맞지 않겠습니까?”
“허억, 이 많은 물량을 손님께서 직접 가져가신다고요?”
“왜, 안 됩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엄청난 물량이라서 힘드실 텐데요?”
“그건 상관하지 말고 배달비를 빼면 얼마까지 가능합니까?”
“뭐 그러시다면 5백 골드를 추가 할인해 6천 골드만 받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아참, 그런데 저기에 있는 짐마차는 시세가 어떻게 합니까?”
“새것은 30실버 정도 합니다. 만약에 손님께서 저희 것을 구입하신다면 20실버에 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곳에 있는 짐마차를 내가 구입할 테니 천 대면 얼마입니까?”
“2백 골드인데 190골드만 주십시오, 손님.”
“좋습니다. 그럼 밀 6천 골드에 짐마차까지 하면 6190골드 맞습니까?”
“예, 손님. 그렇습니다.”
스윽.
하벨은 허리에 묶어놓았던 마법 주머니를 열고는 손짓했다.
우우웅… 촤르르르!
공명음이 터지면서 황금색으로 번쩍거리는 골드가 쏟아져 나와 클라인 앞에 쌓였다.
“마법 주머니를 가지고 계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자, 이제 확인해보세요. 6190골드가 맞을 겁니다.”
“잠시 확인해보겠습니다, 손님.”
클라인이 손짓하자 점원 2명이 달려와 가지고 있던 자루에 골드를 세면서 담았다.
얼마 후 2명의 점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 6190골드가 맞습니다.”
“그럼 이제 짐마차 1천 대와 저 두 곳의 밀 창고 속에 들어 있는 밀 자루를 가져가도 되지요?”
“예, 손님. 가져가셔도 됩니다.”
“델리안, 나와라!”
스으… 츠츠츳!
허공에 30센티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외눈이 하나 생겨났다.
클라인과 2명의 점원이 깜짝 놀라면서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하벨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델리안, 저기에 있는 짐마차 1천 대와 앞에 있는 밀 창고 두 곳에 쌓여 있는 밀을 모두 넣어둬라.”
-그것뿐인가, 주인?
“그렇다. 바쁘니까 당장 시행해!”
스으… 츠파파팟!
역시 마법은 대단한 모양이다.
짐마차 천 대와 밀 창고 두 개가 순식간에 비워졌으니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던 하벨이 다시 말했다.
“델리안, 그만 들어가!”
-알았다, 주인.
스으… 츠츠츠!
델리안이 사라졌는데도 클라인과 2명의 점원은 멍한 표정이었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났으니 나는 그만 갑니다.”
“아, 예. 안녕히 가십시오, 손님. 다음에도 저희 상점을 이용해주십시오.”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 하벨은 상점을 나가 거리의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두두두두!
지평선 저편에서 말을 탄 무리가 나타났다.
대지가 말발굽으로 인해 요동쳤기에 제법 소음이 일었다.
선두에는 체인 갑옷을 착용한 경기병들이 달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츄이 자작의 화이트 베어 경기병들이었다.
그들의 뒤로는 귀족 마차 1대와 짐마차 5대가 따르고 있었다.
20미터 정도 뒤에서 달리는 자들은 하벨의 영지병들로 체인 갑옷을 입은 기사 3명과 기병 10명이 달리고 있었으며, 짐마차 10대가 그 뒤를 그리고 후미에는 다시 20명의 경기병들이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하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벨은 올리비에가 타고 있는 귀족 마차에 있었다.
올리비에의 츄이 자작 영지는 하벨의 스너비 영지 인근에 있었기에 이렇게 함께 이동하게 된 것이다.
“츄이 자작의 영지인 딕케이는 어떤 곳입니까?”
“딕케이는 스너비 영지의 절반이 조금 넘는 크기이며 해안을 끼고 있어요.”
“그렇습니까? 폐하로부터 하사 받은 스너비 영지는 6만2천 명의 영지민이 있다고 하는데 딕케이 영지는 어떤가요?”
“약 3만8천 명 정도 돼요, 백작님.”
“올리비에 양, 딕케이 영지의 특산물은 뭡니까?”
“코란테스 차밭에서 나는 차가 특산물이에요. 백작님의 스너비 영지는 특산물이 뭔가요?”
“내가 듣기로는 스너비 영지에는 특산물이 될 만한 게 딱히 없다고 하던데, 걱정이네요.”
“죄송해요, 백작님. 그런 줄도 모르고…….”
“하하하… 아닙니다, 올리비에 양. 잘 살펴보면 있을 겁니다.”
“백작님의 열정이라면 반드시 살기 좋은 스너비 영지를 만들 거예요. 제가 한 번씩 놀러가도 되죠?”
“당분간은 영지를 파악한다고 정신없겠지만 한 달 후라면 놀러 오셔도 됩니다.”
“꼭 갈게요, 백작님.”
“하하하… 이거 은근히 부담되는데요?”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그런가요? 그렇다면 언제든 환영하겠습니다.”
하벨과 올리비에가 마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대화를 주고 받다보니 좀 더 사이가 가까워져 있었기에 마차 안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때, 이런 분위기를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백작님.”
