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 / 0156 ----------------------------------------------
제1권 예지력을 얻다
싸움터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마드라실의 곁으로 타사스트라가 다가와 말했다.
“저항이 생각보다 강하니 일단 후퇴를 해야겠습니다.”
“으음… 어쩔 수 없구나. 그렇게 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후퇴하라, 후퇴!”
한창 싸우던 적들은 뒷걸음질 치면서 신속하게 후퇴했고 그런 적들을 향해 달려가던 용병들에게 용병 대장인 데르손이 외쳤다.
“위험하다. 더 이상 추격하지 마라.”
“추격하지 마라!”
적들은 신속하게 흩어지면서 야산으로 달아났지만 용병들은 그들을 추격하지 않았다.
20여 분간의 짧은 싸움이었지만 양측에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었다.
용병 24명과 상단의 일꾼 27명, 총 51명이나 쓰러졌기에 절반에 조금 못 미쳤다.
적인 마드라실 측에게도 피해가 생각보다 심했다.
그들에게 이제 마드라실과 타사스트라와 마법사는 2명만 남았고, 다크 울프 대원도 대장을 비롯해 17명만 살아남았기에 64명에서 45명이 죽는 피해를 입었다.
용병 대장인 데르손은 즉시 피해를 파악한 후 상단주에게 귓속말로 보고했다.
데르손이 용병들과 일꾼들에게 외쳤다.
“신속하게 이동해야 하니 죽은 용병과 일꾼을 일단 짐마차에 눕혀라.”
데르손의 명령에 용병과 일꾼이 신속하게 움직여 짐마차에 시신을 눕혔고, 쓰러져 있는 적들은 그대로 두었기에 금방 끝이 났다.
“당장 출발한다. 출발!”
“서둘러라. 어서 서둘러!”
그르르르!
짐마차의 바퀴가 돌아가면서 움직였고 용병들은 또다시 적이 공격해 올까봐 주위 경계를 확실하게 하면서 이동했다.
두 시간 가량을 이동하자 야산을 벗어나게 되었으며 평지가 나타났다.
사방이 훤하게 보이는 곳으로 나오자 잡초가 있는 풀밭에 일단 마차를 멈추었다.
상단주가 일꾼들에게 뭔가 지시하자 일꾼들은 낫으로 근처에 있는 풀을 한 아름 베어와 한곳에 잘 펼쳤다.
그런 뒤에 짐마차에 있던 시신을 한곳으로 옮겨 놓은 뒤 기름을 충분하게 부었다.
화르르르!
시신에 기름을 붓자 활활 잘 타올랐다.
용병과 일꾼들의 마음은 착잡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적과 싸우느라 지쳤고 다시 이동했기 때문에 시신을 화장하는 동안만이라도 피곤한 몸을 쉬기로 했다.
한편 마드라실도 다시 돌아와 쓰러져 있는 마법사들과 다크 울프 대원들의 시신을 한곳으로 모아 소지품이 될 만한 것들을 수습했다.
푸스스스!
마드라실은 마법으로 시신을 순간적으로 녹여 흔적을 지워버린 후 다시 추격에 나섰다.
그들은 물건을 얻기 전에는 돌아서지 않을 것이다.
몇 시간 동안 활활 타오르던 불길은 조금 약해졌지만 여전히 계속해서 시신이 타고 있었다.
사방이 탁 트인 곳이라서 적들의 기습 공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겠다 판단한 데르손 대장은 상단주에게 말해 이동하기보다는 이곳에서 야영하기로 결정했다.
좀 더 이동하다가 만약 적들에게 다시 기습 공격을 받는다면 큰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이곳에서 충분하게 경비를 서면서 대응하면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데르손의 의견에 상단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킬파브 상단주의 천막에 용병 대장 데르손이 들어갔다.
“상단주님, 혹시 이번 상행에 귀중품이라도 있습니까?”
“글쎄, 생필품 위주라서 특별히 귀중품은 없는데, 그건 왜요?”
“좀 이상해서 그럽니다.”
