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 Luck-8화 (8/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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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예지력을 얻다

1991년 11월 하순, 드디어 대입 학력고사 날이 밝았다.

340점 만점에 체력장 20점을 포함한 점수였는데 현빈이 당당하게 역사상 처음으로 340점 만점을 받았다.

찰칵찰칵.

“박현빈 학생 여기 좀 봐주세요.”

“대입 학력고사 역사상 처음으로 340점 만점을 받게 되었는데, 소감 한마디 해주시죠.”

“열심히 공부한 것뿐인데 만점을 받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하하하… 그럼 어떤 공부를 위주로 했습니까?”

“먼저 교과서를 공부했고 시간이 나면 틈틈이 다른 책들도 읽었던 게 시험에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습니다.”

“혹시 여자 친구는 있나요?”

“예, 있습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여기에서 여자 친구를 밝힐 의향은 있습니까?”

“언론이나 방송에 노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하… 그렇군요. 앞으로 어느 대학의 어떤 과로 들어갈 예정입니까?”

“음… 아무래도 저도 그렇고, 선생님들께서도 말씀하셨는데 서울대 법대로 갈 예정입니다.”

“당연히 전국 수석이니 법대로 갈 것이라 예상은 했습니다.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신문 기자나 방송 기자들이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현빈의 인터뷰가 전국으로 방송되었다.

서울이나 부산에도 많은 명문 고등학교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현빈이 다니는, 주위 학교들보다 성적이 떨어진다고 알려진 바다고등학교에서 당당하게 340점 만점을 받아 전체 수석이 되었다.

이 점수로 대한민국에서 가지 못하는 대학교와 학과는 없는데 한동안 이 일로 현빈은 곳곳에 불려가 인터뷰를 당하느라 피곤했다.

현빈의 성적을 가장 기뻐한 사람은 소현이었다.

소현도 현빈의 도움으로 332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고 현빈과 같은 서울대학교 법대에 함께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받았기에 기뻐했다.

현빈과 소현은 같은 바다고등학교에서 한 사람은 역사상 처음으로 340점 만점을 받은 남학생이었고 한 사람은 뛰어난 미모와 몸매를 겸비하고서도 머리까지 좋아서 당당하게 서울대학교 법대에 입학하게 될 것이기에 방송사에서 눈독을 들이면서 취재한다고 난리였다.

이미 화보 촬영 같은 것을 틈틈이 해오던 소현이었기에 더욱 열띤 취재를 했고 인기스타로 급부상해버렸다.

현빈과 소현 두 사람으로 인해 바다고등학교는 명문 고등학교로 거듭나버렸다.

그러다 보니 학부형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집중적인 관심은 신입생 모집에서 확연하게 나타났다.

학우들과 교장, 교감을 비롯해 선생님들의 열렬한 환대를 받으면서 현빈과 소현은 그렇게 졸업을 하게 되었다.

1992년 3월 초.

현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다는 서울대학교 법대에 전체 수석으로 당당하게 입학했고 소현이도 같은 법대에 입학했다.

3월에는 신입생 환영회다 뭐다 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보냈다.

“아… 정신없어!”

“소현아, 나도 그래.”

“언제까지 바쁠까?”

“음… 3월 말까지는 바쁘지 않을까?”

“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어.”

“난 바빠도 소현이가 옆에 있어서 좋은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 현빈아?”

“그럼, 소현이가 옆에만 있어도 얼마나 나에게는 힘이 되는데…….”

“호호… 나도 현빈이가 옆에 있어서 좋아. 사랑해.”

“나도 사랑해, 소현아.”

일단 서울대학교와 가까운 곳에 오피스텔을 하나 얻어서 그곳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삼촌이 서울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삼촌 집에서 생활하라고 했지만 소현과 단둘이서 만나려면 아무래도 오피스텔을 하나 얻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에 삼촌께 잘 말씀 드려서 허락을 얻었다.

소현은 이모 집이 서울에 있기에 그곳에서 지내기로 했다.

현빈과 소현은 같이 쇼핑을 다니면서 오피스텔에서 사용할 가구며 식기를 포함해 이것저것 각종 물건을 구입했다.

