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 Luck-31화 (3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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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황금해골단

“스탈 경과 병사들은 인사하시오. 클로버 폰 하벨 백작님이십니다.”

“기사 스탈이 백작님께 인사 올립니다.”

기사 스탈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자 그의 뒤에 서 있던 2명의 기사와 영지병 50명이 바닥에 엎드렸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모두들 일어나라.”

하벨의 말에 기사들과 영지병들이 모두 일어섰다.

“내가 너희의 새로운 영주인 클로버 폰 하벨 백작이다. 내일 아침에 영지로 출발할 것이니 오늘은 푹 쉬어라.”

하벨은 기사들과 영지병들을 한차례 둘러보고는 뒤돌아 사라졌다.

첫 대면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기사들과 영지병들도 새로운 영주가 어려웠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첫인상이 좋았으며 연설 없이 한마디로 간단하게 끝이 나자 조금 아쉬움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각종 보석을 취급하는 올린드 주얼리점에 로브에 후드까지 눌러쓴 자가 들어섰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매부리코의 주인 콤바는 눈빛이 번뜩였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찾으시는 물건 있으십니까?”

“보석을 처분했으면 하는데, 감정해줍니까?”

“아, 그럼요. 얼마든지 감정해드리겠습니다.”

로브의 사나이는 품속에서 감정할 물건을 꺼내 콤바 앞에 있는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이었다.

“아, 어디서 이런 귀한 보석을? 저, 정말 대단하십니다, 손님.”

2캐럿 에메랄드가 6개나 박혀 있는 금팔찌에 역시 3캐럿의 사파이어 펜던트가 있는 목걸이, 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가 빛을 환하게 내뿜고 있다.

“드워프의 명품일 테니 정확한 감정 부탁합니다.”

매부리코의 주인 콤바는 먼저 에메랄드 팔찌부터 정밀하게 살펴보았다.

“손님, 이 에메랄드 금팔찌만 하더라도 2캐럿의 에메랄드에 모두 6개가 정교하게 커팅되었으며 정밀하게 세공돼, 뛰어난 장인이 아니고서는 감히 이런 명품을 만들지 못합니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분명 드워프의 진품이 맞습니다.”

“그럼 사파이어 목걸이와 다이아몬드 반지는 어떻습니까?”

“이것들도 모두 드워프의 진품이 확실한 명품입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럼 시세는 얼마나 합니까?”

“손님, 이 정도 명품이라면 부르는 게 값일 정도입니다. 우선 에메랄드 팔찌는 최소감정가가 2천 골드이며, 사파이어 목걸이는 1천5백 골드, 다이아몬드 반지는 2천 골드입니다.”

“흐음… 그래요? 그럼 내가 처분하려면 얼마나 줄 수 있습니까?”

“에메랄드 팔찌는 2천2백 골드, 사파이어 목걸이는 1천6백 골드, 다이아몬드 반지는 2천3백 골드하면 6천1백 골드인데 6천3백 골드까지는 해드릴 수 있습니다, 손님.”

“좋습니다. 그럼 팔 테니 전액 골드로 주시오.”

“무게도 상당하고 가져가시기 불편하실 텐데 괜찮겠습니까?”

“걱정하지 말고 주시오.”

“알겠습니다, 손님.”

콤바가 즉시 손바닥을 치자 건장한 체격을 가진 노예 2명이 한쪽 문에서 걸어 나왔다.

“금화 상자 2개를 당장 가져오너라.”

고개를 꾸벅 숙인 2명의 노예는 한쪽으로 사라지더니 묵직한 상자를 들고 와 한쪽에 내려놓았다.

“상자 하나에는 3천 골드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손님, 여기에 3백 골드가 들어 있으니 확인해보시죠.”

매부리코의 주인 콤바가 상자 위에 돈주머니 하나를 올려놓았다.

스윽.

로브의 사나이가 허리에 묶어 놓았던 검은 가죽으로 된 작은 주머니를 풀고 내밀면서 손짓하자 상자의 뚜껑이 열리면서 골드가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르더니 마법 주머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채 1분도 걸리지 않아서 상자 속에 들어 있던 골드와 주머니에 들어 있던 3백 골드까지 모두 작은 마법 주머니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그제야 콤바는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중얼거렸다.

“흐음… 손님, 마법 주머니를 가지고 계셨군요. 마법사이십니까?”

“아직 3서클입니다. 6천3백 골드가 맞군요. 그럼 이만.”