“스탈 경, 무슨 일인가?”
“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백작님. 앞쪽에 마침 작은 개울이 있는데 야영을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나? 그렇게 하도록 하게.”
하벨의 허락이 떨어지자 하인들은 짐마차를 원형으로 세우고는 신속하게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또한 일부는 모닥불을 피워 그 위에 냄비를 올리더니 물을 붓고 수프를 끓이기 시작했다.
오늘로 야영 6일째이다 보니 이제는 척하면 척이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곳곳에 앉아 잡담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자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약해졌다.
그런 야영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일단의 무리가 모여들었다.
그들은 오크 무리로 130마리 정도 되었는데 야영지를 공격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사사삭, 사삭!
최대한으로 소리를 죽이면서 오크 무리가 야영지로 접근했다.
먹이가 될 인간들이 아직도 자신들이 접근하고 있는 걸 모르고 여유롭게 불가에 앉아서 잡담이나 하고 있으니 그런 오크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가소로워 보였다.
그때 마차의 문이 열리고 하벨이 나와 석궁을 들었다.
모닥불 주위에 있던 츄이 자작의 화이트 베어 경기병들이나 하벨의 영지병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닌 밤중에 뜬금없이 백작이 마차에서 나오더니 석궁을 꺼내 든 것이 황당했기 때문이다.
슈슈슝.
밤이라 보이지도 않는 곳을 향해 석궁을 발사하자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밝혀졌다.
어두운 밤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간 화살은 오크의 이마에 그대로 격중되었고 오크는 크게 비명을 질렀다.
“키에에엑!”
그것이 시작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마치 대낮같이 잘 보는 하벨은 여유롭게 석궁을 연속으로 발사해댔다.
“취익!”
“케에엑!”
“어엇! 오크다, 오크!”
“빨리 일어나라. 오크가 공격해왔다!”
“취익… 공격하라, 공격!”
조용히 접근하던 오크 무리는 뜻하지 않게 하벨의 선재공격으로 기습이 들키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뛰어왔다.
슈슈슈슝!
석궁은 묵직한 소음을 내면서 날아갔다. 화살은 멈추지 않고 무시무시하게 날아가 오크에게 격중되었고 오크들은 어김없이 우수수 쓰러졌다.
1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오크가 20마리 넘게 쓰러졌지만 워낙 오크의 수가 많았기 때문에 하벨의 화살이 모두를 격중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일부 오크들이 영지병들과 화이트 베어 경기병들에게 접근해서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채채챙, 파파팍!
전투 종족인 오크라 그런지 영지병들과 화이트 베어 경기병들보다 무력에서 앞섰다.
파악!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하벨은 마차의 지붕 위에 사뿐히 내려서더니 다시 석궁을 발사해 오크들을 쓰러뜨렸다.
“취익!
“케에엑!”
여기저기 오크들의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오크들도 하벨의 석궁에 두려움이 일어나 주춤거렸다.
덜컹.
마차의 문이 열리면서 올리비에가 밖으로 나오려고 하자 하벨이 외쳤다.
“올리비에 양, 위험합니다. 어서 문을 닫아요.”
“아, 알았어요.”
당황한 올리비에는 즉시 마차의 문을 닫았다.
“너희는 마차를 경호해라. 어서.”
“아, 알겠습니다, 백작님.”
주위에 있던 하벨의 영지병 3명과 화이트 베어 경기병 5명이 마차로 모여들어 오크의 공격에 대비했다.
오크들이 마차 근처로 접근하면 어김없이 하벨이 쏜 석궁에 맞아 쓰러졌기에 마차를 경호하는 자들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오크들은 처음 몇 마리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마차 쪽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오크들은 그동안 인근을 지나는 상단의 마차를 십여 번 넘게 습격했기 때문에 용병들의 무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었다.
석궁의 공격도 간혹 받았지만 오늘처럼 무서운 위력과 연사를 보여주는 석궁은 처음이었다.
마치 궁병들이 돌아가면서 계속 화살을 쏘는 듯한 하벨의 석궁 공격에 오크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쓰러졌다.
이렇게 되자 오크들은 하벨의 근처로 접근하지 못하고 하벨의 영지병들이나 화이트 베어 경기병들에게 공격을 집중했다.
“크윽!”
“아아악!”
역시나 일대일로 붙게 되면 오크들에게 대체적으로 밀리는 그들이라 여기저기에서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혼전이 되자 이제는 하벨이 마음대로 석궁 공격을 할 수 없었다.
오크들도 나름대로 상단을 여러 번 공격하면서 생긴 경험으로 지금과 같이 혼전을 이루게 되면 화살 공격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것이다.
“커억!”
“제발 사… 컥!”
오크의 밀어붙이는 공격에 뒤로 밀리면서 칼에 찔리거나 베이면서 쓰러지는 영지병들과 화이트 베어 경기병들이었다.
벌써 40명이 넘게 쓰러져 있었으며 오크들에게 지금도 계속 뒤로 밀리는 상황이다.
“으음… 너무 피해가 커지는데, 안 되겠어. 매직 미사일.”
20발의 매직 미사일이 하벨의 양 옆에 생성되더니 손짓하는 대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