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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예지력을 얻다
“허허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인가?”
칼리드란의 손가락 끝에는 선홍빛의 살점 한 조각이 있었고 그것은 투명한 보호막으로 싸여 있었다.
스르르!
보호막에 싸여 있는 조각은 바로 골드 드래곤 칼리드란의 드래곤 하트 일부분으로 막대한 마나가 들어 있는 그것이 지금 허공을 가로질러 별관으로 날아갔다.
점점 몸이 가루로 부서지면서 사라지고 있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완전하게 소멸되었다.
막대한 그의 마나도 그렇게 자연으로 모두 흡수되어버렸다.
한편 별관에서는 태풍이라도 몰아치는 듯 심하게 바람이 불었고 공간이 요동치면서 이지러지고 있었다.
번쩍!
빛이 ‘확’ 하고 일어나면서 이지러진 공간 속에서 ‘툭’ 하고 은빛 구가 튀어나오자 빛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이지러져 있던 공간도 모두 원상태로 복원되었다.
평온을 되찾은 별관에는 오직 은빛 구만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그때 카리드란이 남긴 드래곤 하트가 담긴 보호막이 별관으로 날아와 은빛 구와 충돌했다.
아니, 흡수가 되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쩌어억!
허공에 떠 있던 은빛 구의 표면에 금이 가면서 벌어졌는데 마치 계란이 쪼개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걸쭉한 액체가 은빛 구에서 빠져나와 주욱 늘어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츠츠츳!
바닥에 고여 있던 액체가 이번에도 빛이 일어나면서 변하기 시작하더니 몇 초 후 그 빛은 사라졌고 바닥에 있는 것은 나체의 인간이었다.
우두둑… 우둑!
뼈가 서로 어긋나는 듯한 소음이 일어나면서 나체의 인간이 조금 커지는가 싶더니, 검은색이던 머리카락도 금발로 변했다.
또한 허공에 쪼개져 있던 은빛 구는 스르르 변형을 시작했는데 얼음이 녹아 물이 되듯이 은색 액체 상태가 되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와 바닥에 누워 있는 인간의 왼손에 닿자 흡수되기 시작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은색 액체는 기절해 있는 인간의 왼손에 완전히 흡수되었으며 잠시 은빛으로 빛나더니 마술같이 스르르 그렇게 원래의 살색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흘러도 기절해 있는 인간은 깨어나지 않았다.
“으으으… 으으!”
그리고 이틀이 지났을 때 기절해 있던 인간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면서 서서히 눈을 떴다.
방금 눈을 떴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여러 번 눈을 깜빡거리자 그제야 흐릿하지만 눈에 무엇인가 보이기 시작했다.
“으으… 여, 여기는 어디지?”
힘겹게 상체를 일으킨 그는 박현빈이었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사방은 온통 돌로 된 석실이고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자신만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그제야 자신이 나체라는 것을 알았다.
“내, 내가 옷도 안 입고 벌거벗고 있다니…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잠시 생각에 빠진 현빈은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제야 무엇인가 떠오른 모양이다.
“내가 길에서 검은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고 기절했지! 깨어나 보니 나체에 석실이라니…….”
바닥에서 일어난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한곳으로 걸어갔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지금 서 있는 곳이 출입문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스윽… 그그긍!
양손을 석벽에 붙이고 앞으로 밀자 서서히 석문이 벌어졌고 그의 몸이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여보세요. 누구 없어요? 안 계세요?”
현빈의 목소리는 동굴 속에 있는 것처럼 울렸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석벽에 부딪쳐 되울려 오는 메아리뿐이었다.
그런데 통로의 끝에서 빛이 보이자 그곳으로 뛰어갔고 드디어 현빈의 앞에 거대한 원형 홀이 나왔다.
사방이 약 3백 미터 정도는 되는 넓은 원형 홀은 천장의 높이도 백 미터는 되는 듯 보였다.
홀의 천장에서부터 매달려 있는 초대형 크리스털 샹들리에서 환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 저것을 보니 여기 주인은 보통 부자가 아닌 모양이구나.”
원형 홀의 석벽에는 처음 보는 각종 조각이 새겨져 있었는데 성스러워 보이는 걸로 봐서 어떤 신전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연상될 정도였다.
