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 Luck-7화 (7/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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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예지력을 얻다

“좋아, 이로써 유도의 기본적인 기술에 대한 설명은 끝났고 이제부터는 세부적인 기술의 구분 동작을 내가 시범을 보이겠다. 너희가 그것을 본 뒤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서 완벽하게 몸으로 익히면 유도는 완성된다. 알겠어?”

“예. 알겠습니다, 관장님.”

“좋아, 그럼 시범을 보여주겠다.”

이렇게 해서 관장의 시범을 세부적으로 살핀 현빈은 유도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게 아주 능숙하게 유도 기술을 구사했다.

“허허… 정말 타고났다, 타고났어.”

“현빈 형, 정말 오늘 처음 배우는 것 맞아요?”

“왜, 아닌 것 같아?”

“예, 한 1년은 다닌 것 같아 보여요, 형.”

“음… 그럼 내가 유도 기술을 제대로 펼친다는 말이구나.”

“예, 빈말이 아니라 정말이요.”

관장이 한 번 시범을 보였을 뿐인데도 현빈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그렇게 유도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버렸다.

한 시간 만에 현빈은 3달째 다니던 현수보다도 훨씬 능숙하게 유도 기술을 구사했기에 관장의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날 이후 현빈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 가서 공부하고 하교하면 유도를 배우고 소현도 만나면서 다시 단전호흡과 요가도 배우고 하더니 밤늦게 집에 들어가 다시 공부하고 자고 일어나 다시 학교 가기를 반복했다.

어느덧 12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어 드디어 겨울 방학식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현빈은 9월부터 12월까지 계속 반 1등에 전교 1등을 독차지했다.

그런 현빈의 영향 때문인지 옆에서 같이 공부하던 소현도 반에서 2등과 전교에서 5등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소현이 현빈을 만나면서 조금씩이지만 공부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다 보니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시험이 다가올 때마다 예상 문제를 꺼내 같이 풀면서 도와주었기에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겨울방학이 되자 현빈과 소현은 실내 아이스 스케이트장으로 놀러갔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시설도 좋고 놀 만한 곳이 많지만 부산이다 보니 실내 아이스 스케이트장은 두 곳 정도밖에 없었다.

소현은 이곳에 몇 번 와보았고 타보기도 했기에 제법 스케이트를 잘 타는 편이었지만 현빈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사고가 일어나기 이전에는 머리도 보통이었고 운동 능력도 보통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였는데, 그 사고 이후에는 머리가 천재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나졌고 몸도 어떤 운동을 해도 적응을 잘할 정도로 좋아진 것이다.

그래서 스케이트를 처음 타보는데도 불구하고 몇 번 비틀거리더니 금방 적응해서 1년 넘게 타본 사람처럼 아주 능숙하게 잘 탔다.

“어? 현빈아, 오늘 처음 타본다고 하더니 너무 잘 타는데?”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뭐든 잘하잖아.”

“너무 자기 자랑하는 거 아냐?”

“쩝… 그런가? 미안.”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고 스케이트를 즐겼는데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한참을 타서인지 가장자리로 나가서 긴 의자에 앉았다.

현빈이 캔 음료를 사와 소현에게 내밀었다.

“소현아, 덥지? 마셔.”

“고마워. 안 그래도 목말랐는데.”

두 사람이 다정하게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는데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스케이트장에 있던 남자들이 모두 소현을 쳐다보고 있었고 여자는 모두 현빈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따가울 정도였다.

두 사람은 어디를 가더라도 이렇게 시선이 집중되었기에 이젠 전혀 의식하지 않았지만 처음에는 얼굴이 화끈거려서 곤란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쨌든 잘생긴 것이 죄였다.

현빈과 소현은 스케이트장에서 나와 분식집에 들어가 김밥과 라면을 시켜먹었다.

분식집 아주머니는 현빈과 소현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칭찬하시고는 덤으로 떡볶이도 담아주셨다.

