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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3회차! 재벌빌런-143화 (143/175)

#143화

최효석이 팀원들을 바라봤다.

실력은 기본이고 언제든지 내 목숨을 맡길 만한 놈들.

그게 최효석이 데저트 요원들에게 가지고 있는 인식이다.

그런데.

‘배신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첸을 지키는 요원들은 데저트 초창기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말인즉슨, 서로의 등을 맡기고 리비아 반군과 생사가 오가는 전투를 치렀다는 뜻이다.

그런 요원 중 배신자가 있었다니 최효석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데저트의 부사장이자 친우인 윤현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니야. 맨날 서류만 보다가 오랜만에 작전 나와서 긴장돼서 그런다.”

“흐흐, 사장님도 사람이군요. 긴장을 다 하시고.”

최효석이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윤현수는 그런 그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넘어갔다.

‘일단 작전의 성공이 우선이다.’

배신자를 솎아 내는 건 오늘이 아니어도 된다.

반면, 첸의 아내, 소홍을 구출하는 건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

최효석이 마음을 다잡았다.

“지호, 마이크. 지금 나가서 작전 나갈 때 탈 이동 수단들 점검해 봐.”

“네!”

“예썰!”

간단한 지시를 내린 그가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작전 내용을 설명할 테니까 모두 잘 들어라.”

그렇게 최효석이 요원들에게 브리핑을 마치고 몇 시간이 지났다.

개인 화기를 점검하고 있는 요원들이 자신의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을 때.

지이잉.

[41.40338, 2.17403]

[사진]

최효석의 스마트폰에 좌표와 목표들의 사진 그리고 그들의 이동 경로가 들어왔다.

지도를 펼쳐서 해당 좌표가 표시된 지역을 확인한 최효석과 팀원들이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최효석과 팀원들이 목표가 이동한 경로를 따라 움직인 지 이십여 분.

뉴욕 시내에서 움직이고 있는 목표들을 발견했다.

최효석이 무전기를 들고 지시했다.

“거리를 두고 조용히 따라간다.”

-라져.

그렇게 한참을 쫓아간 끝에 그들이 움직임을 멈췄고 최효석과 팀원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기했다.

놈들이 멈춰 선 곳은 아무도 없는 공터였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일단 대기, 인질의 확보가 우선이다.”

인질범은 찾았지만, 인질의 행방을 모르는 상황.

섣부르게 움직였다간 인질의 목숨이 위험했다.

최효석은 쌍안경으로 목표들을 관찰했다.

놈 중 하나가 전화기를 들고 어딘가로 전화하는 모습.

아무래도 다른 곳에 공범이 있을 가능성이 커 보였고.

그 공범이 있는 곳에 인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다.’

한시가 급한 상황.

계속 관찰만 할 수는 없었다.

최효석의 고민이 깊어져 갔다.

그렇게 오 분여.

지이잉.

때마침, 그의 전화기가 울렸고 메시지를 확인한 최효석의 얼굴이 환해졌다.

소홍이 있을 거라고 추정되는 위치가 들어온 것이다.

“2팀은 지금 들어온 곳으로 이동해서 연락해. 동시에 친다.”

최효석이 무전기를 들고 지시했다. 곧바로 2팀이 탄 승합차가 출발했다.

곧 있을 전투를 생각하는 최효석의 눈이 깊어졌다.

잠시 후.

-치칙, 도착했습니다.

“곧바로 진입한다.”

그렇게 놈들을 치기 위해 승합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두두두.

머리 위로 헬기 한 대가 지나가더니 놈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리는 한 무리.

“…….”

그 모습을 본 요원들이 말을 잇지 못했다.

완전 무장을 한 열댓 명 때문에?

리비아에서 수천 명의 군인과 싸워 오던 이들이 그런 정도로 놀랄 리가 없었다.

바로, 그 무리에 자신들의 동료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쩝니까?”

요원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바뀌는 건 없다. 살릴 수 있다면 살리되 안 된다면 전부 사살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끄덕.

최효석의 지시에 요원들 전부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저격부터였다.

어디선가 들려온 소음.

