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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3회차! 재벌빌런-155화 (155/175)

#155화

데이사르.

유럽에 자리 잡은 여덞 가문의 연합체다.

역사는 다르지만, 최소 삼백 년부터 최대 쳔 년까지 명맥을 이어 온 명문가들.

이들은 긴 시간 동안 유럽 땅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암투와 전투를 벌였는데 어느 날 큰 위기가 닥쳤다.

히틀러라는 희대의 학살자 때문에 가문들은 존폐의 위기까지 몰렸던 것이다.

그렇게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 이러한 학살자의 탄생을 막기 위해 연합을 이룬 게 데이사르의 탄생 기원이다.

처음에는 전쟁을 막고 빈국을 지원하는 등 평화를 도모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평화의 기치는 흐려져만 갔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독재와 학살에 맞서 싸웠던 그들은 이제는 독재자와 공조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취했고.

서로 합심하여 세운, 동유럽 빈국들을 지원하는 재단은 이제 동유럽 국가들의 자원을 수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차에 로스차일드가 끼어든 거다.

대가는 뻔했다.

‘돈과 힘이지.’

이 두 가지야말로 지금의 데이사르 가문들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니까.

놈들의 계획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근거와 타이밍이 적절했으니까.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트럼프와 비더러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개입해야 한다.

로스차일드가 더 강한 힘을 얻는 것은 내게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

하나는 놈들과 같은 포지션에 올라타 놈들의 수익을 갈라 먹는 것과.

판을 완전히 깨서 놈들이 손해를 보게 만드는 것이다.

‘협조보다는 방해가 제맛이지.’

당연히 내 선택은 후자다.

그렇기에, 데이사르 내부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에 돌아온 다음 날에 전용기에 올라탔다.

“바쁠 거라는 걸 알고 결혼했지만,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해외 출장이라니 이건 좀 충격인데요?”

“…미안.”

“됐어요. 저번처럼 빈손으로만 오지 마세요.”

그렇게 영국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데이사르의 수장 격인 가문이자 HS의 실질적인 주인인 선더랜드 가문.

‘분위기가 엄숙하군.’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전쟁을 앞둔 느낌을 받았다.

곳곳을 지키는 무장 경비들이나 커튼을 쳐 안쪽이 보이지 않게 한 모습들이 그런 분위기를 더욱 자아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나와 경호 요원들이 탄 차가 도착하자 저택의 경비가 다가와 물었다.

“SC에서 왔습니다. 약속이 되어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우리는 저택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곳곳을 눈으로 확인한 리우가 조용히 속삭였다.

“일반인이 없어. 전부 훈련을 받은 프로들이야.”

우리 중 가장 감각이 좋은 리우가 확인했다면 정확하다고 봐야 한다.

‘많이 심각한가 보군.’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안내인을 따라 걸었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안내인의 말에 리우를 비롯한 요원들이 움찔했지만, 나는 눈으로 그들을 제지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도착한 가주의 서재.

비더러가 내게 인사말을 건넸다.

“오랜만이군.”

“네, 오랜만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여유로워 보였지만, 나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얼굴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괜찮은 겁니까?”

피식.

비더러가 입가를 비틀며 말했다.

“다 알고 왔으면서 모른 척하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왔는데?

“걱정 말게, 지금이야 밀리고 있지만 곧 뒤집힐걸세.”

뭔가 단단히 착각한 비더러가 호언장담을 했고 나는 오해를 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무 정보가 없다는 것이 쪽팔리기도 했고 가만히 있으면 들을 수 있는 정보를 막을 필요가 없기 때문.

그렇게 나는 비더러에게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충분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천하의 선더랜드가 계속 밀릴 리가 없지 않습니까.”

“후후, 엘이 그렇게 말해 주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군.”

“제가 도와드릴까 하는데요?”

“자네가?”

비더러가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비더러의 도움 덕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도와줄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자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네.”

서로 이용하는 관계지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에게 접근한 개연성을 맞추기 위해 입에 발린 말을 했다.

당연히 전황이 좋지 않은 비더러는 그런 내 말에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일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을 해 주십시오. 제가 수집한 정보는 단편적이어서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알았네.”

이어지는 비더러의 설명은 길었고.

‘진부하군.’

역시나 원인은 돈이었다.

유럽 남부의 가문들이 북부의 가문이 가진 이권을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비더러의 선더랜드를 비롯한 가문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회라고 봤다.

남부의 네 가문을 복속시킨다면 더 많은 부를 얻을 수 있을 게 분명했고.

가지고 있는 돈과 세력 역시도 자신들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의 양상은 생각하는 것과는 달랐다.

남부의 가문들은 돈과 정치적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총과 칼로 북부의 가문들을 공격했다.

상대 가문의 가업에 테러를 가하고 건설 중인 빌딩을 무너뜨리는가 하면.

북부 가문들의 주요 인사들을 납치, 살해했다.

문제는, 이런 전쟁의 방식은 북부에게 익숙지 않다는 거였다.

그제야 자신들을 지켜 줄 PMC를 찾아다녔지만, 이미 남부 가문들에게 팔려 있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나서긴 힘들답니까?”

“우리가 국가를 끌어들이면 상대 역시 마찬가지로 나올 걸세. 자칫하면 전쟁이 벌어질걸세. 그렇게 되면 EU는 끝이지.”

이해가 갔다.

이들이 가문 대 가문으로만 싸우는 이유가.

이들은 국가 간의 전쟁까지 가는 것을 막고 싶은 거다.

“많은 것을 염두에 두시는군요. 존경스럽습니다.”

