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 / 0156 ----------------------------------------------
제1권 예지력을 얻다
부상을 입고 돌아온 마드라실을 본 타사스트라는 깜짝 놀랐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십니까?”
“끄으으… 용병들은 걱정 없었지만 역시 우려한 대로 석궁을 가진 놈이 변수였어.”
“우선 허벅지에 박혀 있는 화살을 제거해야겠습니다.”
타사스트라가 다크 울프 대장을 쳐다보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살의 끝부분을 잘라내고 화살촉을 잡았다.
주우욱!
화살이 살에 박혀 있다가 뽑혀져 나오자 검붉은 피가 콸콸 흘렀다.
“끄아아아… 으으으!”
마드라실은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악물고 그 고통을 참았다.
“힐, 힐!”
츠츠츳!
마드라실의 허벅지 상처에서 빛이 확하고 일어나면서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었다.
“마드라실 님, 상처는 치료했으니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으으… 그래, 이젠 참을 만하구나. 어깨에도 상처를 입어 내가 치료했지만 허벅지까지 상처를 입어서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엔 반드시 석궁을 가진 자부터 죽여야겠어.”
“오늘은 그 정도 했으면 됐으니, 쉬셔야 합니다.”
“그래, 너희도 쉬어라.”
이번 공격은 마드라실 혼자서 공격한 것이기에 비록 상처를 입게 되었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마드라실에게는 타사스트라가 있다. 그리고 마법사 2명에 다크 울프 대장과 대원 17명이 남아 있었기에 모두 20명이었다.
뾰로롱!
어둠이 물러가고 날이 밝아 오면서 이름 모를 산새 2마리가 킬파브 상단이 야영하고 있는 하늘을 가로질러 저편으로 날아갔다.
큰 냄비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수프를 접시에 받은 용병들과 일꾼들은 서둘러 빵과 수프로 식사를 끝마쳤다. 그리고 짐마차를 움직여 도시 헤이야로 향했다.
하루의 이동 거리가 20킬로미터 정도 되었기에 도시 헤이야까지는 3일 거리였지만 킬파브 상단이 이렇게 아침부터 서두르는 것은 적에게 더 이상 공격 받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쉬지 않고 짐마차를 움직이려는 것이다.
조금 무리일지 모르지만 용병들과 짐꾼들도 적들에게 죽는 것보다는 상단주와 데르손 대장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전혀 이의가 없었다.
밤사이 충분하게 잠을 잔 덕분인지 마드라실의 상태는 좋아져 있었다.
“마드라실 님, 비록 상처를 치료 마법으로 치료했다고는 하지만 걷기는 아직 무리입니다.”
“알고 있다. 대신 말을 타고 이동하면 되니 그리 큰 부담은 없어.”
그때 척후를 나갔던 다크 울프 대원이 돌아왔는데 얼굴이 굳어 있었다.
“무슨 일이냐? 혹시 상단이 출발했더냐?”
“그, 그게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는 출발했는데 평소보다 속도가 높았습니다.”
“크흠… 우리에게 당하기보다는 속도를 높여 도망치는 게 이득이라 생각한 모양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도 말을 타고 이동하면서 육포로 식사를 대신한다.”
“알겠습니다, 마드라실 님.”
5분도 채 안 돼서 그들은 말에 올라 이동하면서 육포를 씹고 물을 들이켰다.
콰르르!
석양이 지면서 어둠이 몰려왔지만 킬파브 상단의 고급마차 2대와 짐마차 4대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렸다.
이들을 추격하던 마드라실 일행은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기에 달리던 말의 속도를 줄였다.
킬파브 상단의 마차가 곧 멈추고 야영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말도 지치고 그들도 상당히 지쳤다.
그러나 킬파브 상단은 멈추지 않았다. 밤이 되어 주위가 어두워지자 짐마차 앞에서 용병 5명이 횃불을 들고 달리게 했다. 그러자 낮보다는 속도가 늦어도 제법 그런대로 달릴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3~4킬로미터 정도의 거리가 벌어져 있던 마드라실 일행은 곧 킬파브 상단이 야영하는 근처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단이 보이지 않았다.
