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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28화 (28/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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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예지력을 얻다

다각다각!

체인 갑옷을 입은 자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의 말이 마차 앞에서 멈추었다.

“흐흐흐… 이제 그만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시지!”

“흥! 어, 어림없는 소리!”

기사 1명이 머리 위로 검을 들어 올리며 적의 대장 쪽으로 달려 나가자 병풍처럼 포위해 있던 적들 중 검은 가죽 갑옷을 입은 자들이 일제히 칼을 앞으로 내질렀다.

“크아아악!”

털썩.

기사는 양쪽 옆구리와 등, 가슴 할 것 없이 십여 번 칼에 찔리거나 베이면서 쓰러졌다.

“흐흐흐… 또 나설 놈 있어?”

슈슈슝, 퍼퍼퍽!

스르르… 털썩.

“뭐, 뭐야?”

슈슈슈슝, 퍼퍼퍼퍽!

“크아악… 으으윽!”

적의 대장이 눈을 한번 깜빡거릴 그 짧은 시간에 어디에서 날아온 것인지 화살에 맞은 부하들이 우수수 낙엽이 떨어지듯 쓰러져버렸다.

“누, 누구냐, 너는?”

화살이 날아온 쪽을 쳐다본 적들은 당황했다.

약 150미터 정도 떨어진 경사진 곳 위에 말을 탄 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적들이 놀란 것은 혼자서 석궁을 쏘는데, 믿을 수 없게도 연발로 계속 화살이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저, 저럴 수가. 저놈을 죽여라!”

두두두두!

“이랴!”

검은 가죽 갑옷을 입은 자 30명과 체인 갑옷을 입은 5명이 말을 타고 빠르게 달려갔다. 그러나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오는 화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면서도 그 위력이 엄청났다.

슈슈슈슝, 퍼퍼퍼퍽!

“크악!”

“아아악!”

이히힝!

그러나 빠르게 말을 타고 달려오다가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에 맞아 말에서 우수수 떨어졌으며 그 속에는 말도 포함되어 있었다.

적들은 눈으로 보고서도 믿지 못했다.

화살이나 석궁은 한 발을 쏘게 되면 재장전의 시간이 필요한 무기인데 이건 어찌 된 것인지 연발로 수십 발이나, 아니 백 발 이상 쏘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은 위력도 보통 석궁의 몇 배나 되었다.

일단 한 발의 화살을 맞은 자는 그대로 뒤로 튕기듯 날아가 떨어졌고 말도 예외는 아니었다.

석궁 하나만으로 35명을 간단하게 죽인 불청객은 이번에는 마차 주변에 모여 있는 자들을 향해 다시 석궁을 쏘았다.

“조심해. 방패로 막아. 어서!”

슈슈슝, 퍼퍼퍽!

털썩.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으면서도 빠르게 날아왔기에 그걸 피하기란 너무 힘들었다.

방패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다고 생각한 자들도 화살이 방패를 뚫고 가슴에 박힐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크억, 이… 이게?”

“아아악! 살려줘!”

불청객이 원거리에서 계속 석궁으로 화살을 쏘며 공격하자 그들은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고 하나 둘씩 쓰러져갔다.

“으으… 이놈, 죽여 버리겠어.”

“안 됩니다. 이러다가는 다 죽겠어요. 일단 땅에 엎드려 화살을 피해야만 합니다.”

“크으… 모두 엎드려 화살을 피해라!”

“어서 서둘러라, 서둘러!”

갑자기 적들이 땅에 엎드리자 셔든 대장이 금발 소년과 기사 2명에게 눈짓으로 지시했고 그들은 재빠르게 뒤돌아 도망쳤다.

“엇? 저들이 도망친다.”

“자, 잡아라!”

흥분한 몇 명이 일어났지만 그들에게는 언덕 쪽에서 화살이 날아와 가슴에 꽂히면서 허무하게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4명의 남자가 언덕 쪽으로 달렸지만 화살에 겁을 집어먹은 적들은 눈치를 보느라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이, 으아아아!”

체인 갑옷을 입은 자 중에서 덩치가 큰 자가 벌떡 일어나 언덕으로 달렸다.

슈슈슝!

역시나 그를 향해 화살이 연속으로 날아오자 그는 상체를 좌우로 흔들면서 화살 2발을 잘도 피했지만 그뿐이었다.

연속적으로 날아오는 화살에는 그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팔과 다리, 어깨에 3발의 화살을 맞았지만 가슴과 배에는 무려 8발이나 맞았다.

“끄으으… 이게?”

털썩.

제법 용감한 자였지만 너무 무모했다.

우우웅… 츄츄츄츙!

“아앗, 매직 미사일이다. 조심해!”

허공에 빛나는 마법 화살이 20개나 형성되어 날아왔다.

매직 미사일은 시야에 보이는 것은 뭐든지 알아서 찾아가 맞힐 수 있고 빛과 같기에 손에 잡히지 않으면서 목표를 놓치는 일은 결코 없다.

목표물은 어떻게든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퍼퍼퍼퍽!

“끄으!”

“크아악!”

풀밭에 엎드려 있던 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몸을 부르르 떨다 잠잠해졌다.