“존경은 무슨….”

비더러가 내 아첨이 싫지는 않은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시간을 벌어 줬으면 하네. 자네가 아니면 힘든 일이지.”

“시간이라… 방법은요?”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해도 되네. 다만,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해야 할걸세. 자칫하면….”

“전쟁이 나니까요?”

“맞네.”

잠시 고민을 시작했다.

‘데저트의 요원들이 얼마나 희생될지 모른다.’

이득은 적었고 손해는 크다.

사업가라면 절대 피해야 할 선택이다.

“저울이 맞지 않습니다. 제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느껴지는군요.”

“자네 말이 맞아.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지.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보게나. 웬만하면 들어주겠네.”

돈은 필요 없다. 데이사르 전체가 가진 돈보다 내가 가진 게 더 클 테니까.

무력 역시 마찬가지.

전 유럽의 PMC의 전력을 합쳐 봤자 데져트의 절반도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남은 건 단 한 가지.

“정찰 위성을 주십시오.”

콜록. 콜록.

비더러가 마시던 차를 내뿜었다.

“자네, 미쳤는가?”

“비더러라면 구해 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단순히 소유권을 넘겨받는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우주로 쏘아 올리는 발사대부터 운용하는 인원들까지 필요한데.”

“발사대는 필요 없습니다. 이미 우주에 있는 것으로 구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운용은 저희 쪽에서 알아서 하겠습니다. 장비와 인원은 충분하니까요.”

“진심이로군.”

그가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고.

“비더러, 힘들다고 생각하시면 말씀 주세요. HS홀딩스의 지분으로 대체하셔도 좋습니다.”

정곡을 찌르는 내 말에 그가 깜짝 놀라 했다.

“아닐세, 구해 주지. 다만 어떤 종류로 구할지를 고민하고 있던 참일세.”

“그러셨군요.”

HS 홀딩스는 선더랜드 가문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HS 은행 그룹 전체의 지주 회사다.

그런 곳의 지분을 넘겨준다는 건 가문의 기둥뿌리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

비더러가 곧바로 내 제안에 동의했다.

“저는 비더러의 ‘요청’대로 시간을 벌 테니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물건을 넘겨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일세. 두 달… 아니, 한 달 안에 물건을 인도하지.”

피식.

“그럼, 비더러만 믿겠습니다.”

선더랜드의 저택을 빠져나갔다.

***

그날 밤.

저녁을 먹고 호텔에서 쉬고 있던 나는 이번 기회에 로스차일드에게 최대한 피해를 줄 방법을 찾았다.

유로화 콜 옵션을 왕창 사서 놈들의 투자 금액을 녹여 버려?

아니야. 자칫하면 우리 쪽 투자금이 녹아 버릴 수도 있어.

돈 싸움으로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상대.

잠시 고민하던 나는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일단 무력을 동원해서 시간을 끌기로 했습니다.”

-무력을요? 괜히 놈들을 더 자극하는 거 아닌지 두렵군요.

역시 미디어에서 보이는 건 절반은 허상이다.

그레이트 아메리카 어게인을 외치며 당선된 사람이 이렇게나 겁이 많은 걸 보면 말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도널드. 단순히 시간만 끄는 겁니다.”

-러시아가 모르게 일이 처리됐으면 좋겠군요.

소문나지 않게 조용히 처리하라는 뜻이다.

“그러려면 부탁이 있습니다. 이번 일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부탁입니다.”

-말씀 주십시오. 최대한 돕겠습니다.

“금리를 인상한다는 발표를 해 주십시오.”

-금리를요?

전화기 너머 트럼프가 놀란 목소리로 답했다.

침체되어 있는 미국 경제로 봤을 때 금리 인상은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다.

“정말로 인상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저 발표만 해 주시면 됩니다.”

-그거라면야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발표만으로 도움이 될까요?

“최소한 로스차일드의 행보에 망설임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트럼프와의 통화가 종료되자마자 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로스차일드에서 유로화 폭락에 베팅한 흔적을 찾아봐야 함. 결과 나오는대로 회신 요망.]

다음 날, 나는 데저트를 동원하기 위해 리비아로 가 최효석을 만났다.

“어제 말씀드렸듯이 실전입니다. 그것도 매우 처절한 실전이요.”

최효석이 기다렸다는 듯이 웃었다.

“준비는 끝났어. 언제든지 출발시킬 수 있다.”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데저트의 요원들 중 얼마가 희생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당연히 걱정되지. 내 새끼들이 나가서 죽을 수도 있다는데 걱정 안 되면 그게 사람 새끼냐?”

“그런데요?”

“우리의 존재 의의를 생각해 봤다. 솔직히, 이만한 인원들 모아 놓고 경호만 하는 건 아닌 거 같지 않아?”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100% 맞는 말이다.

지금이야 리비아의 부족한 군사력을 보충하는 역할이지만.

사실, 데저트는 칼이다. 매우 날카로운 칼.

당연히 지키는 것보다 휘두르는 게 더 강력하게 써먹을 수 있다.

“그동안 너무 참고 있었죠?”

“답답해 뒤지는 줄 알았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 데저트 전체가 그렇게 느낄 정도야.”

“이번 기회에 마음껏 날뛰어 보라고 하세요.”

“다들 좋아할 거다.”

피식.

최효석의 이런 자신만만한 태도에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저는 보너스를 준비해야겠군요.”

“그럼 더 미쳐 날뛰겠지.”

“그럼 작전 내용을 전파하겠습니다. 팀장들 들여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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