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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21화 (2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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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예지력을 얻다

“으으으… 내,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구나!”

타사스트라는 죽는 게 억울했던지 눈을 부릅뜨고 절명해버렸다.

추격자들을 모두 물리친 킬파브 상단은 죽은 용병과 일꾼을 수습했다.

상단주를 비롯해 데르손 대장, B급 용병 1명, 하벨과 투벨을 포함한 C급 용병 6명에 일꾼 9명 해서 18명만 살아남았다.

시신을 수습해 화장을 하면서 그들은 왜 추격자들이 킬파브 상단을 습격했는지 알 수 없었다.

뚜렷하게 공격받을 만한 이유가 없었기에 더욱 의문으로 남았다.

용병 67명과 상단의 마부와 일꾼 등 55명까지 122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이 상행을 나섰는데 불과 며칠 만에 18명만 남았으니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했다.

다음 날 킬파브 상단의 마차는 다시 이동을 시작했고 저녁 때 도시 헤이야에 도착했다.

의문의 적을 물리친 용병들에게는 특별 지급금으로 1명 당 2골드가 주어졌다.

투벨은 이곳에 몇 번이나 와보았기에 하벨에게 도시 헤이야의 노천 시장을 비롯해 각종 구경거리가 될 만한 곳을 직접 안내했다.

나중에는 요리 맛이 좋은 집으로 들어가서는 약속한 대로 거하게 한턱냈다.

그렇게 용병들이 이틀간 쉬면서 대기하고 있을 때 킬파브 상단주는 도시 헤이야에 있는 킬파브 분점에서 수도 크라운에 가져가야 할 물품들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습격자에게 파손되고 남은 짐마차 3대와 분점에서 준비한 짐마차 12대를 비롯해 모두 15대의 짐마차를 준비하고 용병 1백 명에 일꾼 50명도 추가적으로 끌어 모았다.

“출발!”

쿠르르르!

도시 듀오를 거쳐 수도인 크라운까지 가는 여정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도시 듀오로 향하던 킬파브 상단은 또다시 습격자들이 공격해 올까봐 경계를 강화하느라 상행 기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늘어났지만 더 이상의 습격자는 없었다.

도시 듀오는 도시 헤이야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각지에서 밀려드는 상단으로 인해 도시는 더 활기차 보였다.

도시 듀오는 왕국의 각지에서 모여드는 교통의 중심지다 보니 이렇게 상단에 관련된 사람들이 많았다.

하벨은 얼마 전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공격했던 장면을 떠올렸는데, 그중에는 검술이 뛰어난 자들도 있었고 마법사도 끼어 있었다.

그래서 석궁에만 의존하지 않고 검도 휘둘러보면서 기초적인 검술도 익혔다.

쓰임새가 많아 보이는 마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아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알아볼 게 있어서 하벨은 친한 투벨과도 떨어져서 룸을 잡았다.

“델리안, 나와라!”

스으… 츠츠츳!

방으로 들어온 하벨은 문을 걸어 잠근 뒤 델리안을 불렀다. 하벨의 부름에 허공에 델리안의 눈이 나타났다.

하벨은 델리안에게서 받은 팔찌를 착용하고 델리안의 공간에 들어 있는 수만 권의 책들 중 마법서 3권과 검술서 2권을 꺼냈다.

“델리안, 들어가!”

-더 이상 필요한 게 없는 모양이군. 알았다, 박현빈 주인!

츠파파팟!

팔에 차고 있던 팔찌도 델리안이 사라지면서 같이 사라졌다.

혼자 룸에 남게 된 하벨은 먼저 검술서를 집어 들었다.

검술서는 입문자를 위한 검술서로, 검의 종류별로 무게와 크기, 검의 주 용도와 특징이 그림과 글로 절반이 넘는 페이지에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뒷장부터는 검술의 기본동작인 지르기와 막기, 베기 등을 자세하게 기술한 것으로 검술서가 끝이 났다.

두 번째로 집어든 책도 역시나 검술서였지만 앞의 책보다는 좀 더 진행된 검술서로 한 단계 수준이 높은 책이었다.