“다음에도 저희 올린드 주얼리를 많이 애용해주십시오, 손님.”

“그러죠. 다시 봅시다. 그럼.”

냉정하게 뒤돌아선 로브의 사나이가 그렇게 상점을 나가자 한쪽 벽을 향해 콤바가 눈짓했다.

언제 나타난 것인지 2명의 남자가 콤바의 명령에 상점 문을 열고 그자를 미행했다.

“흐흐흐… 이런 명품이 손에 들어오다니… 귀족들에게 경매한다면 최소 3배는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는 물건이야. 놈의 눈치를 보니 이런 것이 몇 개는 더 있는 것 같아.”

올린드 주얼리 점을 나선 로브의 사나이는 길가를 걸어가다가 갑자기 꺾어진 골목길로 들어가 버렸다.

뒤를 미행하는 자들도 재빨리 골목으로 달려갔는데, 막힌 골목길이었다.

그런데 로브의 사나이는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이, 이런 제기랄!”

“놈을 놓치다니, 이젠 어쩌지?”

“할 수 없지. 돌아가 보고하자.”

미행했던 자들이 사라지자 막힌 골목길 속에서 로브이 사나이가 걸어 나왔다.

머리에 눌러쓰고 있던 후드를 벗자 그는 하벨이었다.

“후후후… 영지가 낙후된 곳이니 만큼 준비를 해둬야 하지 않겠어.”

한편, 적들로부터 죽을 뻔한 위기 속에서 살아난 투벨은 나무뿌리 밑인 땅속에 숨어서 육포를 뜯어 먹으면서 25일을 버텼다.

그동안 몇 번이나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적들이 며칠 간격으로 그곳을 3번이나 지나쳤기에 함부로 나갈 수도 없었다.

자신을 찾으려고 전부 산을 뒤지는 모양이다.

“이제 2일치 식량과 물밖에 없는데 적들이 아직도 주위에 있으면 어떡하지? 아냐, 마냥 이곳에서 숨어 지낼 수는 없으니 이곳을 나가야겠어!”

투벨이 땅 위로 나와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숨어 있느라 굳어 있던 몸을 풀어준 뒤에 야산을 벗어나기 위해 조심하면서 이동했다.

야산의 초입으로 거의 다 나왔을 때 깜짝 놀랐다.

아직도 적들이 모두 사라지지 않고 2명이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으음… 지독한 놈들, 아직도 있었다니 어쩐다?’

잠시 고민에 빠져 있던 투벨은 더 이상 산속에 숨어 있을 수 없다 생각했다.

식량이 이제 겨우 2일치뿐인 것이다.

2명의 적들은 나무에 말고삐를 묶고는 햇볕을 피해 그늘진 곳에서 쉬면서 잡담 중이었다.

‘지금이 어쩌면 기회인지도…….’

등에 멘 보우를 꺼낸 투벨은 2명의 적 중 우측에 등을 보이고 있는 자를 겨누더니 화살을 쏘았다.

퍼억!

“컥, 이… 이게?”

등을 보이고 있던 자는 등을 뚫고 가슴 앞으로 튀어나온 화살촉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눈을 치켜뜨더니 스르르 옆으로 쓰러졌다.

“이, 이놈이?”

혼자 남은 적은 재빨리 일어서서 허리에 매어놓았던 롱소드를 뽑더니 달려왔다.

하지만 대응이 잘못되었다.

그냥 옆에 있는 나무를 은폐물로 삼았더라면 화살 공격이 더 이상 소용없었을 테지만 거리가 불과 30미터 정도 밖에는 안 되었기에 그자는 투벨이 화살을 재장전하기 전에 롱소드를 휘두르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투벨도 그렇게 했을 테지만 하벨과 활쏘기 연습을 많이 했던 그였기에 이 정도의 거리라면 충분하게 재장전해서 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판단은 정확했다.

“잘 가거라.”

투웅!

화살이 날아가자 적은 상체를 흔들면서 화살을 피하려고 했지만 부질없는 짓이 되어버렸다.

가슴에 화살이 박혔기 때문이다.

“크으으… 젠장!”

폐부 속에서 흘러나오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적에게 투벨이 언제 다가온 것인지 숏소드를 찔렀다.

“커억… 내가 이렇게 어이없게…….”

털썩.

눈을 부릅뜬 그자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고 투벨도 하체에 힘이 풀리면서 주저앉았다.

