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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27화 (27/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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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예지력을 얻다

“뭐, 뭐야, 저놈?”

“허… 저놈이 어… 언제 말을 준비했지?”

잠시 서로의 얼굴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는 투벨을 뒤쫓았다.

하지만 투벨은 어디로 도망쳐야 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말의 엉덩이를 때리면서 전력 질주했다.

2명의 적들이 투벨의 뒤를 쫓아 달려왔지만 그는 벌써 숲 속으로 도망친 후였기에 더 이상 추격을 할 수 없어서 그만 포기하고 되돌아가 버렸다.

적들이 되돌아가자 숲 속에서 그것을 보고 있던 투벨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좀 더 숲 속으로 들어가 주변의 나무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나무 앞에서 말을 멈추었다.

말에서 내린 투벨은 즉시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을 꺼냈다.

주우욱!

어깨에 박힌 화살을 잡아 당겼지만 깊게 박혀서 쉽게 뽑히지 않았다.

좀 더 힘을 주면서 재차 시도하자 화살이 서서히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

“크으!”

입술을 꼭 깨물면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삼키던 투벨은 화살촉에 자신의 붉은 피와 살점이 섬뜩하게 붙어 있는 걸 보았다.

“끄으… 정말 지독하게 아프군.”

피가 흘러나오는 곳에 약병의 액체를 조금 붓자 김이 약간 피어나면서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었다.

그리고 투벨은 절반 정도 남은 약병의 액체를 모두 마셔버렸다.

“역시 상급 포션이었구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어!”

투벨은 다시 말에 올라타고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한편 서바리안과 체인 갑옷을 입은 자들은 킬파브 상단의 용병들과 일꾼들을 거의 대부분 죽이고 심문하기 위해 몇 명만 살려두었다.

“너희 중에 석궁을 사용했던 자가 있나?”

“…….”

“그럼 얼마 전에 석궁을 사용했던 용병을 아는 자는?”

“…….”

“안 되겠군. 모두 죽여라!”

슈가각.

“아아악!”

털썩.

주위는 온통 죽은 자들이 흘린 피로 비릿했는데, 아무도 하벨과 투벨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것은 적들이 공격해오면서 하벨과 투벨을 알고 있던 상단주와 데르손 대장을 포함해 일부 용병들과 일꾼들은 모두 먼저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아무도 모르는 게 당연했다.

적들의 습격으로 이제 킬파브 상단에서 살아남은 자는 투벨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음… 이상하군. 어째서 아무도 모르는 걸까?”

“저, 서바리안 님.”

“뭐냐?”

“조금 전 한 놈이 언덕 너머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나도 그자를 보았지만 다크 핸즈 대원 둘이 말을 타고 따라갔으니 죽였을 것이다.”

“그, 그게, 그자가 언덕 밑에 말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합니다.”

“뭐, 뭐라? 그런 일이! 놈을 추격해야겠어. 퍼키스는 다크 핸즈 대원 50명을 데리고 먼저 추격해라. 난 이곳을 정리한 후 뒤쫓아 가겠다. 서둘러!”

“예, 알겠습니다. 날 따르라!”

두두두두!

퍼키스와 다크 핸즈 대원 50명은 먼저 말을 타고 언덕 넘어 숲을 향해 달려갔다.

서바리안은 다크 핸즈 대원들에게 명령해 짐마차에 실려 있는 물건들 중 필요한 것들만 가지도록 했고 얼마 후 그들의 말에는 약탈한 물건들이 제법 쌓였다.

활활!

서바리안은 화염계 마법을 시전해 시신과 짐마차를 순식간에 불태웠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초극의 불에 탄 시신과 짐마차는 재가 되어 허공에 흩어져버렸다.

“흐흐흐… 이런 것 정도는 간단하지. 가자!”

숲 속으로 도망치던 투벨은 개울을 건너 30미터 정도를 더 나아가다가 말에서 내렸다.

말안장에 묶여 있던 자루를 어깨에 멘 후 말 엉덩이를 세게 때렸다.

이히힝!

깜짝 놀란 말은 빠르게 앞으로 달아났다.

길도 없는 우측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간 투벨은 곧 나무뿌리가 흙 밖으로 튀어나온 나무를 발견했다.

그 나무는 이미 죽은 나무였지만 둘레가 4~5미터나 되는 제법 큰 나무였다.

나무뿌리를 살펴보던 그는 나무뿌리가 갈라져 있는 부분으로 들어갔다.

입구가 좁아서 겨우 들어갈 정도였는데 나무뿌리 사이에 이렇게 공간이 있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나무뿌리 속은 높이가 겨우 1.5미터 정도에 넓이도 2미터를 넘지 않았다.

팍팍… 와르르!

나무뿌리를 발로 차자 입구에 쌓여 있던 흙이 충격을 받아 무너지면서 입구를 가로막아 입구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벨은 어떻게 이런 걸 알고 있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던 투벨은 자루 속에서 육포를 꺼내 씹었다.