떡볶이를 먹다 보니까 아예 어묵까지 시켜서 소현과 나누어 먹고는 현빈의 집으로 향했다.

“현빈아, 땀을 많이 흘려서 몸이 끈적거리니까 내가 먼저 좀 씻을게.”

“그래.”

현빈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서인지 몸에 적당한 근육이 붙었으며 키도 좀 더 커졌기에 지금은 184센티미터나 되었다.

그 사건 이후에 몸의 세포가 잘 활성화가 된 것인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점점 남자다운 모습으로 변했다.

어른들은 아직 고등학생이 사랑을 나눈다니, 잘못됐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은 서로 너무 사랑했기에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주길 원했다.

겨울방학이라 학교에 가지 않기 때문에 그 시간은 주로 소현과 보내거나 아님 책을 읽으면서 보냈다.

3일 뒤.

소현이 화보 촬영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일주일간은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소현은 예전에는 화보 촬영 같은 일을 좋아했기에 서울 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현빈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일보다는 현빈과 함께 있는 걸 더 좋아했기에 떨어지기 싫어했다.

그렇지만 이미 계약이 된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었다.

현빈은 매일 소현을 보다가 갑자기 못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허전하면서도 쓸쓸했는데, 일주일만 참으면 된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공부에 빠졌다.

사고 이후 현빈은 지난 5개월 동안 중학교 과정과 고등학교 과정을 모두 끝마쳤고, 이제는 어려운 전문 서적을 빌려보고 있었다.

국어대사전과 영어사전 그리고 한문과 옥편까지 전부 통째로 외운 후라 학교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다른 전문 서적을 이해하기도 쉬웠다.

비록 겨울방학 중이지만 현빈은 전교 1등을 하는 학생이기에 당직하는 선생님들의 허락을 받아 도서관에 보관 중인 책을 마음껏 빌려 볼 수가 있었다.

3일에 한 번씩 학교에 들러 백 권 정도의 책을 빌려다 보았다.

어느 정도의 기초가 탄탄하게 쌓이고 많은 책을 본 상태였기에 이제는 책 한 권을 읽는 데 마치 기자가 속기로 기록하듯이 빨랐다.

그러다 보니 사실 백 권의 책을 빌려와도 하루 정도면 다 읽어버릴 수 있지만, 유도 도장에도 다니고 밥도 해먹고 빨래도 하고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을 하기 때문에 밤에만 책을 볼 시간이 나서 넉넉하게 3일로 잡은 것이다.

일주일이 흐른 후 소현이 서울에서 내려왔다.

화보 촬영을 마치고 내려온 것인데 일주일 만에 만나서인지 무척 반가웠다.

검정 드레스를 입고 바로 현빈의 집으로 달려온 모습이 무척 성숙해 보였다.

“현빈아, 너무 보고 싶었어.”

“나도 그래, 소현아.”

소현은 화장을 안 해도 예뻤지만 화장을 하니까 더 성숙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래서 현빈이는 소현을 껴안고 빙글빙글 돌았고 환하게 웃는 소현은 양손으로 현빈의 목을 감았다.

“현빈아, 나 키스하고 싶어.”

“응… 나도 그래.”

일주일 동안 못한 키스를 한꺼번에 다 하려는지 한동안 키스만 했다.

만족스럽게 키스를 하고 난후 두 사람은 떨어졌는데 걱정스러운 듯 현빈이 한마디 했다.

“소현아, 집에도 안 가고 여기 바로 왔지?”

“응… 너무 현빈이가 보고 싶어서 참을 수 없어서 먼저 왔어.”

“그건 고맙지만 집에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실 텐데, 어쩌지?”

“음… 집에는 나중에 들어가면 안 돼?”

“어머니가 걱정해서 안 돼. 오늘은 지금 바로 들어가고 내일 오전에 다시 와.”

“좀 더 같이 있고 싶은데…….”

