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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3회차! 재벌빌런-172화 (172/175)

#172화

며칠 후.

계획대로 1차 집결지인 상테페부르크에 도착했다.

그리고.

“부탁드립니다.”

나는 윤현수와 휘화 요원들에게 이번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맡겼다.

SAMD, 생소하지만 배낭형 핵폭탄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걸 가지게 된 경위도 아주 웃기다.

‘담보라니…’

몇 년 전, 중국 태자당에게 자금을 빌려주며 담보로 받았던 무기.

아직 돌려달라는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되찾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덕분에 리비아가 비공식적 핵보유국이 되어 버렸고.

데이사르의 내전에 참가할 당시, 이걸 써먹을 생각까지 했다.

아무튼, 그런 핵폭탄은 지금 우리의 계획에 가장 중요한 킥이 되었다.

“걱정 마십시오.”

겁이 날만 한데도 윤현수가 담담하게 폭탄이 들어있는 배낭을 집어 들었다.

휴우.

그와 휘하 요원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최효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이동 중에 터지거나 하진 않겠지?”

“그랬다면, 여기까지 오는 중에 터졌겠죠. 게다가, 비고르에게 다루는 법을 교육받았으니 잘할 겁니다.”

“그건 또 그렇네.”

그렇게, 최효석과 잠시 잡담을 나누며 긴장을 풀고 있을 때.

척. 척.

뒤에서 수백의 무장 병력이 집결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런 그들의 가장 앞에 서 있는 비고르에게 말했다.

“출발하죠.”

***

헉. 헉.

수백 명이 내뿜는 숨소리가 산악지역을 가득 채웠다.

지난 하루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한 탓의 병력들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듯 보였다.

엄청나게 빠른 이동.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생명인 작전이었고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이 속도면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한 시간.

길지는 않은 시간이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굉장히 힘든 시간일 터.

“잠시 쉬었다 가시죠.”

“그래도 괜찮습니까?”

“빠르게 이동한 덕분에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휴식이란 소리에 비고르와 최효석이 반색하며 휴식을 지시했다.

나는 곧바로 바실에게 다가갔다.

“괜찮습니까?”

“거뜬하네.”

여유로운 대답이 들려왔지만, 그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나이도 나이지만 좋지 않은 몸 상태 탓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보였다.

“힘들면 제게 업히시지요.”

“모스크바에 다가갈수록 힘이 나는 걸 보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네.”

참 한결같은 사람이다.

모스크바가 정리된 이후에 와도 되는 것을 처음부터 함께 하고 싶다고 저런 몸을 이끌고 참여하다니.

“알겠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바로 말씀 주십시오. 아시다시피, 이번 작전에서 바실이 꼭 필요하니까요.”

피식.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알고 있어. 몸조심할 테니 걱정하지 말게.”

그렇게 거친 숨소리와 함께 휴식을 취한지 이십 분.

“출발.”

우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목적지는 모스크바 방위 사령부 휘하 제7 기계화 여단이었다.

전투를 앞두어서 그런가.

목적지에 도착할수록 모두의 살기가 짙어졌다.

그렇게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쯤.

“이쪽입니다.”

우리는 선발대로 출발한 GRU대원들을 만났고 그들이 찾아 놓은 동굴에 몸을 숨겼다.

전투 전, 마지막 휴식에 요원들이 털썩 주저앉아 체력을 보충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당분이 잔뜩 들어간 음료를 마셨고 나머지는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

오랜만에 백문의 호흡으로 온 신경을 집중 시켰다.

그러기를 잠시.

꾸릉.

저 멀리서 작은 폭발음이 들렸다.

‘시작이다.’

재빨리 동굴 밖을 뛰어나가 하늘을 바라보니 우리가 출발한 쪽에서 버섯구름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이제 핵폭풍으로 인한 전자기펄스 때문에 각종 통신기기들이 먹통이 될 터.

동시에 우리의 공격 신호였다.

“지금입니다.”

철컥. 철컥.

준비를 마치고 재빨리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가장 선두이자 정면을 맡기로 한 최효석과 휘하 데저트의 요원들이 순식간에 부대 입구를 장악하며 나아갔고.

비고르와 휘하 GRU 대원들은 측면을 돌파.

당황한 적들을 교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타타탕. 타탕.

“컥.”

적의 후방을 기습. 퇴로를 막는 데 성공했다.

“안쪽으로!”

아직 적의 헬기가 뜰 수 없는 상황.

나는 한시라도 전투를 빨리 끝내기 위해 요원들을 데리고 적의 진지로 진입했다.

타타탕. 타탕.

그렇게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적들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결과.

“하악. 하악.”

우리는 삼십 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적을 전멸시켰다.

단 한 사람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고.

잠시 후.

인원파악을 마친 최효석이 내게 다가왔다.

“양쪽 합쳐서 사망 90, 부상 42명.”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기습이라곤 하지만, 2천이 넘는 적들이 지키고 있는 곳을 공격했다.

이 정도의 희생이면 오히려 싸게 먹혔다고 볼 수 있다.

“부상자는 경상, 중상 가리지 말고 이곳에 대기시키는 거로 하죠. 나머지는 곧바로 이동해야 하니 준비시켜주세요.”

“알았다.”

그렇게 물러간 최효석이 요원들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굳이 이곳을 고른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이곳이 위급상황이 벌어졌을 때 모스크바 외곽경비를 맡게 되는 여단이었고.

다른 하나는.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 중, 한 개 대대는 모스크바 내부의 치안을 맡기 때문이었다.

“가시죠.”

***

“한 달이라고 하지 않았나?”