또한 원형 홀의 중앙에는 온통 황금빛이 났는데 가까이 걸어가서 확인해보았더니 온통 황금바닥이었다.
“우… 바닥이 온통 황금이라니 이정도로 바닥을 황금으로 깔려면 어느 정도의 황금이 필요할까?”
현빈의 생각으로는 천장에 매달려 있는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여기 바닥에 깔려 있는 황금만 해도 계산이 안 될 정도였는데 아마 여기 주인은 이 정도는 그의 부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거라 짐작되었다.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전 재산을 투자해 이렇게 사치스럽게 치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와… 정말 보면 볼수록 대단하네?”
기가 질린 현빈이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홀의 가장자리에 6개의 통로가 있었다.
현빈은 잠시 통로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저 통로는 어디로 통하는 걸까?”
호기심에 현빈은 가장 좌측에 있는 통로부터 들어가 보았다.
통로의 길이는 약 20미터 정도로 그리 길기는 않았는데 문도 없었다.
통로 끝에는 중앙 홀보다는 작았지만 3분의 1 정도 되는 크기를 가진 홀이었는데 현빈은 홀로 들어서며 너무 놀라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벌리면서 눈도 커졌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보물의 홀이었던 것이다.
은화, 금화를 비롯해 각종 잘 커팅된 보석류와 역시 그런 최상급의 보석으로 장식된 각종 주얼리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역시 이 홀의 천장에도 거대한 크기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매달려 홀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현빈은 잠시 꿈을 꾸는 것인가 눈을 껌뻑거리다가 앞으로 걸어가 금화를 집어 들어 살펴보고는 이번에는 보석을 다음에는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목걸이를 살펴보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우… 꿈이 아니었어. 이것들은 모두 진짜야.”
이 정도의 보물이라면 동화 속에 나오는 왕국의 보물창고와 다름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곳에서 다시 나온 현빈은 이번에는 두 번째 통로로 들어가 보았더니 이번에는 각종 무기들이 홀 바닥에 가득 쌓여 있었다.
일부는 석벽에 마련된 선반에 잘 진열되어 있었다.
현빈은 홀 바닥에 쌓여 있는 롱소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스르릉!
황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검집에서 나온 롱소드는 칼날이 날카롭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주 손질이 잘되어 있었으며 예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명검이었다.
“중세의 기사들이 쓰는 듯한 검이네?”
칼에 대해서 잘 모르는 현빈이 보기에도 예사 검이 아니었다.
스르르… 타악!
롱소드를 다시 검집에 집어넣고 내려놓은 현빈은 이번에는 석벽의 선반에 진열되어 있는 검을 하나 집어 들었다.
이 검도 검집이 온통 다이아몬드로 치장되어 있어서 먼저 롱소드보다 더 사치스럽게 보였다.
스르릉!
현빈이 처음 집어 들었던 롱소드와 같은 모양의 롱소드였지만, 이것이 좀 더 좋아 보였다.
우우우웅!
롱소드를 살펴보던 현빈은 갑자기 검이 울리는 듯한 잔 떨림에 당황했다.
“뭐, 뭐야? 이 검이 왜 이래?”
기이한 검의 잔 떨림에 약간 당황한 현빈이었지만 더 이상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러했기에 침착함을 되찾은 그였다.
후웅, 훙!
롱소드를 몇 번 휘둘러본 현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하게 허공을 몇 번 휘둘러본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이 롱소드의 예기가 마음에 들었고 칼의 날카로움이 명검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스으… 척!
롱소드를 다시 검집에 집어넣은 현빈은 홀을 한번 두리번거리고는 그것을 손에 들고는 그 홀을 되돌아 나왔다.
세 번째 홀에는 각종 물품들이 가득했는데 현빈이 보기에도 무슨 연구를 하는 연구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 번째 홀에는 마치 고급 의상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수만 벌의 옷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고급 원단과 액세서리와 구두가 잘 놓여 있었다.
“우, 이런 곳이 있었다니… 말이 안 나올 정도야!”
일단 현빈은 현재 나체다 보니 적당한 옷을 골라 입고 구두까지 신은 다음에 롱소드를 허리에 찼다.
그러자 마치 자신이 어느 왕국의 왕자가 된 듯한 착각도 들었다.