그나마 엎드려 있어 석궁의 화살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이렇게 매직 미사일 공격 마법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일어서면 석궁의 화살이 날아오고 그냥 엎드려 있으면 이렇게 매직 미사일이 날아오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으… 이러다가는 다 죽겠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상황을 보니까 채 10명도 남지 않았는데 이대로 도망치는 게 어떻겠습니까?”

“뭐라? 말도 안 되는 소리. 여기에서 도망친다면 우린 다 죽은 목숨이야. 그럴 바에는 차라리 공격해 싸우자!”

“이대로라면 마법사가 없는 우리는 모두 죽을 것입니다.”

“으음… 어쩔 수 없지. 그럼 방패를 앞세우고서라도 공격해보자.”

“아, 알겠습니다.”

체인 갑옷을 입은 자들 중에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눈짓하자 옆에 엎드려 있던 검은 가죽 갑옷을 입은 자들 2명이 주변에 떨어져 있는 방패를 집어 들었다.

“아아악!”

털썩!

그러나 그는 방패를 집어 들고 상체를 일으키다가 날아온 화살이 가슴에 박히면서 쓰러졌다. 이제 남은 사람은 검은 가죽 갑옷을 입은 5명과 체인 갑옷을 입은 대장과 부관뿐이었다.

“으음… 이제 겨우 7명만 남았구나.”

“완벽했던 계획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그, 그건 저자 때문이야.”

“화살이 위력적이니 마차 옆으로 피하는 건 어떨까?”

“그게 이곳보다는 좀 더 안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이동하자.”

“저자가 우리가 이동할 시간을 주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여기에 마냥 엎드려 있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가자.”

후다닥!

퍼퍼퍽!

“아악!”

“크억!”

재빨리 일어나 뒤돌아 마차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딛을 때 어느새 날아온 화살에 맞은 검은 가죽 갑옷을 입은 자들이 모두 앞으로 고꾸라졌으며 체인 갑옷을 입은 대장과 부관만 운 좋게 마차 측면으로 몸을 은폐할 수 있었다.

“으… 도대체 저놈은 누구지?”

“전혀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저놈에게는 도대체 몇 발의 화살이 있는 거지? 떨어질 때도 된 것 아냐?”

“으헉, 저… 저놈이 매직 미사일을! 피해야 합니다.”

“이런, 제기랄!”

퍼억!

마차 밑으로 날아온 매직 미사일이 적 대장의 배 부분에 격중되어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크게 구멍이 뻥 뚫려 피가 콸콸거리면서 내뿜어졌다.

“끄으으… 이렇게 허무하게…….”

비틀, 털썩!

대장이 쓰러지자 공포에 질려 있던 부관이 뒤돌아 마차 옆에 있던 말에 올라타고 도망쳤다.

말을 타고 도주하는 것이기에 제법 거리가 벌어지고는 있었지만 석궁에서 쏘아지는 화살을 피하기에는 처음부터 무리였다.

“끄악!”

털썩.

등에 3발의 화살을 맞은 적 부관은 말에서 힘없이 떨어졌다.

이로써 마차를 공격했던 적들이 모두 쓰러진 것이다.

셔든과 금발 소년 그리고 기사 2명은 그제야 안심하면서 밝아진 얼굴로 하벨 곁으로 다가왔다.

셔든 대장이 말했다.

“고, 고맙습니다.”

“하하… 위급할 때에는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정말 대단한 석궁이었습니다.”

“그렇던가요? 그런데 어쩌다가 저들에게 공격을 받게 된 것입니까?”

“글쎄요. 그게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들이 기습 공격을 해서 이렇게 당하게 된 것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좀 여쭤도 되겠습니까?”

“으음… 정말 큰일 날 뻔하셨군요. 그럼요, 얼마든지요.”

“혹시… 용병이십니까?”

“하하하… 용병은 아니구요. 그냥 여행자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행을 하시려면 위험하실 텐데, 일행이 없군요?”

“예, 아직까지는 크게 위험한 일이 없었고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해서요.”

“하, 하긴 석궁을 보니 혼자서도 충분해 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서는 일행이 있는 게 나을 것입니다.”

“하하… 충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두두두두!

이때 저편에서 기마병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그들은 약 3백 명 정도 되는 왕국의 정규 기병들이었다.

“아, 우리를 도와주러 기병들이 달려왔으니 이제는 안심입니다. 혹시 어디까지 가시는 길이십니까?”

“음… 수도인 크라운으로 향하던 중입니다.”

“그렇다면 저희들과 함께 가시죠?”

“그럼 그럴까요. 신세 좀 지겠습니다.”

“신세라니요. 오히려 저희들의 목숨을 구해주신 은인이신데요.”

탁탁탁!

기병 대장이 말에서 내려 달려와 금발 소년의 앞에 엎드렸다.

“3왕자저하, 위험에 처하셨는데 늦게 도착하여 송구하옵니다.”

“허엇!”

“아, 이런!”

셔든은 금발 소년이 왕자라는 것을 숨겼는데 뜻하지 않게 기병 대장이 달려와 왕자의 신분을 말해버리자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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