푸틴의 말에 이번 전쟁을 맡은 드보로니코프 사령관이 어쩔 줄 몰라하며 대답했다.

“카이우 함락이 멀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시간만 더 주시면…”

쾅!

푸틴이 자신의 앞에 있는 책상을 내리쳤다.

“시간! 그놈의 시간!”

“……”

“한 달은커녕 두 달이 다되어가는데 내가 어디까지 인내해야 하지?”

“이, 이틀만 시간을 주십시오. 카이우 외곽의 적들은 모두 물리쳤고 이제 진입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진입만 하면, 함락은 자신 있습니다.”

드보르니코프의 변명을 듣는 푸틴이 현실성을 따져봤다.

이틀.

충분히 참을 수 있는 시간이다.

또한,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했다.

일단, 카이우를 지키는 우크라이나 군을 밀어내기만 하면 무차별적인 타격만 가하면 되니까.

물론, 우크라이나인들의 희생이 엄청나겠지만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어차피,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될 테니까.

“…믿어보지.”

“감사합니다! 각하.”

드보르니코프가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나저나, 요새 거리가 흉흉해졌다는데?”

“…치안 유지에 사력을 다하겠습니다.”

“사력 가지고는 안 돼. 알지 않나? 이럴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

지금 러시아의 치안은 최악이란 말로도 부족했다.

먹고살기 힘들어진 남자들은 강도짓을 벌이고 여자들은 몸을 팔고 있다.

게다가, 이런 삶의 원인으로 러시아의 지도자인 푸틴이 지목되어 있는바.

얼마든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모스크바 외곽에 주둔 중인 병력을 불러들이는 일로 국가 경찰국과 협의 중에 있었습니다.”

“경찰국에 말해놓을 테니 군을 불러들이게.”

“알겠습니다. 각하.”

그렇게 또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드보르니코프가 돌아가려던 찰나.

쾅!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메드베데프 총리가 뛰어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각하.”

“무슨 일인데 이 난리야?!”

“모스크바 북쪽에서 핵반응이 있었습니다.”

푸틴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한 편, 같은 시각 로스차일드가에서는 오랜만에 삼부자가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더욱 늙어버린 프랭크.

이제는 장성한 청년이 된 에드먼드.

그리고 누가 봐도 완연한 중년이 된 질리언까지.

가족들이 모인 즐거운 식사자리가 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로스차일드의 구성원에게는 식사자리까지도 일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가문의 일이 아주 잘 되고 있다지?”

“이번 일만 성공하면 앞으로 로스차일드의 앞에 서는 자는 없을 겁니다. 설사, 국가권력이라도요.”

“그것참 마음에 드는구나.”

프랭크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반면, 에드먼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엘이 너무 조용합니다.”

“방법이 없으니 조용한 거 아니겠느냐.”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아버지께서도 항상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엘은 포기를 모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에드먼드의 우려를 질리언이 맞받아쳤다.

“안 그래도 가문의 정보팀을 시켜 자금을 추적해봤다.”

“그렇습니까?”

“그래, 알아보니 대량의 콜 옵션을 사들였더구나. 그것도 우리와 비슷할 정도로.”

“그렇다면 더욱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만한 자금을 쏟아부은 그가 이렇게나 쉽게 포기한다는 게요.”

“네가 엘이라면 방법이 있을지 생각해보거라.”

질리언의 반문에 에드먼드가 생각에 빠졌다.

‘전쟁으로 비롯된 폭락이다. 엘이 지금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이 싸움에서 엘이 이길 방법은 딱 하나다.

전쟁을 멈추는 것.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푸틴은 절대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더군다나 이번 전쟁을 위해 발행되는 대로 가문에서 전부 사들여 군비 또한 모자라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 러시아의 고립 역시 우리에게 유리하다.’

최근, 러시아는 고립되었다.

엘의 공작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 결정으로 북미의 기업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었다.

아마 푸틴이 전쟁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으려 한 거 같지만.

‘이건 엘이 틀렸어.’

오히려 상황이 가문에게 유리하게 되어버렸다.

세계 경제가 폭락할수록 로스차일드의 자금을 덩치를 불릴 거니까.

“…방법이 없습니다.”

가문의 천재라고 불리는 에드먼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지? 내 생각도 그렇다. 그리고… 가문의 수많은 석학들 역시 마찬가지인 결론을 내렸고.”

질리언이 대답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프랭크를 바라봤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질리언의 완벽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그의 대답에 질리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렇게나 좋은 날, 건배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에드먼드 너도 성인이 되었으니 한잔하거라.”

“좋지.”

“좋습니다. 아버지.”

그렇게 삼 부자가 잔에 와인을 채워 넣고 서로의 잔을 부딪치는 순간.

쨍.

“가주님!”

조지 소로스가 다가왔다.

좋은 순간을 방해받은 질리언의 눈이 찌푸려졌다.

“무슨 일이야?”

“모스크바 북쪽 호수에서 핵폭발이 있었답니다.”

“뭣?!”

질리언이 깜짝 놀랐다.

“미국의 공격인가?”

“CIA에 남아 있는 선을 확인해본 결과,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러시아 군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유럽 국가 중 한 곳에서 핵을 지원받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질리언이 머리가 바삐 돌아갔다.

온갖 최악의 경우의 수를 생각한 그가 말했다.

“일단, 피해야겠습니다.”

가능성은 작다 하나 직접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일.

질리언은 도망치는 선택지를 골랐다.

그렇게 가문을 벗어나려던 찰나.

꽈아앙!

로스차일드가의 정문이 폭발하며 일단의 무리가 쏟아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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