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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예지력을 얻다
다음 날 학교를 마친 현빈은 바로 집으로 달려가 샤워를 했다.
그리고 캐주얼 복으로 갈아입고 어젯밤에 준비해두었던 선물 상자를 들고 집을 나섰다.
집 앞에서 빈 택시를 탄 현빈은 요트경기장 앞에 있는 아파트 앞에서 내렸다.
아파트 앞에는 같은 반 여학생인 숙희가 서 있었다.
숙희도 170센티미터의 키에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얼굴까지 예뻤다.
비록 김소현에게는 조금 밀릴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어디에 가서든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 여학생이었다.
숙희는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는 현빈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전에는 관심 밖이었기에 몰랐었다.
그러나 사복을 입은 당당해 보이는 현빈의 모습에 숙희는 조금 놀란 듯했다.
여름방학 때만 해도 현빈의 키는 175센티미터 정도였다.
그러나 그 사건 이후 예지능력이 생기고 머리가 좋아진 데다 몸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이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졌고 키도 178센티미터로 급격하게 자랐다.
게다가 몸속에 있던 불순물까지 말끔하게 빠져나가버렸기에 피부에 광택이 났다.
사건 전에도 잘생긴 편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멋있지는 않았었다.
현빈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확 바뀌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전교 1등을 한 이후로는 현빈에 대해 더 좋은 이미지가 생겨났기 때문에 숙희가 현빈을 다시 보며 반하는 데에 단단히 한몫했다.
‘우와… 멋있는데? 이런 멋진 남학생을 왜 내가 모르고 있었을까?’
숙희는 현빈의 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많이 기다렸어?”
“아… 아니, 나도 방금 왔어. 들어가자.”
“그래, 알았어.”
숙희와 현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서 내렸다.
그곳이 김소현의 집 앞이었다.
딩동.
“누구세요?”
“소현아, 나 숙희.”
“그래, 어서 와.”
문을 연 소현도 숙희와 함께 서 있는 현빈을 보고 눈이 커졌다.
현빈의 멋진 모습에 잠시 멍한 표정이 되었던 것이다.
‘호호… 나도 현빈이를 보고 놀랐는데 소현이 너라고 별수 있니?’
“소현아.”
“아… 미안, 어서 들어와.”
집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거실이 보였다.
소현이의 아파트는 63평 정도 되는 모양이다.
거실에 장식되어 있는 각종 물건들이 비싸게 보이는 것뿐이었다.
예전에 현빈이 듣기로는 소현의 아버지는 사업하시는 분이라고 했다.
거실에는 생일상이 잘 차려져 있었는데 흔히 볼 수 없는 요리들이 즐비했다.
“어서 앉아.”
“응… 그럴게.”
소현의 같은 반 학생은 현빈과 숙희뿐이었다.
그 외에도 처음 보는 여학생이 3명이나 더 있었다.
남자는 현빈 혼자였고 나머지는 모두 여학생이었다.
여학생들은 모두들 하나같이 예뻤다.
여학생들은 그들도 모르게 현빈을 모두 쳐다보고 있었다.
본의는 아니겠지만 5명의 시선이 현빈에게만 집중되자 현빈은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몰라 조금 당황되었다.
“자, 소현아. 생일 케이크다.”
“고마워요, 엄마.”
소현의 어머니께서 생일 케이크를 상에 올려놓자 여학생들은 초를 케이크에 꽂았다.
초에 불을 붙이자 소현이 불을 끄기 위해 ‘후’ 하고 바람을 불었다.
짝짝짝!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소현이의 생일 축하합니다. 와아!”
짝짝짝짝!
여학생들과 현빈이 박수를 치며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자 소현은 행복한 듯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그러졌다.
‘아… 너무 예쁘다.’
현빈은 순간 소현이 너무 예쁘게 보였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소현을 보며 백일몽에 빠져 있던 현빈은 한 여학생의 목소리 때문에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소현아, 생일 축하해. 자, 선물이야.”
“나도.”
“나도.”
각자 준비해온 생일 선물을 내밀자 소현은 고맙게 받아 포장을 뜯어보았다.
대체로 비싸면서도 좋은 물건들이었다.
이윽고 현빈도 자신이 준비해온 선물을 소현이에게 내밀었다.
“소현아, 생일 축하해. 이건 내 선물이야.”
“현빈아, 고마워.”
소현은 현빈의 선물을 뜯어보았다.
선물 상자에는 오르골이 들어 있었다.
소현은 태엽을 돌린 후 오르골을 내려놓았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유리로 된 막 안의 발레리나가 춤추듯 회전했고 반짝이가 눈처럼 휘날렸다.
“아… 너무 예뻐!”
소현은 현빈이 선물로 준 오르골을 너무 좋아했다.
사실 그 오르골은 소현이 얼마 전 쇼핑하다가 보고는 갖고 싶어 했던 것이다.
소현은 생일이 지난 후 언젠가 그것을 꼭 사리라고 마음먹고 있었다.
소현의 친구들은 소현이 너무 좋아하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르골이 비록 예쁘기는 하지만 다른 생일 선물도 오르골만큼이나 비싸고 예쁜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소현이 그것만 유독 더 좋아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긴 소현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지 않은 이상 어떻게 알겠는가?
현빈이 오르골을 선물함으로서 소현은 현빈을 다시 보게 되었다.
‘아… 어떻게 내가 원하던 발레리나 오르골을 사왔을까? 예전에는 있는 듯 없는 듯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나랑도 잘 통할 것 같아.’
맛있는 요리를 먹고 나자 분위기가 좋았다.