검을 든 검사의 마음가짐부터 설명이 시작되면서 기본동작이 나열되어 있었으며 뒷부분에는 연속동작으로 검술을 펼치도록 되어 있었다.

“으음… 한 동작을 하루에 5백 회 정도 연습하라고 되어 있군. 나도 내일부터 시작해야겠어.”

두 권의 기초 검술서를 살펴본 하벨은 이번에는 마법서를 집어 들었다.

델리안의 공간 속에 들어 있는 수만 권의 책은 거의 대부분이 마법서였는데, 높은 클래스의 마법서들이 많아서 기초가 되는 마법서를 고르다 보니 우선 3권을 먼저 꺼내었던 것이다.

기초 마법서에는 마법의 에너지라 할 수 있는 마나와 마법의 글자인 룬문자, 마법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마법사의 심장에 만들어지는 서클에 대해서 장문의 설명이 나열되어 있었으며, 겨우 끝장에만 1클래스의 마법이 두 개 적혀 있었다.

바로 라이트 마법과 매직 미사일 마법이었다.

“뭐, 뭐야? 겨우 라이트 마법과 매직 미사일 마법 이렇게 두 개뿐이야?”

조금 실망한 하벨은 두 번째 마법서를 펼쳤는데 앞의 마법서와 거의 대부분 중복된 글이 쓰여 있었지만 다만 1클래스 마법은 5개나 있는 게 다른 점이었다.

라이트, 매직 미사일, 슬립, 실드, 알람 마법이었다.

“음… 이번에는 5개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야!”

두 번째 마법서도 내려놓고 마지막 세 번째 마법서를 들었다.

“2클래스 마법은 1클래스 마법과는 다르게 제법 복잡하네? 일렉트릭 스파크(Electric spark)?”

위협용으로 주먹만 한 정전기의 덩어리를 여러 개 방사해서 주위의 적을 위협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 무작위로 일정 방향을 향해 되도록 많은 수의 덩어리를 만들어서 던지는 것이 목적이므로 정확성은 아예 없다고 보아도 되며 단순한 위협용이다. 그만큼 마나의 소모도 작으면서 실용적인 마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구나. 이번에는 파이어 볼트(Fire bolt)라. 아… 불덩어리!”

하벨은 이렇게 2클래스 마법을 읽으면서 마법의 기초를 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하벨은 델리안의 공간 속에서 하나의 검을 꺼내었는데 소드 브레이커(Sword breaker)였다.

상당히 잔인한 검으로 날의 강도가 셀뿐만 아니라 날 부분이 톱니로 되어 있어 베임과 동시에 살이 뜯겨 나가며, 강도가 낮은 검과 부딪칠 경우 상대 검의 날의 이를 나가게 할 수 있을 정도인 검이었다.

검의 전체 길이는 160센티미터로 검날은 120센티미터였고 나머지는 검의 자루였다.

무게는 20킬로그램에 검폭은 8센티미터로 넓은 편이었다.

보기에도 상당한 무게가 나가는 검으로 보이는데 20킬로그램이라는 것은 보통 검의 세 배나 되는 아주 무거운 축에 속하는 검이었다.

그렇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좋은 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 소드 브레이커는 드워프가 만들어 무구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드 브레이커와는 모든 점에서 비교 자체가 안 되는 명검이었다.

후웅, 훙!

하벨은 기초 검술서에서 본대로 소드 브레이커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소드 브레이커는 장검이지만 묵직한 검의 무게로 인해 중검의 묘미까지 있는데, 하벨의 마음에 꼭 들었다.

검술서에는 5백 회를 매일같이 휘둘러 연습하라고 되어 있었지만, 그 정도는 몸 푸는 것밖에 안 된다 생각한 하벨은 2천 회가 넘게 연습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치지도 않는 듯했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무거운 검을 수십 번 휘둘렀다면 지쳐서 쓰러졌을 텐데, 신장이 커진 후부터는 어지간해서는 지치지도 않는 강철 체력이 되어 있었다.