그리고 날아온 총알이 목표물 중 한 명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깜짝 놀란 적들이 재빨리 산개했지만.

데저트 요원들의 저격은 날카로웠고 정확했다.

계속해서 총성이 울려 퍼졌고 놈들 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쓰러졌다.

십여 명의 적들이 바위나 나무 뒤로 겨우 숨었다.

원래라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포위망을 좁히는 게 아군의 희생이 적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적들이 인질이 있는 곳으로 연락할 틈을 줘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효석을 비롯한 데저트의 요원들은 날아오는 총알을 무시하고 달렸다.

반격을 시작한 놈들의 총알에 의해 아군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으득.

최효석이 이를 악물고 가장 앞으로 나섰다.

쒜엑.

총알이 귓가를 스치며 바람 소리를 내었다.

한 발자국만 옆으로 갔다면 죽었을 수도 있던 상황.

그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두려움에서 비롯한 스릴.

그동안 잊고 살았던 감정이다.

가장 먼저 달리던 최효석이 소총을 들고 적의 저지선을 돌파했다.

사방에서 그를 노린 총알이 날아왔지만, 그는 달리던 속도 그대로 바닥을 굴러 그것들을 피해 냈다.

그와 동시에 최효석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었다.

타타탕. 타탕.

마구잡이의 사격.

하지만, 그 정확도는 결코 마구잡이가 아니었다.

털썩. 털썩.

상당한 정확도를 보이며 적들의 몸을 꿰뚫는 그의 총알들.

그리고.

그 틈을 타 놈들에게 다가간 요원들이 적들의 목과 얼굴, 가슴께에 총알을 쑤셔 박기 시작했다.

그렇게 종료된 전투.

스물의 적 중 살아남은 이는 단 셋뿐이었으며 데저트를 배신한 요원들은 이미 죽음을 맞이한 상태였다. 자살이었다.

최효석이 살아남은 놈들 중 하나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살폈다.

국가를 특정할 수 없는 전형적인 백인이었다.

“누가 시켰어?”

“모른다. 우린 그저 돈만 받고….”

타앙!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최효석이 놈의 머리통에 대고 권총을 쐈다.

잡혀 있던 다른 놈들이 두려운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최효석이 그들을 향해 몸을 돌리려는 때.

-칙, 2팀입니다. 놈들을 모두 제압하는 데 성공했지만, 인질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믿기지 않는 소식이 들려왔다.

***

‘소홍을 찾지 못했다니.’

충격적인 작전 결과였다.

“빅터.”

내가 무슨 말을 할 건지 짐작한 빅터가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고개를 돌려 제리를 바라봤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

“이런 시팔.”

욕지거리가 올라왔다.

인질 구출 작전의 실패는 항상 참혹한 결과를 불러온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그건 소홍의 죽음을 뜻한다.

첸을 볼 면목이 없었다.

그렇게 포기하는 마음이 들던 차에 첸에게서 전화가 들어왔다.

처음이었다.

그의 전화가 받기 싫었던 적은.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전화기를 들었다.

“첸, 내 말 잘 들어요.”

-소홍이 돌아왔습니다!

“미안하지만, 소홍은…. 네?”

-지금 막 소홍이 돌아왔다고요! 지금 병원으로 가는 길입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지금은 경황이 없을 테니 나중에 통화하시죠.”

-네, 그럼 소홍의 진료가 끝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뭐지?’

영문 모를 노릇.

내가 멍한 얼굴을 하고 있자 빅터가 다가왔다.

“뭐래요?”

“…소홍이 돌아왔대.”

옆에서 듣고 있던 제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상하군요. 따로 조력자가 움직이지 않고서야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없는데요? 혹시 미국에 다른 조직을 가지고 계셨습니까?”

“아니, 없어.”

“그럼 대체 누가?”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누군가 우리를 도왔는데 정체도 의도도 짐작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생각은 나중에 하고 실패를 곱씹을 게 뻔한 최효석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는 크게 안도했고 데려온 팀으로 하여금 첸과 소홍의 경호를 맡기기로 했다고 알렸다.

“혼자 돌아가시게요?”

