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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예지력을 얻다
이틀 뒤.
수도 크라운으로 가는 킬파브 상단에 합류하기 위해서 하벨이 용병 길드에 나왔더니 이미 출발준비가 거의 끝났는지 제법 사람들이 많았다.
2대의 고급 마차와 짐을 실은 짐마차 10대, 마부와 짐꾼을 포함 상단 사람 55명에 이들을 호위할 용병이 하벨을 포함해 모두 67명이었다.
킬파브 상단은 도시 베이든에서 설립된 지 올해로 19년째로 도시 베이든에서 도시 헤이야를 거쳐 도시 듀오를 경유해서 수도인 크라운까지 가는 37일간의 제법 긴 여정이었다.
이번 상행에 동원된 용병 67명은 A급 용병 1명에 B급 용병 20명이며 나머지 46명은 C급 용병이었다.
그런데 이번 상행의 용병 대장은 A급 용병인 데르손이라는 자로 삼십대 후반인 그는 B급 용병 10명과 C급 용병 20명을 보유한 용병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상행에 전부 투입되었다.
그 외 나머지 용병들은 전부 개별적으로 이번 상행에 참여한 용병들이었다.
또한 데르손의 용병들은 C급 용병까지 전부 말을 소유했기에 말을 타고 있었지만 그 외 용병들은 아니었다.
개별적으로 합류한 용병들 중에 B급 용병 10명은 말을 타고 있었지만 C급 용병들은 말이 없기에 지붕이 없는 짐마차 위에 앉아서 이동하게 되었다.
다만 하벨은 장거리 이동에서 말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리 말을 준비했다.
“출발!”
쿠르르르!
짐마차가 요란한 소음을 일으키면서 출발했으며 그 옆에는 말을 탄 용병들이 천천히 이동했다.
킬파브 상단이 이동하는데 잘 닦여진 길이라 그리 불편한 것은 없었다.
한편 크린베른 숲을 이동하던 자들은 마드라실의 독촉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었는데 갑자기 그들의 앞쪽과 측면에서 오크 무리가 튀어나왔다.
“허엇, 오크다! 조심해!”
“취익, 공격!”
채채챙… 파팍!
각종 훈련과 검술을 익힌 다크 울프 대원들은 신속하게 오크를 맞아 대치했지만 오크들도 전투 종족답게 칼을 휘두르면서 그들을 공격했다.
슈가각… 끄으으!
힘으로 밀어붙이는 오크들에게 당황한 다크 울프 대원들이 밀리면서 칼을 맞고 쓰러졌다.
“당황하지 마라.”
“취익, 공격하라! 취익.”
이들을 기습 공격하던 오크들은 90마리로 수는 조금 적었지만 기습의 묘미로 승기를 잡고 있었기에 전투가 유리한 상황이었으며 마드라실 측은 반대의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희생자가 많이 나왔지만 점점 전투에 집중을 하면서 다크 울프 대원들이 잘 싸워주었다.
게다가 마법사들이 공격 마법을 영창해 날리자 당하는 오크들이 많아졌다.
채채챙… 파파팍!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마드라실은 중요한 임무를 두고 이런 것에 힘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에 대원들을 후퇴시켰다.
하지만 오크들이 집요하게 따라붙으면서 공격하자 화가 치민 그는 직접 마법을 영창했다.
“화염의 마나여, 나의 의지를 보여주소서. 파이어 볼!”
콰아아아.
10개의 불공이 생성되어 오크들에게 날아가 격중되자 오크의 몸이 순식간에 불에 타면서 노린내를 풍겼다.
푸스스스!
화염에 몸이 타던 오크들은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쓰러졌고 숯덩이가 되어서야 불이 꺼졌다.
화염계 마법에 당한 것을 본 오크들은 많이 당황했다.
용맹한 전투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불에는 선천적으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파이어 볼로 재미를 본 마드라실은 한 번 더 파이어 볼을 날려 오크를 죽이면서 후퇴했지만 오크들은 마법에 겁을 먹어 더 이상 그들을 추격하지 않았다.
그곳을 벗어난 마드라실 일행은 인원 점검을 해보았더니 마법사 3명과 다크 울프 대원 43명이 보이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110명에서 46명이 죽고 현재는 64명이 남은 것이다.
“으음… 희생자가 너무 많이 생겼어.”
“그건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숲의 경계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야 합니다, 마드라실 님.”
“알았다. 서두르자!”
얼마 후 그들은 크린베른 숲을 벗어났고 곧 코리슨 마을이 보였다.
마드라실 일행은 코리슨 마을로 들어가지 않고 둘러가기로 했다.
만약 이 많은 인원이 마을로 들어가게 되면 소문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들이 원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추격하고 있는 자의 정보를 위해 다크 울프 대원 2명과 로브를 입은 마법사 1명만 마을로 들어가 알아보도록 했다.
목책 앞에서 경비를 서던 빌이라는 경비병에게 신분패를 보여준 그들은 바로 통과하더니 마을로 들어갔다.
이것저것을 알아보던 그들은 빵과 식수, 육포를 구입하고는 마을을 벗어났으며 얼마 후 일행과 다시 합류했다.
“마드라실 님, 얼마 전에 4명의 용병들이 마을에 들른 후 떠났다고 합니다.”
“흐흐… 그들이 틀림없어. 즉시 추격해야만 하니 서둘러라.”
“예, 알겠습니다. 보급품을 받아라.”
그들은 신속하게 마을에서 구입한 보급품을 나누어 가지고는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킬파브 상단을 호위하면서 도시 헤이야로 향하던 하벨은 별다른 일 없이 순조롭게 이동 중이었으며 상행 첫날은 드문드문 마을이 보였지만 다음 날부터는 아예 마을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 평지가 이어지고 간혹 야트막한 언덕이 나타날 뿐 대부분은 평지였으며 그렇게 이동하니 킬파브 상단은 지난 5일 동안 심심할 정도였다.
