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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3회차! 재벌빌런-156화 (156/175)

#156화

화이트보드에 알제리와 수단, 그리고 앙골라의 지도를 붙였다.

전부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국가이며.

남부 데이사르 가문들이 사들인 PMC의 전력이 주둔하고 있는 곳이다.

이 세 곳의 PMC만 패퇴시키면 북부 데이사르 가문들이 전력을 갖출 시간을 벌 수 있을 터.

나는 그곳들의 전멸을 지시했다.

“알제리가 문제겠네.”

“네, 맞습니다.”

알제리는 가난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부국으로 통한다.

그만큼 치안이 확실하기에 작전을 펼치기에 불안한 점이 있다.

자칫하면 리비아와 알제리 간 외교적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일.

“그래서 어제 첸이 SCBA의 이름으로 광산을 매입했습니다.”

“광산?”

최효석의 물음에 나는 지도에 막대기를 가져다 댔다.

“여기, 이곳.”

“목표 바로 옆이군.”

“맞습니다. 만약 전투가 일어나도 상대 쪽이 먼저 공격했다고 우기면 알제리 정부도 크게 간섭하지는 못할 겁니다. 정 안 되면 돈뭉치를 쑤셔 박으면 되고요.”

“역시.”

최효석을 비롯한 팀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이 해결되었기 때문.

나는 그런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디데이는 리비아 시각으로 내일 밤 11시입니다.”

데저트의 윤현수 부사장이 손을 들었다.

“이번 작전도 회장님께서 참여하십니까?”

“그건 왜 묻습니까?”

윤현수가 멋쩍게 답했다.

“회장님께서 참여하시면 아무래도 안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빠른 섬멸전은 어렵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나는 그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이곳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건 괜찮겠죠?”

윤현수가 반색하며 답했다.

“그건 저희가 부탁드려야죠.”

최효석이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이제 다들 이견 없지?”

예!

팀장들의 대답이 들려왔다.

***

윤현수가 이끄는 1팀은 알제리.

최효석이 이끄는 2팀은 수단.

그리고 원래 내가 맡을 생각이었던 3팀은 리우가 맡아 앙골라로 향했다.

오후 6시.

작전 개시까지 5시간 남은 이때.

윤현수의 연락이 들어왔다.

[거점 확보. 공격 준비 중.]

가까운 만큼 가장 먼저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았다.

그 뒤로 2팀과 3팀 역시 같은 연락이 들어왔고.

마침내 작전 시간이 다가왔다.

“휴우….”

긴장된다. 요원들이 얼마나 희생될지가 두려웠다.

이 일이 과연 수십, 수백의 목숨만큼이나 값어치가 있을까?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언제부터 남의 목숨을 무겁게 여겼다고.

아무래도 내 안에서 뭔가가 바뀌긴 한 것 같다.

차라리 작전에 참여했더라면 이런 잡생각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 쓸데없는 상념에 빠져 있을 때.

“3팀 교전 시작했습니다.”

상황실 요원이 알려 왔다.

역시나 성질 급한 리우가 가장 먼저 작전에 돌입한 것 같았다.

그렇게 십 분이나 지났을까?

“2팀도 교전에 들어갔습니다.”

“1팀, 적 기지를 향해 접근 중!”

모든 팀이 전투에 돌입했다고 알려 왔다.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바로 알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상황실 책임자가 굳은 눈으로 대답했다.

이제 남은 건 전투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

초조한 시간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흐를 때.

지이잉.

첸에게서 메시지가 들어왔다.

[로팅실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파나마를 거쳐 영국으로 들어갔습니다. 놈들은 유로화가 아닌 파운드화를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상을 뒤흔드는 놈들의 움직임.

“시팔.”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튀어 나갔다.

지금 상황에서 파운드화에 수작을 걸었다면 놈들이 노리는 건 하나다.

파운드화 공매도.

문제는.

‘어떻게 하려는 거지?’

데이사르가 내전을 진행 중이라도 그건 선더랜드가의 문제일 뿐, 영국 자체는 건재하다.

또한.

영국은 미국 다음의 금융 강국이다.

1990년, 조지 소로스에게 한 번 당한 파운드화 공매도를 또다시 당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답을 찾지 못한 나는 고민을 거듭했다.

생각하자.

놈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무엇을 노리는지에 대해서.

