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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13화 (1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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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예지력을 얻다

“음, 숲이라 날이 빨리 어두워지네? 노숙을 해야 하는데 야생동물이나 책속에서 보았던 몬스터들이 나타나면 큰일이니까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자야겠어.”

결심하자 바로 실행에 옮기려던 현빈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고 적당한 나무를 하나 택할 수 있었다.

현빈이 택한 나무는 주위에서 가장 둘레가 두껍고 높은 나무였는데 나무 위로 오르는 것이 그리 쉽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현빈은 어깨에 메고 있던 마법 주머니 속에서 손도끼와 밧줄을 꺼내어 손도끼 자루 끝에 밧줄을 잘 묶고는 휘둘러 나무의 가지를 향해 던졌다.

휘리릭. 티익, 털썩!

역시나 아직은 서툴러서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몇 번이나 시도하자 7번 만에 나뭇가지에 손도끼가 걸렸다.

밧줄을 잡아 당겨 풀리지 않고 탱탱한 것을 확인한 현빈은 즉시 밧줄을 잡고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신장이 커지고 힘이 좋아져서 생각보다 손쉽게 나무 위에 올라갈 수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올라갔는데 약 30미터 정도였다.

나무 전체로 보면 아직 한참을 더 올라가야 했지만 이 정도만 해도 될 것 같아 멈췄다.

마법 주머니에서 이번에는 촘촘하게 짜인 그물 침대를 꺼내 양쪽 끝을 튼튼한 나뭇가지에 잘 묶은 뒤 잡아당겨보았다. 튼튼히 묶인 듯했다.

그물 침대 속으로 들어간 현빈은 이번에는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마법 주머니를 여분의 밧줄로 서로 잘 연결해 묶고는 자신의 허리까지 묶어 가지에 걸었다.

“후후… 이렇게 하면 자다가 떨어질 일은 없겠지?”

낯선 숲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현빈은 석궁도 꺼내어 언제든 발사할 수 있도록 해두고는 혼자만의 저녁 식사를 즐겼으며 그렇게 숲 속에서 첫날밤을 별다른 일 없이 보냈다.

짹짹짹!

이름 모를 산새소리가 들리자 현빈은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 숲 속은 조용했다.

“아, 숲 속의 공기가 너무 맑고 상쾌해.”

그물 침대에서 일어난 현빈은 수건에 물을 적셔 간단하게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는 나무 위에서 스트레칭으로 밤사이 굳어 있던 몸을 풀었다.

마법 주머니에서 냄비와 화로를 하나 꺼내었는데 화로는 마법이 걸려 있는 물건이었다.

“마법의 화로여, 잠에서 깨어나 불을 붙여다오.”

화르르르!

현빈의 장난스러운 말에 믿을 수 없게도 화로에 불이 붙었고 활활 타올랐다.

그가 화로의 사용법을 알게 된 것은 화로의 한쪽 면에 대륙공용어인 에슬론어가 쓰여 있었기 때문인데, 상인이 노숙을 하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법 고가의 생활 마법이 걸려 있는 화로였던 거다.

“하하하… 정말 신기한 물건이야.”

화로에 불이 타오르자 냄비를 놓고는 먼저 물을 붓고 이것저것 재료를 집어넣어 수프를 만들었다.

빵을 찢어서 따스한 수프를 찍어 먹자 훨씬 맛있었다.

“숲 속에서 이렇게 만들어 먹으니까 정말 낭만적이고 좋긴 한데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이곳으로 온 것인지도 잘 모르는 그가 돌아가는 방법을 알 턱이 없었기에 갑자기 서글퍼졌다.

“아냐, 난 돌아갈 수 있어. 다만 그 방법을 아직 모를 뿐이지. 희망을 가지고 이곳을 여행하다보면 반드시 돌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힘내자, 박현빈. 아자아자, 파이팅!”