아무래도 이런 건 남자보다는 여자가 좀 더 잘 볼 거라 생각하고 맡겼는데, 역시 소현은 무척 즐거워하며 예쁜 물건들을 구입해 집을 꾸몄다.

4월로 접어들자 어느 정도는 대학 생활에도 적응되었고 오피스텔의 살림도 전부 마련되어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게 되었다.

현빈과 소현은 캠퍼스 커플로서 찰떡처럼 늘 붙어 다녔다.

현빈은 부산에서 배우던 것들을 전부 중단하고는 서울로 왔는데 이제는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기에 태껸과 국술 등 우리나라 고유의 무술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으면서 전공과목과 부전공과목도 무섭게 점령해갔다.

현빈은 고등학교 생활과 마찬가지로 하루가 늘 바쁘게 돌아갔다.

소현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현빈 옆에서 찰싹 달라붙어서는 같이 공부했는데 현빈이 늘 소현의 수준에 맞는 것을 딱 집어 알려주었기에 공부하기가 훨씬 용이했다.

늦은 가을인 11월초가 되자 그날도 어김없이 현빈과 소현은 같이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려고 먼저 롯데백화점에 들렀다가 소현의 엄마를 만났다.

소현의 엄마는 모처럼 서울에 있는 외갓집에 오게 되어 선물을 사러왔다가 마주친 것이다.

“엄마!”

“공부한다고 바쁘다더니… 누구니?”

“응, 애인.”

“뭐, 뭐라고, 애인?”

현빈이는 소현의 아빠와는 집 앞에서 만나 친구로 사귀는 걸 허락 받았지만 엄마는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었다.

“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엄마.”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어머니.”

“그런데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생각이 안 나네? 소현아, 뭐 하는 사람이니?”

“응… 나와 같은 법대에 다녀.”

“그래? 그럼 공부는 잘하는 모양이네?”

“엄마, 현빈이는 나와 같이 부산 바다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전국 수석으로 입학했어.”

“아… 그러고 보니 어디에서 본 얼굴이다 했어. 호호호… 반가워요.”

“예, 어머님.”

“우리 소현이 앞으로도 많이 도와줘요.”

“예, 어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현빈 학생만 믿겠어요.”

“예,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좀 당황하더니 이미 언론을 통해 현빈에 대해 보았던 데다가 소현이 옆에서 현빈에 대해서 유능한 인재라고 설명하자 소현의 엄마도 이제는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하긴 똑똑하고 잘생긴 남자 친구를 사귀고 있는데 부모로서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현빈의 부모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는 하지만 현빈의 삼촌은 대한은행 지점장이고 고모부는 부산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기에 집안도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니다.

여러모로 그 정도면 신랑감으로서 만족스러운 사람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빈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하게 좋아졌다.

그날 이후로 현빈은 수시로 소현의 집에 들러 사위 같은 대접을 받았는데, 삼계탕과 갈비찜 같은 것도 해주는 등 대접이 극진했다.

현빈은 지난 12월에 사법 시험에 응시했는데 제1차 시험은 원칙적으로 선택형으로 실시되어 필수과목인 헌법, 민법, 형법과 법률 선택 과목인 형사정책, 법철학, 국제법, 노동법, 국제거래법, 조세법, 지적재산권법, 경제법 중 한 과목을 선택하고 어학 선택으로 영어시험이 있었는데 응시자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로 당당하게 1차 시험을 합격했다.

제2차 시험은 논술형으로 실시되며 헌법, 행정법, 상법, 민법, 민사소송법, 형법, 형사소송법도 응시해 여기에서도 1등으로 합격해버렸다.

그러다 보니 모두들 현빈을 주시하게 되었다.

유례없이 뛰어난 응시자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1차와 2차 시험을 가볍게 1등으로 당당하게 합격하고 마지막 3차 시험만 남았는데 3차 시험은 1월 중순에 있었다.

그렇게 연말이 되어 12월 31일 자정,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울리는데 그곳에서 현빈은 소현과 함께 있었다.

댕댕댕.

제야의 종소리는 33번이나 쳤는데 그건 조선시대에 이른 새벽 사대문 개방과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타종, 즉 파루를 33번 친 데서 연유한 것이라 한다.

시계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해를 보고 시간의 흐름을 짐작했다.