청동으로 된 거대한 전신 거울이 한쪽에 놓여 있기에 현빈은 자신의 차림새를 살펴보기 위해 그곳으로 이동해 섰다.
“어엇!”
거울에 비친 현빈의 모습은 어느 왕국의 왕자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멋있었지만 지금 현빈이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제야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거울에 비친 모습은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멍해진 현빈은 잠시 후 정신을 다시 차려 자세하게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전과 특별나게 변화된 것이 없었지만 피부가 전보다 더 매끄러워졌으며 눈썹과 머리카락이 금색으로 변해 있었다.
거울 앞에서 현빈은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는 전신을 꼼꼼하게 살폈다.
현빈은 약간 마른 듯한 몸은 전과 비슷했지만 신장이 조금 더 커져 이제는 19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였다.
그밖에는 특별히 달라진 것은 보이지 않았다.
“으음… 키가 좀 더 커졌고 눈썹과 머리카락이 금색으로 바뀐 것을 빼고는 달라진 것이… 아니다, 옆구리에 있던 화상 자국도 없어졌구나. 이런 일이?”
옷을 다시 입은 현빈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옷맵시를 살펴보고는 만족스러워하면서 그 홀에서 나와 그 옆의 다섯 번째 홀로 들어갔다.
다섯 번째 홀에는 수만 권의 서적이 진열되어 있었다.
“음, 여긴 책들이 많이 진열된 것으로 보아서는 도서관인 모양이야.”
책을 한 권 꺼내든 현빈은 가죽으로 된 책표지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더니 이윽고 표지를 넘겨보았다.
책속에는 처음 보는 글이 빼곡하게 쓰여 있었는데 어느 나라의 글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으음, 이런 글은 처음 보는데, 어느 나라 글일까?”
현빈은 자신이 차원 이동한 것을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지금도 자신은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유럽의 어느 성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이곳의 분위기가 고풍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살펴보던 책을 한쪽에다 내려놓고는 다시 몇 권의 책을 진열장에서 꺼내 살펴보았지만 모두 처음 보는 글이었다.
그래서 현빈은 어쩔 수 없이 그 홀에서 걸어 나와 마지막 여섯 번째 홀로 들어갔다.
여섯 번째 홀은 주방으로 짐작되었는데 접시와 각종 냄비들이 즐비했고 한쪽은 채소와 고기류가 가득 들어 있는 창고였 다.
이곳의 주방 크기가 고급 호텔의 주방을 비교한다고 해도 수배는 더 큰 초대형 주방이었다.
그렇게 현빈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이 홀의 크기가 약 2백 미터는 넘어 보였다.
6개의 홀을 둘러본 현빈은 다시 중앙의 홀로 걸어 나왔는데 찡그린 얼굴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렇게 넓은 곳에 자신뿐이었기 때문이다.
“아, 여기는 어디일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현빈은 황금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눈을 감았다.
“흐읍… 흡… 후우!”
가늘고 길게 숨을 들이 쉬면서 천천히 내뿜기 시작하더니 그렇게 한참 동안을 호흡하면서 예지력을 일으켰다.
현빈의 머릿속에 서서히 영상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중앙 홀이었다.
점점 영상이 되감기를 하듯 그렇게 미래가 보였는데 특별한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예지력으로 살펴본 것은 한 달을 지나고 3개월도 지났지만 처음 장면과 그리 달라 보이지는 않았기에 현빈의 마음은 더욱 초초했다.
‘아… 이럼 큰일인데?’
단기간의 미래가 아닌 먼 미래까지 예지력으로 살펴보려고 하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그 고통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래서 이젠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이왕 시작한 거 좀 더 살펴보자는 생각에 무리인 줄은 알지만 계속 예지력을 끌어올렸다.
6개월이 지나자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는데 그건 바로 현빈이 이곳에서 6개월을 보내면서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아님 지루한 시간을 흥미로운 것으로 채우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이제까지의 생활에서 조금 달라졌다.
6개의 홀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세세하게 살펴보기 시작한 것이다.
미래의 모습이 어느덧 9개월을 넘어 10개월에 접어들자 머릿속이 점점 한계치까지 다다른 모양이다.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다.
“크으… 이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어.”
현빈은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것을 넘어서 이젠 코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