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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3회차! 재벌빌런-157화 (157/175)

#157화

요원들이 착지하자마자 적들의 후방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알제리군의 후방을 맡은 부대가 부랴부랴 총구를 돌렸으나.

SS-11 혈청 덕분에 귀신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요원들을 상대할 순 없었다.

단 십 분 만에 후방이 무너져 버렸다.

그러자 알제리군 전체가 후방으로 몸을 돌렸다.

윤현수의 1팀이 무력화되었을 거라고 판단한 듯 보였다.

하지만.

숫자가 줄고 부상자가 많다 해도 데저트는 데저트였다.

수년에 걸친 강도 높은 훈련과 실전은 그들을 최강의 전쟁 기계로 만들기 충분한 시간이었기에.

윤현수와 1팀은 몸을 돌린 알제리군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후방에서는 SS 혈청을 맞은 지옥의 사자가.

전방에서는 동료들을 잃은 탓에 눈에 뵈는 게 없는 1팀이.

삼천이 넘는 알제리군이 겨우 오백가량의 데저트 요원들의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물론, 요원들의 희생 역시도 막대했다.

혈청을 맞는다고 해도 머리통이 뚫리면 죽는 건 매한가지였기 때문.

그런데도, 데저트의 요원들은 미친 듯이 싸웠다.

총알이 다리를 뚫고 지나가면 누워서라도 싸웠고 팔이 뚫리면 칼을 들고 뛰어나갔다.

그렇게 한 시간.

결국, 알제리군이 무너졌다.

공포를 느낀 사병들과 지휘관들이 총을 버리고 도망가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라면 도망치게 놔뒀겠지만, 오늘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동료들을 잃은 슬픔이 광기로 번진 데저트의 요원들이 도망치는 알제리군을 놔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학살의 현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윤현수가 그런 내게 다가왔다.

자신 때문에 요원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는지 그의 목소리가 젖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오백의 요원들을 잃었습니다. 그렇게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오백이란 숫자가 무겁게 들려왔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돌아가는 대로 죽은 요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준비할 테니 윤 부사장이 챙겨 주세요.”

“알겠습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이자 보상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수천의 알제리군의 시체를 두고 기지로 복귀했다.

***

“미쳤어?!”

기지로 복귀해도 혼란스러운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네 잘못이 아니잖아! 누구라도 같은 판단을 했을 거야.”

오백의 요원을 잃은 윤현수가 책임을 진다며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최효석은 그런 그의 멱살을 잡으며 반대했다.

“한 번이라도 정찰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빠른 섬멸이 목표였다. 정찰을 보내지 않은 게 정상 아니야?”

끝나지 않는 언쟁.

두 사람의 감정이 격해지는 것이 보였다.

“그만하세요.”

내 중재에 최효석이 윤현수의 멱살을 놓았다.

나는 윤현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 부사장님.”

“네.”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이대로 그만두셔도 괜찮겠습니까?”

“…….”

“죽은 요원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를 함정에 빠뜨린 놈들의 골통은 부숴 놓고 그만두셔야 할 것 아닙니까.”

“…회장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복수심은 없는 건 아니었는지 윤현수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대답을 듣고 최효석을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현수의 문제가 일단락되었으니 이제 닥쳐 올 문제를 대비할 차례.

“파견 나가 있는 데저트의 모든 병력을 불러 모아 주세요. 중화기 역시 모두 준비시켜 주시고요.”

“알았다.”

“그리고 일전에 맡겨 뒀던 그것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최효석이 멈칫했다.

“정말이냐?”

“자칫하면 리비아 전체가 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아낄 때가 아닙니다.”

“…알았다. 준비해 놓으마.”

그리고.

“리우, 아토즈사에 연락해. 현재까지 생산해 놓은 혈청 전부 보내라고. 아니다. 네가 직접 가서 전부 가져와.”

“예썰.”

언제 하늘길이 막힐지 알 수 없다.

받을 수 있는 건 전부 받아 놔야 한다.