“헉헉… 평소에 활 쏘는 연습을 했던 게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앞으로도 활쏘기를 열심히 해야겠어.”

잠시 숨을 고르던 투벨은 묶어놓았던 말에게 다가가 그중 상태가 나아 보이는 말에다가 식량과 물통을 옮겨 묶고는 즉시 도망쳤다.

혹시라도 근처에 적들이 더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행인지 더 이상의 적들은 만나지 않았고 목적지인 도시 헤이야까지는 제법 먼 거리였지만 3일 후 인근을 지나가는 상단과 같이 이동하면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며칠간 집 안에서 고기와 빵을 섭취하면서 체력을 회복한 투벨은 집을 팔고 모아두었던 자금을 정리해 용병 길드에 들렀다.

그곳에서 왕국의 서부 해안에 있는 스너비 영지로 향하는 상단 호위 일에 참여했다.

‘하벨은 왜 스너비 영지로 오라고 한 것일까? 그곳은 왕국에서 낙후된 영지인데? 하지만 하벨이 그곳으로 오라고 한 것을 보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투벨은 하벨의 도움으로 살아났기에 더 이상의 의문은 가지지 않기로 하고 상단을 따라 스너비 영지로 향했는데, 한 달간의 긴 여정이 될 것이다.

곡물을 취급하는 맥코이 상점은 수도 크라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곡물 상점이다.

그곳에 회색 로브에 후드까지 눌러쓴 자가 들어섰다. 하벨이었다.

‘흐음… 마법사 같은데 여긴 어쩐 일로 왔을까?’

상점의 부점장인 클라인은 순식간에 눈동자를 움직여 살펴보았다.

“여기가 곡물 상점 중에서 가장 큰 곳이 맞습니까?”

하벨이 잠시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하자 클라인은 생각에서 깨어나면서 대답했다.

“예, 손님. 저희 맥코이 상점이 왕국에서 가장 큰 곡물 상점입니다.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밀이 좀 많이 필요한데, 밀 한 자루는 얼마나 합니까?”

“밀 한 자루는 40킬로그램으로 2실버 30코인인데, 짐마차 한 대분을 구입하시면 할인도 해드리고 있습니다.”

“짐마차 한 대 분량은 보통 밀 몇 자루입니까?”

“1백 자루가 한 대 분량입니다, 손님.”

“그래요? 좀 많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밀 창고를 한번 봐도 되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손님. 얼마나 밀이 필요하신지?”

“일단 짐마차 천 대 정도는 필요한데 추가로 더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허억… 짐마차 천 대씩이나요?”

“재고가 그 정도 없습니까?”

“아, 아니 충분하게 있습니다만 너무 뜻밖의 대량 주문이라서요.”

클라인을 따라 상점 뒤쪽으로 가보았더니 거대한 창고가 5개나 있었는데 그중 한곳으로 들어섰다.

“여기에 있는 것들이 모두 밀인데 15만 자루로 짐마차 1천5백 대 분량입니다.”

‘음… 보통 4인 가정이 하루에 두 끼씩 먹으니까 밀 한 자루면 한 달 식량으로 이 창고 속에 들어 있는 밀만 해도 60만 명이 한 달을 먹을 수 있겠구나.’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하벨은 클라인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하하… 이 창고만 해도 엄청난 밀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창고가 무려 5개나 되다니 정말이지 대단합니다.”

“그건 그렇지가 않습니다, 손님. 물론 저희가 5개의 대형 창고를 가지고 있지만 그중 세 곳만 이렇게 밀로 꽉 차 있고 한 곳에는 3분의 1 정도 있으며, 나머지 1개의 창고에는 밀이 아니라 다른 곡물이 있습니다.”

“실물로 보니 정말 대단하군요. 그래서 말입니다만 2개의 창고 속에 들어 있는 밀을 전부 구입하고 싶은데 가능합니까?”

“허억… 2개의 창고라고 하면 짐마차로는 3천 대 분량이며 자루로는 30만 자루입니다, 손님.”

“자금은 충분하니 걱정하지 마시오.”

“으음… 어디에 필요하시기에 그렇게 많이 구입하시는 것입니까?”

“그것까지 말해줘야만 구입할 수 있는 겁니까?”

“그,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알 필요 없지 않습니까?”

“죄송합니다, 손님. 너무 엄청난 물량이라서 물어본 것이니 너무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대량 구매이니 할인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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