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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11화 (1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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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예지력을 얻다

“아… 조금만 더… 조금만!”

뭔지는 모르겠지만 현빈에게는 아주 전환점이 되는 미래인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한계치를 넘었지만 고통과 맞서면서 지금도 계속 예지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크으으윽!”

털썩.

더 이상 견디지 못한 현빈은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기절해버렸다.

그런데 기절해 있는 현빈의 얼굴에서는 무언가를 찾은 듯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꿈틀꿈틀!

하루가 지나서야 기절해 있던 현빈의 몸이 조금씩 움직였다.

창백해진 안색이 돌아왔고 힘겨웠지만 눈이 떠지면서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으… 내가 기절했구나.”

몸을 뒤집어 다시 바로 누운 현빈은 10분 정도를 그렇게 누워 있다가 상체를 일으켰고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특별하게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기에 안심이 되었고 예지력을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예지력을 일으켜보았다.

“크으으… 머리가 너무 아파서 예지력을 펼칠 수가 없어. 큰일이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펼쳐보았지만 고통만 더 가중될 뿐이었다.

현빈은 예지력 펼치는 것을 당분간 포기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배가 꼬르륵거렸다.

“아, 한참 동안 먹지 못했지? 뭐 좀 먹어야겠어.”

음식 재료와 주방 기구가 있는 여섯 번째 홀로 향한 현빈은 마치 오랫동안 사용해본 듯이 능숙하게 물건을 찾아 요리를 시작했고 얼마 후 맛있어 보이는 요리가 완성되었다.

쩝쩝!

혼자 넓은 테이블에 앉아 자신이 직접 요리한 것을 허겁지겁 먹다가 갑자기 천천히 요리를 먹었다.

“하하하… 나도 참, 누가 쳐들어온다고…….”

자신이 생각해도 무안했던지 혼자말로 중얼거리더니 테이블에 놓여 있는 와인의 뚜껑을 열고는 유리잔에 부어 향을 코로 음미하면서 들이켰다.

“아, 정말 숙성이 잘된 와인이야.”

천천히 요리를 먹으면서 식사를 마친 현빈은 테이블에서 일어나 책이 가득했던 다섯 번째 홀로 들어갔다.

“후후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지만 이젠 아니다.”

수만 권의 책들이 꽂혀 있는 책장을 두리번거리던 현빈은 한곳으로 걸어가더니 사다리를 동원해 제법 높은 곳인 12단에서 두꺼워 보이는 한 권의 책을 꺼내 사다리를 내려왔다.

“하하하하… 분명 이 책이었어.”

한바탕 홀이 떠나가도록 크게 웃던 현빈은 책을 펼쳐보았다. 역시나 처음 보는 문자들이었지만 글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으음, 이곳에서 사용하는 기본이 되는 글이 맞는 것 같아.”

현빈은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책에 빠져들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3일이 지나자 그렇게 두꺼워 보였던 책을 모두 읽을 수 있었으며 예지력으로 보았던 책들을 순서대로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는 생리 작용을 해결하고 배고플 때만 가끔씩 주방이 있는 홀에 들렀을 뿐 6개월이 지나가도록 책속에 푹 파묻혔다.

틈틈이 명상을 하면서 예지력을 끌어올려보았지만 머리만 아프고 예지력은 펼칠 수가 없었다.

“아, 예지력을 펼칠 수 없으니 어쩐다? 아냐, 포기하기엔 일러. 좀 더 노력해보자.”

현빈은 고집스럽게 다시 예지력을 펼쳐보려고 매일같이 노력했고 7개월이 넘어서면서 머리의 고통이 조금 줄어들면서 예지력이 펼쳐졌다.

그러나 그게 겨우 한 시간 후의 미래였다.

“아… 겨우 한 시간 후의 미래밖에 보이지 않다니… 아냐, 이것만 해도 어디야. 조금만 더 노력하면 앞으로 좋아질 거야.”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계속 노력했다.

처음 기절해서 깨어날 때만 해도 두려움에 떨었던 현빈이었지만, 이제는 이곳이 자신이 살았던 지구가 아닌 이계이며 사람들은 이곳을 에슬론 대륙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것을 현빈은 이제는 책을 통해서나마 에슬론 대륙의 공용어인 에슬론어를 대부분 읽을 수 있었으며, 쓸 수 있는 단계가 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곳이 어디인지 알게 되었기에 두려움이 해소되었으며 이곳 에슬론 대륙의 문명 수준은 지구로 보면 기사와 영주, 왕이 다스리는 중세의 봉건제도 정도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홀에서 걸어 나온 현빈은 이번에는 무기가 들어 있는 홀로 들어가더니 그곳에서 석궁 두 개와 화살통, 원형 방패 하나를 꺼내 들고 나왔다.

과녁과 비슷한 무늬가 새겨져 있는 원형 방패를 한쪽 벽에다가 걸어 놓고는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현빈이 가져 나온 석궁은 서로 달랐는데, 하나는 일반적인 석궁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외형은 비슷하지만 그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기능을 가진 석궁이었다.

먼저 일반적인 석궁을 손에 들고는 과녁이 되는 방패를 겨누고는 발사했다.

티잉!

제법 묵직한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빠르게 날아간 화살은 방패에 맞고는 튕겨 바닥에 떨어졌다.

석궁은 화살보다는 과녁을 맞히기가 용이하며 파괴력에서 앞서지만 화살보다는 연속발사 속도가 늦다는 것이 큰 단점이었다.

현빈은 화살통에서 다시 한 발의 화살을 꺼내 재장전한 후 과녁을 향해 조준하고 발사했다.

티잉!

역시 이번에도 화살은 방패에 맞아 튕겨져 바닥에 떨어졌다.