머릿속에서 이번 일에 대한 키워드가 합쳐져 갔다.

데이사르, HS 은행, 로스차일드, 파운드화, 유로화….

그리고 도달한 결론.

‘브렉시트.’

지금은 일어나지 않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이 사태가 발생한다면?

단기간에 파운드화는 폭락하고 이로 인해 로스차일드의 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또한, 북부 데이사르의 맹주 역할을 하는 선더랜드가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줄어든다.

문제는.

어떻게 브렉시트를 만들려 하는 걸까?

머릿속에서 답이 나왔다.

전쟁이다.

놈들은 억지로 명분을 만들 것이고.

그 명분은 우리의 공격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저트 전체에게 후퇴 명령을 내리세요!”

“네?”

“내 말 못 들었어?! 당장 후퇴 명령을 내리라고!”

“네, 넵!”

상황실 요원들이 무전을 날리기 시작했고.

“3팀, 이미 적들을 모두 사살했답니다.”

“2팀은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아마 긴박한 교전 중인 거로 판단됩니다.”

“1팀, 예상치 못한 적들의 출현에 포위당했답니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포위?”

“네, 적들과의 교전 중에 알제리 국경 수비대 한 개 사단이 참전했답니다.”

쾅!

“시간은?”

“지금 막 교전을 시작했답니다.”

시팔.

놈들에게 명분을 만들어 준 건 준 거고 일단, 윤현수를 비롯한 1팀을 구출하는 게 급선무.

“남아 있는 데저트 요원들을 전부 무장시키고 수송기 대기시켜.”

나는 곧바로 구출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

“휴우….”

오랜만의 실전.

긴장을 숨길 수 없는 윤현수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완료했습니다.”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에 한 윤현수가 주위를 둘러봤다.

데저트의 요원 중 가장 고참들이다.

그만큼 윤현수와 오랜 기간 합을 맞춰 온 이들이기도 했다.

“죽지 마라.”

그의 단순한 명령에 요원들 대부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타아아앙! 타아앙!

언덕 위, 저격수들이 자리 잡은 곳에서 커다란 총성이 들려왔다.

진지 초소의 적들이 끈 떨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동시에 뒤쪽에선 박격포가 날아갔다.

콰아앙!

적들의 진지에서 불길이 올라오는 모습을 확인한 윤현수가 명령을 내렸다.

“공격.”

-치칙, 라져.

-라져.

각 조에서 들어오는 답변과 동시에 윤현수를 비롯한 모든 데저트 요원들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요원들의 실력과 운용하는 장비들의 화력이 월등히 차이 났고 허를 찌르는 기습이니만큼 적들은 전혀 대비되어 있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진지 안쪽을 파고든 윤현수는 이상함을 느꼈다.

‘숫자가 적다.’

삼백 명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대표 PMC다.

그런 곳의 주둔지의 병력이 겨우 30명뿐이라니?

무언가를 깨달은 윤현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함정!’

그렇게 그가 빠르게 후퇴 명령을 내리려던 찰나.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후방에 대기 중이던 원거리 타격조가 있던 자리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텅. 텅. 콰아앙!

그건 진지 안쪽 역시 마찬가지.

박격포의 포탄이 사방에서 내려와 폭발했다.

“다들 외벽에 붙어!”

윤현수의 긴급한 명령에 데저트의 요원들이 튀어 나갔다.

사방에서 터지는 포탄 때문에 요원들이 폭사 당하는 게 보였다.

‘이익!’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저 벽면에 기대 포탄을 피하는 것 말고는.

그렇게 십 분여.

적들의 포탄이 전부 떨어졌는지 더는 날아오지 않았고.

부스스.

윤현수의 눈에 연기만이 가득한 진지가 보였다.

“시팔.”

그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칠백에 가까운 요원들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든 게 보였다.

당장이라도 울부짖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 행위도 사치였기에 윤현수는 벽면을 잡고 뛰어올라 동태를 살폈다.

“젠장.”

수천의 알제리군이 보였다.

***

남은 데저트의 요원들은 천여 명.

나는 그중 공수 경험이 있는 삼백 명의 요원들을 수송기 일곱 대에 나눠 태웠다.

그리고.

“리비아 국방부에 연락해서 전 병력을 알제리 국경 쪽으로 진격시키라고 하세요. 명령을 내리면 곧장 밀고 들어오라고 하시고요.”

