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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23화 (2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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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예지력을 얻다

“투벨, 난 목욕할 건데 넌?”

“너도 하는데 이번에 나도 같이 하지, 뭐.”

두 사람이 야영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목욕할 만한 곳을 살펴보니까 마침 적당한 웅덩이가 보였다.

“투벨, 저기가 좋겠어.”

“오, 그러네. 가자!”

개울가에 두 사람은 먼저 무기를 내려놓고 옷을 벗었다.

투벨은 잠시 옷을 벗던 걸 멈추고는 하벨의 몸을 바라보았다.

“이야… 하벨, 너 몸 끝내주는데!”

“괜찮아 보여?”

“그, 그럼. 여자들이 아주 좋아하겠어.”

투벨도 제법 괜찮은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하벨과 비교한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었다.

하벨은 큰 신장에 복근과 대 흉근 할 것 없이 잘 발달된 근육질로 전체적으로 보면 균형과 조화를 잘 이룬 멋진 몸이었다.

하벨이 먼저 물에 들어가자 투벨이 뒤따라 들어왔다.

“으… 시원하다.”

“너무 시원하고 좋은데, 하벨?”

“거봐, 이렇게 물에 들어오길 잘했지.”

“그건 그래!”

물에서 때를 불린 그들은 표면이 조금 거친 풀 뭉치로 몸의 때를 밀었다.

‘때 타월이나 비누 같은 것이 없어서 불편하지만 아쉬운 대로 이렇게라도 때를 벗기니까 좀 낫구나.’

목욕을 끝낸 하벨은 먼저 물가로 나오다가 흠칫했다.

“왜 그래, 하벨?”

“쉬잇… 조용해. 뭔가 있어.”

깜짝 놀란 투벨이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두 사람은 속옷과 바지를 입고는 검을 들었다.

휘익.

재빠르게 20미터 정도 떨어진 바위 쪽으로 이동한 하벨이 멈춰 섰다.

먼저 이동한 하벨이 멈춰 서 있자 궁금증이 일어난 투벨이 그곳으로 뛰어가 보았더니 그들의 앞에는 2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올리비에와 시녀 로라였다.

하벨과 올리비에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는데 마치 눈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아… 이 남자!’

‘이계로 넘어와서 처음 만나보는 아름다운 귀족 아가씨구나.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지?’

“크흠흠!”

투벨의 헛기침에 하벨과 올리비에는 화들짝 놀라면서 정신을 차리고 서로 고개를 돌렸다.

하벨의 얼굴도 어색했지만 빨갛게 얼굴이 달아오른 올리비에는 열을 식히고자 양손을 뺨에 대면서 수줍어했다.

투벨과 시녀 로라는 ‘왜 이러지’ 하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고, 그렇게 투벨과 시녀 로라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눈이 커졌다.

마치 두 사람도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인 듯 일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굳어버렸다.

“크흠흠… 투벨!”

그제야 투벨은 정신을 차리면서 고개를 돌려 하벨을 바라보았고, 시녀 로라도 제정신을 차렸다.

갑자기 네 사람은 어색해진 분위기를 느꼈는데 시녀 로라는 올리비에의 손을 이끌면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뭔가 아쉬움이 남는 듯 시녀 로라와 올리비에는 힐끔거리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하벨, 우리가 목욕하는 걸 다 보았을까?”

“크흠… 아마 보았을걸!”

“아… 갑자기 더워지네. 넌?”

“나도 그러네. 그만 야영지로 돌아가자.”

“그래, 그게 좋겠어!”

옷을 벗어놓은 곳으로 다시 돌아간 하벨과 투벨은 옷을 챙긴 후 야영지로 돌아왔다.

얼마 후 저녁으로 나온 수프에 빵을 찍어 투벨과 하벨은 별다른 말없이 조용히 먹었다.

이런 저런 잡담을 하면서 먹곤 하던 평소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한편 마차로 돌아온 올리비에와 시녀 로라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사병들을 피해 좀 떨어진 곳에서 물에 들어가려던 그녀들은 그쪽으로 갔다가 두 남자가 목욕하는 걸 보았는데 바로 그곳을 벗어났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이성에 호기심 많은 두 여자는, 아니 소녀들은 그 모습을 훔쳐보게 되었다.