‘이제 놈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

다음 날이 되자 세계 곳곳의 언론에서 데저트를 겨냥한 기사가 흘러나왔다.

[리비아에 주둔하고 있는 사설 PMC, 알제리와 수단, 앙골라 시민 학살 의혹.]

완전히 엇나간 보도.

곧바로 리비아 대통령이 기자 회견을 열어 부인했지만.

단 한 줄의 기사도 나지 않았다.

‘젠장.’

예상은 했지만, 입맛이 썼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놈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대충 감이 왔다.

어제 벌어진 전투를 학살로 바꾸어 영국과 우리 쪽에 책임을 물으려 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학살을 자행한 리비아 PMC, 영국 정부의 지령을 받은 것으로 추정.]

오후가 되자 세계 각국의 언론에서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나왔고.

영국과 리비아를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일단, 우리 쪽의 준비가 끝나지 않았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곧장 비더러에게 연락했다.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총리가 기자 회견을 연다고 했네.

“먹히지 않을 텐데요?”

-증거가 없으니 당장은 밀어붙이지는 못하겠지.

틀렸다.

증거 따위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염려되는군요.”

-지금 당장은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보네.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그리고 어제 말씀드린 건 생각해 보셨습니까?”

-나는 선더랜드의 가주고 여긴 영국이야. 이곳을 떠날 수는 없네.

“…으음. 알겠습니다. 몸조심하십시오.”

-자네도 몸조심하게나.

뚝.

전화를 끊자마자 트럼프의 번호를 눌렀다.

영국이 부인하고 미국이 동조하면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상원과 하원에서 결의안이 올라왔습니다. 중립을 지키는 게 제가 도울 수 있는 전부가 될 것 같습니다.

상황은 점점 최악을 향해 흘러갔다.

그리고.

[EU, 영국과 리비아에 조사단 파견하기로 결정.]

단 하루 만에 결정된 조사단의 파견은 우리와 영국의 목을 졸랐다.

받아들일 수도 없고 받지 않을 수도 없는 수.

조사를 받게 되면 없는 증거가 만들어질 것이고 받지 않게 되면 저들의 주장이 사실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단 하나.

‘죽더라도 같이 죽어야지.’

단순히 날아오는 칼을 막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칼을 맞더라도 상대를 찌르는 게 내 취향이지.

***

“한 가지만 약속해 줘라.”

“말씀하십시오.”

“만약 죽거나 불구가 된 요원들이 있다면 확실하게 챙겨 줘. 그래야 나도 요원들에게 면목이 서지 않겠냐?”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족들이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최효석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첸과 신종민이었다.

-엘. 괜찮은 거 맞습니까?

“지금은 괜찮습니다. 그쪽은 어떻습니까?”

-SC 인베스트먼트의 정체를 밝히라는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버틸 만합니다. 대신 앞으로가 문제죠.

SC 인베스트먼트의 소재지는 리비아.

당연히 의심을 피할 수는 없었다.

최악의 경우 인베스트먼트의 자금 전부가 묶여 버릴 가능성이 크다.

“일단, 자금부터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SCBA로 옮길까요?

“아뇨. 그쪽으로 옮기면 우리 정보가 너무 노출됩니다. 미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을 수도 있고요.”

-그러면요?

“페이퍼 컴퍼니 쪽 담당하는 브로커들 알고 있죠?”

-예, 가끔 써먹고 있습니다.

“그쪽에 얘기해서 법인 하나 팝시다. 자금들도 몇 바퀴 굴려서 추적을 피하시고요.”

-손실이 클 겁니다. 자칫하면 10% 넘게 날 수도 있어요.

첸의 말이 맞다.

자금을 세탁하면 손실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고 자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손실 역시 같이 커진다.

하지만.

“20%라도 상관없습니다. 지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빠르게 움직이는 게 정답입니다.”

지금은 손실 따위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빠르게 움직일수록 놈들의 심장을 찌를 확률이 높다.