“넵!”

리비아 국군을 함께 움직였다.

그렇게 수송기에 올라타자마자 이 어이없는 상황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흐흐.”

제대로 당했다.

그래, 이래야 로스차일드지.

도망치는 삶을 살던 전 회차의 기억이 떠올랐다.

인간성? 여유?

인정한다. 일본에서의 성공에 취해서 나도 모르게 날카롭게 판단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흐리멍덩함은 이런 위기로 돌아왔고.

“언제까지나 이길 수는 없지.”

나는 마음을 다잡고 상황을 분석했다.

그렇게까지 최악은 아니다.

다행히도 1팀의 격전 지역은 리비아와 알제리의 국경 바로 옆이기에 수송기를 타면 삼십 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또한.

나는 최후의 최후까지 아끼려고 마음먹었던 무기를 사용했다.

SS-11 혈청.

사람의 감각을 몇 배로 끌어 올리는 이 부작용 가득한 혈청을 요원들에게 전부 나눠 줘 투약시킨 것이다.

우욱. 우웩.

급격하게 확장되는 감각에 요원들이 구역질해 댔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

다만, 몇 번 투여한 경험이 있어 조금 덜할 뿐이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귀로 들리는 소리가 몇 배로 크게 들렸으며.

시야가 환히 밝아지는.

마치, 다량의 코카인을 투여했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휴우.”

확장된 감각만을 남긴 채 인지 능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곧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도착 4분 전.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혈청의 약효는 3시간. 그 시간 안에 우리는 동료들을 구출해야만 한다. 그게 귀찮으면.”

피식.

“전부 죽여.”

덜컹!

말을 마치자마자 수송기의 뒤 칸이 활짝 열렸다.

태풍의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강풍이 수송기 내부로 들어왔다.

낙하산을 멘 요원들이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뛰어내렸다.

그렇게 삼백의 악마들이 알제리 국경 지대로 강림했다.

***

한편, 적들의 진지에 갇혀있는 데저트 요원들은 알제리 국군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며 버티고 있었다.

그들의 형편없는 무장과 실력 덕분에 처음에는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그만큼 요원들의 실력은 진짜였으니까.

하지만, 숫자 앞엔 장사가 없단 말처럼.

한 개 사단이 쏟아 내는 화력은 계속해서 요원들을 위험하게 만들었다.

“커헉!”

털썩.

하나둘 죽어 갔다.

으득.

그 모습을 본 윤현수가 이를 악물고 적들을 상대하며 외쳤다.

“지원이 출발했다고 한다! 다들 조금만 버텨!”

마침, 본부에서 지원이 출발했다는 연락을 받은 차였다.

약간의 사기가 오른 요원들이 힘을 냈지만, 끊임없이 밀려드는 적들의 공세에 곧 깨달았다.

지원군이 오기 전에 전멸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전투는 더욱 치열해져만 갔다.

콰아아앙! 쾅! 타탕. 타타타탕!

사방에서 폭발음과 총성이 울려 퍼졌다.

아군이 얼마나 죽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윤현수가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30분.

지원군이 출발했다고 한 지 딱 30분이 지나 있었다.

‘젠장.’

그가 주위를 둘러봤다.

칠백의 숫자로 출발한 요원들이 이백도 채 남지 않았다.

항복할까?

자신도 모르게 나약한 생각을 한 윤현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요원들이 항복할 리 없을뿐더러 알제리군이 요원들을 살려 주지 않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원군이 근처에 도착했다! 조금만 버텨!”

그는 거짓말로 요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때.

퍽.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그의 대퇴부를 관통했다.

불로 지지는 듯한 고통.

다리에 힘이 빠져 그 자신도 모르게 쓰러졌다.

“부사장님!”

곁에 있던 요원이 뛰어오려는 걸 윤현수가 손짓으로 막았다.

“자리 지켜! 옆에 있는 동료보다 적들을 막는 데 집중해!”

잔인한 말.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한솥밥을 먹은 동료보단 전체의 안위를 신경 써야 할 때니까.

쓰러졌던 윤현수가 벽면에 기대어 총구를 들어 올렸다.

어디 넘어와 봐라.

머리통에 구멍을 내 주마.

그렇게 그가 전의를 다질 때.

저 멀리, 알제리군 후방에 검은색 물체들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지원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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