“이상하다니, 무엇이 말입니까?”
“물론 상단에는 각종 물건들이 많이 실려 있기에 공격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용병이 포함된 상행을 상대로는 산적들도 직접적인 싸움을 피하면서 약간의 통행료만 받아가는 게 통례인데, 이번에는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하니까 이상해서 말이죠.”
“으음… 듣고 보니 그렇군요. 내가 알기로는 특별히 귀중품은 없는데.”
“저의 짐작인지 모르지만 그들은 앞으로도 우리를 계속 공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일단은 조심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3일 거리인 도시 헤이야까지 가면 그곳에서 용병을 다시 보충하면 되니 말입니다.”
“으음… 그, 그 방법뿐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요.”
상단주의 막사에서 나온 데르손은 굳어진 얼굴로 용병들에게 경계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기습에 대비해 마차를 둥글게 포진시켰다.
그렇게 함으로써 적들의 기습 공격에 짐마차가 충분하게 엄폐물이 되어줄 것이다.
상단의 일꾼들은 일찍 저녁 식사를 준비해 용병들과 나누어 먹었다.
기습 공격에 실패한 마드라실은 어느새 킬파브 상단이 야영하고 있는 곳에서 약간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4서클 유저인 마법사와 용맹한 다크 울프 대원이라면 기습 공격에 실패할 이유가 없는데 막대한 피해만 입고서 실패했다.
“으음… A급 용병 1명에 B급 용병 20명, C급 용병 46명 모두 해서 67명의 용병 정도라면 우리가 실패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우린 기습이었지 않은가.”
“마드라실 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C급 용병 중에 예상하지 못한 석궁을 가진 자가 있었습니다.”
“석궁? 그 정도로 무슨 싸움에 큰 영향이 있었겠나?”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자의 석궁은 재장전이 무척 빨랐으며 아주 위력적이라 마법사와 다크 울프 대원이 많이 쓰러졌습니다.”
“으음… 어쩐지 우리가 갑자기 밀린다고 의아했는데 그것이 이유였어.”
“그렇습니다. 그건 중요할 때 용병들에게 승기를 넘기게 된 요인이며 우리가 패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으음… 타사스트라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그것이 아니고선 말이 안 돼. 오늘 밤에는 내가 직접 괴롭혀줄 것이다. 흐흐.”
저녁 식사를 한 후 하벨은 투벨과 짐마차에 등을 붙이고 나란히 앉았다.
“하벨, 방패 정말 고마웠어.”
“도움이 되었다면 됐어.”
“아냐, 도시 헤이야에 도착하면 내가 꼭 거하게 한잔 살게.”
“오늘밤에는 더 강한 공격이 날아올 거야. 정신 차려야 해.”
“오늘밤에?”
“내가 생각하기에는 마법 공격 같아.”
“음… 제일 무서운 게 마법인데, 어쩌지?”
“짐마차는 마법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니 마차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이 좋은데. 지금은 어두운 밤이니까 검은 천으로 몸을 덮으면 적도 우리를 발견하기 힘들 거야. 어때?”
“오우… 그거 좋은 방법인데? 당장 하자!”
잠시 후 하벨과 투벨은 마차 밖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용병들과 교대한 후 10미터 정도 앞으로 가서 바닥에 엎드린 뒤 검은 천으로 덮었다.
하벨과 투벨은 완벽하게 어둠에 위장되었다.
근처에서 경비를 서던 용병도 두 사람의 완벽한 위장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족스러워했다.
적들이 공격해오면 하벨이 석궁으로 공격할 테니 그만큼 안심이 되었다.
스으읏!
2백 미터 정도의 높은 허공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흐흐… 이렇게 플라이 마법으로 높이 날아서 공격하면 아주 효과적이지.’
마드라실은 어두운 하늘에 검은 로브를 입고 떠 있었기에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블레이즈(Blades).”
츠츠츠, 콰콰콰콰!
2미터나 되는 두 개의 칼이 회전하며 야영하고 있는 킬파브 상단으로 날아갔다.
