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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22화 (2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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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예지력을 얻다

“이봐, 너희는 어느 상단이냐?”

“도시 베이든에 있는 킬파브 상단입니다.”

“아… 킬파브 상단, 들어본 적이 있군. 우리는 츄이 자작님의 화이트 베어 경기병들이다. 식수가 모자라서 그러는데 3통만 얻을 수 있겠나?”

“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고맙군. 이건 식수 값이다.”

경기병 한 명이 3실버를 던졌다.

조금 무례하게 생각되지만 저들은 자작의 경기병이니 상단 정도는 낮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식수통을 받아든 그들은 상단의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는 야영 준비를 시작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하벨은 특별히 할 일이 없었기에 한쪽에서 소드 브레이커를 들고는 다시 검술 연습을 시작했다.

휭휭… 슈아앙, 쉬쉭!

검술의 기본동작인 몸통지르기, 아래막기, 바깥치기, 사선으로 베기, 수평으로 목 치기, 돌려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드 브레이커를 휘둘렀다.

아직은 조금 미숙한 자세이지만 점점 안정을 찾으면서 제대로 된 동작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힘이 넘치도록 반영된 하벨의 검술이라서 그런지 소드 브레이커가 휘둘러질 때마다 바람 소리가 요란했다.

한편 70미터 정도 떨어진 건너편에 야영을 준비한 츄이 자작의 경기병은 귀족 마차를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두 대의 마차를 나란히 세워두었다.

말에서 내린 경기병들은 마차를 가운데에 두고 삼각 형태로 자리를 잡고는 땅에다 말뚝을 박고 말의 고삐를 묶었다.

또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풀밭에 담요를 깔았다.

저녁 식사는 일반 마차에서 내린 2명의 요리사와 시녀 8명이 거들었다.

만들어진 요리가 야외 테이블에 놓이자 시녀 1명이 귀족 마차로 다가가 마차의 문을 열었다.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금발의 귀족 아가씨로 흰 원피스 형태의 고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지적이면서도 청순한 아름다움에 주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경기병들의 눈이 모두 몽롱해졌다.

어떤 이는 입에서 침이 흘러내리는 줄도 몰랐다.

귀족 아가씨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자 경기병들도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따끈한 수프와 빵, 접시에 담겨 있는 요리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보통은 야영을 하게 되면 육포나 수프가 전부였지만 귀족 아가씨를 호위하면서 움직이니 이렇게 요리사가 만든 맛있는 요리도 먹는다고 다들 좋아했다.

식사를 마친 귀족 아가씨는 바로 마차로 들어가지 않았다. 밤하늘의 별들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 산책을 즐기다가 들어가기로 한 모양이다.

귀족 아가씨 뒤에는 3명의 시녀들이 줄을 지어 따랐다.

쉬이잇… 파파팟!

하벨은 지금까지도 소드 브레이커를 휘두르면서 한창 검술 연습에 빠져 있었다.

벌써 3시간이 넘어가도록 검을 휘두르자 처음에는 이를 구경하던 용병들도 기가 질려 저만치 떨어져 잡담이나 나누고 있다.

달도 없는 밤이었지만 주위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고 밤하늘의 별들 때문에 주위는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

귀족 아가씨는 건너편에서 야영 중인 상단을 쳐다보다가 하벨이 소드 브레이커를 휘두르는 것을 잠시 바라보았다.

“로라, 저 남자 열심이네?”

“호호… 그러네요, 올리비에 아가씨. 하지만 저건 기본검술이니 검을 잡은 지 얼마 안 된 모양이에요.”

“로라는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

“호호… 아가씨도. 영주님의 성에는 각종 검술을 연마하는 기사님들이 많이 있잖아요.”

“일 안 하고 그런 것이나 구경하고 있었어?”

“그, 그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다고요, 올리비에 아가씨.”

“로라, 이제 산책도 어느 정도 했으니 마차로 들어갈까?”

“예, 아가씨. 너무 오래 밖에 있으면 몸에 안 좋아요.”