‘아… 남자의 몸이 저렇게 멋있었어?’

올리비에는 하벨의 몸이 너무 멋져 눈을 돌리지 못했고 시녀 로라도 남자들의 얼굴은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올리비에의 뒤에서 남자들의 멋진 몸은 힐끔거리면서 훔쳐보았다.

올리비에는 그동안 잘생긴 귀족 남자를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강렬하게 남는 남자는 처음이었다.

“아가씨… 올리비에 아가씨!”

“으응?”

“왜 그렇게 넋을 놓고 있으세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운명적인 만남을 한 그들은 마음속에 기이한 느낌이 자리 잡게 되었다.

식사를 마친 하벨은 다시 소드 브레이커를 들고 검술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후웅… 쉬쉬쉭… 파파팟!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검술을 펼칠 수 있게 된 하벨이었다.

다음 날 아침.

킬파브 상단의 짐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오후에서야 수도 크라운이 내려다보이는 언덕까지 올 수 있었다.

“수도 크라운의 외성이 보인다. 조금만 더 힘들 내라.”

“이야! 수도 크라운에 다 왔어.”

“하하! 그렇구만.”

수도 크라운의 남문으로 향한 상단의 짐마차는 남문 앞에 서 있는 경비병들 앞에서 멈추었다.

“어디서 오는 상단이오?”

“도시 베이든에서 오는 킬파브 상단입니다.”

“아, 킬파브 상단? 아아… 그렇군.”

상단주는 경비 대장에게 다가가서 돈주머니를 하나 내밀었다.

경비 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외쳤다.

“좋은 물건 많이 파시오. 통과!”

경비 대장에게 뇌물을 쥐어주자 쉽게 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남문으로 킬파브 상단의 짐마차가 들어가기 시작했고 얼마 후 그들은 외성에 있는 한 상점으로 향했다.

퍼거슨 상점은 수도 크라운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식량에서부터 무구까지 거의 대부분의 품목을 취급하는 만물상점 같은 곳인데 킬파브 상단과도 오래전부터 거래를 해왔다.

퍼거슨 상점의 건물을 돌아가자 뒤쪽에 거대한 물품 창고가 ㄷ자 형태로 3동이나 있었다.

물품 창고 앞에다가 짐마차를 세우자 퍼거슨 상점의 일꾼 20명 정도가 모여들었다.

모두들 신장이 185~190센티미터 정도 되고 어깨가 떡 벌어지고 힘이 좋을 것 같은 몸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에 유독 머리 하나 정도는 더 큰 거구의 사내가 있었다.

그자는 다른 일꾼들보다 두 배는 더 많은 물건을 어깨에 메고는 움직였다.

“뭐가 저렇게 커?”

투벨이 옆에서 중얼거리자 하벨도 그 거구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음… 정말 대단한 거구네?’

신장이 220센티미터는 될 것 같고 몸무게도 2백 킬로그램은 나가지 싶었다.

그만큼 거구의 사내였는데 눈빛을 보니 아주 선하게 보였다.

거구의 일꾼에게 마음의 끌림을 느낀 하벨은 짐을 나르고 있는 그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뒤돌아 그곳을 벗어났다.

수도인 크라운은 도시 베이든이나 도시 헤이야보다 몇 배는 큰 도시로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세련된 복장과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왕국의 수도인 만큼 거리를 걸어가는 평민들도 많았으며 귀족의 마차도 제법 많이 보였다.

하벨은 수도 크라운이 처음이라 어디가 어디인지 몰랐지만 투벨은 두 번이나 이곳을 와보았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잘도 돌아다녔다.

투벨은 거리를 걸어가면서 평민들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는데 아마 성자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 같았다.

얼마 후 투벨의 뒤를 따라간 곳은 하이스 신전이었다.

신전의 정문 앞에는 대리석으로 된 계단과 난간에는 말과 마차, 날개가 달린 천사 등 각종 신계의 조각물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또한 거대한 분수대는 흰 물줄기를 내뿜으면서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신전은 장정 서너 명이 서로 손을 맞잡아야 될 정도로 거대한 대리석 기둥이 8개나 우뚝 솟아 있었으며 저절로 그 신전의 모습에서 압도되었다.