30분 정도 지나자 갑자기 투벨이 있는 근처에서 소음이 들려왔고 그들이 자신을 추격하는 자라는 것을 감지했기에 투벨은 육포를 씹는 것도 멈추면서 소음을 완전히 죽였다.

주변이 너무 조용했기에 추격자들의 소리는 제법 크게 들렸다.

‘킥킥킥… 너희는 나를 발견할 수 없을 거야. 난 장담할 수 있어.’

역시나 투벨의 예상대로 그들은 숲 속을 뒤졌으나 어디에서도 투벨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야산에서 한 달이나 검술과 마법을 익힌 하벨은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은 아침부터 검술 연습을 하지 않고 주변을 정리했다.

특별하게 정리할 것이 없었지만 동굴 속과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한 후 목욕을 하려고 개울가로 향했다.

지난 한 달간 야인 같은 생활을 해왔으며 제대로 씻지 않고 입고 있던 옷도 낡고 떨어져 상거지 꼴이었다.

입고 있던 옷을 전부 벗어던지고는 개울로 들어가 깨끗하게 목욕을 하고 나오자 완전히 외모가 달라졌다.

온몸이 근육질로 잘 발달되어 보기 좋았고 금발과 흰 피부는 광택이 날 정도로 매끄러워 보였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하벨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 준비해둔 것들을 착용했다.

마법창고인 델리안 속에서 꺼낸 새 옷으로 갈아입고 겉에는 은빛이 나는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했는데, 흔하게 볼 수 있는 금속 갑옷이 아닌 명품 갑옷이었다.

번뜩이는 갑옷 겉에는 백색 로브를 걸쳤다.

원래의 잘생긴 외모가 눈부시게 빛을 발해 누가 봐도 귀족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스윽.

그는 백색 로브의 안주머니에서 금속패를 꺼내 들었다.

황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금속패에는 클로버 폰 하벨 백작이라 새겨져 있었고, 뒷면에는 대한 왕국의 문장과 그 밑에는 대륙력이 새겨져 있었다.

“후후… 그동안 정들었는데 이제 이곳을 떠나게 되는군. 이 정도면 확실하게 타국의 귀족으로 행사해도 되겠어!”

말에 올라탄 하벨은 여유롭게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는 숲 속으로 사라졌다.

하앗, 채채챙… 파팟!

요란한 싸움 소리가 들렸다.

푸른 초원이 펼쳐진 장소로 동쪽에는 숲이 시작되는 묘한 장소다.

황금 조각과 왕관 모양의 문장이 새겨진 호화로운 마차 한 대를 보호하고 있는 금속 갑옷을 착용한 기사 6명과 정규 병사 복장에 칼이나 창을 손에 쥔 병사 26명이, 은빛이 번뜩이는 체인 갑옷을 입은 자 23명과 검은 가죽 갑옷을 걸친 78명과 뒤섞여 싸우고 있었다.

또한 이미 한바탕 충돌한 여파로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는 자들이 120~130명으로 마차를 보호하는 측이 더 많이 쓰러져 있었다.

무력은 전체적으로 마차를 호위하는 자들이 조금씩 뒤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막아라, 막아!”

“크윽… 아아악!”

금속 갑옷을 입은 자들의 대장인 셔든이 크게 외치면서 독려 했지만 적들은 세 배나 더 많았다.

그나마 금속 갑옷을 입은 기사들은 적들을 맞아 잘 싸우며 버텼지만 창이나 칼을 손에든 병사들은 적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가슴을 베인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고 계속 밀릴 수밖에 없었다.

‘아…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는가!’

“크으… 이렇게?”

털썩.

“이, 이런… 그리븐!”

셔든 대장이 절망에 탄식할 그 짧은 순간에 기사 그리븐의 옆구리에 적의 화살이 날아와 박혔고 검에 가슴을 사선으로 길게 베이면서 검붉은 피를 내뿜으며 쓰러졌다.

“이이… 죽어라, 이놈들!”

후웅, 가가각!

“끄아아악!”

털썩!

셔든 대장이 타고 있는 말 쪽으로 접근한 2명의 적이 그가 휘두른 바스타드 소드에 베이면서 쓰러졌다.

“막아라, 막아!”

“아악!”

“크으윽!”

셔든 대장이 남은 기사들과 병사들을 독려했지만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마차를 보호하는 쪽에는 이제 자신을 비롯해 기사 4명과 병사 7명밖에 남지 않았지만 적들은 아직도 체인 갑옷을 입은 자 17명과 검은 가죽 갑옷을 걸친 자 54명이 남아 있었다.

‘아, 이제 정말 끝장이구나.’

덜컹!

갑자기 마차의 문이 열리면서 금발의 소년이 나왔다.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던 셔든 대장은 깜짝 놀라면서 말을 몰아 금발 소년의 앞을 가로막아 적들로부터 그를 보호했다.

하지만 적들은 먹이를 발견한 늑대처럼 눈이 번뜩이면서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고 더욱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채채챙, 파팍!

“아악!”

“크윽!”

털썩!

적들은 금발 소년을 보고 난 후부터는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했고 그나마 남아 있던 병사 7명과 기사 1명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제는 셔든 대장과 기사 2명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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