“그럼 들어가자.”

“예, 올리비에 아가씨.”

마차로 한 발 먼저 들어간 로라는 등잔에 불을 붙였고 마차로 들어온 올리비에는 낮에 읽다가 놓아두었던 책을 다시 들고는 읽기 시작했다.

올리비에는 보통 귀족 여식들처럼 외모에 신경 쓰기보다는 이렇게 지식을 익히는 책을 보는 취미가 있어서 아주 똑똑했다.

시간은 흘러 밤이 깊어지면서 주위에 타오르던 모닥불이 잦아들었고 건너편에 있는 상단에도 마찬가지였다.

휭휭… 쉬이익… 파팟!

경비를 서던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잠든 시각에도 하벨은 열심히 소드 브레이커를 휘둘렀다.

하벨을 가끔씩 쳐다보던 경비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고개를 돌렸다.

한참 책을 읽던 올리비에는 마차의 작은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았는데 저 멀리 상단 쪽에서 몇 시간 전에 검을 휘두르던 자가 아직도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머… 저 사람 지금 몇 시간째 저러고 있는 거지?”

귀족의 아가씨이다 보니 검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올리비에도 주위에 있는 기사들의 훈련하는 모습이나 아님 검술을 연습하는 자들을 많이 보았기에 저렇게 오랫동안 검을 휘두른다는 것은 어지간한 집중력이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대단하게 보였다.

“아암… 피곤하니 그만 자야겠어.”

한참을 지켜보던 올리비에는 피곤했는지 졸음이 밀려왔기에 창문을 닫고는 마차에 마련되어 있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짹짹짹!

이름 모를 새 2마리가 올리비에의 마차에 내려앉아 지저귀더니 다시 날아올라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새소리에 잠을 깬 올리비에는 상체를 일으켰고 창문을 열었다.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날은 제법 밝아 있었다.

상쾌하면서 시원한 이른 아침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 뭐야, 저 사람?”

주위를 둘러보던 올리비에는 깜짝 놀랐다. 저편에서 하벨이 아직까지도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사람 같지 않은 모습에 두려움마저 느낀 올리비에였다.

“올리비에 아가씨, 왜 그러세요?”

“로라, 저 사람 아직도 검을 휘두르고 있어.”

“예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가씨?”

“어젯밤에 왜, 검을 휘두르던 사람 있잖아?”

“그 사람이 아직도 검을 휘두르고 있단 말이에요?”

“그렇다니까, 로라.”

“마, 말도 안 돼요, 아가씨.”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줄 알아? 저길 보면 알 수 있잖아!”

시녀 로라도 하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 정말이네요, 아가씨. 어떻게 밤새 저렇게 검을 휘두를 수 있죠?”

“나도 저런 남자는 처음 봐!”

“호호호… 아가씨, 혹시 저 남자, 정신이 이상한 것 아닐까요?”

“왜 그렇게 생각해?”

“그냥이요. 왠지 정상은 아닌 것 같아요.”

“하긴 천재는 범인과는 다르니까.”

“올리비에 아가씨, 그럼 저 남자가 천재란 말이에요?”

“그건 모르겠지만, 저렇게 한 가지에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이든지 성공할 확률이 높아.”

“그, 그렇겠죠, 아가씨?”

“그럼. 내 안목을 믿어, 로라!”

소드 브레이커를 밤새도록 휘두른 하벨은 이제는 기본검술을 능숙하게 펼칠 수 있었기에 오늘 밤부터는 연환식을 펼쳐보리라 마음먹고는 검술 연습을 멈추었다.

하벨의 옷은 몸에서 흘러나온 땀에 흠뻑 젖어 축축해져 마치 비라도 맞은 사람 같았다.

목욕이라도 하면 좋겠지만 개천이나 강이 없기에 천막으로 들어가 땀에 젖은 옷을 벗고는 마법 주머니에서 물통을 하나 꺼내어서는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닦았다.