아침식사를 하다가 혼자서 떠드는 이상한 행동을 하던 현빈은 다시 계속 음식을 먹었고 대충 냄비를 물로 행군 뒤에 마법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는 나무 위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베이든 마을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그렇게 숲에서 5일간은 별다른 일 없이 잘 넘어갔고 해가 지기 시작하자 서둘렀다.

현빈은 이젠 5일간의 경험으로 능숙하게 나무를 타고 올라가 그물 침대를 설치했다.

그리고는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는 내일을 위해 일찍 그물 침대에 몸을 눕혔는데 숲 저편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헉헉헉… 헉헉!”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4명의 사람들이 빠르게 현빈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는데 그 일행 중 1명이 뒤돌아 활을 쏘았다.

퍼억!

“취에엑!”

털썩.

그들의 30미터 정도 뒤쪽에는 근육질의 몸을 가졌지만 머리가 돼지인 오크가 9마리 달려오고 있었다. 그중 1마리가 화살에 맞아 쓰러졌지만 나머지 8마리는 도끼나 몽둥이, 칼을 손에 쥐고는 추격해왔다.

많이 지친 4명의 사람들은 더 이상 오크의 추격해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달리던 것을 멈추고 오크들과 맞섰는데 하필이면 현빈이 있는 나무 앞이었다.

숲 속은 이제 어두워지기 시작했지만 사물을 분간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현빈은 4명의 사람을 살펴보았는데 3명은 남자였고 그중 1명은 여자였다.

3명 중 2명의 남자는 키가 18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며 이십대 금발의 백인이었다.

그들은 가죽으로 된 갑옷을 입고 손에는 롱소드를 쥐고 있었으며 이두박근이 많이 튀어나온 것으로 보아서는 상체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나머지 1명의 남자는 갈색 머리에 매부리코였는데, 그는 금발 백인들보다 키가 조금 작아 보였다.

척 보기에도 이태리계 남자의 느낌이 물씬 들었다.

그는 허리에 검을 매고 있었지만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은 활이고 그가 조금 전 화살을 날려 오크를 쓰러지게 한 자로 보였다.

나머지 1명의 일행은 여자였는데 중세의 수도승들이나 입고 다니던 회색 로브를 입었는데 후드를 쓰고 있지 않아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

금발에 이목구비가 뚜렷해 상당한 미인이었으며 손에는 지휘자들이나 가지고 다니는 작고 가는 지휘봉을 쥐고 있었다.

“페이든, 조심해.”

매부리코의 사내가 외치자 2명의 금발 백인 중 우측에 서 있던 자가 순간적으로 주춤할 때 그 기회를 노린 오크 1마리가 손에 들고 있던 손도끼를 던졌다.

휘리릭. 퍼억!

페이든이라는 남자가 상체를 약간 움직이는 동안에 빠르게 날아온 손도끼는 그의 가슴에 정통으로 박혀버렸다.

“끄으… 이게?”

털썩.

“페이든!”

콸콸콸!

쓰러진 페이든의 가슴에선 피가 분수같이 흘러나왔다.

잠시 부르르 떨던 페이든은 잠잠해졌다. 즉사한 것이다.

슈우웅… 퍼억!

매부리코의 남자가 화살을 쏘아 손도끼를 날린 오크의 이마를 뚫었다. 오크의 뒤통수로 화살촉이 튀어나왔다.

“취에에엑!”

돼지 멱따는 비명을 지르고 그 오크는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이때 지휘봉을 들고 있던 미녀가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더니 외쳤다.

“풍요로운 마나여, 나의 의지를 이루어주소서. 매직미사일.”

슈슈슝… 퍼퍼퍽!

3발의 매직미사일이 허공에 사선을 그리면서 날아가 오크에게 명중되었다.

털썩털썩!

3마리의 오크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헉헉!”

거친 숨을 내쉬던 미녀가 탈진한 듯 그대로 주저앉았다.

채챙… 파팟!

2명의 남자와 나머지 오크는 치열하게 검을 휘두르면서 싸웠고 나머지 2마리의 오크 중 1마리가 한 발 앞서 미녀를 향해 다가왔다.

“아아…….”