“이야, 정말 대단한 규모의 건물이네?”

“하하! 하벨, 정말 모르는구나? 여긴 하이스 신전이야.”

“하이스 신전?”

“이 신전은 주신인 하이스 신을 모시는 신전으로 하이스 크로스교는 우리 아비린 왕국의 국교이고 이곳은 성국의 교황께서 임명한 대주교님이 계시는 신전이지.”

“응, 그렇구나. 한데 투벨, 나는 현자님을 뵙고 싶다고 했는데 왜 여길 온 거야?”

“오늘 신전에서 집회가 있는데 마침 클라이스 현자님께서 방문하신다고 하더군.”

“클라이스 현자님?”

“아, 하벨은 잘 모르고 있었구나? 현자님의 이름이 클라이스야.”

“아, 그렇구나. 그럼 안으로 들어가 봐야겠네.”

하벨과 투벨이 신전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홀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대리석 바닥에 흰 양탄자를 깔고 그 위에 앉아 있었다.

“투벨, 대충 세어 봐도 8백 명은 될 것 같아.”

“제법 신도들이 많지? 평소에도 5백 명은 모인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하벨의 눈에 홀의 2층이 보였다.

“2층도 있네?”

“2층은 귀족들이 사용하는 곳이야.”

“그럼 1층은 평민, 2층은 귀족, 이렇게 사용하는 거야?”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귀족들은 평민들과 함께 자리를 하지 않아. 그러니까 당연히 분리되어 집회를 들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거야.”

하벨이 힐끔 거리면서 2층을 살펴보았다. 고급 옷을 입은 귀족 15명이 흰 양탄자에 앉아 있었는데 평민의 양탄자와는 확연하게 다르게 고급스러워 보였다.

입고 있는 옷도 모두 고급이었으며 얼굴에 기름이 흐르는 게 하벨이 보기에도 한눈에 저들이 귀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귀족들의 뒤쪽에는 허리에 검을 꽂은 기사들이 20명 정도 서 있었으며 양쪽과 뒤쪽 벽면에도 역시 검을 허리에 맨 병사들이 귀족들의 신변을 위해서 서 있는데 60명이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인 홀이라서 그런지 제법 웅성거리는 소리가 컸는데, 갑자기 들려온 종소리에 모두들 입을 굳게 다물고 조용해졌다.

딸랑딸랑!

맑은 종소리가 울리면서 흰 로브를 입은 사제 12명이 상단의 우측 문에서 서서히 걸어 나와 연단의 양쪽에 병풍처럼 늘어섰다.

약 1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상단의 우측 문으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는 흰 로브를 입고 있었다. 소매와 옷의 곳곳에는 기이한 줄기식물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황금색이었다.

또한 그 문양이 머리에 쓰고 있는 관에도 황금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투벨, 저분이 대주교님이냐?”

“맞아. 대주교관을 머리에 쓰고 계시잖아.”

“그럼 클라이스 현자님은?”

“글쎄, 곧 나오시겠지…….”

하벨과 투벨이 말하고 있을 때 대주교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하이스 주신이시여, 우리를 사로잡으소서. 주신을 찾기까지 우리 마음은 약하고 미천하나이다. 견고한 행위의 원천도 없고 바람 불 때 마음은 나부끼나이다. 주신, 그 사슬로 동이시기까지 자유로이 움직일 수도 없나이다. 당신의 굳센 사랑으로 종을 삼으소서. 그러면 죽지 않고 다스리오리다. 섬기기를 다 배우기까지 우리 힘은 기진하고 약하나이다. 불타오를 불길조차 없이 시들어 북돋을 미풍을 원하나이다. 몰아침을 당하기까지 세상을 몰아칠 수도 없나이다. 우리의 영원한 신이신 하이스 주신, 그 숨길을 보내셔야 그 깃발이 펄럭일 수 있으오리다. (중략) 당신께 기대어서 주신 안에 그 생명을 찾기까지 요란한 싸움터 한 가운데 다만 휘어지지 않고 서 있으오리다. 주신이시여, 우리를 사로잡아주소서. 우리의 힘이 되신 주신의 이름으로 하이스!”

“하이스!”

“하이스!”

대주교의 장엄한 연설이 끝나자 신도들은 두 손을 모아 하이스를 연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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