“이, 이런 제기랄, 우리가 속은 것 같습니다.”
“상단 놈들이 야영을 안 하고 도망치는 모양이군. 어쩔 수 없지 우리도 계속 달린다.”
“하지만 어두워서 속도를 내는 것은 위험합니다.”
“으음… 그렇다면 내게 방법이 있지. 댄싱 라이트(Dancing Light)!”
화르르르!
이름처럼 ‘춤추는 빛’은 마법사의 집중 없이도 15미터 정도의 앞 허공에서 좌우로 움직이면서 횃불 정도의 밝기로 10개의 빛이 구 형태로 허공에 떠다녔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예. 충분합니다, 마드라실 님.”
“지속 시간이 30분이니 그리 알도록.”
“자, 이 정도면 충분하게 밝으니 말의 속도를 높여라. 어서!”
두두두두!
마드라실의 마법으로 인해 이들은 좀 더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상단의 짐마차는 쉬지 않고 달렸지만 적들과의 거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얼마 전부터 평지로 접어들었기에 양측에서 불빛으로 인해 서로 확인이 되었다.
이에 당황한 데르손 대장은 어려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바로 추격해오는 적을 공격해 속도를 늦추도록 하는 방법뿐이었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적들이 점점 가까이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에 지원자를 뽑아 적들을 저지시켜야만 나머지 사람들이 살 수 있다. 지원자는 나서라.”
“…….”
“역시나 아무도 없군. 그럼 내가 지목한다.”
“제가 지원하겠습니다.”
“허엇, 하벨? 그럼 나도 지원하겠습니다.”
하벨과 투벨이 지원했지만 더 이상 지원자는 없었다.
“으음… 2명으로는 부족하지만 어쩔 수 없지. 자네들이 수고 좀 해주게. 그 대신 상단주님께서 지원자들에게 내리신 것이니 받게.”
하벨과 투벨은 데르손 용병 대장에게서 1골드씩 받고는 품속에 넣었다.
“곧 언덕이 나온다. 자네들은 그곳에서 적들을 기다리다가 가까이 오면 화살을 쏘아 적들의 속도는 늦추면 되네. 만약 그들이 가까이 오면 맞대응하지 말고 도망치게.”
“아, 알겠습니다.”
“좋아. 모두들 좀 더 서둘러라, 서둘러!”
경사진 언덕이라서 그런지 짐마차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지만 언덕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기에 언덕 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앞으로는 내리막이라 속도를 좀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킬파브 상단의 마차와 짐마차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던 하벨과 투벨은 언덕 위 길가에 있는 바위 옆에 말을 세웠다.
둘레가 12~13미터에 높이가 2미터 정도 되는 바위 위에서 언덕 아래를 바라보자 2킬로미터 전방에 불빛이 나타났다.
“하벨, 움직이는 불빛이 10개나 돼!”
“저건 마법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도 정말 대단해. 그치?”
“알아, 투벨. 하지만 우리 2명이서 저들 20명을 저지해야 돼.”
“20명? 그걸 어떻게 알아? 혹시 저게 보이는 거야?”
“응, 보여.”
“이야… 하벨, 너 정말 눈이 좋구나.”
“둘이서 화살을 쏘는 것보다 내 석궁으로 놈들에게 쏘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러니 너는 말에 올라타서 나의 말고삐를 잡고 있어.”
“그래도 될까?”
“그럼, 그래야 우리가 신속하게 도망칠 수 있어.”
“아, 알았어. 그럼 내가 말에 타고 있을게.”
하벨의 말대로 투벨은 자신의 말에 타고는 하벨의 말고삐까지 잡고 대기했다.
두두두두!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적들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밤이기에 주위가 어두웠지만 마법의 불빛으로 그들의 주변은 밝았기에 빨리 달릴 수 있었으며 하벨은 흙먼지가 날리는 것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적들이 4백 미터 정도 거리까지 달려오는 것을 본 하벨은 석궁을 들었다.