-현수만 데리고 갈 생각이야. 아무래도 조직을 재정비하려면 혼자서는 힘들어서.

“배신자는 이미 처리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대신 다른 놈들이 남아 있을 수 있지. 그리고 전우에게 당하는 배신만큼 뼈아픈 게 없거든.

맞는 말이다.

이번 일만 봐도 겨우 둘의 배신 때문에 첸을 지키던 일곱의 요원들이 죽은 건 물론.

소홍까지 납치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그 배신의 배경이 평화로운 뉴욕이 아니라 전장이었다면?

수백,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나는 최효석을 만류하지 않았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그래.

통화를 종료하고 제리에게 다가갔다.

“알아봐 줬으면 좋겠는데?”

내 요구에 제리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번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 거 같으니 서비스로 해 드리죠.”

“부탁한다.”

그렇게 첸에게 일어난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소홍의 진료 결과, 다행히 배 속의 아기는 무사했고 작전에 참여한 요원들은 중상을 입었을망정 사망자는 없었다.

물론, CIA의 협조를 위해 일억 달러를 사용했지만, CIA와의 끈이 생겼다는 걸 생각하면 그다지 아깝지는 않았다.

‘어차피 돈이야 썩어 넘치니까.’

제리에게 한 말 그대로다.

이번에 다시 한번 느낀 거지만,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다.

정작 이번 같은 일엔 돈은 아무 쓸 데가 없었다.

오히려, 악연이라고 생각한 CIA와의 관계가 훨씬 쓸모 있었다.

그리고.

‘정보 조직이 필요하겠어.’

이번 일을 통해 깨달은 약점이다.

바로 정보의 부재.

그동안 러시아의 위성과 정보 조직에 의지한 대가였다.

그렇게 이번 일은 정보의 부재라는 뼈아픈 교훈과 로스차일드에 대해 다시 한번 전의를 가다듬는 계기가 된 듯했지만.

이틀 뒤, 찾아온 제리에 의해 그건 나만의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직접 왔군, 국장씩이나 되시는 분이.”

“천하의 엘의 부탁인데 직접 와야죠.”

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태도.

“저번에 준 게 약발이 좀 먹혔나?”

“그거보다는 엘과의 관계를 회복했다는 데 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CIA에서 나를 높게 평가하고 있나 봐? 겨우 그따위 걸로 공치사가 들어올 정도면.”

“세상에 엘을 낮게 평가하는 곳은 없을 겁니다. 그게 국가든, 조직이든 관계없이요.”

제리를 보니 정말 세상일은 모른다는 게 맞다.

최악의 악연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이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니 말이다.

잠시 간의 인사 끝에 제리가 가져온 정보지를 내게 건넸고 곧장 몸을 돌렸다.

“벌써 가시게요?”

“엘 덕분에 다시 바빠졌습니다. 지금도 겨우 짬을 내서 찾아온 거죠.”

피식.

그렇게 제리가 회장실을 떠났고 나는 그가 남긴 정보지를 확인했다.

1, 스티븐 첸을 노린 인질극이 발생.

2, 엘이 운영하는 무력 조직 데저트가 인질범들을 습격하여 사살함.

3, 인질을 찾지 못함.

4, 몇 시간 뒤, 인질 스스로 생환.

여기까지가 첫 장이자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내가 필요한 정보가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뒷장을 펼쳤다.

5. 납치범들과 배신한 데저트의 요원들의 행적들을 모두 추적한 결과, 그들은 ‘레이모토’라는 마피아 조직의 인원들을 만난 것으로 추정됨.

6, 레이모토는 하와이에 근거지를 둔 마피아로 재미 일본인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며 이번 일에 대한 자금은 일본 내각 조사실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

7. 인질을 구출한 이들은 블랙마운틴이었음. 누가 이들에게 의뢰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나 많은 돈이 오간 것으로 보아 유력가에서 의뢰한 것으로 보임.

정보지를 모두 읽고 허탈한 마음에 등받이에 몸을 뉘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배후.

“시팔, 쪽발이 새끼들.”

지옥의 2페이즈를 열어 줘야 할 이유가 생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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