그때 앞쪽 2킬로미터 전방에는 해발 2~3백 미터 정도 되는 야산이 나타났다.
간밤에 지도를 살펴보았던 하벨이었기에 얼굴이 굳어졌다.
‘으음… 저 야산에서 기습을 받게 되니까 조심해야 되는데…….’
지도에서 본 것대로라면 야산을 지나면 다시 평지로 이어지며 도시 헤이야까지는 3일 정도의 거리를 남겨두게 된다.
킬파브 상단을 따라 며칠을 이동했기에 하벨은 이제는 말을 타는 데 그리 어려움이 없었다.
상행을 하기 전에 용병인 듀란에게서 말 타는 법을 배웠지만 조금 미숙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상행을 하면서도 하루 종일 계속 말을 타고 이동하다 보니 이제는 말 타는 것 정도는 익숙해져 있었다.
하벨은 6일 동안이나 상행을 같이 하다 보니 C급 용병들과도 안면을 익히면서 친해졌는데 그중 투벨이라는 자와 가장 친했다.
투벨은 하벨과 같은 나이로 용병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4년째라 했다.
신장은 180센티미터 정도에 마른 체형으로 주무기가 활인데 자신과 비슷한 무기라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하벨과 투벨은 야영 중에 과녁을 준비해 활쏘기를 하기도 했다.
물론 하벨은 석궁을 가지고 연습했다.
하벨은 짐마차에 타고 있던 투벨에게 불쑥 원형 손 방패를 내밀었다.
“이건 왜?”
“필요할 테니까 착용하고 있어.”
조금 엉뚱한 면이 있는 하벨의 말에 투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좌측 팔에 착용해보았다.
하벨이 준 손 방패는 무게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얇으면서도 가볍고 둘레가 40센티미터 정도 되었다.
겉면은 철판으로 되어 있으며 테두리와 뒷면은 오크 가죽으로 되어 있어서 제법 질겼다.
팔에 착용하는 거지만 어지간한 화살로는 뚫지 못하는 손 방패였다.
야산으로 접어들자 킬파브 상단은 속도를 더욱 늦추었다.
노면에 돌이 많아서 조심한다고 그러는 것이다.
길 양쪽에 나무와 식물이 우거져 있어서 기습하기 좋은 곳이었는데, 하벨은 우려대로 10여 발의 화살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왔다.
퍼퍼퍼퍽!
“아악! 크으으!”
말을 타고 있던 용병들이 먼저 적의 기습을 받았는데 B급 용병 3명과 C급 용병 5명이 화살을 가슴에 맞아 말에서 떨어졌다.
“기, 기습이다. 조심해!”
슈슈슝. 쏴아아아!
이번에는 무작위로 20여 발의 화살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왔다.
퍼퍼퍽, 티팅! 파팍!
이번에는 짐마차 쪽으로 화살이 무더기로 날아왔는데, 당황한 상단의 일꾼들과 C급 용병들은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하지만 하벨에게서 원형 손 방패를 받은 투벨은 방패로 두 발의 화살을 막았기에 무사했다.
어느새 하벨도 말에서 내려 짐마차의 물건을 엄폐물로 삼아 화살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하벨의 말은 화살 2발을 맞고는 구슬프게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목과 옆구리에 깊숙하게 화살이 박혔기에 살아나기는 힘들었다.
“와아아아!”
길 양쪽에서 검은 가죽 갑옷을 입은 자들이 칼을 뽑아 들고 달려왔다.
“놈들이 얼마 되지 않으니 침착하게 대처해라.”
채채챙… 파팍!
투웅!
하벨은 석궁을 꺼내 들고 달려오는 적들을 향해 발사했다.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은 빠르게 날아가 적의 목을 관통했고 피를 분수같이 내뿜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투투퉁!
퍼퍼퍽!
“크아아악!”
털썩.
하벨이 쏜 석궁은 실수 없이 모두 날아가 적들을 쓰러지게 만들었다.
슈아아앙!
하벨이 있는 쪽으로 파이어 볼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오자 그것을 향해 하벨은 석궁을 발사했다.
투투퉁, 퍼퍼퍽!
파이어 볼은 믿을 수 없게도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에 맞자 박살나버리면서 불꽃이 힘을 잃고는 땅에 떨어졌다.
푸시시시!
“투벨, 뭐 하는 거야? 너도 어서 화살을 쏴!”
“아… 그렇지. 알았어.”
투웅, 퍽!
“끄으으.”
또 1명의 적이 투벨이 쏜 화살에 맞고는 쓰러졌다.
그때 C급 용병 쪽으로 다크 울프 대원 15명이 달려왔다.
마드라실은 물건을 가진 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고는 쉬지 않고 다크울프 대원들을 독려해서 킬파브 상단과 조우할 수 있었던 거다.
그에 맞서고자 C급 용병 30여 명이 짐마차에서 뛰어내려 그들과 뒤섞였다.
채챙챙… 파팍!
하벨과 투벨은 짐마차 주위에 남아 화살을 쏘면서 용병들에게 지원 공격을 해주었다.
하벨은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들이 위협적이라 특히 그들을 중점적으로 공격했다.
투웅, 투투퉁!
강력한 위력을 가진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은 한창 마법을 영창하면서 공격하려던 마법사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퍼퍼퍽!
“끄으으…….”
털썩!
하벨이 쏜 석궁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 마법사의 가슴에 명중되었고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갔다.
특히 하벨의 석궁은 연속 발사가 가능한 무구이기에 C급 용병들과 싸우고 있는 다크 울프 대원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