아쉬운 대로 이렇게라도 한 것이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하벨은 아직 아침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가부좌를 틀고는 마나를 느끼는 것에 매달렸다.

벌써 며칠째인데 기본적인 마나조차 느끼는 것이 쉽지 않았다.

‘으음… 이렇게 해서 언제 마법에 입문하나?’

마법사인 스승이라도 있었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독학으로 익히려는 마법은 이렇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치고 있었다.

킬파브 상단은 아침을 먹은 후, 서둘러 짐마차를 출발하게 되었지만 올리비에와 화이트 베어 경기병들은 아직도 아침식사 전이었다.

요리사들이 아침을 맛있는 것으로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이다.

킬파브 상단의 일꾼들과 용병들도 근처에 귀족과 사병들이 있으면 부담이 됐기에 먼저 서둘러서 이렇게 출발하게 된 것이다.

다각다각!

소음이 일어나면서 킬파브 상단의 짐마차가 멀어지는 것을 올리비에는 마차의 창문으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유독 한 사람의 모습만 쳐다보는데 상단의 후미 짐마차 옆에서 말을 타고 가고 있는 하벨이었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 왜 자꾸만 인상이 남을까?”

“아가씨, 뭘 보고 계세요?”

“으응, 아… 아냐, 아무것도…….”

로라는 창문 너머로 멀어지고 있는 킬파브 상단을 보더니 후미에서 가고 있는 하벨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 밤새 검을 휘두른 사람을 보고 계셨죠?”

“아, 아냐, 그런 것…….”

“호호… 아님 그만이지, 왜 얼굴이 빨개지고 그래요.”

“……!”

올리비에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했다.

로라는 놀린 게 미안했는지 금세 화제를 바꾸었다.

“아가씨, 아침은 밖에서 드실 거예요? 아님, 마차 안으로 가져올까요?”

“응… 그냥 마차 안으로 가져와.”

“예, 그렇게 할게요, 아가씨.”

두두두두!

이후,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말을 타고 달린 츄이 자작의 화이트 베어 경기병들과 마차는 몇 시간 전에 먼저 떠났던 킬파브 상단의 행렬과 조우하게 되었는데 귀족의 행렬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상단이 길에서 조금 비켜났고, 그 옆을 그들은 지나쳐 멀어져갔다.

“콜록콜록… 젠장, 귀족 행렬이라고 흙을 많이도 튀기면서 가네.”

“쉬잇… 말조심해, 이 친구야. 큰일 나.”

“크흠흠… 내가 틀린 말 했어?”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심해.”

“나도 알아. 이치가 그렇단 말이야.”

킬파브 상단의 짐마차에 타고 있던 일꾼이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속닥거렸다.

이때, 데르손 용병 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더 가면 개울이 나오니까 힘들 내라. 오늘은 그곳에서 야영을 할 것이다.”

킬파브 상단이 그렇게 두 시간 정도 더 이동하자 나무가 우거진 나지막한 야산 봉우리가 수십 개나 펼쳐져 있는 곳이 나왔다.

야산의 초입에서 조금 들어가자 생각보다는 큰 개울이 나오긴 나왔지만 야영하기 좋은 자리에는 이미 다른 무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뭐야? 어제 그 귀족들이잖아?”

“에이… 자꾸만 귀족들과 마주치면 안 좋은데…….”

“그러게 말이야. 느낌이 좋지 않아.”

일꾼들이 속닥거리는 소리를 들은 하벨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뭐 별일이야 있으려고?’

이미 츄이 자작의 화이트 베어 경기병과 마차는 좋은 자리에 야영을 했기에 킬파브 상단은 어쩔 수 없이 그곳을 조금 지나쳐 적당한 곳에 마차를 멈추었다.

일꾼들은 신속하게 짐마차에서 내리더니 익숙하게 야영 준비를 했다.

용병들은 특별히 할 일이 없었기에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벨은 개울을 만나자 이제는 좀 씻을 수 있겠다 싶어서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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