여러 번 그렇게 석궁을 발사하던 현빈은 이상한 것을 느끼고는 화살통을 살펴보았더니 보통의 화살통이 아니었다.

마법이 걸려 있는 화살통이었는데, 그냥 보기에는 50발 정도의 화살이 들어 있는 화살통처럼 보였지만 화살을 꺼내 써도, 써도 그대로였다.

그래서 현빈은 화살통을 뒤집어 속에 들어있던 화살을 일시에 쏟아버렸는데도 불구하고 화살통 속에는 계속 처음과 마찬가지로 화살이 가득 생겨났다.

“이야… 이거 신기하네?”

호기심에 계속 화살통에 들어 있는 화살을 쏟아버렸더니 족히 마차 한 대 분은 되었다.

이 조그마한 화살통이 마차 한 대 분량의 화살이 들어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한 사실이기에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어쨌든 화살통에서 꺼낸 화살은 2만 발이 넘었고 그것을 다시 화살통 속에다가 집어넣었다.

현빈은 발사해본 석궁을 한쪽에다가 내려놓고 이번에는 그 옆에 있는 석궁을 집어 들었다.

스윽.

과녁을 겨누고는 석궁을 발사했다.

콰앙!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간 화살은 굉음을 내면서 박혀버렸다.

“허억… 화살이 박혔어!”

믿을 수 없게도 이번의 석궁은 앞의 석궁보다 배는 위력적이었는데 두꺼운 방패에 화살이 박힌 것이다.

철컥!

이상한 소음이 터졌기에 현빈은 석궁을 내려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석궁이 자아를 가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석궁 자체에서 재장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이것도 마법이 걸려 있는 석궁이었어?”

그랬다.

현빈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석궁은 마법이 걸려 있는 마법무구였던 것이다.

이 석궁은 기존의 석궁과는 확연하게 다른 기능이 최대의 장점으로 그건 바로 연속 발사가 가능한 석궁이라는 것이다.

투웅… 퍼억!

현빈은 연속적인 발사 기능이 있는 석궁을 계속 발사해보았는데 석벽에 화살이 박히거나 아님 방패에도 화살이 박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위력적인 석궁이었다.

“계속 쏘아도 화살이 자동적으로 걸리는 것을 보니 이것에도 화살이 들어 있는 마법적인 공간이 있는 모양이네?”

투웅… 퍼억! 퍽!

미친 듯이 계속 석궁을 발사해보았더니 무려 만 발이나 되었다.

“우… 정말 대단한 석궁이야. 위력도 마음에 들고 게다가 연속으로 사격도 되고 만 발이나 되는 화살도 석궁 속에 넣을 수 있으면서도 무겁지도 않아. 이런 귀물이 있을 줄이야.”

현빈은 석궁을 자세히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살이 장전되는 곳에 화살 모양으로 조금 파여 있는 공간이 보였는데 화살 크기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래서 시험적으로 한 발의 화살을 놓아봤더니 스르르 화살이 사라졌다.

“아… 이런 기능이? 정말 멋진 석궁이야!”

석궁의 위력과 그 기능에 매우 만족한 현빈은 그날 오후부터 석궁을 쏘는 연습을 시작했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는 것에 투자했다.

또한 틈틈이 명상을 하면서 예지력을 조금 더 늘리도록 노력했고 조금씩 예지력이 늘어 이제는 하루 정도의 미래가 보였다.

그렇게 또 두 달의 시간이 흘러갔으며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에서 깨어난 현빈은 요리를 만들어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는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은 책이 있는 홀로 먼저 향하지 않고 물품이 많이 쌓여 있는 홀로 향했고 홀 안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 9개월 동안 있으면서 첫날에 이곳에 들어와 보고는 한 번도 찾지 않았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들어왔는지 모를 일이다.

두리번거리다가 무엇인가 발견한 듯 그곳으로 걸어가서는 몇 개의 물건을 옆으로 치우고는 그곳에서 25센티미터 정도 되는 둘레를 가진 제법 큰 구를 집어 들었다.

생각보다 제법 묵직했는데 현빈은 그 구를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표면이 무슨 금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은회색이었고 별모양의 무늬가 하나 있는데 황금으로 되어 있었다.

또한 그 황금별 가운데에는 반월형으로 속이 환하게 비치는 크리스털 같은 것이 박혀 있었는데 약간 돌출형이었고 그 속에는 선홍빛의 젤리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이 들어 있었다.

“흔한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보면 볼수록 특이하네?”

꾸욱!

현빈은 버튼 같은 느낌이 들어 크리스털을 누르자 공명음이 흘러나오면서 기이한 빛이 뻗어 나오면서 구를 완전히 둘러쌌다.

그리고는 탁한 음이 현빈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나 델리안을 깨운 자여, 맹약을 원하는가?

“맹약?”

-그렇다.

“그…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맹약자의 피가 조금 필요하다.

“알았어. 내가 피를 내어서 주면 되나?”

-나 델리안의 힘으로 가능하니 잠시 그대로 서 있으면 된다.

주우욱… 스스슷!

신기하게도 현빈의 팔에 있는 땀구멍에서 수백 방울의 붉은 피가 흘러나오더니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서 델리안의 표면에 부딪치면서 뭉치더니 룬문자로 변했다.

“야야… 그만 해. 나 피가 모자란 사람이야!”

당황한 현빈이 외쳤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흘러나온 피는 반 컵 정도가 되어서야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고 멈추었다.

델리안이라는 구의 표면에 현빈의 피가 모여 2백여 개의 룬문자를 이루었고 그 각각의 룬문자의 테두리는 황금색으로 빛이 나면서 구의 표면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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