스윽.
바위 위에서 석궁을 겨누던 하벨은 달려오는 적들을 향해 석궁을 쏘았다.
투앙!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묵직한 소음이 터지면서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간 화살은 25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까지 달려오던 다크 울프 대원의 가슴에 격중되었다.
털썩!
투앙… 퍼억!
“크아아악!”
털썩!
연이어서 다크 울프 대원이 뒤로 날아가 땅에 떨어지자 당황한 적들은 순식간에 옆으로 흩어지면서 말의 속도를 늦추며 멈추었다.
보통 활의 사정거리가 80미터 정도이고 하벨의 석궁도 보통 100~120 미터 정도인데 이번에 날아간 화살은 250미터를 날아갔고 그건 하벨이 가지고 있는 석궁의 장점이었다.
석궁은 자세히 보면 위와 아래로 줄을 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니 사정거리가 그렇게 말도 안 되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시각에 또다시 다크 울프 대원 3명이 화살에 맞아 말에서 떨어졌다.
적들도 갑자기 날아온 화살에 이젠 겁을 집어먹었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화살이 날아와 정확하게 몸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조심해라.”
“크아아악!”
다크 울프 대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또 1명의 대원이 화살에 격중되어 쓰러졌다.
“으으… 이놈! 어둠의 눈이여, 나에게 보여주소서. 다크 아이(Dark eyes)!”
츠으… 츠츠츠!
어둠의 마법을 사용한 마드라실은 어두운 곳을 밝은 대낮같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놈이 언덕 위에 있었군. 이놈! 파이어 애로우(Fire arrow).”
슈슈슈슝!
15발의 불꽃 화살이 허공을 가로질러 선을 그리면서 하벨이 있는 언덕으로 날아갔다.
어두운 밤하늘에 불꽃 화살이 날아오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하벨과 투벨은 그것을 감상할 수만 없었기에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재빨리 말에 올라타고는 언덕 아래로 달렸다.
하벨은 석궁으로 간단하게 적을 6명이나 쓰러뜨린 후 말을 타고 도망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마드라실은 하벨이 언덕에 숨은 것으로 착각했다.
설마 공격하던 그들이 그대로 도망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10분이 지나도록 전혀 공격이 없자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마드라실은 직접 플라이 마법으로 허공 8백 미터 정도 높게 떠올랐다.
그도 석궁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다크 아이로 언덕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어디에도 석궁을 가진 하벨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도망친 것을 알고는 분노했다.
“으으… 놈이 감히 날 가지고 놀아?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다시 땅으로 내려온 마드라실에게 타사스트라는 궁금한 듯 물었다.
“마드라실 님, 언덕에는 적이 얼마나 있었습니까?”
“으으… 놈들이 이미 도망쳤다. 즉시 추격해야 해!”
“그, 그럴 리가?”
흥분한 마드라실은 앞장서서 앞으로 달려 나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타사스트라도 달려 나갔으며 그 뒤를 다크 울프 대원들이 뒤따랐다.
하벨과 투벨은 적들과 2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흥분한 적들이 속도를 내고 있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따라잡힐 것으로 보였다.
“하벨, 얼마 못 가서 적들에게 따라잡힐 것 같은데 어쩌지?”
“나도 알아. 그렇지만 조금만 더 가면 야산의 숲이 나오니까 그곳까지만 도망치면 우린 안전해!”
“아, 역시 하벨은 대단하다니까! 좋아, 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달려보자고. 이랴!”
두두두두!
어찌 보면 조금 무모하다고 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은 어두운 밤길을 미친 듯이 말을 몰아 달렸다.
얼마 후 두 사람은 야산에 도달했고 말의 속도를 줄여 나무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이동해 더욱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투벨은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하벨은 어둠이 장애가 될 수 없었기에 투벨의 바로 앞에서 먼저 이동했다.
추격해오던 마드라실은 야산의 우거진 나무들을 만나자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