미녀는 신음을 흘리면서 뒷걸음질 쳤으나 곧 나무로 가로막혀 절망적인 상태가 되었다.

오크는 손에 들고 있던 전투용 도끼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휘둘렀다.

미녀는 눈을 감아버렸다.

퍼억!

꼬르르륵.

털썩.

오크가 휘두른 도끼에 죽는 줄로만 알았던 미녀가 눈을 떠 보니 자신의 앞에 서서 도끼를 휘둘렀던 오크가 뒤로 넘어가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이마에 화살이 한 발 박혀 있었다.

“이, 이걸 누가?”

그때 오크 1마리가 어느새 다가와서는 손에 들고 있던 롱소드를 휘둘렀다.

슈우웅… 퍼억!

털썩.

이번에도 역시나 화살이 한 발 날아와 오크의 가슴에 박혔고 오크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미녀의 동료들은 오크와 싸우고 있기에 그녀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안타까워했는데 누군가 그들의 염원을 들어주자 더욱 힘이 나서 나머지 오크들을 베어 쓰러뜨렸다.

힘겹게 오크를 죽인 두 사람은 미녀의 곁으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도와준 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그들의 머리 위에서 스르르 밧줄이 내려왔다.

“아! 나무 위였어.”

주우욱… 터턱!

순식간에 밧줄을 타고 나무에서 내려온 현빈은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갑자기 나타난 현빈을 바라보긴 마찬가지였다.

매부리코 사내가 먼저 말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위험에 처했는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저희들은 많이 지쳐 있어서 그러는데 나무 위까지 도움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제가 도와드리죠.”

“정말 감사합니다.”

“글로리아, 립톤, 여기로 와.”

매부리코 남자의 말에 미녀와 금발의 백인 남자가 다가왔고 그들은 현빈의 도움으로 나무 위로 모두 올라갔다.

동료인 페이든과 오크들의 시체가 주위에 쓰러져 있기에 그들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지쳐 일단 다른 몬스터나 동물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간 것이다.

스윽.

현빈은 마법 주머니에서 물주머니를 꺼내 매부리코 사내에게 건넸고 그것을 받아든 그는 글로리아에게 건넸다.

“글로리아, 먼저 마셔라.”

“고마워요, 듀란.”

글로리아가 먼저 물을 마신 뒤 듀란에게 건넸고 듀란이 물을 몇 모금 마신 후 다시 금발 남자인 립톤에게 건넸다.

벌컥벌컥!

립톤은 갈증이 심했는지 급하게 물을 들이켰다.

‘저러다가 사레들 텐데.’

“콜록콜록!”

현빈의 예상대로 립톤은 너무 급하게 물을 들이켜다가 재채기를 연신 하더니 조금 지나자 멈추었다.

현빈은 세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말했다.

“어떻게 이 깊은 숲 속까지 들어온 것입니까?”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듀란이라고 하며 이쪽은 글로리아, 저긴 립톤이라 합니다.”

“아… 그렇군요. 저는 박현빈이라 합니다.”

“바…혀…빌?”

듀란은 현빈이라는 단어를 발음하기가 힘들었는지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아차… 이들은 박현빈이라는 이름이 제대로 발음을 못하는구나. 어쩌지? 그냥 편하게 외국식으로 지어야 하는데 생각나는 이름이… 아, 그렇지. 하벨이라고 하면 되겠어!’

“하벨이라 합니다.”

“아… 그렇군요. 하벨, 좋은 이름입니다. 아참, 저희들은 용병들인데 이번에 10명이 모여 파티를 만들어 크린베른 숲 초입으로 오크 사냥을 왔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오크들과 싸우다가 길을 잃고 여기까지 이렇게 오게 됐는데, 지금은 겨우 세 사람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하벨 님은 어떻게?”

“예, 저는 이곳 크린베른 숲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다가 가족들이 모두 죽고 저 혼자만 남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베이든 마을로 가는 중입니다.”

“베이든 마을이라고요?”

“그렇습니다만, 문제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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