“나도 그러고 싶지만 하루만 참자. 그래서 내일 보면 되잖아.”

“아… 알았어. 그렇게 할게.”

현빈은 아직 저녁도 되지 않았지만 소현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되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10시도 되기 전에 소현이 현빈의 집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두 사람은 찰떡같이 붙어서 지냈는데 이런 두 사람을 누가 본다면 신혼부부로 생각할 정도였다.

현빈은 그렇게 겨울방학 동안에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들이 많아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은 다시 빠르게 흘러가 겨울방학이 끝나고 학교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현빈은 이제 요가와 단전호흡을 그만두고 다른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유도도 이제는 상당한 실력을 보유했기에 한 달만 더 다니고 그만두기로 했고 이번에 새로 배우게 된 것이 바로 권투였다.

한 가지를 배우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는다고 생각했기에 검도 도장에 등록해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 건물에 있는 태권도 도장에도 들러 등록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태권도 도장에서 합기도까지 가르치기 때문에 아예 두 가지를 한꺼번에 배웠다.

그러면서도 소현과 매일 만나서 같이 공부도 하면서 책을 틈틈이 읽었다.

철인이 따로 없었다.

한 사람이 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배운다면 몸살이 날 것인데, 현빈은 가면 갈수록 체력이 좋아지고 운동 신경까지 뛰어나 가능했다.

이 모든 것을 전부 하면서도 항상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덩달아 소현도 현빈과 함께 공부했기에 항상 반에서 2등이며 전교에서도 3~4등의 성적을 늘 유지했다.

3월 초가 되면서 현빈과 소현이는 어느덧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운 좋게도 현빈은 소현과 다시 같은 반이 되었다.

성적으로 보면 현빈이 반장이 되어야 하지만 배우는 것들이 많아 시간이 없기에 반장은 소현이 하기로 하고 출마했는데 워낙 인기가 많은 소현이었기에 반장 선거에 출마하자 다른 후보자가 아무도 안 나왔다.

그래서 투표 없이 바로 반장으로 결정되었고 부반장에는 현빈이 추천되었고 별다른 반대 의견이 없었기에 현빈도 바로 부반장으로 결정되었다.

“소현아, 반장 된 것 축하해.”

“고마워, 현빈아. 너도 부반장 된 거 축하해.”

“고마워. 우리 앞으로 열심히 해보자.”

“그래, 화이팅!”

현빈은 공부도 전교 1등이었고 키도 188센티미터에 얼굴도 잘생겼기에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급격하게 높아져 무난하게 부반장이 된 것이다.

매월 시험을 보면 언제나 전교 1등은 현빈이었고, 소현이도 항상 반에서 2등에 전교 3~5등을 항상 유지했다.

6월 중순이 되자 현빈은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수업에 참석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싶다고 건의했다.

학교에서는 그 일로 교무회의를 열었는데, 현빈의 실력이 워낙 월등하고 좋았기에 긍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래서 교무회의에서 결정하기로, 일단 현빈이 등교는 하되 수업시간 동안에만 도서관에서 책을 볼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다음 날부터 현빈은 학교에 등교해서 출석 체크를 하고 도서관으로 이동해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여름방학이 되어서도 현빈은 도서관에 매일같이 출석해 비치되어 있는 책을 읽었다.

여름방학이 끝나자 더 이상 도서관에는 현빈이 읽지 않은 책이 없었다.

그래서 바다고등학교와 같은 재단인 최고재단의 최고대학교의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책을 교장의 요청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현빈은 아침에 학교에 출석 체크를 하고 최고대학교의 도서관으로 다시 이동해 책을 읽었다.

현빈은 제대로 정규 수업을 받지 않고서도 시험에는 항상 전교 1등이었다.

그런 결과가 나왔기에 교장도 내심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바다고등학교 역사상 대입학력고사에서 서울대 합격생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그런 기대였다.

이건 교장 선생님뿐만 아니라 담임을 포함해 모든 선생님들의 기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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