열심히 소드 브레이커를 휘두르고 있었는데, 투벨이 곁으로 다가왔다.

“하벨, 열심이구나. 나도 여기에서 연습해야지!”

투벨은 하벨과 조금 떨어져 롱소드를 꺼내 들고는 휘두르기 시작했다.

5백 회 정도를 휘두른 투벨은 땀에 흠뻑 젖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헉헉… 야, 하벨. 얼마나 휘둘렀어?”

“2천7백 회 정도 될걸?”

“뭐, 2천7백 회라고? 이야, 너 정말 괴물이구나?”

“그런가? 오늘은 첫날이니 3천 회 정도만 해야겠어. 조금만 쉬고 있어!”

“어, 알았어.”

3천 회를 다 휘두른 하벨은 한쪽에 놓아두었던 수건을 들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이제야 몸이 좀 풀렸는지 몸에도 약간의 땀이 흘러 나와 있는 걸 확인했다.

“하벨, 이 소드 브레이커는 언제 구입했어? 줘봐!”

“무거우니 조심해.”

“으헉…….”

휘청… 댕그랑!

2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소드 브레이커였기에 투벨이 들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검 자루를 두 손으로 잡았지만 무리해서 들다간 손목이 상할 정도였다.

“뭐, 뭐야, 이거?”

“그러기에 내가 무겁다 했잖아.”

“여, 역시 넌 괴물이었어.”

보통 장검인 롱소드라고 해도 4~6킬로그램 정도인데 이 소드 브레이커는 말도 안 되게 3~4배나 무거웠다.

힘이 좋고 덩치가 있는 검사라고 해도 이렇게 무거운 소드 브레이커는 함부로 휘두르지도 못할 거라 생각되었다.

“투벨, 아침이나 먹으러 가자!”

“으응, 알았어. 가자!”

용병들이 쉬면서 기다리는 동안, 상단 일꾼들은 수도 크라운까지 이동 중에 먹을 식량과 물을 준비한다고 제법 분주하게 움직였고 오후가 되어서야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몇 시간 후면 저녁이 되기에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한다는 통지를 받은 용병들은 간단하게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하벨은 자신의 룸에 틀어 박혀 어젯밤 보았던 마법서대로 마나를 느껴보려고 시도했다.

마나라는 것이 아직 생소한 것이라서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다.

마나가 무엇인지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그걸 몸으로 느끼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밤이 늦도록 노력해보았지만 마나를 느끼지 못했기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수프와 빵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하벨은 킬파브 상단의 짐마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미 일꾼들은 대기해 있었지만 용병들은 절반 정도만 모여 있었다.

조금 기다리고 서 있자 용병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고 모두 모이자 상단의 마차는 출발했다.

도시 듀오에서 수도인 크라운까지는 열흘 정도의 거리에 있는데, 길이 잘 닦여 있고 몬스터가 출몰할 만한 곳도 없기에 용병들과 일꾼들은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7일간 순조롭게 상행이 이루어졌고 목적지가 멀지 않았다.

석양이 지자 킬파브 상단의 선두에 있는 상단주의 마차 옆으로 나란히 말을 몰던 데르손 대장은 뒤돌아 일꾼들과 용병들이 모두 듣도록 외쳤다.

“오늘은 이곳에서 야영한다.”

“예. 알겠습니다, 대장님.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모두 서둘러라. 서둘러!”

짐마차는 대로에서 조금 벗어난 풀밭으로 움직여 크게 원을 그리면서 진영을 구축했다.

혹시라도 있을 공격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야영은 순조롭게 이루어졌고 모두들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수프를 끓이는데 주위가 온통 연기로 가득했다.

두두두두!

그때,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지평선 저편에서 말을 탄 무리가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대지가 말발굽으로 인해 요동쳤다.

얼마 후 체인 갑옷을 착용한 무리가 말을 타고 다가왔는데 90명이었고 고급스러운 귀족 마차 한 대와 일반 마차 두 대도 끼어 있었다.

말의 속도를 줄이면서 대열에서 벗어난 10명이 야영지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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