-으음…. 알겠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보름 정도 거릴 수도 있습니다.

“첸, 제 말을 잘못 이해하셨군요. 지금은 돈보다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이틀 안에 끝내겠습니다.

“수고해 주세요.”

이제 신종민의 차례다.

-어떻게 된 겁니까?

“함정에 걸렸습니다. 그보다 신 부회장이 할 일이 좀 있습니다.”

-말씀 주십시오.

“일단, 유럽 각국으로 선박들을 보내 주세요. 작전을 마치고 나온 데저트의 요원들이 이용할 겁니다.”

-탈출선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션이 가용 가능한 자금 전부를 쏟아부어 원유를 매입하세요.”

-…전부를 말입니까?

“예, 가능하면 대출까지 받아서요.”

신종민이 대답하지 않고 있었다.

아마, 이유를 생각하는 모양.

잠시 기다리자 결론을 도출했는지 신종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그룹들도 끌어들여 보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정부까지도요.

역시,

자본주의의 악당다웠다.

“믿겠습니다.”

뚝.

그렇게 첸과 신종민에게 모든 지시 사항을 전달한 나는 마지막 연락처를 남겨 놓고 전화기를 집어넣었다.

‘집에 가면 바가지 좀 긁히겠군.’

제니의 연락처였다.

당장이라도 통화 버튼을 누르고 싶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 포기했다.

앞으로의 내 행보가 많은 사람의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

뉴욕 외곽.

로스차일드 저택.

저택의 대회의실에서 가문을 지탱하는 모든 사람이 모여 있었다.

가장 상석에는 가주인 질리언이 그 옆에는 차기 가주로 인정받은 에드먼드가 앉아 있었다.

“영국 쪽 반응은?”

질리언의 물음에 로팅실드에서 정보를 담당하는 임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총리가 부인하는 기자 회견을 했습니다.”

“발악하는군. 어차피 소용없을 텐데.”

질리언이 대답하자 에드먼드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방심해선 안 됩니다. 언론사들의 고삐를 더 강하게 쥐셔야 합니다.”

아들의 지적에 평소라면 불같이 화낼 질리언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네가 세운 계획이니 네 말을 따르는 것이 맞겠지. 다들 들었나?”

네!

임원들의 대답이 들려오자 질리언이 뒤에 있는 조지 소로스를 바라봤다.

“파운드화 투자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1990년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많은 자금을 공매도하여 파운드화의 가치를 내림과 동시에 풋 옵션을 집중적으로 매입할 생각입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에드먼드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영국이 바보도 아니고, 30년 전 방식이 그대로 통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이제 겨우 스무 살의 에드먼드가 가문을 오랜 기간 떠받쳐 온 원로인 소로스를 대하는 행태가 버릇없었지만, 소로스는 차분하게 답을 했다.

“차기 당주님의 말씀대로 오래된 방식은 맞습니다. 하지만,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흐음…. 그럼, 한 가지만 추가하시죠.”

“한 가지라면?”

“영란은행장을 매수해서 우리 쪽에 협력하게 해 주세요.”

에드먼드의 의견에 질리언이 나섰다.

“영국에서 작위까지 받은 인물이다. 쉽게 매수될 리가 없어.”

“당근이 통하지 않는다고 포기합니까? 당연히 채찍도 휘둘러야죠.”

“뭐라?”

“당장 사람들을 풀어서 영란은행장의 가족들을 이곳으로 데려오세요. 그러면 우리 말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생각지 못한 아들의 과감함에 질리언이 입을 다물었다.

완벽하게 룰을 어기는 방법.

몰라서 사용하지 않았던 방법이 아니다.

상대 역시 똑같이 나올 수 있기에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문의 전부가 걸린 한 판입니다. 동원할 수 있는 건 전부 동원해야 하지 않습니까?”

소극적으로 대처하기엔 너무나도 큰 판이다.

결국, 질리언은 에드먼드의 의견에 동의했고 그렇게 회의는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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