그래서 소현의 친구들은 먼저 전축을 틀어 놓고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례로 노래를 부르다가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소현이 마이크를 잡았다.
소현은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과 ‘희망사항’을 연이어 불렀다.
짝짝짝…….
소현은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라 노래까지도 잘 불러 역시 만능 재주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현빈이가 부를 차례야.”
소현이 마이크를 현빈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현빈은 약간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준비해두고 있었기에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는 떨리지 않았다.
“저기 있는 통기타, 내가 한번 쳐봐도 돼?”
“응, 아버지 거야. 그런데 너 기타 칠 줄 알아?”
“조금 칠 줄 알아.”
“호호… 대단하다, 너. 어디 한번 쳐봐. 들어보게.”
“좋아, 그… 그럼 불러줄게.”
띠띠딩… 띵띵.
“그때는 어린 마음에 엄마 많이 미워했죠. 사춘기 철없던 방황 때문에 눈물 참 많이 흘렸어. 모두 끝날 것 같던 그 시절, 어린 날로 추억을 타고 내 노래에 하얀 마차를 달아 그곳에 가면 소중했던 모든 게 있죠. 내 어릴 적 동네 우리 친구들과 따뜻했던 기억을 담아 난 노래하죠. 아름다운 내일을 다 줘도 아깝지 않던, 착하기만 하던 사람. 너와의 비밀로 가득 채우던, 밤새워 쓰던 일기. 오늘처럼, 밤이 예뻐 혼자 있기 싫을 땐 너를 부를게. 영원히 내 노래와 추억이 아름답게.”
“와아아!”
짝짝짝짝!
현빈이 잔잔한 기타 소리에 맞추어 달콤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자, 여학생들은 눈을 감고 음악에 젖어 들었다.
소현도 풀린 눈동자로 현빈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후… 예지력으로 소현이와 여자들의 마음을 미리 읽어두길 잘했어.’
“이야… 현빈이 노래 너무 잘 부른다, 멋져.”
“아… 너무 노래가 좋았어. 최고야, 현빈아.”
“현빈아, 한 곡만 더 불러줘.”
“그… 그럴까? 알았어. 불러줄게.”
현빈은 기타를 치면서 이번에는 ‘나의 길(My way)’이라는 노래를 해석해 불렀다.
“이제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네. 드디어 내 마지막 커튼이 내려지는 순간을 맞게 되었네. 친구여, 내가 명확히 말해두겠네. 내가 확신하는 인생의 방식에 대해 말이네. 나는 인생을 충만하게 살아왔네.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을 다 가보았고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 삶을 내 방식대로 살았다는 것일세. 후회, 조금 있었지. 그러나 후회에 대해 말할 것은 거의 없다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했고 힘든 고난의 일들을 편법을 쓰지 않고 다 했다네. 나는 내가 세운 인생 계획도를 차근차근 열어갔네. 차근차근 계속해서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 삶을 내 방식대로 살았다는 것일세. 그래, 당신도 알다시피 자네도 알다시피 삼키지 못할 것을 물어뜯은 적도 있었네. 그러나 의심스러울 때는 그것을 다 먹고 씨알만 내뱉었지. 모든 것을 다 직면하고 기꺼이 맞서 내 방식대로 했네. 사랑도 했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지. 난 만족감도 얻었고, 좌절도 겪었지. 그러나 이제 눈물을 거두니 모든 것이 우습기만 하군. 내가 그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부끄럽지 않아서 이렇게 말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아니요, 난 달라요. 난 내 방식대로 살았소. 인간은 무엇 때문에 있는 것인가?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하면 아무 것도 없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해. 비굴한 말을 하면 안 되고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내 길을 걸었다고 기록돼 있어. 그래, 그것이 나의 인생이었네.”
현빈은 뛰어난 가창력으로 소녀들의 마음에 치명적인 감동을 안겨주었다.
소현의 어머니까지 현빈의 노래에 심취해 몽롱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짝짝짝짝!
“꺄아악! 너무 좋아, 멋져.”
“최… 최고야, 현빈아!”
“아… 현빈이는 너무 노래를 잘 부르는 것 같아.”
두 곡의 노래로 현빈은 그날 최고 인기인이 되어버렸다.
여학생들뿐 아니라 생일을 맞은 소현도 그런 현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공부에 얼굴에 이젠 노래까지? 너무 멋져!’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신나게 노래도 부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그들은 이제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현빈과 숙희, 소현의 친구들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왔다.
소현의 모습도 보였다.
배웅해준다고 하면서 굳이 친구들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던 것이다.
아파트 앞에서 빈 택시를 잡아서 보내주었는데 현빈은 나중에 탈 수밖에 없었다.
소현이 친구들 몰래 은근하게 현빈의 손을 잡아당겼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현빈은 나중에 타고 가기로 하고는 다른 친구들 먼저 태워 보냈다.
숙희와 현빈을 제외한 소현의 친구들이 모두 택시를 타고 떠난 후 이번에는 숙희가 택시를 타려고 하면서 말했다.
“현빈아, 넌 안 갈 거야?”
“어… 나도 가야지. 너 먼저 타고 가.”
“그래. 그럼, 내일 학교에서 봐.”
“그래, 잘 가라.”
부우웅.
숙희를 태운 택시까지 떠나자 소현이 현빈 옆에 섰다.
“현빈아, 조금 있다가 가면 안 돼?”
“뭐… 특별한 일 없으니까 조금 있다가 가도 돼.”
“그래? 그럼 아파트 주위에서 산책이라도 할까?”
“나야 상관없지만… 넌 괜찮겠어?”
“집 앞인데 어때.”
“그래. 그럼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