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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3화 (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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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예지력을 얻다

빰빠라… 빰빰.

요란한 자명종 소리가 울리자 현빈은 눈을 뜨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침 6시 정각이었다.

“아… 음… 벌써 아침이야?”

3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않았지만 머리가 무겁지도 피곤하지도 않았다.

현빈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개운하게 일어난 현빈은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왔다.

현빈은 아침에는 밥을 먹는 게 좋다는 말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현빈은 전기밥통에 들어 있는 밥과 고모가 냉장고에 넣어 놓은 밑반찬을 꺼냈다.

그리고 서둘러 아침을 먹었다.

설거지까지 끝마친 현빈은 오늘 배울 책과 노트를 꺼내 챙겼다.

책과 노트를 책가방에 넣었지만 아직 시간은 7시도 되지 않았다.

학교까지는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으니 8시에 집을 나서도 충분했다.

시간이 남는다 생각한 현빈은 책꽂이에 있는 국어대사전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아침에 국어대사전을 읽는 그런 행동을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머리가 너무 좋아졌기에 국어대사전을 통째로 외우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학교 갈 시간이 되었다.

현빈은 읽고 있던 국어대사전과 책꽂이에 있는 옥편과 영어사전을 모두 책가방에 넣었다.

시간 나면 틈틈이 이것들도 읽어 보려는 것이다.

학교에 도착한 현빈은 자신의 책상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얼마 후 수업이 시작되었다.

과목별 선생님들의 열성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현빈은 놀랄 만큼의 집중력을 보였다.

그리고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선생님의 열강에 심취했다.

‘아… 이런 것이 진정한 공부의 재미였구나.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너무 좋다.’

학교 수업이 모두 끝이 났다.

현빈은 오늘도 어제처럼 그렇게 성실하고 규칙적인 하루를 마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9월이 되었다.

9월말에는 시험이 있었다.

늘 그렇듯이 시험 당일이 되면 상위권 학생들은 느긋한 반면에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책을 꺼내 보느라 정신없다.

일부는 커닝 페이퍼를 만든다고 요란법석이다.

그러나 현빈의 책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자 아이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선생님은 가지고 오신 시험지를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문제지를 받아든 현빈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출제된 문제를 보니 너무 쉬웠기 때문이다.

‘아… 이렇게 쉬운 문제가?’

사실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현빈이 머리가 좋아져 열심히 공부한 탓에, 현빈에게는 너무나 쉬운 문제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험문제를 다 푼 현빈은 먼저 교실 밖으로 나갔다.

얼마 후 학생들이 하나 둘씩 교실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먼저 나온 현빈을 힐끔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4일간의 모든 시험이 끝났다.

현빈은 이번처럼 시험이 즐거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가 아는 문제만 나온 것 같았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시험 결과는 당연히 좋을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현빈은 시험이 끝나자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교문을 나서 어딘가로 향했다.

그리고 시내버스를 타고는 일명 책방골목이라 불리는 보수동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헌책방이 몰려 있어 현빈에게 필요한 책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든 것이다.

보수동에서 내린 현빈은 한 헌책방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중학교 교과서 있어요?”

“그럼 있지. 어떤 과목을 원하는데?”

“한 과목이 아니라 전 과목을 구입하려고 하거든요.”

“알았다. 몇 학년 거?”

“음…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 과정의 전 과목 교과서요.”

“호오, 제법 많을 텐데 괜찮겠어?”

“예, 있으면 주시구요. 아참, 혹시 고등학교 교과서도 있어요?”

“그럼, 다 있지. 줄까?”

“예. 그럼 중학교 교과서와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전 과목 교과서 주세요.”

“알았다. 잠시만 기다려라.”

잠시 후 60권이 넘는 교과서를 주인이 가져왔다.

“우와, 제법 많네요.”

“그럼, 중학교와 고등학교 전 과목 교과서인데 많지. 묶어줄 테니 기다려라.”

잠시 후 아저씨는 학년별로 분류한 교과서를 현빈에게 내밀었다.

현빈은 빈 택시를 잡았다.

혼자서 들기엔 너무 많은 책이었지만 어느새 다가온 책방 주인이 택시에 책을 싣는 것을 도와주었다.

현빈은 책을 금방 싣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동안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기초실력이 부족한 걸 느껴온 현빈이었다.

그렇기에 큰마음 먹고 헌책을 대량 구입한 것이다.

현빈은 책꽂이에 구입한 책을 학년별로 잘 분류해서 꽂았다.

그런 뒤 일단 밥부터 먹고 중학교 1학년 과정의 교과서부터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이젠 탄력이 붙어서 책 한 권을 읽는 데 2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드디어 9월 시험 결과가 나왔는데 학우들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한 얼굴로 현빈을 쳐다보았다.

“말, 말도 안 돼!”

“저놈, 커닝한 걸 거야. 틀림없어!”

사실 그전까지 현빈의 성적은 바닥이었다.

평소 시험을 보면 현빈은 49명 중 40~45등 정도의 하위권 성적이었던 것이었다.

운동부 학생 몇 명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바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9월 시험에서는 현빈이 당당하게 전교 1등을 한 것이다.

2학년은 10개 학급으로 전교 478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현빈이 학급에서도 1등인 동시에 전교에서도 1등을 차지한 것이다.

그러니 모두들 깜짝 놀랄 수밖에.

특히 반에서 10등 안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죽어라 공부만 하는 학생들이었다.

현빈이 그런 학생들을 모두 물리치고 당당하게 반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동시에 전교 1등이니 학생들이 얼마나 놀랐겠는가?