“어엇? 나타났어!”
“어, 어디?”
허공에서 강력한 기운을 느낀 하벨은 투벨에게 경고했고 긴장해 있던 투벨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가가각… 쿠쿠쿵, 폭삭!
회전하는 두 개의 칼에 격중된 짐마차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그대로 두 동강 나버렸다.
당황한 용병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회전하는 칼이 그들을 덮쳤다.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회전하면서 빠르게 날아온 칼을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크아악… 컥!”
6명의 용병이 허리가 잘리면서 피를 내뿜고 쓰러졌다.
그 모습을 허공에 떠서 바라보던 마드라실은 이번에는 더 강력한 마법을 시전했다.
“파이어 스톰(Fire storm).”
푸화확… 화르르르!
거대한 불 폭풍이 상단 쪽으로 다가왔는데 주위가 온통 거대한 불의 폭풍에 대낮같이 밝아졌다.
그것을 쳐다보던 용병들은 입을 쩌억 벌렸다.
일부 일꾼들은 너무나 두려워 자신이 오줌을 싸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으아… 피해!”
짐마차 위에 있던 일꾼들이 뛰어내렸고 주위에 있던 용병들도 몸을 날려 피했다.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하벨과 투벨도 경악하고 있었다.
투벨은 저곳에서 피한 자신이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하벨은 소설에서나 읽었던 화염계 마법이 저렇게까지 강력한지 처음 알았다.
‘으… 이제야 알겠어. 델리안 속에 넣어두었던 수만 권의 책 중에는 마법서도 분명 있었는데 나는 좀 허황되다고 생각해 방치해두었는데 이젠 그것을 읽으면서 마법을 익혀야겠어.’
파이어 스톰 마법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마드라실은 좀 더 피해를 주기 위해 2백 미터의 높은 허공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하벨은 석궁을 겨누었다.
투웅!
쇄에액… 퍼억!
갑자기 날아온 화살에 우측 어깨 부분을 맞은 마드라실은 순간 멍해졌다.
“이, 이게?”
주루룩!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린 마드라실은 그제야 극심한 고통이 느끼며 인상을 찡그리더니 화살을 뽑았다.
“크으으윽!”
검붉은 피가 분수같이 쏟아나자 즉시 치료 마법을 시전했다.
“힐(Heal)!”
츠으… 츠츠츠!
마드라실의 상처에서 빛이 흘러나오면서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었다.
슈슈슈슝!
“이런 공격에 내가 또 당할 것 같으냐? 실드!”
바람을 가르며 파공성을 동반한 화살이 빠르게 날아오자 당황한 마드라실은 실드를 펼쳤지만 그래도 불안했던지 허공을 날아 피했다.
그러나 십여 발이나 되는 화살이 선점한 곳을 전부 피하지 못하고 또다시 한 발의 화살이 실드를 뚫고 들어와 허벅지에 박혔다.
“끄으으… 어떻게 실드를 뚫고? 이, 이게 석궁의 위력이란 말인가?”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위력적이라 그 화살에 허벅지를 맞은 마드라실은 경악했다.
화살이 허벅지를 꿰뚫고 화살촉이 튀어나와 있었다.
겁을 집어먹은 마드라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다.
용병들은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하벨은 마법사가 도망친 것을 보았기에 안심이 되었다.
“휴우… 적의 마법사가 도망쳤어.”
“정말? 다행이야!”
“투벨, 정말 대단한 활약이었다.”
“고마워. 모두 하벨 덕분이야.”
하벨의 말에 투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후 피해 상황을 확인한 데르손 대장의 얼굴은 침통했다.
적의 마법 공격에 짐마차 4대가 파손되었고 용병 19명에 일꾼 14명이 죽었기에 이제는 상단주와 데르손 대장, B급 용병 8명, C급 용병 15명에 일꾼 14명까지 해서 39명으로 처음 상단을 출발할 때만 해도 122명이었는데, 이제는 고작 39명이 전부였다.
킬파브 상단으로서는 너무나 큰 피해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