해시계가 보급된 후엔 조금 나아졌지만 밤중에 시간을 몰라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밤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정부가 맡은 큰 일 중 하나였다.

자시, 축시, 인시 등으로 불렀던 하루 12시간 중 밤에 해당하는 5시간, 즉 술시에서 인시까지는 이를 초경, 이경, 오경으로 나누어 각 경마다 북을 쳤다.

또 각 경은 다시 5점(오점)으로 나누어 각 점마다 징이나 꽹과리를 쳤다.

한 경은 오늘날 시간으로 따지면 2시간, 한 점은 24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소리를 모든 주민이 들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사대문이 닫히고 주민 통행금지가 시작되는 이경(밤 10시경)과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오경(새벽 4시경)만큼은 종로 보신각에 있는 대종을 쳐서 널리 알렸다.

이경에는 대종을 28번 쳤는데 이를 인정이라 했고, 오경에는 33번 쳐 이를 파루라 했다.

인정에는 28번을 친 것은 우주의 일월성신 이십팔수(28별자리)에게 밤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고, 파루에 33번을 친 것은 제석천(불교의 수호신)이 이끄는 하늘의 삼십삼천에게 하루의 국태민안을 기원한 것이었다.

“현빈아, 사랑해!”

“나도 사랑해, 소현.”

주위의 연인들과 같이 두 사람은 그렇게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해가 지나가고 1993년의 새해가 밝아왔으며 어느덧 1월 중순이 되어 제3차 사법 시험일이 되었다.

소현과 소현의 엄마와 아버지는 당사자인 현빈보다도 더 긴장했다.

“현빈아, 꼭 합격해야 해.”

“응… 고마워, 소현아. 꼭 합격할게.”

“현빈 군, 꼭 좋은 결과 기대하고 있겠어요.”

“예, 어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허허허… 나도 현빈 군을 지켜보겠네.”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현빈아, 이제 들어가야 할 시간이야…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알았어. 끝나는 대로 나올게.”

“내 걱정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알았어. 갔다 올게.”

현빈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는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제3차 시험은 면접시험으로 실시되고, 제2차 시험에 합격하거나 제2차 시험을 면제받은 자만이 응시할 수 있었다.

제3차 시험 평정 사항은 법조인으로서의 국가관, 사명감 등 윤리의식, 전문지식과 응용능력, 의사발표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 품행 및 성실성, 창의력, 의지력 그 밖의 발전가능성 5가지였다.

제3차 시험의 합격자 결정은 평정사항마다 상(3점), 중(2점), 하(1점)로 구분하여 시험위원이 채점한 평점의 평균이 중(10점) 이상인 자를 합격자로 하되, 시험위원의 과반수가 어느 하나의 평정요소에 대하여 ‘하’로 평정한 경우에는 불합격되는데 워낙 특출한 현빈이었기에 역시나 최고 점수를 받게 되었다.

결과를 현빈이 미리 알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예지 능력을 펼쳐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결과를 알아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주위의 기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먼저 알아보게 되었는데, 확실하게 이번 사법고시에서 1등으로 합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며칠 후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었고 역시나 당당하게 수석으로 합격해 합격 증서를 교부받았다.

사법고시 합격자 명단이 발표된 날 두 사람은 만나 즐겁게 데이트를 했다.

“현빈아, 합격 축하해!”

“고마워, 소현아.”

“자기가 너무 자랑스러워.”

“사랑해, 소현아.”

“나도 자길 너무 사랑해.”

소현은 즉시 아빠와 엄마에게 현빈의 사법고시 합격을 알렸고 전화를 건네받은 현빈은 축하를 받으면서 고개를 연신 숙이면서 대답했는데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또한 현빈은 삼촌과 고모에게도 합격 사실을 전화로 알려주었다. 두 분 다 현빈을 아주 자랑스러워하셨다.

현빈의 대학교에서도 법대 1학년생이 사법 시험에 그것도 수석으로 합격하자 놀라워했다.

현빈은 이렇게 되자 더 이상 법대에서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어져버렸지만, 계속 학교는 다녔고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2학년 과정이 그렇게 흘러가고 3학년이 되자 현빈은 논문을 제출해 그 논문이 아주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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