담임과 교무실의 선생들, 교감과 교장을 비롯해 2학년 전교생이 한동안 시끄럽게 떠들었다.

이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일부 상위권 학생들은 현빈이 시험지를 몰래 훔쳐 시험을 봤을 것이라고까지 떠들고 다녔다.

학생들 중 일부는 현빈이 커닝을 했을 거라는 말도 했다.

그냥 유언비어라고 말하기에는 현빈의 평소 성적이 바닥이라 그들의 말이 신빙성 있게 들렸다.

학교 측은 고민했다.

사상 유래 없는 일이 일어났기에 현빈만 따로 재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일부 선생들은 재시험을 반대했지만 대다수 선생들이 현빈에게 의혹이 있다면서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것이다.

학교 측은 어쩔 수 없이 재시험을 시행했다.

반신반의하던 학생들도 현빈의 재시험 소식을 듣고 굉장히 좋아했다.

재시험을 치르게 되면 현빈의 부정행위가 드러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넓은 학교 강당에서 현빈의 재시험이 치러졌다.

강당 가운데 놓인 책상과 의자에 현빈이 앉아 있었다.

주변에는 선생님 세 분이 현빈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강당 밖에서도 학생들이 창문을 통해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현빈은 시험지만 바라보며 답을 적어나갔다.

그런 모습을 선생님들도 왔다 갔다 하면서 지켜보았다.

‘후후후… 9월 시험에서는 일부러 몇 문제를 틀리게 적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겠지? 비록 재시험이라고 하지만 문제가 너무 쉬워.’

현빈은 소변보러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시험문제를 푸는 일에 전념했다.

결국 현빈은 오후가 되어서야 모든 시험을 마쳤다.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에는 각 과목의 선생님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현빈이 먼저 제출한 문제지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현빈 혼자 보는 재시험이었기에 답안 대조가 바로 이루어졌다.

당연히 결과도 시험이 끝나는 동시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시험 결과는 학생들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전 과목 만점이라는 놀라운 결과였다.

이 소식은 다음 날 조회 시간에 2학년 학생들에게 알려졌다.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9월 시험보다 재시험의 결과가 더 좋게 나왔기에 학생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되었다.

하위권 학생들은 부러움을 표시했고, 상위권 학생들은 ‘네가 어떻게’라는 시선을 보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질투 어린 시선을 보냈다.

일부 상위권 아이들은 현빈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곁눈질했고 또 어떤 아이들은 현빈이 화장실 가고 없을 때 무슨 책을 보나 살펴보곤 했다.

하지만 특별한 책은 없었다.

오히려 학생들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전 과목 교과서와 영어사전 그리고 옥편을 확인할 뿐이었다.

“특별한 건 없네?”

“그러게 말이야. 혹시 집에 숨겨둔 게 아닐까?”

“불가사의하긴 해, 그치?”

학생들은 쑥덕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빈은 언제나 반복되는 일상생활을 했다.

현빈의 반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학생이 1명 있었다.

바다고등학교에서 가장 예쁘면서도 머리까지 좋은 학생이었다.

그 여학생은 현재 반장이며 간간이 텔레비전 광고에도 나온다.

미스 롯데 선발대회에서 당당하게 1등을 차지한 김소현이라는 아이다.

키가 173센티미터에 48킬로그램의 몸무게.

그러나 그렇게 날씬함에도 불구하고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환상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다.

고등학생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몸매는 많이 성숙했지만 얼굴은 아직 미소녀의 모습이다.

내년에는 미스코리아 대회에도 나갈 거라는 소문도 있었다.

어느 날 한참 책을 읽던 현빈이 책상에 그늘이 지자 고개를 들어보았더니 김소현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당황한 현빈은 고개를 다시 숙였지만 김소현은 그대로 현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가 현빈이지?”

“맞아, 그… 그런데 그건 왜?”

“내일이 내 생일인데, 초대할게.”

“나를?”

“응, 꼭 참석해주면 좋겠어.”

“그럴게. 하지만 난 너희 집 모르는데?”

“숙희가 알고 있으니까 같이 우리 집에 와.”

“그… 그럴게.”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김소현이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는데 현빈은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흰 교복 상의는 그녀에게 섹시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소현은 다른 여학생들에 비해 가슴이 큰 편이었다.

교복이 가슴에 딱 붙어 있었기에 남학생이라면 대부분 시선을 어디로 두어야 할지 당황할 것이다.

그리고 스커트도 다른 여학생들은 무릎 정도까지 내려오는데 비해 김소현은 키가 커서 허벅지 절반 정도까지 올라와 한층 더 몸매가 부각되었다.

키 크고 몸매 날씬하고 얼굴까지 예쁘다 보니 같은 여자라고 해도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머리까지 좋으니 아예 경쟁 상대자가 이 학교 내에는 없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약간 콧대가 높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아주 예쁘다 보니 그런 것도 용서가 되는 모양이다.

김소현이 직접 현빈에게 다가가 하는 말을 모두 들었기에 아이들은 웅성거렸다.

최근 바다고등학교에서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현빈이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믿기 힘든 소식이 순식간에 전교생에게 퍼져 나갔다.

소현은 평소 하이틴잡지의 모델과 학생, 이렇게 두 가지의 일을 하고 있기에 학교를 빠지는 경우가 제법 되었다.

그렇기에 더욱 현빈의 얼굴을 볼 기회가 없었다.

현빈이라는 아이가 같은 반에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현빈이 전교 1등을 하면서 소현은 현빈에게 관심이 생겼던 것이다.

‘호호… 전에는 있는지도 몰랐는데 전교 1등에 얼굴도 잘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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